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초판본)(1947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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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 의지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장녀 가즈코, 허무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동생 나오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무력한 어머니,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퇴폐 작가 우에하라. 커다란 변화 앞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네 인물들은 서로의 삶에 조금씩 영향을 끼치면서 교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가즈코라는 여성의 독백과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다자이는 각각의 등장인물에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절망을 조금씩 투영한다. 약물에 중독되어 방황하는 나오지는 과거의 자신이며, 한없이 방탕한 작가 우에하라는 현재, 죽음을 앞둔 어머니는 머지않아 폐결핵으로 죽어갈 미래의 자기 모습이다. 다만 자기에게 결여된 의지와 희망만큼은 가즈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실제 내연관계였던 오타 시즈코라는 여성과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그녀의 일기로부터 힌트를 얻어 쓰여진 〈사양〉은 패전으로 인해 허무감와 박탈감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몰락한 귀족을 지칭하는 ‘사양족’이라는 말을 크게 유행시켰다.
작가정보
1909년 6월 19일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에서 7남 4녀 중 10번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고리대금업을 통해 대부호로 급성장한 쓰시마 집안은 그가 평생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였고, 이후 그의 작풍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교시절부터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아 도쿄제국대학 불어불문과에 입학해서는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 작가 이부세마스지와 사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유머와 풍자 감각을 다듬어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같은 해에 연인 다나베 아쓰미와 투신자살을 기도했지만 홀로 살아남아 자살방조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1935년 소설 '역행'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하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심사평에 항의해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1945년 일본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그는 정신적 공황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아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이토 셰이, 이시가와 준 등과 함께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이 시기에 발표된 '인간실격'은 '퇴폐와 파멸의 정조'를 기저에 깔고 있는 다자이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가와조스이에 투신해,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번역 김동근
대학에서 문학과 일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인간실격〉 〈달려라 메로스〉 〈은하철도의 밤〉 〈라쇼몽〉 〈피터래빗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 〈동물농장〉 〈이십 엔 놓고 꺼져〉 〈비용의 아내〉 〈사양〉 등이 있다. 원문의 훼손과 손실이 없는 원문주의 번역을 추구하며 외국어를 한국어 운율에 맞게 고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목차
- 1. 다자이 오사무
2. 사양
3. 편집 후기
4. 참고 자료
책 속으로
기다린다. 아아, 인간의 삶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미워하는, 갖가지 감정이 있다지만,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삶에서 고작 1퍼센트를 차지하는 감정일 뿐,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는 삶이 아닐는지요. 행복의 발자국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이 오그라드는 심정으로 기다리지만, 공허. 아아, 인간의 삶이란 너무나도 비참. 태어나지 말걸 그랬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이 현실. 그래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덧없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비참합니다.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앞길을 가로막는 도덕을 밀쳐낼 수는 없습니까?
누나. 우리는 가난해지고 말았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남에게 베풀고 싶었는데 이제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이제 안 되겠어. 나는 죽습니다. 편안하게 죽는 약이 있어요. 군대에 있을 때 구해두었습니다. 누나는 아름답고 (나는 아름다운 엄마와 누나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현명하니, 누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걱정할 자격조차 내겐 없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오랫동안 고생만 시켰습니다. 안녕히. 어젯밤 마신 술은 말끔히 깼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한 번 더, 안녕히.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8046903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1월 05일 | ||
쪽수 | 240쪽 | ||
크기 |
130 * 187
* 24
mm
/ 25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斜陽/太宰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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