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네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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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
저자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은 2013년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자작나무 자조모임에 나오는 성원 6명, 자작나무 스태프 3명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조모임은 같은 경험, 같은 고통, 같은 고민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며 도움을 주고 받는 호혜적인 모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세상의 후미진 구석에서 홀로 울던 사람들이 자조모임에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모임에 와서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듣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치유효과가 있었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자조모임과 동무되어 함께 하는 모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모아져 에세이 모임이 만들어졌다. 참가자는 매주 금요일마다 광화문에 있는 ‘푸른역사 아카데미’에 모여 써온 글을 읽은 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자조모임에서 하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들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3개월을 보내며 나눈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목차
- 삶의 언어를 말하다
자작나무 모임?자살유족의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
프롤로그 / 자작자작 자작나무 타는 소리에서 길어 올린 희망
자작나무 하나 / 고도를 기다리며
자작나무 둘 / 순종의 세월에 딸이 보내 준 선물
자작나무 셋 / 왜, 그렇게 엄마에게 미안했던 거니 내 아들아
자작나무 넷 / 39년 생애를 사느라 참 애썼다, 내 딸아
에필로그 / 자작나무가 세상에 보내는 편지
출판사 서평
‘나’의 역사 쓰기에서 치유를 찾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자살 유족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네 사람의 이야기≫(푸른역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시작은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 자작나무는 ‘자살유족들의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의 약칭이다. 자작나무 구성원들은 십시일반 하듯이 아주 작은 희망으로 슬픔의 벤치를 만들었다. 한편, 에세이 모임은 치유모임이면서 역사모임이기도 했다. 만날 때부터 자기 역사를 쓰자며 서로를 위로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자기역사를 발표했고, 이렇게 책으로도 묶었다. 이것은 치유의 역사학이고, 삶의 고통을 역사의 무대에 올린 것이고,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역사Narrative History로 만든 것이다.
이야기역사가 갖는 치유의 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을 이끌고 이 책을 기획·진행한 임상역사가 이영남 교수(한신대)는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트라우마 생존자는 어떤 역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또한 ‘역사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역사성을 통찰하는 것이라면, 과거의 사건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사람에게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이 역사성을 위해서는, 과연 어떤 역사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를 고민했다. 역사서술은 단순히 교과서 서술과 학교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역사가들은 그렇게 표피적으로 역사를 쓰지 않는다. 역사서술은 오히려 일상의 도처에서 다양한 삶에 섞이고 교직될 수 있을 정도로 심층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은 여기에 충실했다.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역사가들의 모임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쓰는 또 한 사람의 역사가로서 새로운 역사서술을 시도했다. 새로운 역사서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순전히 기억에만 의지해서 썼다. 근대역사학의 창시자인 랑케 이후 역사가들은 기록물을 토대로 역사를 썼다. 따라서 기록물 없이 기억에만 의지해서 역사를 쓴다는 것은 역사가 아니거나 새로운 역사서술이어야 한다. 최근 들어 구술사가 일반화되었다. 인터뷰 형식의 구술작업 역시 기억에 의지한다. 구술작업은 비단 역사서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구술사는 확실히 근대역사학의 전통적 역사서술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의 역사서술로 정착되었다. 이 책이 새로운 역사서술인 이유는 순전히 기억에만 의지해서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구술사와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글로 썼다는 점을 들 수 있다.
② 역사를 이야기 형식의 그릇에 담았다. 역사서술에도 역사가 있다. 1960~70년대에 역사를 파악하고 서술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변화에 대한 정합적인 과학적 설명’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서술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는 이야기역사도 있다. 로렌스 스톤Lawrence Stone이라는 영국의 역사가는 한 논문(The Revival of Narrative: Reflections on a New Old History, 1979)에서 이야기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는 인간의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로 정리하는 것이 이야기역사라고 주장하며,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역사가들이 활용하던 핵심 레토릭 장치’라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꺼내 들었다. 이 책에는 이야기 형식에 담긴 자기역사가 들어 있다.
③ 공동체 역사서술로 쓰여졌다. 근대역사학은 기본적으로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역사가가 자기 이름을 걸고 혼자 쓰는 작업이다. 이에 비해 에세이모임은 서로의 숨결을 기분 좋게 호흡하며 함께 썼다. 물론 쓰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좌절도 컸다. 그러나 서로가 공감하고 연민하며 협력했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1950~60년대부터 유럽에서는 ‘당신의 발밑을 파라’는 슬로건을 표방한 역사작업장운동History Workshop Movement이 진행되고 있다. 자기역사는 자기가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1980~9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쓰기작업Memoir Writing(메므와는 영어 ‘메모리’에 해당하는 프랑스말이다)이 ‘메므와 붐Memoir Boom’이라 불릴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개인작업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중에는 공동체작업(“Shaping Your Stories in Community!”)을 표방하며 커뮤니티를 찾아가 역사워크숍을 여는 단체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뉴욕에서 시작된 허스토리 워크숍Herstory Writers Workshop이 그것인데, 함께 모여 역사를 쓰다보면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그래, 나 혼자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이 말이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은 특히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나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나 혼자 살아도 되는 것인가, 죄책감이 들어 죽음 곁에서 사는 날이 부지기수. 인류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진화했다. 한 개인의 삶으로 좁혀보면 이러지 않을까?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서로가 지피는 모닥불을 쬐며 공동체 역사서술을 했고, 그러면서 성장했다는 것. 이 책에는 새로운 역사서술인 공동체 역사서술로 쓰인 네 편의 이야기역사가 수록되어 있다.
슬픔의 벤치에 놓인 한 통의 편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내 딸은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딸로 영원히 내 마음에 살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 하늘서 별이 되어 우리 가족을 지켜 주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믿음을 담아 자작나무 에세이 모임이 세상에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물론 편지를 읽어달라고 보내는 것이다. 읽고, 우리도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들어 있지만 희망도 있다. 20대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와 10대 딸을 먼저 보낸 엄마, 그리고 20대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와 30대 딸을 먼저 보낸 노모에게 물었다. “그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사람들은 말했다. 부서져 뭉개진 가슴에 대해,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세간에 대해. 그러나 부서진 가슴에는 심장에 박힌 사람이 있었고,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세간에는 온기가 있었다.
책을 먼저 읽은 작가 김운하는 책을 덮으면서 유족과 오래도록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한 자살유가족 이야기를 다룬 책을 번역하면서 어금니를 빼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해야 했는데, 그 이유는 아직 우리에게는 이런 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홍강의(전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는 이 책을 심리부검서로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가 심리적 부검이라 보는 이유는 적어도 가족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그 사건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서 유가족이 성장해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아마도 이야기를 읽으면서 들었던 연민과 공포,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말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특별한 독자만이 읽어낼 수 있는 특수한 경우일까?
책에는 정신보건사업 현장에 있는 정신과 의사의 에세이도 실려 있다. 근거중심의 정신보건사업Evidence-Based Pracice도 꼭 필요하지만 가치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느냐? 근거중심사업은 전문적인 서비스의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개입이다. 응급상황에 얼마나 적절하게 개입했는가, 개입한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뭔지 파악해서 적절히 제공했는가를 구체적인 수치로 검증하는 작업이다. 이에 비해, 가치선행은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데에 방점을 둔다.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수치화하기 힘들지만, 이런 작업은 자살생존자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이야기는 결국 후미진 구석에 놓은 슬픔의 벤치이다. 비통한 사람들이 잠시라도 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동병상련을 겪는 동무의 이야기를 듣는 벤치.
기본정보
ISBN | 9791156120346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12월 29일 |
쪽수 | 224쪽 |
크기 |
153 * 204
* 30
mm
/ 38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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