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마다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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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16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강서완 시인은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고,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8년 {애지}로 등단했다. {서랍마다 별}은 그의 첫 시집이며, ‘탈주의 시학’으로 설명을 할 수가 있다. ‘천 개의 서랍이 있고 천 개의 서랍마다 별이’ 피었지만, 그러나 그 별들은 결코 지지 않고 그 빛을 발한다. 천 개 의 서랍 속에서도 비가 오고, 꽃이 피고, 새들이 울고, 수많은 별들이 그 빛을 발한다. 그의 탈주는 불가능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이상적이고,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이다. 요컨대 이 세상 밖의 천국이 아닌 이 세상 안의 천국, 즉 감옥(서랍)에서 감옥 속의 삶을 살며, 그 감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탈주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목차
- 시인의 말 5
1부
달의 비늘이 벗겨진다 12
문명 한 층 14
피노키오 가면 16
사탕수수의 피 18
고전적인 불볕 19
입꼬리를 올린 미라 20
카르페 디엠 22
계단 풀기 24
색청 26
사랑 27
도플갱어 28
긴 여름 30
저녁의 변이 32
녹는점 34
2부
저울 사용법을 들었습니까 36
누군가 내게 총을 쐈다 38
안개, 온몸에 비가 내립니다 40
씨앗의 탈주 42
홀연 풀밭에 떨어진 운석 하나 43
완화곡선 44
파동의 발견 46
선인장 가시가물을 길어 올리는 시간 48
청춘의 얼룩 49
스웨터 50
전언 52
흐르는 기호 54
인디언 핑크 56
수원성 한 바퀴 57
3부
밀밭 소나타 60
그린라이트 61
작은 화분에, 구름 62
동굴유령 64
왜, 백 마리 사슴이 한 마리 치타에게 쫓기는가 66
뜨거운 꽃 67
등불 68
세렝게티, 데생 69
속도의 식욕 70
사잇길 71
날아다니는 건반 72
촛불을 바라보는 눈 73
간이역 74
데크레셴도 75
4부
문을 열자 정숙한 의자가 있다 78
싱크홀 79
인력시장 80
컬러유령 82
꽃밭에서 사람그림자를 치워 줘 83
층층계 84
잉크 86
종유석의 시간 87
화병을 번역하면 88
마지막 층 90
층간소음 92
목이 긴 눈빛 94
저인망 96
3D 열쇠 98
너무, 99
해설벽을 여는 사람안서현 102
출판사 서평
탈주의 꿈:
앞 절에서 인용한 「계단풀기」에서와 같은, 폐쇄된 세계와 그곳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이미지는 이 시집에서 반복하여 등장하고 있다. 「날아다니는 건반」이나 「카르페 디엠」에서는 교실에 갇힌 학생이, 「사잇길」에서는 병원 입원실에 갇힌 사람이, 그리고 「간이역」에는 폐쇄된 마을에 갇혀버린 듯 홀로 남아 있는 노인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작은 화분에, 구름」이라는 시에도 역시 이와 유사한 유폐의 시적 상황과 정서가 드러난다. 그만큼 갇혀 있는 장소를 이탈하고자 하는 ‘탈주의 꿈’도 자꾸만 몸집을 키우게 된다.
커튼 친 백야를
어둠을 분노하는 우리는
정석을 떠나 오지로 가고
창가 화분도 바다를 넘고
때론 옥상에서 투신도 하지
유폐된 달
돌이 된 별
목이 긴 섬
한 조각 그늘을 빠뜨리는 밤
지구 밖을 휘돌던, 그 밤
(「작은 화분에, 구름」, 부분)
위 시에서 좁은 화분에 갇혀 있는 생명의 이미지는 빛을 잃고 어둠 속에 “유폐된 달” 혹은 하늘에서 빛나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 운석을 가리키는 “돌이 된 별”, 외로운 영혼인 “목이 긴 섬” 등의 이미지로 변주된다. 갇혀 있는 “우리”는 “바다를 넘”거나 “옥상에서 투신”하는 등 속화된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거나 탈주하는 꿈을 꾸고 있다. 어린 미래의 주체들은 폐소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소와 탈주와 관련하여 특히 교실이나 학생들의 이미지가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시인이 교육에 대해 가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한다. 교육의 영역은 가장 전형적으로 계단형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각급 학교나 학년의 체계는 물론,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거나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등의 시스템이 그러하다.
꽃 타는 냄새가 나
풀밭 위 붉은 목이 읽혀
여름 냄새 후끈거려
향기 한 마리에 넝쿨진 허공
광년의 그 색깔을 가볍게 해독할 수 있을까
점점 녹슬어가는 기억들
그 어둠까지 꽂은 화병이 아니라면
화병에 물 붓지 말기
화병도 꽃도 미리 쓸쓸해
주변이 다 캄캄해
끝없이 공중의 문을 여는 손짓들
허무를 채우는 색깔로
불쑥불쑥 그늘이 부풀고
짙어지는 생각들
광야를 건너는 그 햇살 꺾지 말기
시간을 흔드는 그 바람 잡지 말기
제 피를 길어 올리지 못하고
담을 넘는 물크러진 미래가 보여
(「화병을 번역하면」, 전문)
위 시에도 미래의 시간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갇혀버린 주체의 폐소 공포가 징후적으로 포착되어 있다. 허무와 어두운 상념에 시달리다 결국 “물크러”져버리고 마는 “미래”의 비극적 모습이다. 이 “물크러진” 꽃은 “향기”와 “색깔” 등 “가볍게 해독할 수” 없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세계에 의해 “꺾”이고 “잡”혀 버린 어린 미래 주체들을 두루 의미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달리 읽는다면 시인은 이들 미래들에게 일말의 탈주의 가능성을 부여하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연에서 꽃은 비록 “물크러”져버리더라도 일단 “담을 넘는”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에서 ‘별’은 제 빛을 잃은 채 갇혀 있는 ‘운석’의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앞서 읽은 「작은 화분에, 구름」에서의 “돌이 된 별”이나 「카르페 디엠」에서의 “상자 속에선 억울한 운석 하나가 눈 감지 못하고 섰다”에서의 ‘운석’), 한편 서정의 지속 가능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안개, 온몸에 비가 내립니다」를 보자. “천 개의 서랍” 속에 간직된 별들은 그 안에서도 “지지 않”고 빛난다. 내밀하게 간직된 순정한 서정의 씨앗인 것이다. 그러나 그 “서랍마다” 간직된 별들은 아마도 그 관습과 상투성 속에 유폐된 시적 가능성을 열고 나가는 외부 지향의 서정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개방과 파열과 탈주의 꿈으로 가득한, 역동적 서정의 세계를 시인이 계속해서 열어젖히기를 기대한다. 짐짓 넘어지며 손을 잘못 짚은 시늉을 하며 “손에 박힌 모래를” 털어내듯 “천 개의 서랍”에 간직되던 별들을 세상에 쏟아낼(「사랑」) 강서완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안서현의 해설에서).
서랍 속에 들어갑니다 서랍 속에도 비가 내립니다
페가수스의 수원水源에 서식한 불안이 웅크립니다
그가 꽂아 두고 간 기억엔 천 개의 서랍이 있고 천 개의 서랍마다 별이 피었습니다
별 속엔 악보의 감정 사이로 몇 광년의 바람이 지나갑니다 음표가 움튼 호수와 나무, 찬란한 날개와 휘날린 색깔들을 어찌할까요? 겨울의 음폭과 물결치는 남쪽은 또 어찌할까요?
서랍 속에서 잠이 듭니다 천 개의 서랍 속에 비가 내립니다
젖은 달빛 속으로 눈 먼 문자들이 날아듭니다 푸른 비린내가 발등에 하얗습니다 붉은 탱고 흔들리는 심장에서 목이 긴 새 한 마리 파닥입니다 그림자 없는 귀에 붕대를 감습니다 목 없는 음표들이 명치를 휘돕니다
밤새 자작나무 이마에서 고열을 나르던 손이 아침을 깨웁니다 천 개의 풍경에 초록이 돋았습니다 이끼 낀 바람이 말갛습니다
지지 않는 그늘이 서랍 속에 삽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281756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3월 21일 | ||
쪽수 | 120쪽 | ||
크기 |
130 * 225
mm
/ 21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혜사랑 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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