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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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순화
이순화 시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2013년, 시 전문지 『애지』 가을호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이순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는 마치 덩굴같이
모여서 커지고 확산되고 열렬히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차
- 시인의 말 5
1부 흐르는 집
우리 춤춰요 12
평상이 있는 저녁 14
괜찮아요, 할머니 15
무슨 이별이 이리 선명할까 16
갔으면 그냥 가지 18
인형의 집을 나와서 20
그믐 21
날들 22
덜컹거리는 밤기차를 타고 23
비밀의 화원 24
한낮 25
마른 꽃대궁 타고 오르는, 거기 27
흐르는 집 28
별이 지고 별은 지고 29
널따란 오동잎 사이로 강물 흐르네 31
몬순 33
2부 이 저녁 당신 안부를 묻네
돌아보는 것들엔 물기가 배어난다 36
함께 살아보겠습니까 37
여름 38
꿈 40
높새바람 42
이 저녁 당신 안부를 묻네 43
어린 아이와 햇살과 구순 노모 45
멸치 47
4월의 노래 48
알래스까 알래스까 49
사막에 달, 바람은 울고 50
쥐 이야기 51
하이 파이브 52
빈집 53
참새 54
3부 당신이라 부르고 싶은
당신이라 부르고 싶은 56
하늘 귀 58
삼동 59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60
늦은 가을 저녁의 슬픈 눈동자 61
어두워 오기 전에 63
슬픔 64
그리움 65
당신 어두운 방에 수초처럼 흔들리겠습니까 66
비가 내리면 67
계절 68
어느 날 갑자기 70
환상통 71
강으로 가는 길 72
산거미 내리는 저녁 73
조화옹 74
4부 그리운 호랑이
그해 봄밤은 따뜻했었네 76
바다를 옆에 두고 78
새벽 세 시 80
저 바람에 목줄을 걸어라 81
파랑 82
적막 83
내 키 큰 오동나무 84
봄바람 85
11월의 안개 86
봄의 난산 87
달과 마취제 88
근심 90
나의 덩굴 숲 나의 궁전 91
그리운 호랑이 92
49재 93
동지 94
해설자라나는 시, 흐르는 시김지윤 96
출판사 서평
이 책에 대하여
거기서 뭐하세요/ 덩굴 숲에 들어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퍼렇게 물든 손으로// 또 알겠니, 새벽이 오면 내 몸에/ 물 흐르는 소리 들릴지// 가시덩굴 칭칭 감고 그렇게/ 꽃피우기 원하세요?// 얘야 발바닥이 가렵구나/ 젖가슴이 저릿저릿 하는구나/ 들리지 않니?/ 물길 드는 소리// 꽃망울 벙글어/ 피톨 미쳐 날뛰는 소리// 새벽이 오면/ 내 몸에 퍼런 물 흐르겠지/ 덩굴 숲 우거지겠지// 울컥, 헛구역질/ 시퍼런 달빛 쏟아내겠지
----[덩굴 숲] 전문
이 시들의 힘은 따뜻한 ‘봄’이라는 근원을 가지고 있다. 겨울 내 마치 죽어가는 것처럼 내부에 웅크리고 깊이 묻혀 있던 것들이 깨어나고, 돋아나 자라고 생동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제목에 있는 단어들인 ‘덩굴 숲’, ‘봄’, ‘밤’은 모두 무언가를 품어 키우는 것들이다. 숲은 덩굴들을 키우고, 봄은 새로 돋은 잎과 꽃들을 키우며 밤은 어둔 하늘 속에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여린 빛을 비추는 별과 달들을 품고서 하루 일상의 끝에 잠든 생명들을 고요한 쉼 속에서 키워낸다. 「시인의 말」에서처럼, 봄밤, 덩굴 숲으로 가서 작은 벌레가 되어 사는 꿈이란 작은 생명이 되어 품 안에 깃들고 함께 자라나고 싶은 마음이다.
덩굴이 자라나려면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하다. 덩굴은 무언가를 감고 자라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은 관계맺음을 필요로 한다. 혼자 자라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리에서 둘의 존재가 얽히고 섞이는, 공간을 공유하며 깊어지는 관계인 것이다.
이 시집 2부의 제목인 ‘이 저녁 당신 안부를 묻네’처럼 시인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목숨들의 안부를 조용히 묻는다. 존재들은 엉켜있는 덩굴들, 혹은 덩굴과 덩굴이 감겨있는 대상처럼, 서로 연결되고 겹쳐 있다. 그렇기에 한 명 한 명에게 전하는 안부는 이 세계의 안녕을 묻는 일과 같다. 이 바람은 오랜 시간 동안 흘러오며 지나온 곳들의 흔적을 모두 몸속에 품고 있다. 지금 나를 스치는 바람은 “노을 내리는 가을 강을 건너/ 억새 우거진 여름 들판 지나/ 계절이 지나는 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저녁 당신의 안부를 묻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바람에게 당신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존재의 ‘겹침’은 심지어 시간적 단절조차 무화시키고 어떤 경계도 초월하며 일어난다.
돌아보면 겹쳐지는 날들이 많다 덜컹거리는 경부선/ 기차간 흘러가는 낯선 얼굴들이 겹쳐지고/ 작년 핀 해당화 꽃잎에 올해 꽃잎이 그렇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십년 전 저녁노을이 오늘 저녁놀에 겹쳐지고/ 당신이 심어놓고 간 작약 꽃그늘이 올해 꽃그늘에 그렇다/ 당신 먼 길 떠나며 돌아보던 아득한 길이/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위로 겹쳐지며/ 당신 슬픈 눈빛이 내 눈동자에/ 겹쳐 어둔 내가/ 더 어두운 열 손가락 마디마디/ 당신을 겹치고 있다
----「돌아보는 것들엔 물기가 배어난다」 전문
얼굴들엔 “낯선 얼굴들이 겹쳐지고”, “작년에 핀 해당화 꽃잎에 올해 꽃잎이” 겹쳐진다. “십년 전 저녁노을이 오늘 저녁놀에 겹쳐지고/당신이 심어놓고 간 작약 꽃그늘이 올해 꽃그늘에” 겹치며 “당신 먼 길 떠나며 돌아보던 아득한 길”은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위로 겹쳐”지는 가운데 당신의 눈빛은 내 눈 위에 겹친다. 결국 ‘당신’과 ‘나’는 닮은 눈빛을 하게 된다.
걸음은 만나게 되고 둘이 바라보는 세상도 접점을 갖는다. 이것은 밝음만이 아니라 어둠까지도 나누는 겹침이어서, 나는 어두워진 채 “더 어두운 열 손가락 마디마디 당신을 겹치고 있다.”
「돌아보는 것들엔 물기가 배어난다」는 제목처럼 이 시집에는 혼자 앞서 걷지 않고 뒤를 돌아 뒤쳐진 것들을 바라봐주는 마음을 애틋하게 그린다. “어둠이 발등을 두 무릎을 적시기 전에/ 또 하루가 저물어 서쪽/ 별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기 전에/ 모든 추락하는 것에 손을 얹어/ 춤춰요” (「우리 춤춰요」)라고 시인은 쓴다.
기쁨이 아니라 슬픔의 힘으로 춤을 춘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일이 마치 하나의 우주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는 생태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 존재의 추락 역시 한 우주의 몰락과 같다. 맹자는 연민이 인(仁)의 씨앗이며, 인간성의 필수 요소라고 보았다.
왕양명은 『傳習錄』에서 “사람의 마음은 하늘의 연못이다. 마음의 본체는 갖추지 않은 바가 없는데 본래 하나의 하늘이다.”라고 하며 모든 사물의 천리가 마음속에 있다고 인식했다. 그는 다른 존재의 고통을 보며 참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의 어짊과 그 다른 존재가 한 몸이 된 것이라고 하며, 이를 영명하고 밝은 덕이라는 뜻에서 명덕(明德)이라고 했다.
혼연하게 만물과 한 몸이 되면 그들의 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들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추락하는 것”들의 두려움과 고통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어두운 존재’가 되어 지워지게 될 것이고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저물어버리고 나면 “서쪽 별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듯 절벽으로 향해 가게 되어 있다. 모든 이의 운명과 삶은 덩굴처럼 겹쳐 있고,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매달려 이 신산한 삶을 버티며 살아가려고 애쓴다.
이 시인은 공감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적막한 바닷가 버려진 나를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는 감각은 나와 객체를 분리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시인은 “아득하게 떨어져 내리는 우주의/ 가난한 영혼과”(「우리 춤춰요」) 춤추려 하고 쓸쓸한 가을날 작은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 저녁 누가/ 홀로 나와 울고 있나보다”(「늦은 가을 저녁의 슬픈 눈동자」라고 말한다.
그 작은 개별적 존재들은 모두 시인의 마음에 다가와서 겹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천개를 덮고 누운 어둠 속/ 가슴께 통점처럼 아픈 당신”(「슬픔」)이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284412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4월 23일 | ||
쪽수 | 112쪽 | ||
크기 |
131 * 226
* 10
mm
/ 19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혜사랑 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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