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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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신석호(申錫昊)
동아일보 편집국 정치부 기자로 북한 및 남북관계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1993)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1996)했다. 1995년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 사회부, 신동아팀, 경제부, 경영전략실 등을 거쳤다. 경제부 기자 시절인 2002년 북한공부를 시작해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에서 “북한의 경제개혁에 관한 연구: 7·1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종합시장 도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북한학 석사학위(2004)를 받았다. 이어 이 학교의 후신인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과 쿠바의 경제위기와 개혁”으로 북한학 박사학위(2008)를 취득했다. 2002년 6월 29일 평양을 처음 방문했으며 2007년까지 모두 일곱 차례 북한을 방문해 취재했다. 박사학위 논문 집필을 위해 회사의 허락을 받아 1년 동안 국내 연수를 하던 중이던 2007년 11월 8박 9일 동안 쿠바에 다녀왔다. 북한 관련 저서로 『토요일에는 통일을 이야기합시다』(필맥, 2003)가 있다.
목차
- 추 천 사
프롤로그
제1장 사회주의 경제의 위기와 개혁
제1절 북한과 쿠바의 엇갈린 20년
제2절 경제위기와 개혁의 정치경제
제3절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제2장 경제위기 이전의 초기조건들
제1절 정치적 초기조건
제2절 경제적 초기조건
제3절 종속과 의존의 대외경제
제4절 소결론
제3장 경제위기와 대응의 정치학
제1절 1990년대 경제위기의 내용
제2절 북한과 쿠바 국가의 대응
제3절 북한 경제위기의 심화와 대응
제4절 소결론
제4장 경제위기와 대응의 경제학
제1절 경제개혁의 전개와 성격
제2절 1990년대 쿠바 경제개혁의 성과
제3절 2000년대 북한 경제개혁의 성과
제4절 소결론
제5장 결론
참고문헌
인터뷰 목록
출판사 서평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만난다면?!
책은 2008년 봄 어느 날, 쿠바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쿠바 아바나 시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스트로는 1959년 1월 혁명에 성공한 후 59년 동안 쿠바를 이끌어 오다 얼마 전 혁명 후배(동생 라울 또는 제3의 소장파)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자유인이 된 상태다. 김정일은 1970년대 초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된 뒤 1985년 이후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해 왔고 지금까지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대화에서 김정일은 카스트로와 20년 전 했던 내기에서 자신이 졌음을 시인한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두 사람은 평양에서 긴급 회동을 가지고 사태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내기를 건다. 카스트로는 동독의 붕괴가 현실 사회주의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이 경우 이들 나라에서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아 온 쿠바와 북한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패를 인민들에게 솔직하게 시인하고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개혁을 빨리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생각이 달랐다. 동독은 무너져도 소련은 결코 망할 수 없다고 봤다. 설령 소련이 무너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군대를 강화하고 인민들의 사상 무장을 단단히 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인민들이 알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솔직한 시인이나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에 두 사람은 내기를 했다. 20년 뒤 틀린 사람이 상대를 방문해 실패를 시인하고 반성하자고 말이다.
생생한 현장취재기에 학자로서의 문제의식을 더한 책?!
1989년과 2008년 두 ‘현존’ 사회주의 정상의 만남은 물론 픽션이다. 그러나 두 번의 설정된 만남을 제외하면 책의 모든 내용은 저자가 6년 동안 끈질기게 추적하고 검증한 역사적 사실(史實)로 채워져 있다. 역사를 재구성해 나가는 문제의식은 간결하고 선명하다. 소비에트 블록의 경제적 지원으로 살아온 북한과 쿠바가 탈냉전 이후 유사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서로 다른 대응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쿠바는 위기 초기에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지만, 북한은 위기 초기에 과감한 경제 개혁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위기가 심화됐고 사회주의 경제가 근본부터 무너졌다.
요컨대, 이 책은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개혁’이라는 이론과 개념의 틀로 1989년 이후 북한과 쿠바의 역사를 비교함으로써 북한과 쿠바 체제, 궁극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북한학 박사가 제시하는 해법?!
저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은 위기에 대응해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이라기보다 개혁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쿠바와 북한의 차이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라고 주장한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정치적 소통이 얼마나 원활했는가와 권력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그것이다.
북한의 경제개혁 지체 원인①: 소통의 부재 - ‘제의서 정치’와 ‘측근 정치’에 매몰된 북한
위기에 처한 국가가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자들이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위기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인민대중의 신음이 권부에 신속하게 전달돼야 한다. 반대로 권력자가 개혁을 하려면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을 인민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혁명 이후 대중연설을 통해 인민들과 1대 1 직접 대화 방식을 발전시켜 온 카스트로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만든 수령의 절대성이라는 장막 속에 숨어 통치했던 김정일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제의서 정치’와 ‘측근 정치’에 매몰됐다. 우선 인민들의 절규가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는 자신과 아버지의 경제적 실정(失政)을 인민들에게 고백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신격화한 상태였다.
북한의 경제개혁 지체 원인②: 비정상적인 ‘수령경제’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다음으로 불평등의 문제다. 여느 사회주의 국가들에서처럼 카스트로와 권력엘리트들도 각종 경제적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자신과 권력엘리트, 인민대중을 같은 국민경제의 틀 안에서 먹여 살렸다. 때문에 경제위기가 오자 권력자들도 인민대중과 비슷하게 배가 고파졌다. 권력자들은 인민들이 바라는 개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달랐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후계자가 된 1970년대 이후 당과 군대의 권력엘리트들을 일반 국민경제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비정상적으로 특권적인 ‘수령경제’를 통해 먹여 살렸다. 경제위기가 왔지만 국내 희소자원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수령경제는 한 동안 송이버섯과 금 등을 해외에 팔아 그럭저럭 상대적 특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민들은 굶어 죽어갔지만 권력자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경제개혁을 시도할 만큼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무거운 정치경제적 논의만 담는 것은 아니다. 최근 20년 동안 북한과 쿠바 사회주의 경제가 변화해 온 모습을 팩트 중심으로 추적한다. 쿠바의 다양한 상점과 시장을 돌아다녀본 경험과 쿠바인들이 ‘사적 연결망’을 통해 ‘부족의 경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남한 사람들에게는 접근이 제한된 북한의 시장과 인민들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쿠바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햇볕정책 10년’이 가고 이명박 새 정부의 상생 공영 대북정책이 시작됐다. 북한을 보는 시각과 평가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쿠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북한은 한국의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권자와 북한문제 전문가,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에 적응해 가야 할 북한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정보
ISBN | 9788995986899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11월 10일 |
쪽수 | 354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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