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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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정효구 씨의 네 번째 명상 에세이집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근대성이 지닌 한계와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화두로 ‘바다’를 설정하고, 저자가 일종의 ‘바다선(禪)’에 침잠하여 자연스럽게 퍼 올린 시적 명상 에세이집이다.
총 115장으로 구성된 이 ‘바다 연작’의 명상 에세이를 통하여 개인도, 시대도 억압 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있던 영성이자 본성이 깨어나며 좀 더 밝아지고 치유되는 기쁨과 보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목차
- 책머리에 : ‘호모 스피리투스’의 바다 공부에 부쳐
제1부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바다 1>에서 <바다 28>
제2부 바다는 묵언수행자이다
―<바다 29>에서 <바다 56>
제3부 바다는 하늘을 마주하고 산다
―<바다 57>에서 <바다 84>
제4부 바다에 한번 다녀오시지요
―<바다 85>에서 <바다 115>
책 속으로
[책머리에 중에서]
오랫동안, 나의 마음은 ‘바다’에 가서 머물러 떠날 줄을 몰랐다. 2008년에 출간한 『마당 이야기』의 ‘마당’ 이후 내 영혼이 찬탄과 감동과 사랑과 애틋함을 갖고 만난 것이 ‘바다’이다.
『마당 이야기』에서 나는 ‘마당’을 몽상하고 그 철학성과 영성을 현실 속에 전달하는 데에 마음을 쏟았다. 그 책의 뒷부분에서 나는 바다라는 마당과 마음이라는 마당에 대해 언급하고 기술하면서 상당한 미련을 남긴 채 글을 마쳤다. 이 두 가지 마당은 나에게 미래에 탐구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한편으로 불교경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전 공부를 하면서 나는 소위 ‘마음 마당’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 물질적인 바다를 찾아가며 ‘바다 마당’이라는 세계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그 ‘바다 마당’에 대한 공부가 지금 거친 대로, 부족한 대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시대, 우리들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두 가지 마당은 ‘마음 마당’과 ‘바다 마당’이라고 생각된다. 이 두 가지 마당이 마련되고 발견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협소해지고 부박해지고 얕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삶의 불균형과 그 불균형에서 오는 불건강함이다. 이 때의 불균형과 불건강함은 개인의 심신은 물론 사회 전반의 삶의 격이 낮은 단계로 하강하는 것이다.
바다는 이 시대의 최고의 화두이다. 육근(六根: 여섯 가지 감각)이라는 몸의 감각을 가진 인간들에게 바다는 일차적으로 육신의 불균형을 치유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 철학성과 정신성, 미학성과 우주성을 읽어내야만 화두로서의 바다의 내적, 시대적 효용성은 기대한 수준으로 상승되거나 최고의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다.
미흡한 글이지만, 인연 닿는 분들과 바다를 시대적 화두이자 내적 정신성의 세계로 앞에 놓고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시적 언어로 쓴 명상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시적 언어가 주는 특성과 명상의 세계가 주는 특성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이 어려운 시대 속에서 항로를 잃고 좌충우돌하는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든 좀 나아져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인간 된 자의 품위와 지금까지 가꾸어온 인간 종으로서의 정신세계가 어떻게든 꽃으로 피어나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화두로 내어놓은 ‘바다’는 얼마간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인 바다를 거쳐 그것이 영혼의 바다가 될 때까지, 쪽빛 바다를 거쳐 그것이 진리의 바다인 금강의 법해(法海)가 될 때까지 우리의 나날이 바다라는 화두를 품고 밝은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책 속으로]
바다 1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지혜의 대사원처럼
울타리도 없이
대문도 없이
초인종도 없이
편지함도 없이
맨몸으로 그렇게 그곳에 살고 있었다 (15쪽)
바다 30
소리 내어 울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바다이다
아무리 크게 울어도 그 소문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고함을 치기에 가장 좋은 장소도 바다이다
하느님이 놀랄 만큼 화를 내어도 그 소문을 바다는 외부로 흘리지 않는 까닭이다
바다는 말이 없는 묵언수행자이다
바다는 귀가 없고
바다는 말이 없고
바다는 코가 없고
바다는 눈이 없고
바다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본처에 반납한 크나큰 바보이다 (54-55쪽)
바다 84
바다의 가장 큰 공덕은 나뉜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다
끝도 없는 시비와 분별 속에서 마음이 쓰리도록 상한 우리들에게
바다는
그게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말 없는 말로 일깨우면서 하나가 되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115쪽)
바다 109
밤바다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깊어질 때
하늘의 별들은 바다를 드나들며 숨바꼭질하고 논다
바다와 하늘은 아래쪽과 위쪽의 양 극단
법정(法頂) 스님 말씀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이 먼 곳에 무관한 듯 있지만
실은 가깝고 애틋한 관계
밤바다와 천상의 별들을 바라보며
멀지만 가까운 인연을 생각해본다
멀어서 건강한 인연을 생각해본다 (147쪽)
출판사 서평
바다는 지구라는 행성의 3분지 2를 장엄하고 있는 거대한 물의 나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적이고 양적인 거대함을 지닌 물의 나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광대한 우주적 세간사 전체의 은유이자 그 속의 진실상을 가리키는 ‘법해(法海)’의 상징물이다.
정효구 교수의 네 번째 영성 에세이집인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은 근대적 패러다임의 한계는 물론 더욱더 작은 소아에 집착하며 중생심의 질병을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앓고 있는 이 시대의 인간적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쓴 시적 명상의 글들이다.
정효구 교수는 그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심의 시학, 도심의 미학』을 비롯한 다수의 학술서와 평론서, 그리고 『신월인천강지곡』과 『님의 말씀』과 같은 시집까지 출간하였다. 그에게 학술서, 평론서, 시집, 그리고 에세이집은 모두 근대의 막다른 지점에서 좌충우돌하는 인간들의 아픈 삶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시적 명상 에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온 이번의 에세이집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 속에서 ‘바다’는 경계(대상)에 집착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들로 하여금 모든 망념과 번뇌를 일시에 내려놓고 본래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지상의 최고 명약이자 극약과도 같다. 그리고 그 바다는 인공적인 도시문명과 컴퓨터 문명 속에서 기력을 잃고 초라해진 인간들에게 건강한 생명력을 제공하는 우주적 원천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바다의 내적 풍경이 다채롭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바다가 지닌 지혜의 명세표와 내역들, 바다에 깃든 철학성과 정신성, 바다가 보여주는 모성과 영성, 바다에 깃든 무한과 사랑 등이 바다를 오래 사유한 저자의 글을 통해 여실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정효구 교수의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도 바다의 놀라운 내외적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르면서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이 책의 115장의 바다 연작을 읽다 보면 세속사에서 부대끼며 소진되었던 생명력이 충전되고 비틀대던 가난한 영혼이 진정한 휴식 속에서 새로이 살아나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30814445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10일 |
쪽수 | 160쪽 |
크기 |
143 * 202
* 21
mm
/ 32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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