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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구미정은 세상의 다채로운 풍광을 신학적 사유의 틀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매사에 심각하고 진지하고 경직된 신학 풍토에서 그의 이야기 신학은 ‘춤추는 영’에 사로잡힌 듯 가볍고 경쾌하고 자유롭다. 사회적 약자를 편들고, 가부장적 자본주의 음모를 파헤치고, 거대 맘몬세력에 의한 인간 신체의 상품화를 고발하는 글에서도, 그의 신학 언어는 발랄한 움직씨(동사)로 팔팔하게 살아 있고 창조적 젊음의 생동하는 숨결을 잃지 않는다. ‘하나님의 자비’에 터한 영성과 윤리감각은 자아, 교리, 교권 같은 것들에 갇혀 있지 않고 하늘, 사람, 생명,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 그의 신학이 생기를 잃지 않는 것은 시와 소설, 그림, 음악, 영화 등 동시대의 문화예술과 깊이 교감하며 사유의 진폭을 끊임없이 확장해가기 때문이다. 자폐증에 빠진 한국 신학과 교회에 숨통을 터주고, 이 땅의 피조물들과 공감하고 공존하며 평화감수성을 높이는 데 열성적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 기독교학과를 졸업했다. 생태여성주의에 바탕을 두고 신학과 윤리를 재구성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와 대구대학교 및 여러 곳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 글자로 신학하기》, 《호모 심비우스》, 《핑크 리더십》, 《야이로 원숭이를 만나다》, 《성경 속 세상을 바꾼 여인들》이 있으며, 《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기독교 이야기》,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 등의 공저와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교회 다시 살리기》, 《희망을 말하다》, 《낯선 덕》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목차
- 목차
프롤로그_신학은 동사다
1. 놀이
올림픽 상술의 유감|간 때문이야|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강남스타일>과 호모 루덴스의 귀환|놀이와 노동의 결합|‘뽀로로’ 가라사대, 노는 게 제일 좋아
2. 희망
유동적 근대, 불안한 청춘 |절망, 죽음에 이르는 병|영웅 삼손의 스캔들|희망의 필요조건, 믿음|욥이 절망한 진짜 이유|욥의 회개와 다시 피어난 희망|호흡이 있는 한, 나는 희망한다
3. 용서
용서는 멀고, 복수는 가깝다|‘오두막’에 묻은 상처|‘거대한 슬픔’의 치유|멀고 먼 용서의 길|사랑과 친절의 혁명|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값싼 용서’는 없다
4. 가족
가족이 ‘웬수’|홈 스위트 홈?|‘곰 세 마리’에 딴죽걸기|그 아이가 나보다 옳다!|족보 미스터리|물이 피보다 진하다|위대한 ‘가족의 탄생’
5. 생명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관하여|먹어야 산다|목숨과 생명의 차이|‘생명’을 ‘앤지니어링’한다고?|‘비오스’에 대한 염려를 끊으라|아프니까 생명이다
6. 잉여
할머니는 잉여인간?|노아의 방주에는 할머니도 탔다|시몬의 장모, 화병 나다|하나님나라 운동의 주역|제발 잉여짓을 허하라|여와 행복의 함수관계
7. 공감
충격과 광란의 <도가니>|세상의 작고 여린 것들과 눈 맞추기|무통문명에 저항하기|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사마리아인이 선한 까닭|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공감하라, 기적을 낳으리니
8. 불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불안함에 대하여|불안은 실존의 조건|고해 또는 숨은 신을 향한 절규|아브람의 유랑|약속은 불안하더라|불안과 실수의 함수관계|모리아 산으로 가는 사흘 길|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9. 질투
부러우면 지는 거다|질투와 시기의 차이|하나님의 편애에 반항하다|엘리사의 질투|신은 위대하지 않다|능력의 갑절을 내게 주소서|질투를 승화시킨 여인|중력과 은총 사이에서
10. 저항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포함과 배제의 정치공학|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저항하는 인간 바틀비|그는 바위보다 강하다|김예슬 선언과 바틀비스러움|시민 불복종의 원조 할매|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약자의 힘
11 환대
두 개의 선택|<한양주택>이 죽었다|마을 붕괴와 아파트의 폐쇄구조|마을 문화의 알짬, 환대|낯선 이를 환대하라|환대는 도박이다|달란트 비유의 불편한 진실
12. 바보
바보라고 욕하지 말라|바보 예찬|바보 성인 애태타|바보 예수|아아, 십자가
에필로그_신학은 놀이다
주(註)
책 속으로
나는 하나님을 ‘대상화’해서는 좋은 신학이 나올 수 없다고 믿는다. 아니 살아 계신 하나님은 아예 대상화 자체가 불가능한 분이라 믿는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약동하고 흐르고 변화하고 열려 있다는 뜻이다. 그걸 어떻게 하나의 ‘상象’에 붙잡아둔단 말인가. 그렇다면 신학이란 언감생심 ‘하나님에 대한 말’이라기보다는 나/우리 또는 이 세상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면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쯤으로 규정하는 게 정직할 것 같다. _8쪽
마찬가지로 나는 1세기 갈릴리 지방을 무대로 고만고만한 열두 제자를 거느리고 유리걸식한 예수에게서 호모 루덴스를 본다. 어느 계층의 사람이든지 쉬이 어울리는 그의 얼굴에서 근엄함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먹보에 술꾼’(마 11:19; 눅 7:34)이라는 별명이야말로 그의 호모 루덴스다운 면모를 여실히 입증하지 않나 싶다. 안식일에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율법을 뻔히 알면서도, 배곯는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호모 루덴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유연성과 호방함이다. 당시 유대사회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여자와 어린이, 세리와 창녀가 예수 주변을 떠나지 않은 것도 그가 호모 루덴스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_29쪽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이 신의 손길로 지어진 것이라면, 가족의 범위는 한없이 확장되지 않겠는가. 우주 안에서도 이 지구별에 태어난 인간은 신의 창조물 가운데 가장 늦게 지어진 존재다. 신은 인간에 앞서 초록 식물과 나무를 만드셨을 뿐 아니라, 새와 물고기를 지으셨다. 또 온갖 짐승들도 만드셨는데, 특히 이들은 사람과 똑같이 여섯째 날에 창조된 피조물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신의 사랑으로 태어나 신의 보살핌을 받는 귀한 형제자매로 대우해야 하는 것 아닌가. _104쪽
뜻이 맞는 사람을 동지라 한다면,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친구가 제격일 것이다. 동지는 뜻이 맞지 않을 때 ‘배신자’로 낙인찍어 결별하면 그만이지만, 친구는 그럴 수 없다. 티격태격 다투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시덕거린다.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동지와 달리, 친구의 이데올로기적 편차가 다양한 것은 그런 연유다. 인문학자 김영민 교수의 말대로 “이론이 부재한 자리를 정서적 일체감이 들물처럼 채우는 사적 우연성”, 그것이 친구다. _ 170쪽
낯선 이를 환대하는 풍습 혹은 제도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소수의 원시부족이나 도시화의 영향을 덜 받은 시골에만 남아있을 성싶다. 그렇지 않은 대다수 도시에서는 오직 돈을 매개한 거래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이나 호텔, 레스토랑 같은 데를 가보라. 낯선 이가 엄청 환대받는다. 이때의 환대는 물론 손님의 지갑을 열기 위한 전략으로, 어디까지나 ‘감정노동’에 해당하는 것이지, 순수한 환대일 리가 없다. 경제적 가치로 계산하지 않는, 오로지 낯선 이가 지닌 낯섦 때문에 그를 맞아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환대는 실종된 지 오래다. _270쪽
일찍이 고아가 되어 수도원에서 살면서 독서와 공부를 통해 살 길을 찾은 뒤, 방년 19세에 벌써 묵직한 책을 쓰기 시작한 에라스무스를 생각하면, 바보 여신 모리아가 그 자신의 분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신학자요 신부로 이름난 저술가였지만, 그는 당시 자신이 속한 사제 집단의 속물스런 겉치레에 신물을 내고 있었다. 자신의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축성하며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사제계급과 그 정점에 선 교황이야말로 그의 눈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대변하는 전형이었던 것이다. _288쪽
출판사 서평
상의 신학 놀이, 인문학과의 만남
사람살이가 아무리 복잡해도 그 근간을 이루는 것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한결같다. 《두 글자로 신학하기》는 이렇듯 우리 삶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두 글자로 된 한 단어’ 가운데 의미 있는 12개의 단어를 뽑아, 세상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활동과 그에 담긴 뜻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우리 민족의 독특한 실존적 의미를 담고 있는 12개의 단어(정, 통, 줄, 달, 물, 몸, 길, 실, 살, 색, 문, 신, 공)를 가지고 신학적 사유를 풀어낸 《한 글자로 신학하기》는 신학적 성찰의 비중이 컸다면, 이번 책은 문학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이야기 몰입도가 높아지고 읽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 다르다.
신학은 동사요 놀이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일상의 신학 놀이
여성과 자연,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다양한 글을 써왔던 저자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실존적 의미를 담고 있는 12개의 단어(정, 통, 줄, 달, 물, 몸, 길, 실, 살, 색, 문, 신, 공)를 가지고 신학적 사유를 풀어낸 《한 글자로 신학하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나이 사십이 되던 해에···무엇에라도 홀린 듯이 ‘한 글자’에 빠졌었"던 그가 40대 후반에는 돌연 '두 글자'에 빠졌다. 《두 글자로 신학하기》는 우리 삶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두 글자로 된 한 단어’ 가운데 의미 있는 12개의 단어를 뽑아, 세상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활동과 그에 담긴 뜻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전작이 신학적 성찰의 비중이 컸다면 이번 책은 문학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이야기 몰입도가 높아지고 읽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 다르다.
저자는 신학이 '동사'여야 한다고 믿는다. 특정한 교리 또는 교조주의적인 개념을 암기하는 것으로 신학을 규정하는 것은 크신 하나님을 ‘명사’ 속에 가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고 인간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다양한 활동을 어린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 나아가 이에 참여하는 것이 더 신학의 본령(本領)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느 신학자가 '하느님'을 '~하는 님Lord doing'이라고 풀이한 것처럼,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은 창조하고, 구원하고, 치유하고, 용서하고, 심판하는 분이시다. 그러한 하나님의 역사(役事)하심에 대한 눈뜸이 곧 신학이라는 것이다. 존재의 층위가 다른 하나님과 그분의 활동을 제한적인 인간의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학문'으로 신학을 정의하는 것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대상화해서는 좋은 신학이 나올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 살아 계신 하나님의 대상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학이란 언감생심 '하나님에 대한 말'이라기보다는 나/우리 또는 이 세상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면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쯤으로 규정하는 게 정직할 것 같다."
저자는 세상과 관계하시는 하나님을 주목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개입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삶의 현장에도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신학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배우고 깨친 바를 몸으로 실천하도록 자극하고 고무하고 격려한다. 죽은 신학, 박제화된 관념이 되지 않으려면 삶 속에서 하나님을 살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움직이는 신학(動學)'이다.
사람살이가 아무리 복잡해도 그 근간을 이루는 것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한결같다. 이 책에서 다루는 ‘놀이, 희망, 용서, 가족, 생명, 잉여, 공감, 불안, 질투, 저항, 환대, 바보’ 등 12개의 단어가 우리 삶을 모두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인간과 관계를 맺으시는 하나님의 활동과 세상에 자신의 뜻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에서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노랫말까지, 다석 유영모에서 이웃집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소재와 동시대의 문화예술을 통해 “하나님이 추고 계시는 우주적인 춤의 리듬을 타고 유연한 곡선의 스텝을 밟게 한다.”
호모 루덴스, 그리고 놀이로서의 신학
'놀이하는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네덜란드의 문화사가인 요한 하위징아가 1938년에 출간한 책 제목이다. '호모 파베르'가 산업혁명 이후 근대세계에서 인류가 따라야 할 모범으로 제시된 인간상이었다면, '호모 루덴스'는 21세기 신인류를 대변하는 인간상이다. 사실 인간은 '호모 루덴스'로 태어나며, 이 놀이를 바탕으로 문화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이러한 '호모 루덴스'의 모습을 1세기 갈릴리 지방을 무대로 사역했던 예수에게서도 찾는다. 어느 계층 사람이든지 쉽게 어울렸고, 그 얼굴에서 근엄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예수의 별명이 '먹보에 술꾼'(마 11:19)이었다지 않는가. 안식일에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율법의 어기면서까지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 그의 유연하고 호방한 태도에서, 그리고 당시 유대사회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여자와 어린이, 세리와 창녀와 격의 없이 어울렸던 것에서도 그런 면모를 확인한다. 바리새파 사람들과 예수의 대립을 진지한 엄숙주의와 가벼운 놀이정신의 대결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듯 신학마저도 상아탑에 갇힌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의 놀이'로 접근한다.
"아하, 그래서 예언자적인 우리 아이들이 <뽀롱뽀롱 뽀로로>에 심취하는구나. 위키백과사전의 정보로는, 현재 전 세계 무려 110개국의 어린이들이 <뽀로로>를 본다고 한다. 아니, 틀렸다. 보는 게 아니라 ‘숭배’한다. 아이들은 믿는 것이다. 남극펭귄과 북극곰이, 현실에서는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조합이지만, 사랑과 우정만으로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느님’의 가르침이 진리라는 것을. 한데 뽀로로 마을 역시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어른 사절’이라는 사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돌이켜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그 땅에도 들어가지 못하겠구나." _ '놀이' 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한결같은 지지, 그리고 약하고 무력한 생명에 대한 무한한 연민과 애정은 저자의 글들 속에 항상 녹아 있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혹은 '노동의 유연성' 앞에 밀려난 '비정규직 노동자'와 '88만원 세대', 사회의 잉여인간으로 치부되는 노인들, 늘 약자였던 장애인들, 그리고 극빈자와 노숙인, 나아가 불법 체류 외국인들에게 '수직 낙하하는 절망' 그 너머에 있는 희망을 보게 하고,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한 송이의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게 한다.' '나락 한 알에서 우주가 들어 있음을 보고, 쌀 한 톨의 무게가 우주의 무게임을 체감한다.' 그렇게 저자는 약자들과 적극 공감하고, 세상의 작고 여린 것들과의 눈 맞추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불어넣어주신 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그 속에 생명이 없는 사람은 뭇 생명의 아픔에 무감각하며 공감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조카딸 이야기를 보태야겠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삼중 장애를 가진 아이다. 이만큼만 말을 꺼내도 사람들 표정이 대체로 어두워진다. 불쌍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면, 우리 가족은 그 아이 때문에 웃는다. 그 아이가 주는 즐거움이 그 아이로 인한 힘듦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나는 특히 그 어리고 연약하고 자연스러운 생명과 함께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잉여짓을 하게 되는 게 좋다. 번잡하고 부박한 이 세상을 떠나 잠시 다른 세상에 머무는 기분이다. 필경 그 아이와 접속하는 다른 사람들도 나랑 같은 느낌이리라. - '잉여' 중에서
추천사
이 책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놀라고, 공감하고, 탄식하는 소녀의 감성이 살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개별 사건들을 의미 있게 연결하고 융합하는 신학적 통찰에 날이 서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자꾸만 “옳거니!”라고 무릎을 치며 추임새를 넣고 싶어집니다. _민영진, 《하느님의 기쁨, 사람의 희망》 저자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은 헛돌아갑니다. 과도한 기복주의에 찌들어 ‘어처구니’가 없어진 한국 교회에, 구미정 교수가 또 다시 새로운 중심을 잡아줍니다. 《한 글자로 신학하기》에 이은 《두 글자로 신학하기》에서 더욱 참신하고, 더욱 튼튼하고, 더욱 세련된 중심을 제시합니다. 번뜩이는 지성과 탁월한 감성에 방대한 독서와 재치 있는 언변이 더해진 그의 설득력은 혼돈과 흑암 속에서 갈 바를 몰라 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기꺼이 공감하게 합니다. _신우인, 《예수님의 지문이 찍힌 책》 저자
그의 유쾌한 글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봅니다. 우직하게 한 길을 가지 못하는 세상의 약삭빠름에 편승하지 않고 복음의 알짬을 인문학적 글쓰기로 신명나게 풀어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모든 시대, 모든 역사 안에서 바보 예수를 만나게 해줍니다. _한완상, 《예수 없는 예수 교회》 저자
기본정보
ISBN | 9788997760589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9월 27일 |
쪽수 | 319쪽 |
크기 |
150 * 217
* 30
mm
/ 46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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