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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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위상진
저자 위상진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났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1993년 {시문학} 신인상에 [吉印堂]외 4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는『햇살로 실뜨기』가 있고, '푸른시학상'을 수상했으며,『그믐달 마돈나』는 그의 두 번째 시집이 된다. {그믐달 마돈나}는 함기석 시인의 말대로, 첫 번째로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시각화되어 있고, 두 번째로 여러 개의 시선과 관점이 매우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중첩되어 있다. 세 번째로 어떤 대상에 대한 집중보다는 분산의 상상력이 주조를 이루고 있고, 네 번째로 시공간의 특수성과 디지털 감각이 현재화되어 있다. 위상진 시인은 초현실주의와 탐미주의의 극단에 서서, 여러 시적 대상들의 심층을 파헤치기보다는 수많은 대상들을 병렬시켜 그 차이를 드러내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만의 매우 독특하고 개성적인 세계를 드러내게 된다. 낯설음은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내고, 그의 자유분방하고 현란한 언어들은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으로서 한국현대시의 진경 속으로 우리들을 이끌어 가게 된다.
목차
- 차례
시인의 말 5
1부
흐르는 길 12
그믐달 마돈나 14
중얼거리는 꽃 16
매수당한 피 18
낮은 목소리로 20
여름감기 22
새가 지나간다 24
무성의 입술 26
아홉 점 구두로 남은 사내 28
돌의 대화 30
물렁물렁한 방 32
2부
조명등 밖으로 36
8분 38
노란 비탈길 40
불속의 비둘기 42
숨 44
밤의 밀정처럼 46
길 혹은 고양이 48
거꾸로 사진관 50
귀 52
사진촬영금지 구역 54
바다로 내리는 잠 56
3부
흑점 60
사라진 샤먼 62
천경자 64
두 개의 시선 66
11월의 비 68
한강 70
밥 71
삭제된 이름 72
일인칭 위의 사람들 74
모래 가방 76
달콤한 식탁 78
4부
쉼표 박물관 82
밤의 유리창 84
자루 속에서 86
소금은 태어난다 88
빛에 따라 달라지는 인상파 그림처럼 90
문 92
유리벽 위의 남자 94
박가당 만화를 보던 밤처럼 96
설치미술 98
2012. 봄비는 100
야광 눈동자 102
가방 속의 탁상시계 104
해설ㆍ분광分光과 모자이크Mosaicㆍ함기석 108
출판사 서평
밤의 맥박은
링거 줄에 역류하는 피
천장 네 모퉁이에 어둠이 잘려있다
터질 듯 부풀어오르는
역청 같은 기침
시계가 없는 그녀가
오른쪽 손목을 두드린다
무릎 양말 냄새가 나는
여기는 먼 나라의 계절이 산다
물속에 잠긴 흉상 같은
이름표를 버린 침대시트
배추색 한 여자가 비상구로 사라진다
칼로 그어버린 수평선 너머
백색 카라 한 송이를 걸어두고
물에 넣은 양배추처럼
깨어나고 싶어
수직의 링거대에서
마지막 반사등이 꺼진다
커튼은 도청된 귀를 달고
오래 번창해 갈 것이다
----[그믐달 마돈나] 전문
오늘은 머리에 이고 있던 뱀을
그만 내려놓을래
풀어놓은 뱀은 노래를 따라 간다
이미자의 황혼의 브루스는 저 혼자
가라앉는다
서교동 집 마당에
목련이 까맣게 타들어갈 때
당신이 남기고 간 쓸쓸한 미소
마지막 발자국 소리 하나만
남겨 두겠어
내 머릿속 그림을 하나씩 버리면
늙어가는 일이 쉬울지도 몰라
원주민처럼 화장을
하고 타히티로 숨어들 거야
귀환하지 못하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거기선 슬픔이 제목도 없이 썩어가겠지
저물녘 긴 잠 속 어디쯤에서
화관을 쓴 여자의
은빛 피리소리가 들린다
누가, 누가 나를 저 캔버스에 그려놓았나
내 슬픈 생애의 22페이지*에서
나는 늙어가지 못하는데
*폴 고갱(Paul Gauguin)의 그림 제목
*천경자의 그림 제목
----[천경자] 전문
[천경자]는 인간의 욕망과 뱀의 관능을 결합시킨 시이고, 표제시인 [그믐달 마돈나]는 이 세상에서 패배한 예술가로서 죽음의 본능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닌 하나이며, 그것은‘인간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위상진은 하이퍼시의 묘법妙法을 잘 터득한 빼어난 시인이다. 현대의 첨단을 성큼성큼 앞장서서 먼저 가고 있는 뒷모습이 오색의 안개 속에 비친다. 그녀의 세계에는 “면도칼이 녹아내리는 문장”(「중얼거리는 꽃」)의 앞과 뒤가 있다. 그 문장의 뒤에 서보기만 하면 면도칼이 녹아내리는 이미지를 지각할 수 있다.“알껍질을 까고 프린터에서 빠져나오는 꽃의 중얼거리는” 소리도 있다. 이러한 존재들을 보고 듣고 할 수 있는 시각, 청각, 등을 위상진은 다 예비해 두고 있다.충혈된 시계란 어떤 시계일까. 그런 충혈된 시간의 이동을 사람들은 볼 수 있을까.그런데 충혈된 시계 위로 폭설처럼 쏟아져 내리는 파지가 흩날리는 것은 볼 수 있다
-문덕수 시인
그러기에 위상진 시인은 망각된 시간의 단층들, 그 안에 퇴적된 정신적 트라우마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아의 분열 양상을 낯선 꿈의 풍경으로 변주한다. 한 번 건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삶이라는 길에서 순간순간 마주치는 무수한 풍경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바깥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동원되는 물리적 소재들이 아니라 시인의 상처와 고통, 삶의 어두운 비애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심리적 소재들이다. 그러기에 사물들의 배면에 절망과 고통의 흔적, 결핍된 자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점은 위상진의 시에 구현되고 있는 이미지들이 단순히 세계 재배치의 구성요소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하심층부로 내려가는 중요 계단 역할도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위상진의 시는 어둠과 피로 채색된 초현실적 회화나 설치작품에 가깝다. 즉 시인과 흐르는 시간 사이에 세계가 있고 그것은 검은색이다. 시인에게 세계는 검은 베일 속의 움직이는 풍경이고, 기억은 어두운 필름 속의 정지된 화면들이다.
-함기석 시인
기본정보
ISBN | 9788997386321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0월 30일 | ||
쪽수 | 136쪽 | ||
크기 |
120 * 185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혜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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