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룡 5(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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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외면하여 역사가 누락한 영웅, 찬란한 서사로 우리 앞에 부활하다
그는 임진왜란 때 육지의 명장으로서 크고 작은 전투 60여 차례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어서 상승장군(常勝將軍:싸움에서 늘 이기는 장수)의 별칭을 얻기도 하였고, 백성들 사이에서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의 조자룡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그는 전란 중에 명 황제로부터 명군을 지휘하는 총관의 벼슬을 받은 유일한 조선 장수이기도 하였다.
전후에 그는 병마절도사를 다섯 번, 삼도수군통제사를 세 번이나 맡았을 정도로 조정의 신임이 지대한 조선군의 최상층 지휘관이었다.
소설 『정기룡(전 5권)』은 이러한 전설 같은 역사적 인물인 정기룡 장군의 행적을 샅샅이 추적 발굴해내어 〈제1권 등불이 흐르는 강〉, 〈제2권 우정은 별빛처럼〉, 〈제3권 지옥 속의 목숨들〉, 〈제4권 죽음을 잊은 군병〉, 〈제5권 민심의 중심에서〉 이렇게 전 5권으로 구성, 치밀하게 그려낸다.
작가정보
목차
- 제1장_ 신들린 원귀들
제2장_ 대마도를 쳐라
제3장_ 존심애물의 뜻
제4장_ 화의로 가는 길
제5장_ 악인이 남긴 말
제6장_ 두 사람의 나라
제7장_ 충신 정신 명신
제8장_ 한 선비의 상소
제9장_ 새로 만든 귀선
제10장_ 등불이 꺼질 때
책 속으로
“흑사자다!”
기룡이 무사히 후퇴해 온 뒤에 이희춘은 두리번거렸다. 왜군이 물러간 자리에 검은 말이 한 필 서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말에 탄 채 긴 창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흑사자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짐승들이 다 온순하게 모여들었다. 그는 이희춘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이보오! 거기 잠깐만!”
이희춘은 흑사자를 뒤쫓아 갔다. 정체가 몹시 궁금하였다. 조선군이, 아니 기룡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는 그가 도대체 누굴까 하였다. 흑사자는 이희춘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우뚝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를 따르는 검은 털로 뒤덮인 큰 개들이 허연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희춘을 경계하였다.
“이보시오. 도대체 정체가 뭐요?”
“알 것 없소. 두 번 다시 따라오지 마시오.”
이희춘은 순간 자신의 귀를 위심하였다.
“이, 이 목소리는?” -p. 39
박수영은 잠시 후에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인생은 운이고 수완에 달려있을 뿐이지.”
“아닐세. 오직 참다운 노력이 있을 뿐이네. 세상살이에 운과 수완이 전부인 듯하여도 그건 잠시 한때일세.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네. 오직 참다운 노력에만 해답이 있는 것일세.”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더 많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는 자, 노력하는 척하면서 건성으로 조금 해보고 포기하는 자……. 그들은 진정으로 노력하는 자들이 아닐세. 불평불만과 핑계가 많은 자들은 종내 남이 노력해서 이룬 성취를 뜯어먹으며 살고 싶은 마음에 점차 온갖 언변으로써 간교하고 게으른 기생충이 되어갈 뿐이네.”
“정기룡, 너는 일신을 크게 이루었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군.”
“다음에 새로 태어나거든 운 탓, 남 탓, 나라 탓...... . 아무것도 핑계하지 말고 오직 내가 처한 자리에서 참다운 내 노력으로 살아보게. 참다운 노력을 하는 사람만이, 또 그런 사람들이 많고도 많아진다면 지옥 같은 세상도 살만한 세상으로 바뀌게 된다네.”
“좋은 말 잘 들었으니 이제 그만하지.”
박수영과 나누었던 대화는 그뿐이었다. 한양에 도착하여 형조에 넘겨주면서 물 한 그릇을 떠다가 함거에 넣어준 것이 다였다. -p. 218
데라사와 마사시게가 꾸짖었다.
“이놈! 입 다물지 못할까! 내 일찍이 글 배운 것들의 요망한 혓바닥을 가증스럽게 여겼거늘, 오늘 네놈의 아가리에서 여실히 보는구나.”
그리고는 데라사와 히로타카에게 아뢰었다.
“태수님, 더 볼 것도 없사옵니다. 당장 저놈을 처형하옵소서.”
데라사와 히로타카가 명령하였다.
“죄인 데라사와 이치로는 자결을 하여 명예를 받들라.”
사일랑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할복할 채비가 갖춰지자 사일랑은 조선이 있는 서쪽을 향하여 큰절을 두 번 올렸다.
“이 사일랑은 하늘을 우러러 대장님과의 만남에 추호도 여한이 없음을 아뢰옵니다. 아, 남아대장부로 태어나 일평생 사는 동안 천하영웅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랴. 그런데 소인은 하물며 가까이에서 오랜 세월 모시기까지 하였으니 그만한 다행스러움이 없사옵니다. 대장님, 작은 소임을 마친 오늘이 소인이 흔쾌히 죽는 날이옵니다. 부디 수복강녕하옵소서.” -p. 240
옥간은 어두워 밤인지 낮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다만 낮에는 불을 밝히지 않았고 밤에만 불을 밝히는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었다. 숙직 도사가 옥졸들을 거느리고 왔다.
“죄인 정기룡은 이리 가까이 오너라.”
기룡은 옥간문 앞으로 다가갔다. 숙직 도사가 비켜서자 고관 차림을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예조판서 이이첨이었다.
“쯧쯧, 나라의 대부 벼슬에 있던 사람이 어찌하여 그 꼴이란 말인가.”
기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이첨이 다시 말하였다.
“살 길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한데…….”
기룡은 힘들게 고개를 들어 웃는 낯으로 대답하였다.
“생사존망은 천명에 달려있거늘, 어찌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고약하게 썩어빠진 줄을 잡겠소?”
그리고는 안으로 돌아와 버렸다. -p. 325
“귀선 진수!”
수많은 백성들이 나와서 보는 가운데 그간 건조한 배들의 진수식이 거행되었다. 취고수가 크게 군악을 울렸다.
기룡은 황룡선의 3층 누옥에 설치한 장대(將臺: 지휘소)에 서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을 시험하였다.
여러 싸움배 중에서 단연 이목을 끄는 것은 귀선이었다. 용머리에서 불 연기를 뿜어내어 가상의 적의 시야를 교란하고 매캐하게 하였으며, 좌우 총통혈에서는 16문의 포가 동시에 발사되어도 배는 끄떡도 없었다.
돛을 올리자 날쌔게 달렸고, 선장의 호령에 맞춰서 노를 젓고 치를 돌리자 배는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방패선도 뱃전에 방패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적의 포환과 화살을 막아내었으며, 청작선은 침투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또한 여러 척의 사후선은 배와 배 사이를 재빠르게 다니며 전령을 전하기도 하였고, 선단을 멀리 휘감아 돌며 먼 바다를 척후하기도 하였다. -p. 366
기본정보
ISBN | 9788997101153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8월 05일 |
쪽수 | 416쪽 |
크기 |
154 * 224
* 25
mm
/ 63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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