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분의 1의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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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뒤따르던 차량의 사고로 6중 추돌사고가 벌어진다. 우연히 이 현장을 촬영한 야마가 교스케는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든 셔터 찬스였단 극찬과 함께 신문사 사진 공모전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사진 속 차량 안에 갇힌 사람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논란과 함께 그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이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인과가 있음을 깨닫고 야마가 교스케에게 접근하는데….
작가정보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서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킨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의 문학적 뿌리이자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41세 늦은 나이로 데뷔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그는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고,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해간다”는 신념을 지니고 전력투구의 필치로 천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1909년 기타큐슈의 작은 도시 고쿠라에서 태어난 세이초는, 40세가 될 때까지 작가가 될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궁핍한 환경에서 열악한 세월을 보냈다.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역사는 1950년부터 마침내 극적으로 펼쳐졌다. 〈주간 아사히〉 공모전에 그의 데뷔작 『 사이고사쓰 』가 당선되었고, 이후 비록 재능은 있지만 고단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주인공을 그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 』으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 상에 후보로 올랐다가 도리어 아쿠타가와 상에 당선되는 행운을 거머쥔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실로 파천황 같은 대반전이었다. 이후 전업작가로 나선 세이초는 창작력에 불이 붙으면서 “공부하면서 쓰고, 쓰면서 공부한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1955년에 발표한 『 잠복 』부터 장편소설 『 점과 선』 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연이어 제로의 초점 『 눈동자의 벽』 ,『 모래그릇』 등을 내면서 세이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부동의 지위를 쌓는다. 그는 마치 중년에 데뷔한 한을 풀기 위해 일분일초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의 모든 생애를 창작활동에 쏟아 부었다. 작가 생활 40년 동안에 쓴 장편이 약 100편이고, 중단편 등을 포함한 편수로는 거의 1,000편, 단행본으로는 700여 권에 이른다. 많이 썼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소설가로 자리를 잡자마자, 세이초가 다음으로 파고든 것은 논픽션이었다. 1961년 51세에 문제작 『 일본의 검은 안개 』를 발표해서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대유행처럼 쓰였다. 이어서 1964년부터 7년간에 걸쳐 집필한 『 쇼와사 발굴 』은 그의 작품 가운데 혼신의 대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공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세이초였기 때문에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창작 세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이초는 평생 온갖 규범을 넘어선 작가였고, 전쟁과 조직과 권력에 반대한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문단과 학계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76년부터 실시한 전국 독서 여론조사(마이니치 신문 주최)에서 10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하게 국민작가의 지위를 얻었지만, 관에서 받은 훈장은 평생 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과학, 인문,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했다. 현재는 경기도 축령산 자락의 수동마을에 자리를 잡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에하시 나호코의 《야수》,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 《천둥의 계절》 《가을의 감옥》, 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슬로모션》, 슈카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 《새빨간 사랑》,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등이 있다.
목차
- 연간 최고상
반향
현장 조문
꽃다발과 히나 인형
초보자의 방문
야마가 교스케라는 사람
우연을 물고 늘어지다
불덩어리
다시 현장으로
현장 조사
종잇조각들의 실체
조명기구
소개자
무적 소리 들리는 객실
전화와 활자
두 개의 시든 꽃다발
내면의 목소리
시대의 증언
현장 사전 답사
어둠 속을 함께 걷다
죽마
크레인 위
촬영 문답
사고 현장 이야기
15미터 아래
현장검증
담배꽁초와 부인
늘 혼자
대마의 계절
가노잔 산으로 가다
밀교 사원
산 위의 밤
최고점 352미터
환시 환각
최후의 불빛
소름이 돋을 만큼 현대적
역자 후기
책 속으로
희생자의 언니가 비탈면에 기대어 놓는 형태로 꽃다발을 갓길 가장자리에 놓았다. 복사꽃의 붉은빛과 유채꽃의 노란빛이 마른풀 앞에 선명하게 비쳤다. 언니는 고개를 숙이고 간절히 합장하면서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이내 오열하기 시작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어깨가 하염없이 파도쳤다.
남자는 그녀와 나란히 합장했다. 그 역시 어깨를 떨었다. 욱, 욱, 하는 이상한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격한 통곡이 되었다. 무릎을 꿇고 있다가 앞으로 엎드린 자세가 되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조심스레 뒤를 돌아다본 교통계장은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 처제인 야마우치 아키코를 꽤 사랑했던 게로군, 하고 생각했다.
- p.49
“하지만…….”
그가 시선을 쳐들며 말했다.
“사고는 언제 어느 구간에서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도메이 고속도로에는 커브 구간이 무수히 많습니다. 특정한 지점에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또 설령 그 지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게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
다. 낮에 일어날지 밤에 일어날지도 알 수 없지요. 니시다 씨의 말씀대로라면 야마가 씨는 꿈처럼 막연한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만…….”
“그게 바로 야마가 군의 집요함이죠. 상식적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에게는 그런 이상한 기질이 있어요. 이상한 피사체를 추구하다 보니 성격도 이상해진 거겠죠.”
니시다는 다시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률이 희박한 것을 끈기 있게 기다린다니, 글쎄, 과연 어떨까요.”
“하시모토 씨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실제로 그 사람이 그날 현장에서 밤 11시에 대형 사고 현장을 촬영하지 않았습니까.”
- p.79
출판사 서평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경우
보도와 인명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우선하겠는가?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을 우리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개인이 자기표현을 위해서 하는 행동을 사회는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개인이 자기표현을 위해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제지할 논리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럴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야마가 교스케 정도의 촬영자 및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명’의 뿌리인 사회적 지위와 보수에 개의치 않는다면 ‘적的’을 떼어 버리고 단숨에 저널리스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바꿔 말해 우리는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먼 일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회만 된다면 ‘보도’라는 행위를 통해서 쉽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해설-「소름이 돋을 만큼 현대적」, 미야베 미유키
한밤중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6중 추돌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트럭이 전복되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달아 추돌하며, 6명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는다. 마침 근방에서 야경을 찍으려 했던 아마추어 사진가 야마가는 이 현장을 카메라에 담게 되고 그 사진은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들어 낸 사진이라며 격찬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사고를 통해 약혼녀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사고와 야마가의 사진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야마가에게 접근하는데…….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사람이 죽어 가는 현장이라면? 사진을 먼저 찍어야 할까,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고민 없이 사람의 목숨부터 구할 수 있을까?
한밤중의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6중 추돌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트럭이 전복되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달아 추돌하며, 6명의 사람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는다. 마침 근방에서 야경을 찍으려 했던 아마추어 사진가 야마가 교스케는 이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추돌한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아 어둠을 대낮처럼 밝힌 생동감 넘치는 사진은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든 셔터 찬스였다는 극찬과 함께 신문사의 사진 공모전에서 연간 최고상을 수상한다.
수상 기념으로 신문에 실린 야마가의 사진은 거센 반향을 일으킨다. 사진 속, 불길이 치솟는 차량 안에 사람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을 시간에 왜 사람을 구하려 하지 않았느냐, 라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그에 대해 신문사와 심사위원 측은, 이미 사람을 구하기엔 늦었다, 또한 끔찍한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가치 있는 사진이다, 라며 야마가를 두둔한다. 그렇게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 사고를 통해 약혼녀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사고와 야마가의 사진 사이에 우연이라고만 여길 수는 없는 필연적인 인과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야마가 교스케에게 접근한다.
1955년 5월, 일본 세토 내해를 오가던 연락선 시운마루 호와 화물선인 제3우코마루가 충돌하여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시운마루 호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초중학생들이 타고 있었고,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168명이 사망하였다. 이때 구조에 나선 배에 탄 승객이 우연히 이 사고 현장을 찍었는데, 그는 이후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왜 사람을 먼저 구하지 않고, 사진부터 찍었느냐는 것이다. 평소에 카메라를 좋아하던 세이초는 이 사건을 계기로 카메라맨이 가져야 할 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앞에 만 번에 한 번, 십만 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가 막힌 장면이 펼쳐진다면, 카메라맨이라면 누구라도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이 사람이 죽어 가는 현장이라면 카메라맨은 사진을 우선해야 할까, 인명 구조를 우선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고민 없이 사람의 목숨부터 구할 수 있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98791070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0월 11일 | ||
쪽수 | 400쪽 | ||
크기 |
141 * 210
* 30
mm
/ 50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十万分の一の偶然/松本淸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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