송골매를 찾아서(50주년 기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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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문학사에서 유사한 작품을 찾을 수 없는 자연 문학의 걸작
그러나 그의 강박적이기까지 한 집착과 욕망은 10년 동안의 송골매 관찰과 기록으로 이어져 문학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송골매를 최대한 정확하게 그려내려는 베이커의 문체는 탐미적이면서 과학적이고, 냉혹하면서도 아름답다. 또한 인간과 자연 어디에도 초점을 두지 않고 같은 선상에서 묘사하려 한 베이커의 비-인간적인 글쓰기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하고, 자연을 사유하게 한다.
이 책은 발간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걸작으로 인정받았고, 출간 이래 반세기가 넘는 동안 영미권에서 자연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언더랜드》의 작가이자 자연주의자인 로버트 맥팔레인, 조류관찰자이자 BBC 라디오 프로듀서인 팀 디 등 많은 이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특히 헤어초크는 이 산문을 조지프 콘래드의 성취와 비견하는 한편, “영화를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출간 후 55년이 지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송골매를 찾아서》는 저명한 작가와 환경운동가의 서문과 후기, 존 A. 베이커를 소개하는 글, 그리고 베이커의 다른 글 ‘에식스 해안에 관하여’를 추가한 50주년 기념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을 가장 아름다운 문체로 느끼고자 하는 이에게 그 어떤 문학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올해의 선물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J. A. Baker(1926~1987)
20세기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문학 작가로 꼽힌다. 영국의 시골 마을 첼름스퍼드에서 나고 자랐다. 송골매의 아찔한 힘과 대담함을 독창적이며 절제된 언어로 묘사한 첫 책이 1967년에 발표되자, 그 즉시 걸작으로 인정받았다. 베이커는 자기 글에서 개인적인 관점을 드러내길 거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외적으로 사생활 노출도 극도로 꺼렸기 때문에 그에 관해 알려진 정보는 매우 적다. 평생 《송골매를 찾아서》와 《여름의 언덕》 두 작품만을 남겼다. 1970년 펭귄판 《송골매를 찾아서》에 소개된 그의 약력은 다음과 같다.
“존 A. 베이커는 현재 40대로 아내와 함께 에식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집에 전화를 놓지 않고, 사교를 위해 외출하는 일도 거의 없다. 열일곱 살에 학교를 졸업한 뒤, 벌목과 대영박물관에서 책 수레를 미는 일 등 약 열다섯 가지의 온갖 직업을 전전했지만 어느 것도 성과가 없었다. 1965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생활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집착해온 대상, 즉 송골매에 모든 시간을 바쳤다. 그는 송골매 이야기를 출판사에 보내기 전에 다섯 차례 고쳐 썼다. 조류학 교육을 받은 적도, 이전에 책을 출간한 적도 없었지만, 1967년에 출간되었을 때 《송골매를 찾아서》는 서정적인 산문으로 열광적인 서평과 찬사를 받았다. 그해 말베이커는 저명한 더프 쿠퍼 상을 받았다. 두 번째 책 《여름의 언덕》은 1969년에 출간되었고, 마찬가지로 평단의 광범위한 찬사를 받았다.”
번역가. 대학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힘없는 자들의 힘》, 《푸코의 예술철학》, 《에든버러》, 《자전소설 쓰는 법》, 《오만과 편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은여우 길들이기》, 《인간은 개를 모른다》,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번영과 풍요의 윤리학》, 《플랫랜드》,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 《비트겐슈타인 가문》, 《비트겐슈타인 회상록》, 《마음챙김의 배신》, 《헤이트: 우리는 증오를 팝니다》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목차
- 서문_마크 코커
존 A. 베이커에 관하여_존 팬쇼
시작
송골매
사냥 생활
후기_로버트 맥팔레인
에식스 해안에 관하여
감사 인사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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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원문들이 있습니다. 사실 《송골매를 찾아서》를 장편 극영화로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면 재판 없이 총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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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SD를 해본 적이 없다. 베이커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다. 베이커가 묘사한 에식스 풍경은 애시드를 빤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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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에 관한 모든 글의 귀중한 기준으로 여겨지며, 여러모로 이런 종류의 찬사마저 한층 뛰어넘는다. 어떤 문학 장르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 탁월함을 틀림없이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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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로 내려찍는 듯한 강조와 극단적으로 동적인 문장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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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콘래드 이후 이런 경지의 산문을 본 적이 없다 …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자연에 관해 쓴 글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다.
책 속으로
나는 10년 동안 송골매를 추적했다. 나는 송골매에 사로잡혔다. 나에게 송골매는 하나의 성배였다. 이제 송골매는 사라지고 없다. 오랜 추적도 끝났다. 지금은 아주 소수의 송골매만 남아 있다. 앞으로 그 수는 더 줄어들 터이며, 그마저도 생존이 어려울지 모른다. 많은 송골매가 더러운 농약 가루가 몸속에 서서히 퍼져, 벌러덩 누워서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며 미친 듯이 허공을 움켜쥐다가, 쇠약해져서 말라 죽어간다. 나는 너무 늦기 전에 이 새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재현하고, 그가 살았던 땅, 내게는 아프리카처럼 풍요롭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땅의 경이로움을 전하려 애썼다. 이곳은 화성처럼 죽어가는 세계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다. - 55쪽
송골매가 죽인 먹이는 알아보기 쉽다. 새의 뼈대는 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고, 양 날개는 훼손되지 않은 채 여전히 견갑대에 달려 있다. 가슴뼈와 몸의 주된 뼈들은 살점 하나 없이 깨끗하다. 머리가 남겨져 있다면, 대체로 목 척추뼈에도 살점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다리와 등은 대개 건드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가슴뼈가 여전히 온전하더라도, 작은 삼각형 뼛조각들은 송골매가 부리로 뽑아냈을 것이다. (아주 큰 새들의 경우 뼈가 굵기 때문에, 늘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 71쪽
이 민물도요는 매에게로 천천히 돌아오는 듯하더니, 매의 검은 윤곽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잔혹함도, 폭력도 없었다. 인간이 손가락 하나로 곤충을 짓이기듯 간단하게, 매가 한쪽 발을 뻗어 민물도요의 심장을 움켜잡고 쥐어짜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매는 나른하고도 가뿐하게 섬의 느릅나무에 유유히 내려앉아, 먹이의 깃털을 뽑고 먹었다. - 101쪽
나는 먹이 위에 날개를 펼치고 앉은 매처럼, 어느새 죽은 동물 위로 웅크리고 앉았다. 내 눈은 지나가는 인간의 머리를 경계하느라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어떤 원시적인 의식, 사냥꾼이 자신의 사냥감이 되는 의식에서처럼, 나도 모르게 매의 움직임을 흉내 내고 있었다. 나는 숲을 주의 깊게 살폈다. 송골매가 그늘진 은신처에 웅크리고 앉아, 죽은 나뭇가지 끄트머리를 움켜쥐고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요즘 야외에서 우리는 똑같이 황홀하고 두려운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인간을 피했다. 우리는 갑자기 번쩍 들어 올리는 그들의 두 팔을, 미친 듯이 마구 움직이는 그들의 몸짓을, 변덕스러운 가위 걸음을,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들의 태도를, 묘비처럼 하얀 그들의 얼굴을 증오한다. - 162쪽
아침은 낯설고 환영 같았으며, 무척 깨끗하고 신선했다. 서리에 뒤덮인 들판은 고요했다. 태양은 온기를 붙잡지 못했다. 서리가 사라진 곳은 마른 풀에서 건초 냄새가 났다. 검은가슴물떼새들이 부드럽게 울며 다가왔다. 옥수수멧새가 노래했다. 북풍은 나뭇가지가 엮인 산울타리의 격자에 싸늘하게 부서져, 가시 돋친 틈을 뚫고 세차게 공격했다. 멧도요 한 마리가 어두운 도랑에서 휙 날아, 날카롭게 번득이는 빛 속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날개를 깊고 급격하게, 곧이어 더 얕고 느슨하게 파닥거리며 북쪽으로 날아갔다. 암컷 송골매가 한가로이 무심하게 그 뒤를 쫓았다.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아서, 나는 강으로 내려갔다. - 180~181쪽
빠르고 경쾌하게 춤추는 그들의 동작은 몹시 날렵하고 우아해서, 그 원인이 굶주림이고 그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매들의 사냥 비행에 뒤이은 살해는, 마치 그 매가 갑자기 미쳐서 사랑하는 대상을 죽이기라도 한 듯한 충격적인 폭력을 동반한다. 죽이기 위한, 혹은 죽음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새들의 분투는 보기에는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클수록 죽음은 더욱 처참하다. - 233쪽
북쪽 방파제에서 남쪽으로 7마일 떨어진 곳에 덴지 해안이 있고, 그 바깥쪽으로 해수소택지가 거대한 포물선을 이루며, 그 너머에는 반 마일의 개펄이 펼쳐져 있다. 인적이 드문 이 소박한 곳을 어떤 이들은 적막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 외지인이 처음 이곳에 오면,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시시해. 아무것도 없잖아.” 그리고 그들은 다시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무언가가 있다. 수천 마리 새와 곤충 외에, 수백만 마리 바다 생물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곳은 황무지다. 나에게 황무지는 장소가 아니다. 황무지는 어떤 장소에 사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정수 혹은 영혼이며, 꿈의 원형만큼이나 어슴푸레하지만 실제하며 인식할 수 있다. 황무지는 사슴처럼 겁 많은 도망자이기에,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산다. 오늘날 황무지는 드물다. 인간은 황무지를 끝까지 사냥해 죽이고 있다. 잉글랜드 동쪽 해안, 아마도 이곳이 황무지의 마지막 안식처이리라. 황무지는 한번 떠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언젠가는 죽음을 맞으리라. - 322쪽(〈에식스 해안에 관하여〉)
출판사 서평
“나는 10년 동안 송골매를 추적했다. 나는 송골매에 사로잡혔다. 나에게 송골매는 하나의 성배였다.”
읽는 이를 전율케 하는, 어떤 집착의 기록
1954년부터 1964년까지 10년 동안, 에식스 출신의 존 앨릭 베이커라는 사무직 노동자는 자신이 사는 주의 전역에서 사냥을 하는 송골매들을 추적했다. 근시에 관절염을 앓던 베이커는 자전거와 도보로 송골매를 뒤쫓으면서, 송골매들이 목욕을 하고, 날고, 급강하하고, 죽이고, 앉아서 쉬는 모든 모습을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들판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는 그가 살던 첼름스퍼드 테라스하우스의 남는 방에 틀어박혀 일기장에 상세하게 내용을 기록했다. 일기를 모두 합치면 원고지 1600매가 넘는다. 그리고 1963년부터 1966년까지 3년 동안 베이커는 그 일기를 6만 단어가 조금 안 되는, 황홀하고 격정적이며 희열에 넘치는 산문으로 짜인 한 권의 책으로 압축했다. 일기가 원석이라면, 《송골매를 찾아서》는 다이아몬드, 베이커를 거장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자 그의 데뷔작이다. 종종 《침묵의 봄》과도 비견되는 이 작품이 출간 55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국에 최초로 소개된다. 이 책은 자연을 마주하고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넘어야만 할 산 같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은 “우리의 문체는 베이커의 아류였기에, 언제나 원형에 비해 허약하고 인위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송골매를 찾아서》는 나온 지 50년이 넘었지만 바로 어제 쓰인 듯 느껴진다. 작고 강렬한 이 책은 출간 이후 반세기 동안 송골매의 발톱으로 우리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문학적으로뿐 아니라 작곡가 로런스 잉글리시,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탐조가이자 프로듀서 팀 디 등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사로잡힌 이들의 이름은 길게 이어진다.
이제 이 책은 섬뜩한 예언서로 읽힌다. 인류세, 대량 멸종, 기술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 암울한 생태계, 심지어 가상현실에 대해서까지. 고대 로마의 ‘하루스펙스’는 제물로 바친 짐승의 내장을 살펴보고 점을 치도록 훈련받은 사람이었다. 내장이 제거된 새들이 곳곳에 묘사되고, 예견과 추적에 사로잡혀 있는 베이커의 책은 살해와 예언에 대한 글이며, 피와 내장으로 미래를 점치는 글이다. 그의 책은 우리의 현재를 예고했으며, 이 책에 드러난 혜안은 아직 다 고갈되지 않았다.
“인간 특유의 수상하고 괴이한 행동을 피하고, 두려워하는 법을 배워라.”
송골매라는 ‘신’을 마주하는 구도자의 문체!
이 책은 문학사에서 유사한 작품을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책이다. 자연 속에서, 송골매를 관찰하며, 농약 가루가 몸속에 서서히 퍼져, 벌러덩 누워서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며 미친 듯이 허공을 움켜쥐다가, 쇠약해져서 말라 죽어 가는 송골매를 그리며, 사라져 가는 황무지를 말하지만, 딱히 ‘녹색’ 문학은 아니다. 송골매라는 자연의 신을 완전히 마주하려는 강렬한, 강박적인 집착과 욕망에서 비롯한 집착의 기록이다. “송골매에게 인식되고 인정받으려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을 지나며, 같은 순서로 행동해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송골매를 《모비딕》의 흰고래와 마찬가지로 겸허하게 마주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다만 에이허브가 흰고래를 정복하려 한 것과 다르게 베이커는 송골매라는 절대자를 마주하려면 “인간 특유의 수상하고 괴이한 행동을 피하고, 농장의 적의 가득한 눈동자 앞에 몸을 움츠려라. 두려워하는 법을 배워라. 두려움을 공유하면 가장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겨울 나는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닐 것이다. 나는 사냥 생활이 주는 두려움, 무한한 기쁨, 지루함을 그와 함께 할 것”이라는 각오에서 그런 태도가 드러난다.
잉글랜드 에식스 지방의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면서 자연에 복종하고, 자연이 안기는 고통을 감내하려는 것이 《송골매를 찾아서》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후기를 쓴 맥팔레인은 이 책을 “새를 관찰하는 책이 아니라, 새가 될 수 있는 것에 관한 책”이라고 말한 적 있다(13년 뒤에는 “새가 되는 데 실패하는 것”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만큼 이 책의 핵심을 잘 요약하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그는 “매가 발견되면, 탐사자는 이전까지 찾아 헤매고 기다리면서 겪었던 그 모든 지루함과 고통을 사랑스럽게 되돌아볼 수 있다. 폐허가 된 사원의 부러진 기둥들이 별안간 고대의 장엄함을 되찾듯이,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가가 보는 모든 것이 바뀌는 경험을 독자도 따라가면서 자연을 마주하는 태도 자체를 되돌아볼 것이다.
이 책은 얼핏 송골매를 발견하려는 여정으로 보이나, 실은 자연이라는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에 더욱 가깝다. 이 책의 여정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작가가 구도자의 자세로 글을 쓰고 있어서다. 베이커의 글쓰기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가장 보기 어려운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커는 우리가 오감과 이성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관념이 아니라 그 너머의 실체를 겨냥한다. 즉, 송골매라는 신, 송골매라는 물자체에 도달하려는 불가능한 초월적 인식에 도전한다. 따라서 베이커의 글은 단순히 매를 관찰하고 환경을 고찰하는 조류탐사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고찰에 철저히 무심해 보인다. 그는 작곡가 잉글리시가 “유령 같은 서술자”라고 설명한 것처럼, 자신의 개성이나 개인적인 관점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1962~63년으로 짐작할 수 있는 시기인데도 이 글을 쓴 연도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무시간성 속에서 자연의 영원성을 느끼게 하려는 듯, 작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영원히 미지로 남을 자연을 다룬다.
우아하고 잔인하고 장엄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는 빼어난 문장들
베이커는 과감한 은유, 독창적인 문장구조를 통해 공감각으로 자연을 그려내고자 한다. 형용사와 명사를 비틀어 만든 동사, 초현실적인 직유법, 불타오르는 듯한 부사가 그만의 문체를 만든다. 그의 문장 속에서, 부리가 노란 수컷 검은지빠귀는 “입에 바나나를 문 정신 나간 작은 청교도 같”고, 겨울 들판에서 죽은 산비둘기는 “브로콜리처럼 자줏빛과 잿빛으로 빛”나며, 쇠부엉이 네 마리는 “공기를 잠재”운다. 쏙독새의 노래는 “으깬 포도와 아몬드 그리고 짙은 숲의 냄새가 날 것이다.”
한편 자연을 낭만화하기보다는 “법의학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묘사가 두드러지며 이는 탐미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런 묘사에서 작가는 그간 문학에서 가정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자연의 질서를 절대 파악하지 못하리라는 작가의 신념이 가장 드러나는 면이기도 하다. 이는 송골매가 다른 새를 죽이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매가 다른 새를 죽이는 장면들에 드러나는 잔혹성은 송골매를 아름답기보다는 냉혹한 살인기계로 보이게 한다. 베이커의 문체는 자연에서 인간이 상실한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낭만주의적인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며, 신을 마주하고자 하는 구도자의 문체에 가깝다. 자연이라는 신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 냉혹함, 부조리까지 감내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사이에서 실존적인 의식을 드러낸다. 인류세에서 자연을 행위자로 보려는 시도, 자연을 상실한 이상향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으나, 50년도 더 된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훨씬 앞선다. 초점을 인간과 자연 어디에도 두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같은 선상에서 묘사하려는 베이커의 비-인간적인 글쓰기는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하고, 자연을 사유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금껏 우리가 마주할 수 없던 고유한 문학적 체험을 느끼게 한다. 이 글은 생생한 이미지와 감각 오직 아름다움만을 탐하는 문체의 향연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문장을 하나하나 따라가면 그 끝에는 진정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832477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19일 | ||
쪽수 | 332쪽 | ||
크기 |
142 * 212
* 24
mm
/ 52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Peregrine/Baker, J. 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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