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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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0년 선정
시는 사랑이며,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정보
이향아李鄕莪 시인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고, 1963~66년『현대문학』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외에『화음』,『온유에게』,『안개 속에서』등 24권. 수필집으로『쓸쓸함을 위하여』,『불씨』등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으로『창작의 아름다움』,『시의 이론과 실제』,『삶의 깊이와 표현의 깊이』등 8권, 영역시집『In A seed』, 한영대조시집『By The Riverside At Eventide』를 펴냈다.시문학상, 한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ㆍ서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이향아 시인의 담시집譚詩集인『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비판하고, 이 비판적 사랑을 통해 순수한 향기와 빛깔로 세워진 고용한 궁전과도 같은 나라라고 할 수가 있다. “살고 싶은 나라 하나 세우는 일, 죽어서 묻힐 나라 세우는 일, 반역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 숨어서 몰래 모반하지도 망명도 하지 않고, 원하던 나라 하나 비밀처럼 세우는 일”이 이향아 시인의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일 것이다.
시는 사랑이며,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목차
- 시인의 말 5
1부
답사答辭 12
오래된 것을 향한 묵념 13
맨 처음을 만나러 14
횡격막 위에 15
한 주먹 16
한 그루 초록을 문지르면서 17
쓸개 하나 지키려고 18
한 5분쯤 19
봄은 참 틀림없어 20
젖은 빨래처럼 흔들리면서 21
적막을 노래하다 22
미루나무에는 까치 한 마리 23
국화차 24
지나가는 봄 25
고요가 되어 깔리다 26
동지 지나고 27
2부
바다가 보이는 교실 30
답을 쓰지 않았어 31
스며드는 중 32
그래도 파도 위에 너울거렸다 33
잡雜 34
시간은 길을 허물며 사라지고 35
무엇이 되겠는가 36
불새 37
언제 없어졌는가 38
바람이 지나간 뒤 39
왜, 쉬쉬하는가 40
매봉역에서 내리세요 41
살았는지 죽었는지 42
도적을 만나면 43
보통 날 저녁 44
죽은 듯이 파묻었습니다 45
3부
그런 시간 48
혼자서 건너는 바다 49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50
민들레꽃 51
참 잘한 일이다 52
통화 중 53
어제와 내일 사이 54
그렇구나, 그렇겠지 55
버릇이 되었는가 56
명상 57
처리했습니다 58
미친 여자 59
모르는 사이 60
천만다행 61
너는 어디 갔었는가 62
모르고 살았다 63
4부
서른여덟 66
철이 들었습니다 67
증언 68
떠날 것이므로 69
유복녀의 아버지 70
남길 말 71
이제야 알겠습니다 72
윷놀이 73
가벼운 숟가락 74
얼룩 75
희망과 절망 76
잡화점 77
손을 감췄다 78
목소리를 낮출 뿐 79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는가 80
벼랑 끝에서 81
몸서리가 쳐지네 82
해설시간의 캔버스에 그린 고요 궁전이형권 84
출판사 서평
어제는 들을 데려왔으니 오늘은 산을 심을까 봐. 냇물이 흐르는 캔버스에 나무들이 무성해, 나무처럼 크는 나라 하나 세우는 일이네.
그린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 그린다는 것은 빠져서 잠긴다는 것, 혼을 뽑아 그것으로 바꾼다는 것, 날마다 지나는 거리, 좁은 골목을 향해 절을 하면서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새기네.
남아 있는 목숨의 소중한 하루하루, 그윽하게 가라앉힌 작은 텃밭에, 지갑을 열어 비상금을 세듯, 일곱 가지 햇살을 붓에 적시네.
그린다는 것은 살고 싶은 나라 하나 세우는 일, 죽어서 묻힐 나라 세우는 일, 반역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 숨어서 몰래 모반하지도 망명도 하지 않고, 원하던 나라 하나 비밀처럼 세우는 일.
그린다는 것은 바람에 스치는 향기를 모아 영토를 돋우는 일, 빛과 그늘 사이 퍼지는 색깔, 그 색깔을 모아 궁전을 짓는 일. 서툰 목수처럼 지었다 헐고 헐었다가 다시 짓네.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전문
이 시는 그림을 그리는 형식을 빌려 순수한 자연을 지향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의 제목인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는 소란스러운 현실에는 부재하는, 조용하고 깨끗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다. 그 “나라”는 “들”과 “산”과 “냇물”, 그리고 “나무들”로 구성된,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 찬 존재인 인간이 배제된 세계이다. 즉 “햇살에 붓을 적시”어 그릴 수 있는 평화롭고 정결한 세계로서 “살고 싶은 나라”이자 “죽어서 묻힐 나라”이다. 생사를 통할할 만한 그 “나라”를 “그린다는 것은 바람에 스치는 향기를 모아 영토를 돋우는 일, 빛과 그늘 사이 퍼지는 색깔, 그 색깔을 모아 궁전을 짓는 일”이다. 이 자연의 나라는 순수한 “향기”와 “빛깔”로 세워진 고요한 “궁전”과 같이 드높은 세계이다. 이 시의 화자 혹은 시인의 마음은 그곳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사정은 “그린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 그린다는 것은 빠져서 잠긴다는 것, 혼을 뽑아 그것으로 바꾼다는 것”이라는 부분에 인상 깊게 드러난다. 이때 “그린다는 것”은 중의적으로 읽을 수 있을 터,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는 의미와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가 모두 성립한다. “그린다는 것”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정한 자연의 세계에 대한 열망인 동시에, 플라톤 식으로 말하면 이데아의 세계를 모방하는 예술 행위이다. 물론 둘의 의미는 둘이면서 하나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예술 행위는 현실에 결핍된 이상 세계에 향한 열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열망은 완전하기 성취될 수 없어서 “서툰 목수처럼 지었다 헐었다가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이 무한 반복의 행위가 바로 인생을 고양시키기 위한 예술 활동의 운명이다. 이상 세계에 도달할 수 없는 줄 알면서도 끝없이 도전하면서 이상 세계에 육박해 가는 과정 그 자체가 예술 행위의 본래 모습이다. 이와 유사한 인식은 “그림을 그릴 때면 캔버스 바탕에 우선 초록부터 문지르세요.…(중략)… 연둣빛으로 피어나는 향내, 초록색으로 나부끼는 깃발, 갈매색 창공에 깃을 치는 날개가 있습니다. 그가 품고 있는 아량과 기운, 나는 지금 비단 같은 그늘에 잠겨 한 그루 초록을 문지르는 중입니다.(「한 그루 초록을 문지르면서」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이때 “초록”은 순정하고 평화롭고 향기로운 이상 세계로서, 화가 혹은 예술가는 그곳을 향한 “깃발”과 “날개”를 간직한 존재이다. “한 그루 초록을 문지르는 중”이라는 것은 붓질을 하는 행위이지만, 그 내포적으로는 예술 행위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진행 “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예술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편들은, 이 시집의 주인이 한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충실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순정한 자연의 세계는 고요의 경지와 연관된다. 고요는 인간 세계의 잡다한 소음과 복잡한 번뇌에서 멀어진 정신적 경지로서, 노자에 의하면 고요는 마음을 맑게 하여 근본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도덕경?에서 강조하듯이, 인간은 그 자체로 소란스러운 존재이므로 맑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인간 세계에서 멀어져야 한다.
새벽 산책길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맙시다. 우리는 간밤에 함께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품고 있는지 서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안 들어도 들은 것처럼 내 속에 그득히 차오르는 것들, 옳다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격하여 웃는 얼굴을 하거나, 좁은 길에 비켜서서 당신이 잘 지나가도록 길을 내주면서, 걷고 싶은 만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수많은 말씀이 횡격막 위에 쌓입니다.
횡격막 위에, 가슴이라고 우기는 형이상학의 선반 위에. 새벽 산책, 그리고 가슴에 쌓이는 말, 내 하루는 이것 때문에 출렁거리고 이것 때문에 넘칩니다. 걸음을 옮기는 발바닥과 발바닥을 떠받치는 세상의 바닥, 그 바닥을 누르고 나아가는 새벽, 맑고 서늘한 형이상학입니다,
어디서부터 와서 나를 지탱하게 하는지, 깊고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 (「횡격막 위에」 전문)
이 시의 “새벽 산책길”은 고요한 자아 성찰의 공간이다. “나”는 그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맙시다”라고 청하는데, 그렇다고 소통을 위한 “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곳은 “안 들어도 들은 것”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말씀이 횡격막 위에 쌓이는” 역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무언의 언어는 귀로 듣는 말이 아니라 “가슴에 쌓이는 말”로서, 유언의 언어보다 사람의 마음에 더 깊이 파고든다. 그것은 높고 정결한 세계를 만들어 나아가는 기제로서 “세상의 바닥, 그 바닥을 누르고 나아가는 새벽, 맑고 서늘한 형이상학”이 된다. 이 무언의 세계는 “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면서 “깊고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도덕경?의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게 된다(多言數窮)”(5장), “마음을 비우고 고요에 이르라(致虛極 守靜篤)”(16장)는 문장과 상통한다. 이 시는 아침 산책길에 무언의 언어를 통해 고요의 경지라는 높고 평화롭고 정결한 “형이상학”을 구축한 것이다.
고요는 현실과 자아를 소멸하여 얻는 더 깊고 넓은 세계이다. 현실의 소란과 자아의 자만을 최소화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지인 것이다. 그래서 고요는 높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세계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으로 깊이 침전하는 세계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284092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8월 27일 | ||
쪽수 | 104쪽 | ||
크기 |
132 * 226
* 11
mm
/ 19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혜사랑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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