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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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2년 선정
이현호 시인의 신작 시집 『비물질』
목차
- 1부
사랑의 발명 / 만약 사랑이란 게 정말 있다면 / 미래의 천사 / 계시 /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 / 야생 / 한여름의 성무일도 / 개량 / 한겨울의 성무일도 / 복숭아벌레를 먹는 저녁 / 열린 결말 / 비물질
2부
액션 / 그네가 있는 어린이 놀이터 / 일요일 / 돌이킬 수 없는 / 눈은 마음의 거울 / 클리셰 / 안녕 / 히어로 / 두 마음 / 이 밤에 어디를 갔다가 오느냐고 / 야식증 / 엔딩 크레디트 / 영원한 산책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해설
시인에 대하여
추천사
-
이현호 시인은 사랑이 초래하는 존재론적 불안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당신과의 마주침을 계기로 자아를 갱신하는 사건으로 옮아갈 수 있다. 그는 거듭 두 사람의 마주 봄에 관해서 말한다. 세상을 등지고 바라보았던 당신의 눈동자에 관해서. 당신의 눈에 비쳤던 자신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한다. 결국 사랑할 때도 사랑 이후에도 당신의 눈동자 속이다. 그렇게 설원의 품 안에 기꺼이 조난 당하듯, 이미 끝이 정해진 슬픈 결말로 향할 때도 그는 사랑을 꿈꾼다. 그래서 그가 발음하는 사랑은 존재에 인내와 용기를 불어넣는다. 담대함과 너그러움을 소유하게 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집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여 발음할수록, 그것이 사랑을 시련으로 삼아 자기 존재를 탈바꿈해가는 방식이 되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얼룩처럼, 슬픔처럼, 악몽처럼 내리는 눈발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간다.
책 속으로
광학기기를 발명한 이들은 사랑에 빠져 있었겠지
그 사람의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현미경을 만들고
함께 있는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은 카메라를 만들고
당신이라는 천체, 그 비밀을 밝혀 멀리 더 멀리까지 환해지고 싶은 마음은 망원경을 만들어
그의 몸짓 하나 눈빛 한 점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순간은 영원으로 기억되고
우리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미래까지 함께 가고 싶었던 맹목으로
당신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계
- 「사랑의 발명」 중에서
영혼이 정말 있어서
공기같이 손끝으로 스윽 가를 수 있는
반죽같이 반쯤 툭 떼어내도 안 아픈
비물질이라면
밤새 작은 돌멩이로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참을 수 없이 물질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영혼의 절반쯤 쭉 뽑아 벼락처럼 날려 보낼 텐데
- 「비물질」 중에서
조금만 더 같이는 얼마큼인지 알 수 없어서
조금만 더는 시간일까 거리일까, 같이는 온도일까 느낌일까
얼마나 조금 더 있어야 너와 나는 같이가 되는지
얼마나 같이 있어야 우리는 조금 더가 되는지
- 「영원한 산책」 중에서
아름다운 문장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들이 그렇다.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모자람과 추함마저도 어찌할 수 없다면 아름답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읊조린다. 내 안은 내가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것들, 나를 스쳐 지나간 것들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당신의 뒷모습도 있다. 나는 그것들 앞에서 늘 어쩔 줄 몰랐다. 어쩌지 못하는 나를 나는 어쩔 수 없었다.
- 시인 노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참을 수 없이 물질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현호 시인의 신작 시집 『비물질』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만나는 K-포엣 스물세 번째 시집으로 이현호 시인의 『비물질』이 출간되었다.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를 펴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1부와 2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 『비물질』에는 모두 2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아름답고, 그래서 또 한없이 슬프기도 한 사랑의 풍경들이 시인의 문장 속에서 끝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시인에게 사랑은 어쩔 도리 없이, 끝없이 불러야 할 이름이고, 시인의 혀끝에서 사랑이 정확히 발음될 때 그 순간 세계는 잠깐이나마 환해질 것이다.
당신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보이는 세계
당신에 비하면 모래알만 한 가치도 없는 세상은 당신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고
볼록렌즈가 햇빛을 한 점에 모아 불을 붙이는 것처럼
그 불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지라도
사랑은 광학기기를 발명했겠지 한 사람을 위해
_「사랑의 발명」 중에서
시집을 펼치면 처음으로 만나게 된 시 「사랑의 발명」에서 시인은 광학기기를 발명한 이들이 사랑에 빠져 있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현미경으로 더 사소한 데까지 들여다보고, 망원경으로 더 먼 데까지 밝힌다. 카메라로 순간을 붙잡는다. 그로 인해 발명된 것이 나머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다 해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인의 세상은 ‘당신’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었다. 그로 인해 쪼그라든 것은 없다. 오히려 ‘당신’이라는 렌즈를 통해 더 증폭된다. 허투루 흘러가는 것은 없고 순간은 영원이 된다.
시인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며 시적인 순간들을 발명해내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들은 시인 혼자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태어난다. “그의 시는 곧장 독자에게 말 건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시인의 혀끝은 그가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먼저 향하는 듯하다.(박동억 평론가)” 시인이 ‘당신’에게 들려줄 단어를 고르고 문장들을 고심할 때 세계는 시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사랑에 대해 물으면 나는
그것, 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당신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_「만약 사랑이란 게 정말 있다면」 중에서
사랑이 정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라도 ‘당신’이 내 말에 응답하듯 고개를 끄덕이면 사랑은 문득 생겨나기도 한다. 시인에게 사랑과 시는 ‘당신’의 화답이 있을 때 더욱 선명해지고 밝아지는 것이다. 아무런 화답을 구하지 못하고 깜깜한 꿈속만을 헤매게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그러한 슬픔도 가만히 응시하는 사람이다.
“이 시집은 영화관의 엔딩 크레디트 앞에서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뒷모습을 그린다. 끝내 당신과 조금만 더 걷겠다고 다짐하며 당신과 나란히 선다. 그렇게 당신을 통해 앞으로 견뎌야 할 시간과 거리와 온도와 느낌을 가늠한다. 당신에게 기대어 세상과 동행한다.”(박동억 문학평론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K-픽션〉 시리즈를 잇는
해외진출 세계문학 시리즈, 〈K-포엣〉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2019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유일무이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인 〈K-포엣〉이 그것이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편을 영문으로도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다. 영문 시집은 해외 온라인 서점 등에서도 판매되며 한국시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예정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56625803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1월 24일 |
쪽수 | 82쪽 |
크기 |
116 * 189
* 10
mm
/ 10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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