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공공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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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의 연구관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학문 관리 속에 숨겨져 있는 학문 연구의 시장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연구논문 OA 정책을 평가하고, 현행 저작권법과 OA 정책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 조응하는 학술 연구논문의 사회적 관리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작가정보
저자 김영수는 현재 경상대학교에서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보편성보다 특수성을,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것보다 그 두 가지를 융합시키는 중범위적인 접근으로 탈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적 권력 관계를 모색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한국의 노동 문제가 주요 연구 대상이다. 저서로는 『화해는 용서보다 진실을 요구한다: 남아공 민주주의의 역사·현실·미래』, 『남아공 변혁운동과 노동조합』, 『국가·노동조합·노동자정치』, 『과거사청산, 민주화를 넘어 사회화로』,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철도 공무원노동자의 공공성과 생활세계』 등이 있고, 대표적인 공저서는 『전노협』,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운동 20년사』, 『공무원 노동운동사』 등이다. 이 외 남아공과 한국의 노동자 계급과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다수 연구 논문이 있다.
저자(글) 배성인
저자 배성인은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을 연구하면서 교수노조 사무총장,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법질서와 안전사회』(공저), 『유신을 말하다』(공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공저), 『맑스주의와 정치』(공저), 『전략적 유연성: 한미동맹의 대전환』 등이 있다.
저자(글) 김성태
저자 김성태는 숭실대학교 법학박사. 일본국제교류기금 연수생.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Post-Doc. 현재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분쟁 당사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합리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사 사건과 소액 사건의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차
- 총론
제1장 학문의 위기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 관리
제2장 대학의 시장화와 한국연구재단 학술 지원 사업: 비판과 과제
제3장 학술 연구논문 오픈액세스(OA) 제도와 공공성
제4장 학술논문과 저작권
제5장 정보화사회에서 정보 사유론과 정보 공유론
제6장 공공적 지식 재화의 사회화 전략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공공성의 딜레마에 빠진, 학문 없는 학술 정책에 제기하는 비판과 제안!
지식 재화는 무엇이고, 공공은 어떻게 이를 누릴 것인가?
대학을 위기에 빠뜨린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 지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관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학문 관리 속에 숨겨져 있는 학문 연구의 시장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연구논문 OA 정책을 평가하고, 현행 저작권법과 OA 정책의 관계를 저자의 권리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영수, 배성인, 김성태 교수 등 저자들은 정보화 사회에 조응하는 학술 연구논문의 사회적 관리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한 대안의 이론적 근거는 지식 재화의 공공성에 기반하는 정보 공유론과 생산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보 사유론의 사회적 조화이다.
저자들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학술논문의 무상 공개 정책(open access; OA)’에 대해 비판과 제안을 던지기 위해서이다. 이 정책은 연구자의 자발적 참여인가? 국가적인 관리인가? 학술논문은 연구자의 연구노동의 꽃이자 열매임에도, 그 노동의 가치나 사회적 존재 의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연구자들이 생산해 낸 연구논문은 사회적 산물, 즉 공공적 지식 재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 개인들의 지적 재산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지식 재화의 공공적 딜레마’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및 학술논문 OA 정책에 비판과 제안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저자들은, ‘지식 재화의 공공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타협과 조정의 필요성, 즉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의 회복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학술 연구논문에 대한 사회적 관리는 정부나 공공 기관이 배제된 상태에서 혹은 지극히 제한적인 참여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고, 그 기구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권한을 확보한 상태에서 학술 연구논문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학술 논문의 무상 공개, 이대로 좋은가?
대표적인 공공적 지식 재화인 학술 논문의 무상 공개 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지금 학계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오픈 액세스(OA: 공개 접근)’를 놓고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학술 논문 ‘무상 공개’를 추진하는 한국연구재단과, 민간 학술정보업체들이 맞서고 있고, 이에 저작권을 지닌 당사자인 학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학술지 논문 무상 공개’ 토론회가 열려 학자들이 직접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섰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오픈 액세스’에 무게를 두고 한국연구재단의 논문 무상 공개를 적극 옹호한 반면, 저작권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재단이 논문 공개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맞섰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학술 연구논문 OA 정책을 이 책의 저자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저자들은 OA 정책의 이면에 들어앉아 있는 학문 연구의 ‘시장화’와 지식 재화에 대한 국가적 관리로 연구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제기하지만,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OA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2015년 5월 교육부 학술진흥과에 학술 연구논문 OA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저자의 권리 침해 및 저작권법 위반 소지 관련》, 《무상 공개에 따른 점수 차는 사실상의 무상 공개 강요 관련》 등에 대해 질의하였고,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제시하였다.
《저자의 권리 침해 및 저작권법 위반 소지 관련》
· 한국연구재단은 학회로부터 ‘원문 공개 동의서’를 제출받을 때, ‘저자가 학회에 제출한 저작권 양도 확인서 또는 저자가 학회에 저작권을 양도한다거나 저작권에 대한 학회의 이용을 허락한다고 명시된 규정’도 함께 제출받아 사실 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 또한, KCI에서는 저작권 양도 절차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저자 본인이 직접 원문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도록 KCI 로그인 시, 마이페이지에서 “원문 공개 동의 및 CCL 설정”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원문 서비스 개시 이후 저작자가 저작권 침해 사유로 이의 제기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상황입니다.
《무상 공개에 따른 점수 차는 사실상의 무상 공개 강요 관련》
· 한국연구재단은 2006년부터 10년째 학술지평가사업의 평가항목 중 하나로 “온라인 접근의 편리성”을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유명 DB인 WoS, Scopus 등재를 위한 평가항목에도 온라인 접근성은 주요한 평가항목입니다.
· 이는 무상 공개에 대한 변별이 아니라 온라인 접근성에 대한 배점으로, 학회에서 7점을 받기 위해서는 “원문이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창간호부터 무상으로 제공”될 경우입니다. 최근 3년분 이상 원문의 유상 공개는 3점이고, 무상 공개는 5점으로써 점수 차는 2점에 불과합니다.
· 현재 KCI에서 원문이 공개되는 논문 수는 총 392,712건으로, 이 중 재단의 예산 지원 분야가 아닌 이공 분야 논문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는 국내 학회들이 강제로 원문 공개에 참여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 의사가 더 크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온라인 접근성은 해외 유명 DB 기업에서 평가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학술논문 무료 공개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다. 웹상에서의 접근이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이지, 논문을 무료 또는 유료로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온라인 접근성 항목이 원문 공개 항목으로 착시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한국연구재단의 원문 공개 동의를 확대하면서 오픈액세스를 실질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각종 연구지원 정책의 당락이 거의 1점 이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교육부가 2점의 점수를 활용하여 학회나 연구자들에게 오픈액세스를 강요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예산 지원을 받지 않은 이공 분야 논문이 과반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산학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이자, 한국연구재단의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 연구논문들은 연구자들의 자발성과 무관한 구조 속에서 원문을 공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한국연구재단은 공공 비용을 지원해서 생산된 학술지의 학술 연구논문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의 무료 공개를 강제하려 하는데, 이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기본적 권리를 국가나 공공 기관이 침해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상의 저작물과 달리 학술논문의 경우 누적성, 공유성, 공개성 등과 같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학술논문에 대한 오픈액세스 접근에 대한 노력이 연구자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학술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의 위기’, ‘학문의 위기’ 담론은 이제 식상할 만큼 오랜 기간 동안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타개할 만한 특단의 대책은 도입되지 않았다. 인문·사회과학의 위기 상황은 시장에 의해 촉발됐으며, 국가는 일관된 경제주의 관점과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시장의 압박을 엄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인문과학의 위기, 사회과학의 위기 상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을 중심으로 학술 연구지원 사업은 예산을 확대하고 연구과제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더해 가며 일정 정도 제도화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학계에서는 그러한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기초해 학술 정책의 발전을 위해 비판과 함께 정책 대안들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하지만 학술 정책의 진보는 계속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연구재단의 출범과 함께 학술 정책의 퇴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정부의 학술 정책을 집행하는 연구재단을 시장의 암시와 국가권력의 지시에 홀린 선무당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연구재단이 시장이나 국가권력보다 공익을 우선시하고,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학문의 장기적 발전 전망에 입각해 학술 정책을 수립·집행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이다.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문·사회과학 일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독자 기구 설치와 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마련이다. 먼저 미국이나 영국 등과 유사한 인문·사회과학 지원법을 법제화시켜야 한다. 미국의 ‘인문예술국가기금법’ 등 여러 사례를 참조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의 안정화를 기하는 동시에 창의성, 자율성, 민주주의 및 사상의 자유 등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연구재단과 같은 사업 프로그램 위주의 연구지원 기구가 아닌,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문 정책을 수립, 법제화할 수 있는 정부로부터 자율적인 ‘한국인문사회과학연구위원회’가 필요하다. 이 위원회를 통해 인문·사회과학 발전 및 지원 마스터플랜 입안 등 커다란 학문 정책 및 지원 방향을 결정하고 대학, 학회 등 학계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전국인문사회과학위원회’를 구성, 장기적인 인문사회과학 연구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론화를 모색하는 한편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연구 및 사전 기획 등이 필요한 토대/기초학문, 국내외 연구 흐름 등을 공정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현재 사업별로 구성된 연구지원 구성은 수요자인 연구자 중심으로 전면 재편돼야 한다. 그 기본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성격이 겹치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대형·장기 연구지원의 최소화다. 기초연구, 토대연구, 융합연구, 인문한국 등 대형화된 연구들은 ‘한국인문사회과학연구위원회’의 사전 연구를 통해 연구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설정, 안정적인 연구역량 기반이 마련된 대학·기관·학회 등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전략적 단위에서 연구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반면, 장기 개인 연구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일회성 프로젝트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법적 제도의 창설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교수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강의교수제’나 ‘국가교수제도’ 등의 명칭으로 정부와 대학이 공동 운영하는 제도를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발된 개인 연구자는 대학 내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며 10년간 정식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도록 하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예산의 확충을 통해 선정률을 60%대로 상향시켜야 한다. 다만 단계별로 개인 연구자의 교육과 강의,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도록 한다.
넷째, 연구지원 방향은 저서와 역서에 대한 지원 및 평가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간 SCI, 등재지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 결과물 지원은 등재지 논문의 양적 확산을 가져왔다. 반면 장기적이고 개인적 연구 성향이 강한 수준 높은 저서/번역서는 약화되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저서지원’, ‘우수번역서지원’ 등 다양한 저술의 지원 장려가 필요하다.
지식 재화의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프레임
이 책은 지식 재화의 공공성을 학술논문 무상공개 정책을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연구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짓밟는 문제점과 동시에, 대학 및 학문에 대한 시장화와 권위주의적 관리를 꾀하여 연구자들을 순치시키고 있는 구조적 메커니즘도 드러내고자 했다. 대학 및 학문의 시장화는 자본 축적의 조건을 촉진시키는 학문과 사상의 역할뿐만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통제나 관리만을 일삼았던 개발독재 체제와 ‘일란성 쌍생아’로 여길 수 있다. 국가를 중심으로 했던 지식 재화의 공공성은 실질적으로 ‘상의하달’식 대학 운영 정책으로 나타났다. 연구자의 자율성을 최소화하거나 거의 보장하지 않고 연구의제를 국가가 지정하는 방식의 연구개발 정책, ‘관’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구조 및 평가지표에 따라 순치되고 동원되는 지식과 지식인을 양산하는 연구지원 정책 등으로 실현되었다.
제1장 《학문의 위기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 관리》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관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학문 관리 속에 숨겨져 있는 학문 연구의 시장화 모습을 보여준다.
2009년 6월 탄생한 한국연구재단의 주업무는 크게 연구지원과 연구관리로 나뉜다. 첫째, 연구지원은 주로 이공 분야의 연구에 치중되어 있고 또 실용적 목적을 위한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예전보다 연구 환경이 풍요로워져서 전임교수들의 경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프로젝트에 팔아, 거기서 연구력을 소진시킨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이 최소한의 실용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재단에서 지원이 결정되면,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물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그것을 위주로 돌아간다. 둘째, 연구관리 분야는 학술지 관리로 대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연구지원과 연구관리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연구지원과 연구관리는 상호의존적이다. 연구비를 구실로 대학과 학문을 지배하는 한국연구재단은, 학문 행위에서의 ‘합리화’를 요구한다. 연구재단은 모든 것을 계량화해 정량적인 평가 기준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관리는 학문을 위축시키는 관리 체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는 학문이 그 속성상 관리가 강화될수록 위축되고 고갈되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관리 방식은 크게 보아 첫째, 학문 활동 주체의 관리, 둘째, 학문 분야의 관리, 셋째, 학문 논의의 장의 관리, 넷째, 학술 연구성과의 관리로 나타난다. 이러한 관리 방식은 사실상 학문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학문을 위축시킨다.
제2장 《대학의 시장화와 한국연구재단 학술 지원 사업: 비판과 과제》에서는 대학을 위기에 빠뜨린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 지원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자본이 대학을 인수·소유하는 지배구조를 통해 새로운 수익 사업을 창출한 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러한 대학의 시장화에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정책이 일조하면서 대학을 위기에 빠뜨렸다. 한국연구재단 문제의 핵심은 학술지원 사업인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학술 정책과 기초학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학술 정책의 시장화와 기초학문 일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학문 생산과 학문 적실성의 위기다. 셋째, 개별 연구보다 집단 연구와 대형 연구 중심의 지원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성과의 산출과 신진 연구 인력의 양성에 있어서 부정적이다. 넷째, 비정규교수들을 비롯한 학문 후속 세대가 배제되어 있다. 다섯째, 연구재단의 사업 구성이 정부 부처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문·사회과학 일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독자 기구 설치와 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마련이다. 둘째, 연구재단과 같은 사업 프로그램 위주의 연구지원 기구가 아닌,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문 정책을 수립, 법제화할 수 있는 정부로부터 자율적인 ‘한국인문사회과학연구위원회’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연구재단은 학술 정책 기획·집행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규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셋째, 현재 사업별로 구성된 연구지원 구성은 수요자인 연구자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재편돼야 한다. 넷째, 연구지원 방향은 저서와 역서에 대한 지원 및 평가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학문 후속 세대와 학문 공동체, 나아가 학문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제3장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연구논문 OA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지식 재화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한 가치를 보유한 상태에서, 국민의 삶 조건과 밀접하게 융합된 공공적 담론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공공성’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둘러싼 투쟁은 지속되었다. 국가는 ‘공동선 혹은 공동의 이익’ 등을 내세워 지배계급의 공공성을 추구해 왔고, 국민은 ‘삶 조건’과 연계된 권리 주체의 공공성을 지향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공공성’의 이중성에 착목하여, 학술논문의 공공성 논리를 토대로 무상 OA 제도의 다양한 논점을 정리하고, 학술논문 및 지식 재화의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와 공공 기관의 정책적 프레임을 제기함과 동시에, 학술논문 및 지식 재화를 생산한 개인적 주체와 사회적 주체의 권리를 융합시키려 한다.
제4장에서는 현행 저작권법과 OA 정책의 관계를 저자의 권리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술논문이란 일반적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술 정보의 핵심 매체로 유통되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으로, 입법, 사법, 행정 등의 국가기관을 비롯한 공공 기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후속 세대의 학문적 연구에도 기초가 되는 중요한 저작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학술논문의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연구자가 가지고 있지만 학술지를 통하여 공표되면서 학회지를 발간하는 학회 또는 대학부설연구소에 저작권의 양도(또는 이용허락)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학술논문을 온라인상으로 무료 접근하는 오픈액세스(Open Access)와 관련하여, 이러한 저작권 관계가 연구자, 학회, 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저작권법상의 저작물과 달리 학술논문의 경우 누적성, 공유성, 공개성 등과 같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학술논문에 대한 오픈액세스 접근에 대한 노력이 연구자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공공 기금의 지원을 받은 학술논문의 경우에는 일부 공공성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저작권법의 질서를 유지한 채 오픈액세스를 통한 학술논문의 이용이 일부 가능하도록 관련 논의를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5장과 제6장은 정보화 사회에 조응하는 학술 연구논문의 사회적 관리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한 대안의 이론적 근거는 지식 재화의 공공성에 기반하는 정보 공유론과 생산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보 사유론의 사회적 조화이다.
자본주의가 정보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정보사회에서 정보 사유론은 지적재산권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며 강화된다. 그러나 정보 사유론이 주장하듯 지적재산권의 소유자에게 정보의 유통에 대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게 되는 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타인의 학문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는 제한된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을 창작자의 권리 보호로 한정해서 해석하면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정보 공유론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소수에게 독점적 이윤을 보장할 뿐, 창조적인 발명가나 저작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정보 공유론은 단순히 기존의 ‘생산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공유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와 지식의 공유적 질서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정보 공유론은 기본적으로 소극적, 저항적인 권리 주장에 머무르는 한계를 지적받을 수 있다. 나아가 정보 공유론만이 정보화사회에서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지식과 정보가 위축될 개연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보 사유론은 경제적 보상이라는 수단을 보장받고, 정보 공유론은 공공 영역과 공익의 확대라는 목적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타협과 조정의 필요성, 즉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의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학술 연구논문을 비롯한 다양한 지식 재화들은 정보재의 가치를 보유한 사적 상품이자 공공적 재화의 성격을 동시에 보유하고, 정보사회를 작동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존재한다. 지식 재화가 이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지식 재화든 연구자들의 개인적 노동의 가치가 투영되어 있어서, 개인의 창의성과 노동력에 조응하는 수준의 소유권을 인정받는 것이지만, 지식의 사회적 전승과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역사적 산물인 사회의 구조와 현상이 반영되는 공공적 가치가 투영되어야만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노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식 재화는 사회적 공유물의 성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공공적 지식 재화의 사회화 전략》은 학술 연구논문(지식 재화)에 대한 사회적 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고, 그 기구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권한을 확보한 상태에서 학술 연구논문(지식 재화)을 관리하여, 헌법 가치를 실질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7779512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7월 01일 |
쪽수 | 234쪽 |
크기 |
153 * 226
* 20
mm
/ 43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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