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타임머신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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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천대와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통예맥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처절하게 살아온 광대들은 목이 잠기면 똥물을 들이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벼슬아치들의 희롱의 대상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노래와 웃음을 팔기 일쑤였다.
이 책은 단순히 전통예인들의 전기적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처했던 시대적 배경과 광대여서 겪어야 했던 수난사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김철호 전 MBC해설위원)가 언론계에 재직하면서 30여 년 동안 전통예인들의 공연과 무대 뒷모습을 톺아보고 각종 자료들을 축적해 펴낸 역작이다. 또한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 ‘2017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철호
저자 김철호는 전북 정읍 출생
건국대, 연세대 경영대학원(석사과정) 수료
경향신문, MBC 기자
MBC 보도국 뉴스투데이, 뉴스데스크 편집부장
경제부장, 문화과학부장, 해설위원(국장)
(주)미디어토스 창업, 대표이사 역임
새울전통타악대학 고법(鼓法)과정 수료(2년)
판소리, 설장고, 가야금 산조 등 학습
국립국악원 운영자문위원 2회 역임
국악 칼럼니스트(현)
목차
- 책머리에 앨런 헤이먼을 위하여 4
추천의 글 녹향의 여운은 떨켜에 남아 있다 金鍾午 9
자전적 후기 소도둑놈 광대에 빠지다 298
1부 한류 0세대 그들의 예술, 삶, 사랑
국창 임방울 〈쑥대머리〉로 삼천만의 가슴을 적시다 16
무업 250년 박병천 “무당의 핏줄은 풍화되지 않았다” 30
천재 명창 안향련 이루지 못한 유명 화가와의 불꽃사랑 37
낙성연의 홍일점 진채선 대원군이 총애한 여류 광대의 비조 45
정3품 광대 이동백 고종 황제를 울리고 웃기다 55
동편광대 박녹주 소설가 김유정의 짝사랑을 뿌리치다 62
평양기생 왕수복 이효석을 사랑한 평양기생의 항일 아우라 70
전설의 여류 명창 이화중선 콩밭 매던 아낙네가 스타 명창으로 78
여류 명창의 높이 김소희 “북 없이 소리 말고 채 없이 소리 마라” 85
국극여왕 임춘앵 남장국극으로 뭇여성들의 눈물을 뺀 빼다 95
가야금 달인 함동정월 〈춤추는 가얏고〉는 결코 춤추지 못했다 102
전설의 무희 최승희 예술, 친일, 월북 이사도라 던컨의 망향가 111
만담가 신불출 “태극은 곧 분단이다” 태극기를 모독한 원조 개그맨 121
하늘이 내린 경기명창 김옥심 김옥심은 왜 ‘재야 인간문화재’였나? 129
1인 창무극 공옥진 “내 춤이 뭣땀시 병신춤이다요?” 137
나라 만신 김금화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 144
가야금 악성 황병기 가야금을 위해 신(神)이 내리다 156
광대 덕목의 결정판 조상현 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 너름새… 164
판소리 디바 안숙선 30대에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하다 174
늦깎이 소리꾼 장사익 ‘찔레꽃’보다 서러웠던 떠돌이 직업 열다섯 번 183
국민효녀 김영임 세상 만부모를 위해 〈회심곡〉 부르기 40년 193
2부 북머리 10년, 산중 10년, 주유천하 10년
“제발 나를 감옥에 가둬 주오” 아편광대들 204
한민족 최고의 애국가 아리랑 210
유신통치가 낳은 풍물 이단아 사물놀이 218
“득음을 위해 똥물도 들이켰다” 명창의 길 226
빛 좋은 개살구 ‘일고수 이명창’ 명창과 고수 232
“동편도 없고 서편도 없고 득음뿐” 판소리 유파 239
판소리의 광팬, 최고 후원자 흥선대원군 왕족의 비호 248
“벼슬도 좋다마는 광대만 하랴?” 양반광대 비가비 256
예비기생 3천여 명이 몰려든 기생사관학교 권번 266
분단시대의 얼굴 없는 복면광대들 월북 명인 명창들 274
소리에 미치고 광대에 홀리다 소문난 귀명창들 283
18세기 판소리, 19세기 산조, 20세기 사물놀이 21세기 ‘신한류’ 290
광대들이 자주 쓰는 말(용어 톺아보기) 305
참고문헌 312
포토 히스토리 라이벌의 미소 314
책 속으로
국창 임방울
〈쑥대머리〉로 삼천만의 가슴을 적시다
일제의 학정이 하늘을 찌를 듯 포악해 가던 어느 해 봄날, 서울 서대문 동양극장 앞이 갑자기 인파로 웅성거렸다. 이날 무대에 오를 청년 명창 임방울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판소리 열성팬들이었다.
동양극장 600여 석이 빈틈없이 들어차고 객석 뒤편과 통로까지 청중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날 공연은 중앙무대에서 명성을 날리던 김창환이 주선했다. ‘근대 5명창’ 중 한 사람인 김창환은 임방울의 외삼촌이다.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임방울은 무대에 들어서자 꽉 들어찬 청중들의 열기에 흠칫 놀라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부채를 들고 그 유명한 〈쑥대머리〉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쑥대머리 (중머리장단)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요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월공부에
겨를이 없어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슬의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 솟아 비추고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보며
전전반측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할까
단장의 설운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가
이화일지 춘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 단장성의
비만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 엽낙시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 연캐는 채련녀는 재룡망채엽하고
뽕따는 여인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인데
날 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겠나
내가 만일 임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섰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의 섰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으로 울음을 운다.
광산 송정리 출신 스물다섯 청년가객 임방울(林芳蔚 1904~1961)이 부른 〈쑥대머리〉는 단박에 청중을 사로잡았다.
슬픈 계면조 가락에 폐부에서 짜내는 맑은 청구성으로 내지르는 솜씨에 청중들은 소리판이 떠나가라 추임새로 답했다.
“얼씨구! 잘한다.”
“저런 소리꾼이 어디 숨었다 이제 왔나?”
“김창환의 조카라더니 과연 손색이 없네그려.”
무대 위엔 열광한 청중들이 던진 방석, 모자, 버선짝이 수북이 날아들었다. 같이 무대에 섰던 기생 하나는 다음 날 비단옷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를 사서 정성스레 바쳤다.
음반회사 간부 하나는 그날로 임방울을 호텔에 재우면서 전속계약을 맺기도 했다.(〈임방울과 김연수〉, 뿌리깊은나무 1977)
〈쑥대머리〉는 <춘향가> 중의 한 대목이다. 신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춘향이 감옥에 갇혀 쑥부쟁이 모습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채 한양으로 떠난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신세 한탄하는 내용이다.
임방울은 후에 ‘계면조의 천재’로 불릴 만큼 비감어린 계면조 소리를 잘 불렀는데 〈쑥대머리〉는 그의 목구성과 잘 맞아떨어져 전무후무한 걸작을 남긴 것이다.
임방울이 슬픈 계면조 가락을 잘 부른 데 대해 천이두 교수(전북대)는 임방울이 처했던 시대적 배경을 들어 분석한 바 있다.
“임방울은 대명창으로 가는 성장기에 조국을 잃고 전형적인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그의 선배들인 송만갑, 이동백, 김창환 등 ‘근대 5명창’들은 통정, 감찰, 의관 등 벼슬까지 받으며 지배계층의 비호 아래 활동했으나 임방울은 조국을 잃어 그런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또 그의 사후에 서둘러 만들어진 ‘인간문화재’라는 제도적 혜택도 그는 받지 못하고 타계했다.”
임방울이 뼈저리게 느꼈을지도 모를 시대적 아픔과 관계없이 동양극장 무대 이후 그의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콜롬비아, 빅터, 오케이 등 그 무렵 유명 레코드 회사들이 다투어 그의 소리를 취입했다. 한 마을에 유성기 한 대도 제대로 없던 시절, 〈쑥대머리〉는 SP음반 100만 장 이상 팔려 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는 물론 만주, 일본에까지 퍼져 나갔다. 일제하의 삼천만 백성은 나라 잃은 설움을 한 서린 〈쑥대머리〉로 달랬다.
임방울은 성공적인 서울 입성 이후 〈쑥대머리〉뿐만 아니라 그의 특장인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등을 다양하게 레코드로 남겼다.
특히 1956년 국립국악원에서 공연 실황으로 남긴 완창 〈수궁가〉(북장단 김세준)는 그의 무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판소리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출한 소리 솜씨며, 적절한 사투리 구사와 해학적 스토리 전개를 통한 ‘아니리(설명소리)’로 청중들은 배꼽을 잡고 소리에 빠져든다. 특히 ‘토끼와 자라 대목’은 배역을 나누는 창극보다 1인다역의 완창을 그가 왜 더 선호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일 년쯤 후에 역시 국악원 연주실에서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적벽가〉(북장단 김재선) 완창도 대단한 공연기록이다. 영
출판사 서평
「쑥대머리」로 삼천만을 울린 천하명창 임방울은 왜 전성기인 50대에 생을 마감해야 했나?
8명의 남자로부터 8명의 동복이성(同腹異姓)의 아이를 낳은 함동정월은 왜 ‘춤추지 못한 가얏고’ 였나?
아편중독의 광대는 왜 스스로 감옥을 찾아 투옥해 달라고 난동을 부렸나?
이 책은 봉건시대 민초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명인명창들의 굴곡진 생애를 다룬 광대록이다.
‘광대’는 조선 중기부터 활동한 전통예인들을 가리키며 중심엔 소리꾼이 있었다. 초기엔 기층서민들과 어울렸으나 양반이나 토호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그들의 연주는 폭넓은 민족음악으로 자리잡아 왔다.
광대는 봉건사회에서 최하층민이었다. 사회적 천대와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직 전통예맥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처절하게 살아온 생활사가 담겨 있다. 일정한 거처없이 동가식 서가숙하기 다반사였고 득음(得音)을 위해 10년 토굴생활을 감수했다. 목이 잠기면 똥물을 들이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벼슬아치들의 희롱의 대상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노래와 웃음을 팔기 일쑤였다.
책은 단순히 전통예인들의 전기적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처했던 시대적 배경과 광대여서 겪어야 했던 수난사를 기록하고 있다.
저자(김철호 전 MBC해설위원)는 언론계에 재직하면서도 30여 년 동안 전통예인들의 공연과 무대 뒷모습을 톺아보고 각종 자료들을 축적해 왔다.
최근 일본, 중국, 동남아, 구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의 뿌리를 저자는 전통음악과 광대에서 찾고 있다. 한류1세대〓TV드라마, 2세대〓K팝, 3세대〓애니메이션은 ’광대‘라는 태생적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대를 ’한류0세대‘로 규정했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100년의 터울로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18세기 판소리, 19세기 산조, 20세기 사물놀이…
“지금이야말로 판소리, 산조, 사물놀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21세기 신한류의 모멘텀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에필로그다.
기본정보
ISBN | 9791155550717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8월 15일 |
쪽수 | 312쪽 |
크기 |
155 * 216
* 18
mm
/ 55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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