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자흔을 쫓는다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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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신여리는
은위, 돌시아니 등의 필명으로 웹소설 작가 활동 중.
누군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 그러나 게으른 아가씨.
무더운 7월의 첫째날 태어난 게자리.
blog▶http://blog.naver.com/shinyeori
- 출간작
물의 자흔을 쫓는다(구)
수라화
가시나무 우는 성 1부
바라연
- 출간 예정작
마리포사 mariposa
이매?魅
목차
- 《1권》
#서장
#첫 번째 장. 흘러간 이야기
#두 번째 장. 퀸시오
#세 번째 장. 겨울의 기사들
#네 번째 장. 북서해의 제왕
#다섯 번째 장. 여인의 한
《2권》
#여섯 번째 장. 엘올라의 봄
#일곱 번째 장. 그들은 꽃을 지르밟고
#외전. 수원의 그루터기
#여덟 번째 장. 지스카르
#외전. 밀러 헤센, 관찰자
#아홉 번째 장. 소리의 추억은 미명을 부른다
《3권》
#아홉 번째 장. 한비의 여정
#열 번째 장. 물가에 억새가 피면
#열한 번째 장. 원추리 꽃이 고개를 든다
#열두 번째 장. 탕아들의 공방전
《4권》
#열세 번째 장. 왕의 자질
#열네 번째 장. 끝의 시작
#열다섯 번째 장. 종야를 울리는 소리
#최종장.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작가 후기
《외전》
#첫 번째 에필로그. 말로리의 집
#두 번째 에필로그. 그루터기에도 꽃은 피어난다
#세 번째 에필로그. 다시, 그곳으로
#앙상블로의 길. 이스털리 윈드easterly wind
#작가 후기
책 속으로
제르는 품안에 간직하고 있던 둘둘 말린 능라 조각을 펼쳤다. 피로 얼룩진 능라 속에서 낡은 은빛 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긴 목소리가 모은 무릎 사이로 삭혀졌다.
“엔사…….”
눈물 따윈 말라버린 지 오래였다.
의미 바랜 증오만 젊은 가슴에 품고 있다. 나약해지지 않으리라. 스물여섯 해를 살며 깨달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걸 몰랐던 시절 약점이 되었던 이들은 모조리 죽어 사라졌다. 유일하게 남은 약점. 그것은 스스로 떠나보냈다.
낳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첫 아이의 악몽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와 그녀의 손을 잡기 전에 선택해야 했다. 살 찢기고 가슴 찢기는 죄의식조차도 사치. 악독한 계집처럼 아이를 팔아넘기는 서신을 쓰고, 또 쓰고. 그래서 지금 그녀는 이곳에 있었다.
핏덩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는 허울마저도 그저 변명이었다. 제 나약함의 변명이었다. 결국 현실은 아이를 대가로 땅까지 얻어낸 극악무도한 여자 한 명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 땅도 그냥 땅인가. 독립령이다.
극악무도하다.
“……극악무도한 어미라.”
그녀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그냥 되씹었다.
‘기뻐해라, 제르. 기뻐해.’
헛웃음으로 온 속이 헤집어졌다.
두 번이나 수태를 했던 그녀는 제 손으로 아기를 안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첫째는 배 속에서 죽어 사라졌고, 둘째는 산통으로 정신을 잃은 사이 그녀의 품을 떠났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내가 아이라는 걸 낳긴 했나?’
“…….”
그녀는 고갤 돌려, 저 멀리의 남쪽을 응시했다. 잊지 못하리라. 저곳에서 살아 숨쉴 제 아들을 잊지 않으리라. 스스로가 그들에게 ‘죽은 어미’가 되겠다고 했다.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굴종이었다. 그마저 잃을 수 없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본디 그녀는 데바람 왕의 첩실이었다. 단순한 첩실을 넘어서 총비라 불리기도 했다. 그것이 얼마나 높은 지위이냐는 상관없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부와 명예도 헛것이었다. 호시탐탐 자신을 위협하고 노리던 개새끼의 앞에서는 모조리 헛것. 전쟁으로 조실부모하고, 운이 나빠 늙은 왕의 눈에 들어 어린 동생 셋의 목숨을 인질로 더 없을 호사를 누렸다. 동생들이 죽어나갈 때도, 그녀만큼은 호사를 누렸다.
다른 목숨을 양분 삼아 질기게도 살아남았지 하는 생각에 그냥 웃음이 터졌다.
“여어, 아가씨.”
깜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면식 있는 이의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뭐야. 우냐?”
레이스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남자가 이가 몇 발자국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체하며 그를 쏘아보았다. 무시할까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무시하지 않을 듯했다. 손으로 왼 얼굴을 훑어낸 그녀가 냉랭히 말했다.
“오지랖도 넓군.”
“여기서 뭐해? 너 말 험한 건 천성이냐? 갈 거야. 우리도 가는 길이 바쁘거든. 근데 여기서 왜 질질 짜고 있냐. 투신이라도 하려고?”
“테이 님, 그냥 지나가시면 될 걸…….”
테이. 아. 그래, 그 이름이었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저렇게 인생 다 산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내 배알이 꼴려서 그렇지.”
“저쪽이 인생 다 산 얼굴인데 왜 댁 배알이 꼴립니까.”
“너 남의 속 좀 헤아려봐라.”
“댁부터 제 속 좀 헤아려주시죠.”
주종관계인 듯 보이는 그들은 처음 보았던 그날처럼 투닥거렸다. 제르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근데.”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화들짝 놀란 제르가 거칠게 그의 팔목을 쥐어뜯듯 떨쳐냈다. 그로 그치지 않고, 그녀는 놀란 테이가 물러서기도 전에 뺨을 올려붙였다. 테이는 놀라울 정도로 재빠른 반사 신경으로 얼굴을 살짝 뒤로 젖혀 턱을 살짝 긁히는 것으로 갈등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오히려 뒤에 서 있던 금발 남자가 오만상을 찡그리며 소릴 높였다.
“테이 님!”
분이 풀리지 않은 제르가 씩씩거렸다. 온몸에 소름이 끼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그녀는 테이에게 붙잡혔던 팔목을 마구 문질렀다.
“어이…… 아가씨. 내가 뭘 했다고 다짜고짜 그렇게…….”
토하고 싶어질 만큼 급하게 심장이 뛰었다. 제르는 치미는 구역질에 그대로 몸을 돌려 벼랑을 내려왔다. 죽음이 뒤쫓아 오는 것 같은 기시감, 온 배 속을 칼로 휘젓는 듯한 통증에 그녀의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출판사 서평
《1권》
나는 제르 시나와 엘 제이하이 카르시탄.
누이사 왕의 질녀이자 제이하이의 혈통을 지닌 카르시탄이다.
제르 시나와.
데바람의 총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원수국으로 도망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혹한 땅의 영주가 된 그녀의 앞에 놓인 끊이지 않는 불신, 거듭된 절망
그리고 잘라낼 수 없는 인연.
상처를 온몸에 휘감은 채 살아남은 그녀의 새로운 삶이, 역사가 시작된다!
창가에 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충직한 기사는 무수한 말들을 삼켰다.
“……경은 아마 모를 거다.”
“…….”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여인이 유일하게 남은 한 가지에 얼마나 집착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그대도 아마 놀랄 테지.”
죽은 가을의 낙엽처럼 메마른 자조. 화려한 옷감 대신 누추한 망토를 선택한 그녀의 초라함이 그려지는 듯한
“참으로…… 긴, 겨울이구나.”
그런 목소리였다.
《2권》
묻지 마라. 그대는 아무것도 내게 물을 필요가 없다.
나에 관한 것은 언젠가 새벽이슬처럼 잊게 될 테니
나에 대한 것은
어느 것 하나도 머릿속에 담아두지 마.
제르 시나와.
데바람의 총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원수국으로 도망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혹한 땅의 영주가 된 그녀의 앞에 놓인 끊이지 않는 불신, 거듭된 절망
그리고 잘라낼 수 없는 인연.
상처를 온몸에 휘감은 채 살아남은 그녀의 새로운 삶이, 역사가 시작된다!
가슴에 묻기 좋은 날이다.
“날이 좋구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몇 걸음 걷던 그녀가 고개를 젖혔다. 하늘 가득 드리워진 건 하얀 양떼구름이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끔찍했던 어제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날은 아니었다.
최악의 순간은 지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건 이 지독한 세상이 그녀에게 준 단 하나의 공평함이었다.
《3권》
이곳엔 등불조차도 없었다.
멀건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진 어둔 밤.
그 암흑 속엔
자신과 저 사내, 둘뿐이었다.
제르 시나와.
데바람의 총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원수국으로 도망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혹한 땅의 영주가 된 그녀의 앞에 놓인 끊이지 않는 불신, 거듭된 절망
그리고 잘라낼 수 없는 인연.
상처를 온몸에 휘감은 채 살아남은 그녀의 새로운 삶이, 역사가 시작된다!
““네 진심은 모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쳤으면 더 좋았을 터다.”
아주 조금의, 인간이 인간에게 기댈 수 있을 만큼의 동정심이 존재한다면.
“너는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너에 대해 알고 있어."
네가 나의 일생에 대해 안다면, 조금이라도 나를 헤아리려 했더라면…….
너만은 내게 그리 말해서는 안 되었다.
《4권》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만 감사의 꽃 한 송이를
당신께 보내드립니다.
제르 시나와.
데바람의 총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원수국으로 도망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혹한 땅의 영주가 된 그녀의 앞에 놓인 끊이지 않는 불신, 거듭된 절망
그리고 잘라낼 수 없는 인연.
상처를 온몸에 휘감은 채 살아남은 그녀의 새로운 삶이, 역사가 시작된다!
서신의 접힌 부분에 곱게 끼워진 다알리아 한 송이가 물씬 향을 풍겨왔다.
그녀는 수줍어 바스라지는 향기가 아쉬워 서신을 덮었다.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기억할 것이다.
이 순간 또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작금이라는 것을.
《외전》
그와 함께 삶을 걸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온 세상이 황혼으로 물든 꽃밭이더라.
향취가 그윽하여,
지나온 길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제르 시나와.
데바람의 총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원수국으로 도망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냉혹한 땅의 영주가 된 그녀의 앞에 놓인 끊이지 않는 불신, 거듭된 절망
그리고 잘라낼 수 없는 인연.
상처를 온몸에 휘감은 채 살아남은 그녀의 새로운 삶이, 역사가 시작된다!
“너는 내 젊음의 마지막 아픔을 함께 이겨내준 한 사람이다. 언젠가는 아픔 뒤에 성장이 아닌 아픔 뒤
에 부서짐이 뒤따르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찾아오겠지만 그 미래에도.”
“…….”
“네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그녀는 그와 함께 삶을 걸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온 세상이 황혼으로 물든 꽃밭이더라.
향취가 그윽하여,
지나온 길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기본정보
ISBN | 979112958737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20일 |
쪽수 | 2356쪽 |
크기 |
151 * 215
* 137
mm
/ 3461 g
|
총권수 | 5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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