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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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전영관은 운명은 그에게도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했던 일 사이에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진력했고 노부모께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꿈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거나 풍화를 거듭하게 마련인데 사춘기부터 발현한 그의 꿈은 외려 중첩되고 담금질을 반복하며 다마스커스 검(Damascus blade)이 되었다. 2007년에 토지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되었다. 2010년에는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1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결국 시인이 되었다.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를 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전 진행형이다. 청양 칠갑산 아래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다. “나는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며 견딘다. 삶이 그런 거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인다. 상처란 두려움을 버리고 정면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새살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때론 돌아보며 앞을 예감하고 앞을 보며 흐트러진 지난날들의 부스러기들을 마음의 서랍, 제자리에 담는다. (……) 넋두리가 아닌 기록으로, 오역이 아닌 다큐로 나를 기록했다.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세밀화로 남겼다. 사람 하나 일어선 자리에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채집했다. 나의 이야기이고 그대들의 사랑이고 누군가의 추억이며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는 안색이다.” - 전영관
사진 탁기형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을 거쳐 현재 《한겨레신문》 편집국 사진 부문 선임기자로 재직 중이다. 1980년대 말 온 나라를 휩쓸던 민주화 현장을 시작으로 다섯 번의 대선과 일곱 번의 국회의원 선거 등 크고 작은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기록자로 처절한 사건의 현장을 뛰어다녔다. 늘 가슴 따뜻해지는 사진을 꿈꾸다 뒤늦게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학과 비주얼저널리즘을 전공했다. 김용택 기자상(2006년), 한국보도사진전 Feature Story 부문 최우수상(2007년), 엑설런트 사진기자상(2008년), 제1회 상명 언론인상(2009년)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사진전 ‘하늘에서 본 세상’(2008), ‘천녀지우 양조우’(2011)에 참여했고, 2011년 6월에는 ‘寫索하다’로 개인전을 가졌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2011년에 발간한 포토에세이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등이 있다. “우주의 속도에 대거리한다 해도 찰나를 잡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수시로 절망하고, 누군가의 웅숭깊은 표정을 통해 그 생의 이면들을 표현했다는 느낌이 올 때는 뿌듯한 저녁을 보냈다.” - 탁기형
목차
- 《공고》
1. 사랑에 대한 부재증명
폭설 다음 날
저 멀리 등대가 보일 때
노을이 필 때마다 전화를
영원과 찰나와 동안
어두운 건 당신
거리의 우산들
착각
돌아오지 않았어야 했다
고백
소용없는 일
불안한 사랑
잠자리의 잠자리
Turn Over
Love affair in savanna
Made in heaven
혼자 걷는 새벽
여진
지옥에서 당신보다 절실한 것은
다정한 길항
그 겨울의 찻집
우리들 약속은 몇 만 화소 일까
그대는 사랑이라 하지만
외로운 함수
연인
비문의 계절
몽유의 행로
외면할 때의 내면
두 개의 거울
착각의 뒷모습
Nail Fantasia
포옹
엽흔
태양의 독백
문득
캄캄하면슬프고 환해지면 그리운
바다가 보이는 침실
따르릉 따르릉, 깜빡 깜빡, 띵똥
사랑을 사랑했네
2. 세상의 무늬들
타임머신
차가워서 따듯한
지금 창밖엔
공항과 공상
한 번이라도 성공하고 싶었다
산타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서
알고도 모르는 것
단풍상점 경영학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배[船]다
풍경의 잔혹사
겨울을 위한 에스키스esquisse
75, B-CUP에 대한 감각
사이[間] - 시월을 보내며
樹에서 木까지
날마다 마지막
마음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아껴 써도 모자라는 봄날
소리가 남긴 무늬들
결심
편도만 고집하는 것들
접接
바람에게
레미제라블
겨울에게 보내는 주문서
약속 1
이럴까 봐 다신을-약속2
파종
잡념과 잠언의 간극
완성이라는 껍질을 벗기면
표류하는 손목
권태와 탈태
무게와 존재감
가야 할 곳이 남아 있다
3. 맑은 거울을 찾아서
화살이 아닌 화살표라서 다행이지만
기다리는데 오지 않으면 우리가
버리고 얻는 것, 남겨서 이루는 것
그늘도 폭풍에 지워지던 날
반복되는 일
부처는 잠간이면 된다 하지만
가만두면 제자리를 찾는 것들
설국에 계신 아버지
경계에서 흔들리기
19금으로 달리다
높이에 대하여
미필적고의
부러지더라도 기울지는 않는 천칭이 될까
불행할 수 있는 자유
흔해도 내게는 한 번이니까
오랜만에 한 번
저 혼자 가는 시간
북청 물장수
전 뒤에 남는 것
굳은, 살을 먹는 밤
구속의 이면에 대한 복기
노을 속으로 만행을
시 분 초, 홉 되 말
회식의 속살들
내부의 무늬들
청량사에 가시려거든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주인은 자고 발은 깨어 있다.
누가 주인인가.
발은 깨어 있고 거기 얹혀 세상을 부유하는
몸은 잠들어 있다.
- 《가야 할 곳이 남아 있다》 중에서
온몸이 나사가 되면 아찔하게 회전할 수 있겠지.
끌어안고 절대로 풀 수 없다고 힘을 줄 수 있겠지.
그러나 천천히 되돌며 풀려나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슬픔도 오래도록 지속되겠지.
《불안한 사랑》 중에서
함께 웃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그날들 속에서 벙글던 내 미소는
늑골 사이에서 부패했거나
손이 닿지 않는 등 뒤로 유배되었을 것이다.
- 《그 겨울의 찻집》 중에서
그 나라에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사랑 말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심장 하나만 주세요.
- 《산타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중에서
휘두르지도 못 할 거면서
움켜쥐기만 했던 주먹은
지하철 손잡이에 걸어두었다.
아침마다 사물함에 영치해야 했던
심장을 되찾고야 말겠다.
치욕은 꼬리 감춘 개들의 유물,
비굴은 치욕을 성형한 생필품이다.
- 《결심》 중에서
열차는 열차라서 편도를 고집한다지만
자네도 나도 앞만 보며 살았던 게
결국 편도를 고집한 거 아니었겠나.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여전히 아무것도 없으니 허망하단 말일세.
- 《편도만 고집하는 것들》 중에서
나는 꼰대답게
이런 현실 하나도 버티지 못한다면
어디를 가서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겁을 줬다.
세상에 한 번 진거라고 녀석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 《그늘에 대한 거짓말》 중에서
이 거리의 문법은 왜곡되었다.
그러나 당신도 나도 오탈자로 처리될 것이다.
붉은 동그라미에 목이 걸려 끌려가야만 한다.
- 《불행할 수 있는 자유》 중에서
출판사 서평
전영관ㆍ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사진이 시인의 문장들에게 즉각적 감흥을 일으키도록 풀무질을 하고
시인의 문장들이 사진의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 책 소개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얼굴들……
눈으로 지나치는 일상이 사진이 되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그 순간이 삶으로 들어앉는다. 넘치지도 않고 고스란히. 사진이 시인과 공명했듯, 눈이 마음과 공명했듯, 이제 독자와의 깊은 공명을 준비한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랑도 연애산업의 전단지로 유통되고 대책 없는 긍정주의가 치료시기를 늦추게만 했으니 상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또한 《한겨레신문》 탁기형 기자의 감성적 사진들과 전영관 시인의 문장이 공명하는 책이다.
시인인 전영관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라 말한다. 힐링프로그램이 감기약처럼 팔려나가는 세태를 걱정한다. 누군가의 덕담 몇 마디로, 안온한 문장으로 치유될 거라면 그건 상처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가 동아리 선배처럼 친근하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 낸 상처는 어떤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상처란 치료제의 효능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스미어 나오는 콜라겐의 힘으로 메워지는 자리다. 정신과 육체가 살아 있으니 상처가 나는 것이다. 생생함의 증거고 달라질 수 있다는 예감이다. 힐링프로그램을 찾을 시간이 있다면 고요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완곡함에 신뢰가 간다.
아울러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접경 지역을 저공비행하는 문장들의 격납고다. 문학을 꿈꾸는 독자라면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야 할 백과사전이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아련도 묻어난다. 그리고 이별의 눈물로 묻어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비뚤어진 우리에게 웃으라고, 울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작게 조근거린다. 그런데 그 작은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왜일까.
사람은 그리움을 먹고 산다. 그리고 또 그만큼 외로움을 먹고 산다. 그러면서 나를 맹목적으로 안고 보듬어줄 내 몫의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그런 우리의 거울 속 모습이다. 내가 아니지만, 나인 것만 같은, 그래서 외면할 수 없는, 아리고도 정겨운 또 다른 나다.
◈ 추천사
웅숭깊으나 거침없는 청년의 문장
모든 생명은 모름지기 곁을 돌아볼 줄 안다는 진실을 행간에서 읽었다면 바른 독서를 한 것일까. 닿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손은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문장들은 짱짱하다. 때로는 놀이터이고 때로는 전쟁터인 삶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문장 앞에 세우는 것이 문학임을 일깨운다. 생의 어느 단면 앞에서도 옷깃을 여미고 자신의 입을 열어 숨을 불어넣는 것은 시인이 닿을 수 있는 진경이리라. 종이 위에 심은 한 그루 미루나무 같은 글이 읽는 눈 속으로 깊이 스민다.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 반짝이는 눈과 웅숭깊으나 거침없는 시선은 분명 청년의 것이다. 그의 다음 문장을 기다린다.
최옥정, 소설가
전영관의 글에는 삶의 내음이 풀풀 나는 현장이 있다. 그건 시인이 밥을 해결하는 장소이자 삶의 치열함에서 빗겨난, 사유와 성찰의 또 다른 현장이다. 시인은 두 군데를 동시에 오간다. 마음 한곳에 저며두고, 포개두고, 개켜둔 그 무엇을 들여다본다. 삶의 언저리를 힘겹게 오르면서도 웃음 짓게 하는 힘이 있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문장이, 시선이 우리를 붙잡는다. 난해함 없이 이만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전경일, 《마흔으로 산다는 것》의 저자
기본정보
ISBN | 9788997348183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4월 25일 |
쪽수 | 392쪽 |
크기 |
136 * 200
* 30
mm
/ 56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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