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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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토록 모자란 치고, 당신은 그토록 메마른 자인데.
처음엔 그저 황제가 될 그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코 죽이지 않을 절대적인 그의 편.
내 가문의 안위를 위해 세뇌하듯 했던 말이 시나브로 진심이 되었다.
그가 행복하길, 행복할 수 없다면 인간다운 삶을 살길.
그가 내게 진짜 마음을 줄 거란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는데…….
“전하.”
“왜, 또. 모자라?”
“저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뭔 소리야. 언제는 잘해달라며?”
“조금만 잘해주세요.”
“늦었어. 나는 이제 너를 내 목숨처럼 아낄 테니.”
“…….”
“후회할 거면 지금부터 하도록 해.”
작가정보
목차
- 7. 퍼즐 조각
8. 소유의 의미
9. 열여섯, 태자
10. 자각 없이 피는 꽃
11. 두 번째 데뷔탕트
책 속으로
“너는 네가 내 편이라 했지?”
“……끅, 예.”
“언제까지?”
나는 그의 물음에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루페르트는 내 예상보다도 더 단단히 나를 불신했다. 내가 나라서 믿지 않는다기보다는, 그저 그가 본디 그런 사람이라서.
“내게 원하는 게 있다면 확실하게 말해. 그 편이 다루기 쉬우니까.”
앞에 종이가 있었다면 당장 계약서라도 쓰게 할 듯 합리적인 태도였다. 그 완벽한 불신에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와 내가 서로에게 취하는 태도가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고, 필요한 만큼 믿지 않았다. 나는 루페르트에게 그저 유용할 뿐이었으니 더 절박한 쪽은 당연히 나였지만.
나는 그에게 하찮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으며 나를 믿어달라 아득바득 우기는 것이 더는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전하가.”
“…….”
“전하께서 권력을 쥐고 계시는 한.”
마주친 짙은 녹안이 의구심으로 가늘어진다. 나는 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피하지 않았다.
“나는 권력과 아주 동떨어진 황족인데.”
담담한 부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무감한 얼굴이다.
“내가 아르눌프에게 맞는 걸 보지 않았나? 이곳에서 내 위치는 그 정도다. 언제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지. 내가 살아 있는 건 그저, 황비가 나를 죽일 가치도 없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테이블에 올려둔 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랐다. 루페르트는 내 예상보다 인내심이 깊었다. 그는 나를 채근하지 않고 읽던 책을 팔랑이며 넘겼다.
“황비님의 오판이에요.”
“뭐?”
“저는 전하가 황제가 되실 것이라 믿어요.”
의미 없이 책을 넘기던 손가락이 어느 순간 뚝 멈추었다. 토리가 히끅, 숨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루페르트는 아주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다. 그의 눈이 순간 기이하게 반짝였다. 녹음이 짙어지면 저런 기묘한 요기를 뿜게 되나 보다. 아주 오래되어 누구도 찾지 않는 늙은 숲의 도깨비를 마주한 것처럼 소름이 끼친다.
“재밌는 소릴 하는군. 지금 그 말을 폐하께 전하면 너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말 못 하시잖아요, 당장은.”
“네 가정이 맞다 쳐. 그래서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루페르트는 내가 따라놓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가 찻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다 대답했다.
“벨루아를 보호해주세요.”
“뭐로부터?”
너로부터.
기본정보
ISBN | 9791130040905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1월 16일 |
쪽수 | 536쪽 |
크기 |
150 * 200
* 30
mm
/ 67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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