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판 머리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듯이, 지난 3~4년 동안 한국사회와 여성의 삶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에서 일어난 여성 살해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국가가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한 여성들의 불안과 분노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정국을 거치면서 평등한 사회를 향한 뜨거운 갈망으로 변모하였다. 공고한 가부장 문화의 위력은 관련법 집행은 물론, 사회구성원의 인식에도 불평등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자각이 그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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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판 머리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듯이, 지난 3~4년 동안 한국사회와 여성의 삶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에서 일어난 여성 살해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국가가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한 여성들의 불안과 분노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정국을 거치면서 평등한 사회를 향한 뜨거운 갈망으로 변모하였다. 공고한 가부장 문화의 위력은 관련법 집행은 물론, 사회구성원의 인식에도 불평등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자각이 그것이다. 특히 2018년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젠더평등이 없는 허약한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하게 하고,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시민 민주주의의 형성을 위한 숙제를 구성원들에게 묻고 있다. 미투 운동은 여성 개인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이 사실은 노동시장 내 극심한 차별, 정치적 영역에서의 배제와 주변화, 가사 및 자녀 돌봄의 전담 등과 같이 한국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불평등 구조와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성차별과 폭력이 젠더권력을 유지, 강화하고 있다는 통찰을 하게 하였다. 또한 역량과 자질로 무장한 개별 여성들의 집합이
커지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여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들에 대한 전면적 저항이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여성에 의해 촉발되고 주도된 미투 운동은 분명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된 것이다.
2019년 4월 11일, 1953년 제정되어 지난 66년 동안 여성의 존엄과 재생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낙태죄 또한 폐지되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은 지난 20~30년 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준비해왔던 수많은 노력의 결정체이며, 여성들의 연대와 네트워크 형성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이다. 이처럼 여성은 강고한 성차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불의와 부정의에 항거하여 여성의 권리 향상과 성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로 쓰는 여성복지론: 쟁점과 실천 집필은 불평등한 젠더구조에 의해 발생되는 갖가지 차별, 억압, 착취, 부조리, 혐오들에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고, 이를 극복해가는 방법과 실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였다. 젠더 불평등을 극복하는 길은 차별과 억압을 자각하고 바꾸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부디 새로 쓰는 여성복지론: 쟁점과 실천이 이런 변화와 도전의 여정에 작은 기여가 되기를 소망한다.
2차 개정판은 전체적으로 책의 순서나 내용을 크게 수정하지는 않았다. 저자들은 제1차 수정판에서 여성복지론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통해 장(chapter)의 구성과 순서를 변경하였고, 제14장(여성과 장애)과 제15장(여성과 나이 듦)을 추가하였다. 2차 개정은 일차적으로 최근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젠더 이슈들을 추가하는 데 주력하였다. 1차 개정판 이후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법률개정과 통계현황을 정리하고, 최근의 급격한 변화를 분석하는 데 힘을 쏟았다. 다음으로는 독자들로부터 제기된 문제나 코멘트를 반영하여, 장별로 특정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을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손질하였고, 외국 사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의 혼선도 조정하여 매끄럽게 읽히도록 노력하였다.
2차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생각은 있었지만 선뜻 개정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필자들을 끊임없이 채근해준 양서원 출판사에 감사한다. 편집 작업을 훌륭하게 마쳐주신 편집부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또 2차 개정작업에 자료 정리와 교정작업을 보조해준 인천대학교 남이해 석사과정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여성복지 실천 현장과 기관에서 묵묵하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궁극적으로 여성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평등한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들과 당사자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여러 의견과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여러 교수자와 학생, 독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우리 저자들 또한 시대를 읽고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인사에 대신한다.
2019년 7월
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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