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제는 우리나라 모는 국민이 관심을 쏟는 대입제도다. 그동안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현실 세계에서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는 여전히 중요하고, 집안의 명예와 위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이후 12년의 교육이 대입이라는 종착점을 향하고 어쩔 수 없이 대입제도가 변하면 학교는 이를 따라가야만 한다. 교육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서글프게도 학생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어쩔 수 없다.
대입제도는 여러 정책과 맞물려 있다. 고교 평준화, 특목고와 자사고의 존치 문제, 지역균형선발과 사회통합, 사교육, 대학 서열화, 수시와 정시, 3불 정책과 대학 자율 등 수많은 이슈가 얽혀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대입제도를 깊이 있게 다차원적으로 살펴본 학술서는 없었다. 심층 분석은 고사하고 제도 자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도 많지 않다. 대입제도와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려면, 교육정책을 넘어 교육철학, 교육사회, 교육과정, 교육법, 교육사, 비교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고, 한국 사회의 역사적 변천과 사회 질서의 변동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접근조차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 인식하에 오랜 시간 관련된 분야에서 실무와 경험을 축적한 저자들이 대입제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집필에 임한 것은 반갑기 그지없다. 저자들은 복잡한 제도를 쉽게 풀어서 설명했고 무엇보다 대입제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수십 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와 시대별 상황을 탁월한 안목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한 지금 우리가 보는 제도는 역사적 진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산물임을 밝혔고, 대입제도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미친 교육적, 사회적 현상을 조명하고, 신분 제도적 성격을 지닌 대입제도가 영향을 끼친 사회 변화도 살폈다. 마지막으로 교육 제도로서 대입제도가 지향할 방향을 제언했다.
우리는 대입제도를 볼 때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윗부분만 보는 경우가 많다. 대입제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수면 아래 잠긴 밑 부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교육 제도로써 대입제도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대입제도라는 거대한 빙산의 위와 아랫부분, 보 이는 부분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분까지 두루 펼쳐내 보임으로써, 향후 대입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정부의 정책 수립자, 대입 정책의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과 보좌진, 대입 요강을 만들고 학생 선발에 직접 참여하는 대학의 관계자, 대입제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선생님과 학부모, 대입 전형을 분석해서 보도하고 비평하는 언론인, 대입제도를 연구하는 학자와 교육 전문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내용이 바람직한 대입제도와 정책의 수립에 기여함으로써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