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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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4년 5월 5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오가와 미쓰오와 제자들
저자 오가와 미쓰오는 (小川三夫) 1947년 도치기 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호류지 오층탑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마지막 궁궐목수’라 불리던 니시오카 쓰네카즈를 찾아갔다. 비록 그 무렵에는 입문을 거절당했으나, 스물세 살 되던 해에 뜻을 이루었다. 밤잠을 내어놓고 날붙이를 갈며 애쓴 끝에, 니시오카 대목장 집으로 들어간 지 다섯 해 만에 변변한 목수 노릇이 족한 장인으로 자랐다. 1977년 독립해 장인 집단 이카루가코샤를 세운 뒤, 수많은 사찰 건축을 맡아 제자들을 길러 왔다. 2003년 ‘오늘의 명장’에 올랐으나, 2007년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시오노 요네마쓰와 함께 《기술을 전하고 사람을 기르는 대목장》, 《고르지 않은 나무를 짜 맞추듯이》, 《궁궐목수와 걷는 나라의 고찰》 같은 책을 펴냈다. 2012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일 목조 건축 대목장의 세계’ 기획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대목장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카루카코샤의 제자들
* 이 책에는 1995년 8월 이카루가코샤에 몸담고 있던 19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 2014년 현재 이카루가코샤의 모습은 www.facebook.com/ikarugakousy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글) 시오노 요네마쓰
엮은이 시오노 요네마쓰 ?野米松는 1947년 아키타 현 가쿠노다테 마을에서 태어났다. 도쿄 이과 대학 이학부 응용 화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곳곳을 돌면서 어부와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듣고 받아써 왔다. 사라져 가는 전통 문화와 몸에서 몸으로, 일에서 일로 전해지는 ‘손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92년 《옛지도》를 시작으로 네 차례나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고, 2003년 《여름 연못》으로 일본 그림책 대상을 받았다. 같은 해, 국제 천문 연맹은 그의 업적을 기려 소행성 11987에 ‘요네마쓰 YONEMATSU’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오가와 미쓰오의 스승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구술을 정리한 책으로 《나무에게 배운다》가 있다.
역자 정영희는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국 대학교 국문과를 나온 뒤, 일본에서 몇 해 더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강원도 곰배령으로 들어가 여태 지내 왔다. 오가는 등산객을 맞는 조그만 점방을 열면서, 고지대의 혹독한 겨울이 두렵지 않을 살림채를 남편과 함께 조금씩 짓고 돌보고 있다. 틈틈이, 일본어로 된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도 힘을 쏟는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 《집을 생각한다》, 《내 마음의 건축》, 《다시, 집을 순례하다》, 《건축가가 사는 집》들이 있다.
그림/만화 이광익
목차
- 오가와 미쓰오의 세계 (地)
들어가며
1.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곁에서
호류지 오중탑에 반하다
대목장과 주고받은 편지
아버지의 반대를 뿌리치고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제자가 되다
제자 입문식
야쿠시지 금당 재건에 참가하다
스물일곱, 호린지 삼중탑 일을 맡다
규구술의 귀재 니시오카 나라미쓰
연장 쓰는 재주가 남달랐던 니시오카 나라지로
큰 가르침을 주신 다카다 종정 스님
연장은 손의 연장이다
스스로 궁리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
형제 제자 기쿠치와 오키나가
제대로 물어야 한다
도면 너머를 보라
호류지 귀신, 니시오카 쓰네카즈
마지막 큰 나무
목수의 교과서, 호류지
2. 오가와 미쓰오, 새로운 길을 묻다
벌어먹고 사는 궁궐목수의 길을 생각하다
장인 집단 이카루가코샤를 세우다
마지막 시험, 안논지 조사당
사람을 기른다는 것
인내를 통해 배우는 시간의 길이
이카루가코샤의 도제 제도
누구라도 허드렛일부터
스스로 몸에 붙여야 한다
시간을 들이다
하고자 안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십 년은 벼려야 하는 연장질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자를 돌보며 배운다
겐짱이라는 녀석
아들 료이치
실수를 깨달았다면 고쳐라
궁궐목수라는 일
고민과 미래
새로운 도전, 이카루가코샤 (人)
궁궐목수들의 야구 시합
1. 오가와 미쓰오의 생각
이카루가코샤의 출발
오가와 미쓰오, 이카루가코샤를 말하다
학교가 아니다
이곳에 오려는 사람들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다
한 걸음씩 더듬어 여는 앞날
왜 밥 당번을 하게 하는가
씨를 뿌리다
뒤틀린 것의 소중함
쉽지 않은 일들
다른 분위기를 한 번쯤 겪을 수 있도록
이카루가코샤의 입사식
2. 이카루가코샤의 제자들
니노미야 긴지로 동상의 의미
제자들의 생활
제자들과 나눈 마주이야기
목수 _ 기타무라 도모노리 | 오노 고키 | 가쿠마 노부유키
부목수 _ 마쓰모토 겐쿠로 | 지바 마나부
나카자와 데쓰지 | 아이바 마사히코
목수 보조 _ 하라다 마사루 | 후지타 다이 | 요시다 도모야
견습 _ 마에다 세이키 | 오가와 료이치 | 시바타 아키라
마쓰나가 히사야 | 오하시 마코토 | 하나타니 다이키
시미즈 히데야스
목수 _ 오키나가 고이치 | 가와모토 도시하루
3.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손자 제자들에게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손자 제자들에게 전한 것
새로운 출발
부록
후기 _ 듣고 정리한 자의 이야기
대담 _ 탑을 세우고 사람을 키운다
대담 _ 인터뷰의 참맛
책 속으로
+ 우리 일이란 호흡이 긴 일입니다. 하나하나 쌓아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니시오카 대목장은 대패질을 가르치실 때, 당신이 민 대팻밥을 보여 주며 “이렇게 해.” 하시는 게 다였습니다. 그걸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방식으로 깎아라,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면 빠를 수야 있겠지만, 그래서는 가망이 없습니다. 배우는 제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고 번득이는 깨달음도 얻지 못합니다. 느닷없는 상황을 만나거나 이런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을 때 아무 생각도 내놓지 못해요. 그저 시키는 대로 배우기만 했다면 거기에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겁니다. 이래서는 진정한 목수는 되지 못합니다.
+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착실히 하기만 한다면 반드시 실력이 붙습니다.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이 일은 빨리 간단히 습득하는 것보다 몸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익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익히면 결코 잊지 않습니다. 머리는 금방 잊어버리지만, 머리와 몸은 그런 점에서 다릅니다. 손은 잊지 않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오 년 걸린 일을 십 년 걸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십 년 걸린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제자들 가운데는 빨리 배우고 싶다며 책을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팻날은 이렇게 하는 게 좋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 책에 그렇게 써 있을 겁니다. 언어란 참 편리하죠.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저한테도 그럴듯한 질문을 하러 오는 제자가 있습니다만, 저는 말로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해서 보여 줍니다. 하지만 본을 보여 줘도 좀처럼 이해를 못 하지요. 책에서 배운 건 자기 손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읽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의식하고 신경 쓰는 만큼 기술은 더디게 늡니다.
+ 뭐든 완벽하게 치수대로 만드는 것만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저마다 성질이 있고, 마르면서 줄어들기도 하니까요. 일을 다 마쳤을 때의 그 모습이 완성품도 아닙니다. 건조물에 따라서는, 기와 무게가 더해져 이백 년은 흘러야 안정된 모습을 찾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 사람을 기른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나무만 해도 삼 년 정도는 묘상苗床에서 키우고, 그렇게 키운 묘목을 산에 가져가 심습니다. 묘상에서 동쪽으로 서 있던 나무라면 산에서도 동쪽을 바라보도록 심어야 합니다. 이걸 서쪽으로 심는다면 일 년 안에 원래 방향으로 몸을 틀어 버리지요. 그러면 나무가 비틀려 버립니다.
오늘날 학교와 가정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도 아이들을 잘 돌봤고, 훈육도 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걸로 끝이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보내잖아요?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제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자기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아이가 사고를 치거나 비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겁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모든 아이가 같다고 여깁니다. 저마다 다른 씨앗을 모두 같은 비탈면에 심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인간에게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있습니다.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 목수입니다. 손으로 연장을 갈고, 나무를 깎고, 얼마나 잘됐나 손으로 확인합니다. 손끝에 닿는 감촉으로 판단하는 겁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눈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됐다.’라는 것, 이것이 직감입니다. 결국 목수의 마지막은 이 직감을 키우는 것입니다.
학교나 훈련소에서 이런 감각을 키울 수 있을까요? 뭐든 학교에서 다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직감을 어떻게 배우냐고요? 스승한테서 그대로 베껴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모두 성격도 다르고 지니고 있는 재능도 달라요. 가르치는 쪽이 제자의 성격이나 재능, 습득하는 속도에 맞게 ‘여기까지 해낸다면 다음에는 저기까지 시켜 보자.’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르치고 그걸로 끝,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인간에게 개성이라는 것이 없다면 누구든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겠지요. 하지만 사람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성질이 서로 다릅니다. 그걸 무시하면 망치게 됩니다. 각각 성질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그 성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가르치는 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식사 준비부터 청소, 날붙이 갈기, 연장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빨리 빨리’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일 초, 일 분, 한 시간, 일 년이라는 시간이 몸에 스며들어야 알게 되는 것들입니다. 아무것도 서두를 게 없어요.
출판사 서평
“우리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가르친 녀석이나 스스로 깨친 녀석이나 십 년 정도면 다들 실력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앞으로가 다릅니다. 발전하는 폭이 다른 거죠.
우리가 할 일은 조용히 입을 닫고 그 무엇에도 상관하지 않는 겁니다.
먼 길을 돌아오는 제자를 기다려 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 오가와 미쓰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도제 교육의 어제와 오늘을 말하다
여기, 1300년 전 아스카 장인들의 기술과 지혜를 손에서 손으로 익히고, 물려 온 장인들이 있다. 긴 호흡으로 사람됨을 배우고 기술을 익히며, 결코 이익에 떠밀려 날림으로 일하는 법이 없었던 궁궐목수들의 어제와 오늘. 그 내밀하고 살뜰한 풍경이 한 권의 책 속에 펼쳐진다. 한 그루 한 그루 서로 다른 나무를 상대로, 천 년을 살아온 나무의 생명을 제대로, 끝까지 살려 내고자 사투를 벌여 온 이들. 그것은 자연에 지지 않는,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진검승부이기도 했다.
호류지(法隆寺, 법륭사)의 마지막 대목장 니시오카 쓰네카즈. 그에게서 궁궐목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힌 오가와 미쓰오. 궁궐목수가 되고자, 오가와 미쓰오가 꾸린 장인 집단 이카루가코샤에 모여든 젊은이들. 100년 가까운 시간, 삼 대에 걸쳐 숲 속의 나무들만큼이나 다양한 장인들이 펼치는 이음과 살림의 파노라마를 기록의 대가 시노오 요네마쓰가 듣고 엮었다.
일본 최고의 궁궐목수 오가와 미쓰오
천 년을 이어 온 장인들의 경험과 지혜에 기대 사람을 기르는 길을 묻다
오가와 미쓰오,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제자가 되다
열여덟에 떠난 수학여행. 난생 처음 보는 호류지 오중탑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긴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은 대학에 가느니 1300년 전에 아름다운 당탑을 세운 장인들의 피와 땀을 배우는 게 낫겠다고, 은행원이던 아버지처럼 남의 돈을 가져와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기만 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뭔가 실체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바로 오가와 미쓰오였다. 스무 살이 되던 1966년 2월, 그는 호류지의 대목장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문을 두드렸다. 1300년을 이어 온 절 호류지에서, 오직 나무와 더불어 평생을 살아온 사람. 그는 대대로 물려 온 논밭에서 하루하루 농사를 지으며‘땅의 생명’을 마주했고, “신이나 부처를 숭상하지 않는 자는 사원이나 사찰 건축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구전에 따라 불교 경전을 읽었다. 그러는 틈틈이 늘 호류지를 살피고 돌보았다. ‘호류지 귀신’, ‘독종’, ‘자를 든 사제’, ‘마지막 목수’……. 니시오카 쓰네카즈를 이르는 별칭은 그가 살아온 치열한 시간만큼이나 다채로웠다.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러나 오가와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구 공방에서, 불단 제작소에서, 문화재 도면을 그리는 현장에서 연장질과 제도를 익히며, 니시오카의 부름을 기다렸다. 꼬박 삼 년을 기다린 끝에, 스물세 살이 되던 1969년 4월, 그는 이불을 등에 짊어지고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집으로 들어갔다.
“몸으로 배워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라.”
스승은 그저 본을 보일 뿐, 가르침을 말에 담는 법이 없었다. 그는, 그런 스승을 닮고자 1300년을 살아온 나무와 목수들의 시간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 올랐다. 밤잠을 내어놓고 연장질을 벼린 지 다섯 해, 오가와는 한몫을 거뜬히 해 내는 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카루가코샤, 계승과 실험의 새로운 장을 열다
오가와는 이제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긴 시간 전해 온 목수들의 소중한 지혜와 기술을 되물리고자 했다. 그러나 스승의 시대와 그의 시대는 달랐다.
호류지를 지키던 ‘마지막 큰 나무’ 니시오카 쓰네카즈를 끝으로 절목수의 자리를 물리던 긴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오가와에게는 니시오카가 그랬듯이 언제든 돌아갈 호류지가 없었다. 오가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궁궐목수 일을 하면서, 뒷사람들에게 니시오카에게 배운 기술을 전하고 싶었다.
옛 방식으로 기술을 잇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 주어진 숙제는 막중했으나, 그는 담담히 길을 열었다. 다행히 곳곳에서 일이 끊이지 않았다. 오가와는 1978년, 사찰이나 궁궐을 짓는 ‘회사’이자, 궁궐목수를 키워 내는 ‘배움터’ 이카루가코샤를 꾸려 자신의 책무에 답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누구든 허드렛일부터 시작한다.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모두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생활하고, 함께 일을 해 나가면서, 저마다 자신의 좋은 면을 보여 주고, 그것을 서로서로 배워 가는 것일 뿐이다.
시대의 변화를 보듬을 수 있는 틀을 짜되, 가르침의 알맹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1300년의 가르침에 기대어 여는 이 새로운 장은 과연 궁궐목수가 되고자 모여든 젊은이들의 든든한‘뿌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도제 제도, 사람됨을 기르는 교육의 오래된 미래 _ 다른 교육은 가능하다
궁궐목수가 짓는 절이나 탑은 지은 지 이삼백 년이 지난 뒤에야 설계도에 그려진 모습으로 자리를 잡는다. 눈앞의 성과에 매여, 고만고만한 흉내 내기에 급급한 사람을 기를 것인가. 300년 너머를 가늠할 줄 아는 긴 눈으로, 제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이렇게 깎아라, 하고 일일이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대팻밥이다.”라며 자신이 깎은 대팻밥을 보여주는 것.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교육법은 그러했다. 스승은 맞춤한 일과 알맞은 자리를 찾아 줄 뿐, 가르치지 않았다.
일이란 스승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함께 톱질을 하고, 함께 나무를 짊어지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익히는 것. 스승은 먼 길을 돌아오는 제자를 묵묵히 기다릴 뿐, 재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이란 본디 엄정한 것. 그리하여 스승은 결코 칭찬하는 법이 없었다.
오가와 미쓰오는 니시오카 쓰네카즈가 자신을 기른 방법 그대로 ‘허둥대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슬슬’ 이카루가코샤의 제자들을 ‘제대로’ 기르고자 했다. 이제 더는 그런 것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고, 아이들도 세상도 변했다고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을 때, 그는 무거운 나무를 어깨에 이고 한 발 한 발 발판을 오르던 아스카 장인들에게서 멀어지지 않는 길, 그것을 선택했다. 나무 하나를 들어 올릴 때에도 기중기로 손쉽게 해 치우고 말 것이 아니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그의 고집은 단호했다. 목수란 ‘이름’을 남기는 법이 없이, 온 마음을 다해 ‘만든 것’이 남을 뿐이다.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최전선 일본에서, 오가와 미쓰오는 스승 니시오카 쓰네카즈에게서 물려받은 이러한 세계를 과연 어떻게 되물리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풀고자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시오노 요네마쓰가 보고, 듣고, 정리한 궁궐목수 삼 대의 기록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두 명장뿐 아니라 궁궐목수가 되고자 이카루가코샤에 모인 스무 살 안팎의 스무 명 가까운 젊은이들을 모두 만났다. 제자들은 스승 오가와 미쓰오와 이카루가코샤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그들은 그 속에서 어떻게 장인으로서 수업을 해 나가고 있는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일본에서도 도제 제도의 명맥이 끊긴 지는 오래. 배움과 교육의 오래된 미래를 이카루가코샤가 온전히 되살리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묵은 것은 낡고 뒤처진 것이라 여기는 이 시대, 1300년 전 창건 당시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여태 지켜 온 호류지처럼, 제대로 된 건물을 지으며 다시 그 기술을 물리고 있는 젊은 장인들의 삶이 이카루가코샤에서 2014년 5월, 오늘도 그렇게 이어진다. 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가치를, 어떤 그릇에 담아 다음 세대에게 되물릴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를 조용히 일깨우는 책
한 독자는 이 책을 일러 “새로운 것만이 옳다고 믿는 시대에 정수리를 후려치는 듯한, 엉덩이를 걷어차는 듯한 충격을 준 명저다.”라고 말했다.
이카루가코샤의 젊은이들은 견습, 목수보조, 부목수를 거쳐 목수가 되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수업을 통해, 눈여겨보고, 귀담아 듣고, 몸에 밴 나쁜 버릇을 고치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워 나간다. 기술만이 아니라 됨됨이를 함께 길러 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건물이란 그러한 바탕 위에서 비로소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그런’ 시대라고, 누구나 다를 바 없다고 핑계를 찾기 전에, 너나없이 ‘빨리빨리’ ‘대충대충’ ‘요령껏’ 효율과 돈벌이를 좇기에 바쁜, 지금 우리의 가치와 방식을 이제 돌아보아야 한다.
‘손에 기억’을 물리며, ‘사람됨’을 함께 기르는 교육은 가능하다. 언제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도록 진짜만을 생각하고, 늘 있는 힘껏 정성을 다해 진짜를 만들어 가는 이카루가코샤의 제자들에게, 시대의 흐름을 묵묵히 거슬러 오르며 다음 세대에게 아스카 장인들의 기술과 지혜, 마음가짐을 물리는 길을 연 ‘오늘의 명장’ 오가와 미쓰오에게, 근대 건축이라는 거대한 물줄기에 맞서 그 강 한가운데 말뚝 하나를 세우듯 외로이 호류지를 지켜낸 ‘마지막 큰 나무’ 니시오카 쓰네카즈에게,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이름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호류지에 바친 1300년 전의 장인들에게, 이제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96751434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5월 15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0 * 225
* 20
mm
/ 53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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