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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다
백령일지는 저자가 2013년 5월 24일부터 6월 4일까지 백령도에 체류하면서 겪었던 일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저자는 하나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만들 목적으로, 백령도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서 10m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3박 4일 동안 캠핑을 하며 처음 출발했던 하늬해변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백령일지는 섬에 입도하여 사전답사를 하고 도보일주 후에 섬을 빠져나오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노기훈
2010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동대학원 사진학과를 순수 사진 전공으로 졸업했다. 2015년 제8회 KT&G 상상마당 한국 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SKOPF 올해의 최종 작가로 선정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 11기 입주작가,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 입주작가, 현대카드 가파도 AIR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참여한 전시로는 공간 지금여기 [미장센], 아르코미술관 [The Un-bound Archive], 서울시립미술관 [오프앤프리 국제확장영화예술제] 외 다수가 있다. 작가 홈페이지 www.no-ki.com
목차
-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인천작업실, 맑음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백령도 1일 차, 흐림
인천-백령도-사곶해변-중화동 포구-중화동 교회
-콩돌해안-대피소-숙소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백령도 2일 차, 비 오고 세찬 바람
숙소-심청각-백령병원-칼국수집-천안함 위령비
-연화리 해변-두무진-용기포-숙소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백령도 3일 차, 폭풍
숙소-백령초등학교-사곶냉면-숙소-샤넬다방-당구장-숙소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백령도 4일 차, 안개비
레지던시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백령도 5일 차, 맑음
레지던시-하늬해변-용기포-사곶해변-콩돌해안-장촌 포구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백령도 6일 차, 맑음
장촌포구-장촌마을-중화동 포구-북포리-레지던시
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백령도 7일 차, 맑음
레지던시-중화동 포구-천안함 위령비-연화리해변-두무진
2013년 6월 1일 토요일
백령도 8일 차, 맑음
두무진-사항포구-어릿골해안-고봉포구-하늬해변
2013년 6월 2일 일요일
백령도 9일 차, 흐림
2013년 6월 3일 월요일
백령도 10일 차, 흐리고 비
2013년 6월 4일 화요일
백령도 11일차, 맑음
2013년 6월 5일 수요일
백령도 12일 차, 흐림
레지던시-용기포 선착장
책 속으로
[작품 속 한 줄]
수십 번 상상해봤건만 다시 한 번 상상해 본다. 뱃길로 224킬로미터, 북한 땅과 불과 1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이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졌다가 연꽃을 타고 연봉바위에 걸렸다는 설화가 내려오는 그 위험천만한 바닷 물살이 감도는 곳이다. - 12p
우리에게 최북단 백령도가 섬 특유의 고즈넉함과 풍부한 해산물로 대변되는 지역이 아닌 것처럼, 백령도 사람들도 그들 스스로의 삶이 단지 전쟁이 가르쳐 준 이념의 잔재를 자신도 모르게 환경의 일부로서 체화한, 어찌 보면 삶과 구별해낼 수도 없는 일상적인 리듬으로 군이 침투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24p
백령도에 들어오는 모든 물품은 육지에서 배를 통해 들어오는 수고를 거친다. 해상운송을 한 단계 더 거치니 자연스레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육지에서는 24시 편의점보다 일반 가게들이 조금이라도 싼 것이 일반적이지만 백령도에서는 처지가 반대로 바뀌었다. - 84p
하늬해변을 시작으로 철책이 끝나는 지점에 해안 초소가 나온다. 이방인을 주시하는 초소병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 관광객인 척 촬영한다. 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 초소병들이 익숙하겠거니 했지만 나도 모르게 어떠한 죄책감이 들어서 괜스레 사진기를 감춘다. - 93p
혹시나 이것을 먹고 속이 상해서 내일의 일을 하지 못하지는 않을까, 철이 지난 해산물을 먹다가 폐디스토마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샌님과 같은 걱정이 닥쳐왔기 때문에 할머니의 호의를 미소 띤 거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네들이 평생을 걸쳐 따먹는 해산물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나의 건강한 의식과 결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번 생각이 이러하게 흘러가니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지 못하겠더라. - 113p
백령도의 음주문화인 것일지 그들 사이에는 술잔 하나로 여럿이서 돌리는 특이한 주도가 있었다. 단 하나의 잔만을 사용해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데, 술잔이 비면 왼쪽편의 사람에게 건네는 식이다.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의 한정을 두지 않는다면 만약 동네에 잔치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런 방식이 꽤나 비위생적인 면이 많아서 처음에는 좀 거부감이 들었지만 술이 너끈하게 올라오니 술잔을 이리저리 돌리며 남의 입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 일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 134p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일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코너를 마주할 때이다. 후반작업에서 어떻게 이어 붙일지 막막하다. 갑작스레 피로가 몰려온다. 날도 어두컴컴하니 곧 비라도 쏟아질 것 같다. 두무진이 백령도에서 가진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을 두 개 넘어온 육체의 피로가 더 이상은 걸어갈 수 없게 만든다. 처음 생각과 다르게 두무진 안쪽으로 들어가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한다. - 157p
철책과 나뭇잎밖에 보이지 않는 산길을 오르면서 지뢰와 같이 위험한 물건을 상상하는 것은 몸에 있는 땀을 모두 쏟아내기에 충분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 간이진지에 다가가 북녘바다를 보고서야 확 트인 광장에 선 듯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민간인들은 누구도 닿지 못했을 곳에 서서 북한이 바라다 보이는 가장 가까운 바다에 와있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 177p
백령도에서의 일들을 곱씹어 본다. 걷는 고통을 이기고 이 자리에 누웠다. 팔목도 제법 잘 돌아간다. 내 몸은 이제 백령도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어떤 선, 항로를 따라 별일이 없는 이상 6시가 되면 인천에 도착할 것이다. - 189p
출판사 서평
ㆍ 백령도를 여행하며 느낀 설렘과 감동을 엿보다
세 장의 엽서와 함께 만나는 백령일지 아트세트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진행 중인 저자는 백령도를 여행하며 느낀 설렘과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엽서를 제작하였다. 백령일지 세트는 단행본과 세 장의 엽서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박스에 담겨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여태까지의 백령도를 떠올려본다. 머리를 욕조 물에 담그고 몸을 자유롭게 내버려둔다. 나는 백령도에 부유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시적인 생각을 해본다. 식당 주인의 얼굴과 중화리 이장의 얼굴, 쓰러져 가는 집에서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그들 위에 둥둥 떠 있다. 목욕이 개운하지 못하다. 때도 안 나온다. 밖으로 나와 창밖을 보는데 어둠 속에서도 아무런 느낌이 안 든다. 내일이면 이 섬을 빠져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몸을 바쳐 어느 특정한 공간을 흡수한다는 것은 나도 알지 못할 깊은 정을 남긴다.” - 본문 中
ㆍ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는,
호밀밭출판사와 협성문화재단의 NEW BOOK 프로젝트
협성문화재단은 2016년부터 NEW BOOK 프로젝트 공모전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직접 쓴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기록하고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응모작 중 6편을 최종 선정한 뒤 도서출판 호밀밭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완성도 있는 책으로 선보인다. 2018 NEW BOOK 프로젝트에서는『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권갑점),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조수진),『침대는 예술이다』(김주원),『나는 고양이쌤입니다.』(김화수),『백령일지: 백령도에서의 12일간의 기록』(노기훈),『죽으려고 했어.』(이소리)가 선정되었다. 매년 6월 공모전이 진행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원가능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98937799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2월 15일 |
쪽수 | 196쪽 |
크기 |
105 * 148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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