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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장현웅은 도시계획가로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항상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를 좋아하며, 좀 더 나은 '사진을 통한 나눔'을 고민하면서 언젠가 지구본을 돌려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그곳, '카리브 해'로 가족들과 함께 떠날 꿈을 갖고 있다.
+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 박사과정까지 무사히 수료하였다.
저자(글) 장희엽
저자 장희엽은 포토그래퍼로
초등학교 시절 빨간 볼펜으로 필기를 한다고 여러 번 선생님께 혼났지만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은 전력이 있다. 두어 번 전공을 바꾸다 결국 사진과 극적으로 만나 파리로 떠났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들처럼 사진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미학적 이야기를 좋아하고, 사진 그 자체를 감상하라 권한다. 짧고 단답형의 문자나 글을 좋아한다.
* 파리 EFET 사진학과를 졸업했고, 두 번의 개인전과 형과 함께한 두 번의 2인전
저자(글) 성세인
저자 성세인은 작곡가 겸 교수로
무엇이든 오래오래 곁에 두고, 자신의 색으로 입혀가기를 좋아하는 작곡가. 그렇게 음표에 색을 입히고, 인생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오래된 차를 끌고, 여행길에 오르기를 즐기는가 하면, 힘든 일이 닥쳐도 ‘괜찮다’라고 다독이며 다시 한 발 내딛는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 오스트리아 그라츠 음대 Postgraduate과정 수료,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 Diplom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졸업, 안양대학교 음대 졸업,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국악 작곡 이수.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통영국제음악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개관작, Pre-Audio Art Festival, 한민족창작음악축전 본상 수상, 대한민국 창작 합창축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수상하였고 러시아 International Contemporary Music Festival ‘Moscow Autumn’에 초청되어 작품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안양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오페라를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글) 조은희
저자 조은희는 작사가로
프로라는 틀에 갇히기 보다는 스스로 아마추어이길 원하는 진짜 프로 작사가.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그녀에게 있어 오늘이란 그래서 늘 현재 진행형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녀는 아티스트적인 감성이 충만하고 사람 냄새 나는 뮤지션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고.
* 1997년 E.O.S 앨범으로 작사가로 공식 데뷔. 이후 박상민, 김종국, 이승철, 이승환, 이수영, 조성모, 조장혁, 테이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과 작업을 해오며 450여 편이 넘는 노랫말을 썼으며, 2004, 2005년 SBS 가요대전 올해의 작사가상, 2007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작사가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버릇처럼 다시 사랑을 씁니다>란 작사 에세이집을 펴내고 2006년 창작 뮤지컬 <황진이>의 작사를 맡는 등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작사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저자(글) 정주희
저자 정주희는 보떼봉떼 플로리스트로
완벽한 방향치이지만
타고난 운으로
찾기 힘든 목적지도 단번에 찾아내는
여행을 좋아하는 플로리스트
+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어릴 때부터 꽃집 아가씨가 꿈이었다던 저자는 현재 Beaute et Bonte보떼봉떼라는 작은 작업실에서 프렌치 스타일의 꽃 만들기를 하고 있다. 중간중간 여행을 떠나야 하는 관계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그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든다는 그녀다.
목차
- Prologue
삼일과 열 명의 사람들
3x1 동물원에 가요 / 장현웅
They Say
떠나고 돌아오다
3x2 장난감 총과 외갓집/어린시절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장회엽
3x3 날아 내려다보다 / 성세인
3x4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여행지에서 쓴 편지 / 조은희
They Say
만들고 미소 짓다
3x5 Trios jours / 꽃을 들고 그녀들의 작업실로 / 정주희
3x6 줄리 앤 줄리아 / 에디터 천의 주방에서 보낸 3일 / 천승명
They Say
보내고 기록하다
3x7 내 인생의 다큐멘터리 / 소준희
3x8 여행자금회수 프로젝트 / 우흥제
3x9 3일간의 무위도식 / 윤성현
They Say
3x10 보통의 존재에게 묻다 / 정현주
They Say
Epilogue
책 속으로
3Ⅹ1. <동물원으로 가요>, 사진집 中에서 (p.13)
“사진은 현실과는 다른 것이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현실을 사진으로 바꾸어놓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어쩌면 그의 말처럼 현실의 단면이 사진으로 포획되는 순간 현실은 결국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지도 모른다.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그 무엇. 동물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동물원을 사진으로 담는 순간, 동물원의 현실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쯤의 세계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난 이 사진을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다.
‘그래, 나도 동물원에 가야겠어.’
3Ⅹ2. <장난감 총과 외갓집> 05 中에서 (p.67)
다시 한 번 방학이 돌아왔다. 몇 건의 일화 덕분에 학교 수업엔 그다지 관심이 없던 초등학교 시절 방학이 다가오면 설레었다. 방학이면 외할머니 댁으로 나들이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즈음엔 난 사격(?)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어린 시절 유행하던 모형 총기세트. 여름 방학이면 유난히 이 장난감이 유행을 했고 위험하다, 유해하다, 비교육적이다 라는 어른들의 뉴스보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장난감 총 놀이에 더 열광했던 것 같다.
(중략)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있던 여름방학. 다시 외할머니 댁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3Ⅹ3. <날아 내려다보다>, #3 여행 2일째 中에서 (p.107)
이런 생각이 들자 시계를 보며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생각에 여느 때처럼 조급함이 밀려와 방으로 들어와 빈 오선지부터 꺼낸다. 하지만 다시 방바닥에 붙기.
바닥에 붙어 또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공간을 살핀다. 가구가 없어서 공간 그대로 다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누워서 방안을 살피는 나의 시선이 멀리까지 간다. 창문이 크고 많고 또 바닥이 넓어서 마음 놓고 뒹굴 수 있어 좋다. 가구가 빼곡하게 들어찬 집과는 다르다. 생각도 마음도 멀리 간다. 유일하게 놓여 있는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진 짙은 커피색의 낮은 책상. 그 위에 빈 오선지를 올려놓고 며칠 동안은 내 것처럼 쓸 수 있어 좋다.
이곳에서는 여유가 내 조급함을 이긴다.
3Ⅹ4. <지금, 만나러 갑니다> letter 3. 3인칭 관찰자 시점 中에서 (p.60)
당신이 동행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3일이 조금은 다른 색깔의 시간으로 채색되어졌을 겁니다. 우연을 빙자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과 운명이라는 탈을 쓰고 등장하는 거룩한 일들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우연이나 운명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사에 자주 써먹는 언어유희 같은 것일지도. 운명이라고 믿으면 운명이 되고 우연이라고 믿으면 우연이 되는 것처럼.
솔직히 이 ‘낯섦’ 속으로 다가가는 게 싫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무모하게 시작된 여행에서 차츰 난 나의 울타리 밖에 있는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3Ⅹ5.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머릿속도 종이처럼 하얗게 비워져 있다.
너무 오래간만에 그리는 그림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
지금 이 순간 믿을 수 있는 건 선생님밖에 없다.
“일단. 배경을 칠하고 연필로 스케치를 해. 선은 나중에 안보일 거니까 겁내지 말고.”
여전히 걱정되지만, 이럴 때는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나의 스타일이니까 생각 같은 거 깊이 하지 않고 바탕색을 칠하기 시작한다.
오늘의 모델, 내가 들고 온 작은 부케에 어울릴 배경색으로 골라서.
그림을 그리러 오기 전, 안네 언니에겐 어떤 걸 만들어 선물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보라색 반다와 향기 좋은 치자. 그리고 그린 리시안과 연보라빛 미니스카비오사를 넣어 자그마한 부케를 만들었다.
곱게 포장을 하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꽃다발.
출판사 서평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책”
웃는 모습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모SOMO. 출판사 소모에서는 소소한 일상에 웃음을 전달하는 책을 만듭니다. 행복도, 즐거움도 그리고 슬픔도 작은 책 한 권을 통해 읽게 되죠. 예뻐서 가지고 싶은, 마음을 자꾸 건드려 두고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작가들의 마음을 쏟아 만든 책이 독자들에게 가서 다양한 의미가 되는 그런 하루하루를 공유해볼까요?
소모에서 2010년 12월 선보이는 도서 <삼.곱하기.십_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는 열 명의 저자들이 모여 각기 다른 색깔의 3일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과연 내 인생에 3일이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한 책은 다채로운 소재와 개성 넘치는 글쓰기 그리고 사색적이고 이미지로 시간을 기록해 나갔습니다.
누군가의 3일을 엿보는 사이, 자신만의 하루를 꿈꿔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그려보게 될 테지요.
동물원으로 가리라 마음 먹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 <삼.곱하기.십>은 여행의 발걸음을 지나 손 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담아냈으며, 3일 동안의 특별한 프로젝트를 통해 인생의 다큐멘터리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책 속의 아홉 명과 조우하여 선문답처럼 던진 물음에 대하여 답을 찾아가는 한 편의 소설이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합니다.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응축된 인생의 단면을 서술하고 있는 옴니버스 에세이 <삼.곱하기.십>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모두에게 생각의 시간을 선사했으면 합니다.
이에 출판 담당자님들께 소개 부탁 드립니다.
▶ 삼 곱하기 십, 의미 찾기: 열 명의 저자들과 함께하는 삼 일의 시간
“기발하고 발칙한, 때로는 평범하고 낯익은
옴니버스 에세이”
10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저마다 다른 성향을 지난 그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
그리고 일종의 해답을 찾는 긴 여정이 펼쳐졌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긴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고, 어떤 이에게는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던 일을 재빨리 실행에 옮기게끔 하는 출발 신호가 되었다 합니다.
“어쩌면 인생의 응축된 시간, 3일
그렇게 사계절이 지났고,
우리는 모두 봄을 기다리고 있다”
<삼.곱하기.십> 책의 제목에는 열 명 저자들이 보낸 삼 일의 시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적어 내려간 페이지들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특별한 경험들이 일종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집니다.
단순한 질문 속에 숨겨진 복잡한 얼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작업은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누구 하나 비슷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3일간의 프로젝트 속으로 함께 들어가볼까요?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 <삼.곱하기.십>은 네 개의 카테고리에 열 명 저자들의 삼 일을 담았습니다.
3Ⅹ1. 동물원에 가요
어린 시절의 빛 바랜 사진을 보았다. 그래, 동물원에 가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문득 동물원으로의 삼 일을 감행한 그는, 동물원과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고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가며 그곳으로 들어갈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만난 비 오는 침팬지, 기린과 코뿔소와의 위트 넘치는 만남, 비현실적인 북극곰 등을 통해 기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지요.
그 안에서의 삼 일은 청춘의 한 지점에서 치열하게 고민에 빠진 젊은이 K를 그리게 되었다 합니다.
떠나고 돌아오다: 3Ⅹ2 / 3Ⅹ3 / 3Ⅹ4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 어느 만큼 홀가분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사진 찍는 그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외갓집 엄마의 고향 마을로. 가는 길 습관처럼 휴게소에 들렀고, 장난감 총과 반짝반짝 빛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합니다. 추억이 되어 자신의 한 부분이 된 시간을 돌이켜보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요. 오래된 여행 가방 속에 짐을 꾸려 넣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강원도의 깊은 곳 한옥연구소를 찾은 작곡가는, 그곳에서 마침내 여유가 자신의 조급함을 이긴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한 작사가는 돌려주지 못한 물건들이 불현듯 눈에 걸린 날이 있었다 합니다. 그것들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홀로 여행길에 오르지요. 본래 주인과의 아주 작은 교집합에 불과했던 물건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아주 커다란 공감대가 되었습니다.
만들고 미소 짓다: 3Ⅹ5 / 3Ⅹ6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무엇에 대한 따뜻함. 가슴 먹먹해지는 시간들.
다정한 플로리스트는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꽃을 들고 친구들의 작업실을 찾게 됩니다. 도자기를 만들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세 여자의 작업실에서 함께 만드는 찬란한 이야기들이 빛나는 시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달 찾아오는 잡지사 마감에 분명 힘이 들 줄 알면서도 요리가 하고 싶었다던 에디터는, 지난날의 은밀하고도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주방에서의 3일을 보내게 됩니다. 가장 원형의 가장 좋아하는 가장 필요한 요리를 마쳤을 때 찾아오던 충만한 기분이 느껴지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새삼 감동하는 시간입니다.
보내고 기록하다: 3Ⅹ7 / 3Ⅹ8 / 3Ⅹ9
낯익은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3일간의 다큐멘터리.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시간 속, 갤러리의 그녀는 전시 전날과 당일 그리고 다음 날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갑니다.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고백이 그 어떤 순간보다 따뜻한 결말로 다가오네요. 아트딜러인 그는 여행자금회수라는 목표를 세우고, 태국의 벼룩시장을 걸었습니다. 물건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새로운 주인에게 전해주는 3일 동안의 벼룩시장. 지나고 나니 모두 즐거움입니다. 라디오 <심야식당>의 진행자이자 피디인 또 다른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로 자신의 3일을 시작합니다. 잠, 맥주, 공상 그리고 지난 날에 대한 반추로 이어지는 며칠이 그려집니다. 내내 공기를 가르던 BGM과 함께 말입니다.
3Ⅹ10. 보통의 존재에게 묻다
보통의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만난 사람들.
한 명의 그녀는 <삼.곱하기.십>의 나머지 아홉 명과 가상의 공간에서 조우합니다. 동물원의 그 남자로 출발하여 다시 자신에게로 긴 여정의 시간을 그려냅니다. 멀리 돌아왔지만, 해답은 결국 각자에게 있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삼 일의 시간을 통해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들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낼 테지요.
+They say
열 명 저자의 한 마디 코멘트.
책속으로 추가
3Ⅹ6. <줄리 앤 줄리아> 첫째 날, 가장 원형의 요리: 생간에 대한 말랑한 추억 中에서 (p.186)
덕분에 그날 아침 부엌은 생간을 날름날름 받아먹는 머리털이 부스스한 손녀딸과 소주를 한 잔씩 걸치는 할머니의 엽기적인(?) 풍경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진한 농축액 같은 맛.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들은 단순히 재료를 날것으로 먹거나 삶거나 혹은 쪘을 뿐인데도, 그런 인상 깊은 맛을 내고 있었다. 찜통에 넣고 푹푹 김을 내며 쪄낸 감자는 반을 갈라 쪼개면 하얀 전분의 소가 알알이 일어나 먹음직스러웠고, 메주를 띄우기 위해 삶아낸 콩은 그렇게 부드럽고 고소할 수가 없었다. 속이 느끼한 날이면 찬물에 말은 밥과 내주시던 아삭아삭 하고 개운한 오이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건져 올린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곤 했던 뜨끈하고 야들야들한 오징어, 한겨울 밤 출출할 때 만들어주시던 간이 슴슴하게 벤 장조림을 얹은 동치미 국물 밥, 그리고 손으로 쭉쭉 찢어 김이 모락모락 솟는 새하얀 쌀밥 위에 올려 먹던 갓 담근 김장 김치. 그 음식들을 입에 넣던, 먹으면서도 입에 침이 고이는 그 순간들이란!
3Ⅹ7. <내 인생의 다큐멘터리> 전시 마지막 날 中에서 (p.227)
희한하게도 전시 철수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잠시 내 책임하에 맡겨졌던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모두 보낸 후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볼 때마다 찾아드는 외로움이 마치 학년말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 텅 빈 교실에 남아있을 때와도 흡사하다. 물론 다음 전시될 작품들로 변신할 갤러리를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작품과의 이별과 만남을 되풀이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람’이다.
3Ⅹ8. <여행자금회수 프로젝트> 3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 中에서 (p.244)
마지막 여행 아닌 여행을 통해서는 회수를 넘어 약간의 수익까지 만들 수 있었다. 아무튼 여행과 쇼핑 사이에서 균형만 잘 맞춘다면 결코 여행경비회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사온 물건을 판매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태국에서 쇼핑할 때보다 내가 사온 물건들이 제 주인을 만나 팔려가는 순간을 보는 일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 마치 태국에서 여행하며 힘들었던 기분을 한꺼번에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물건이 팔려가는 순간 생기는 손님과의 설명할 수 없는 공감대는 새로운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여행경비회수를 위한 3일간의 쇼핑’이 아닌 ‘여행경비회수를 위해 구입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3일’이 된 셈이다.
3Ⅹ9. <3일간의 무위도식> 둘째 날의 무위도식 中에서 (p.277)
디리딩딩 디리딩딩.
디리딩딩 디리딩딩
오전 열한 시.
아차차. 알람을 삭제한다는 걸 그만 또 깜빡했다. 하긴 간만에 핸드폰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고 하루를 보냈으니까. 그렇다곤 해도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뜨다니, 사소한 걸 깜빡한 것에 대한 응징치곤 가혹하다. 사소한 걸 잊어버리면 재앙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문명의 어떤 본질적인 그 무엇인 거 같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 몇 시에 잠들었더라?
3Ⅹ10. <보통의 존재에게 묻다> They say 中에서 (p.331)
영화
나는 꿈에서 깬 듯 깨달았다.
온 우주가 ‘이제는 너만의 삶을 살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6299974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12월 20일 |
쪽수 | 333쪽 |
크기 |
146 * 200
* 30
mm
/ 51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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