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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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전격 영화화!
[내부자들], [마약왕] 연출의 우민호 감독 크랭크인
2019년 최고의 기대작 《남산의 부장들》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사를 들추어낸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중앙정보부의 시대’에 씨가 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햇빛과 달빛 아래 움직였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빚어낸 신화적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김충식(金忠植)은 가천대학교 교수(신문방송학과). 일본 게이오대(慶應大) 법학박사(미디어 저널리즘 전공).
고려대 철학과를 1977년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가 되어 30년간 뛰었고,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 정당, 청와대 외무부를 출입했다. 현장 기자로서 금단의 성역이었던 중앙정보부, 즉 KCIA(Korea 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심층 해부해 보려는 열망에 불타, 1990년 김중배 편집국장(나중에 한겨레신문 사장, MBC사장)에게 건의하였다. 그렇게 시작된《남산의 부장들》은 압력과 회유 협박 속에서 장장 2년 2개월 동안 연재되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전두환ㆍ노태우 대위가 1963년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다는 증빙인 수사기록을 최초로 발굴, 폭로함으로써 구속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렇게 파헤친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남산(중앙정보부)이 벌인 정치공작과 비화ㆍ비사는 단행본으로 출간돼 한일 양국에서 52만 부가 팔리는 대반향을 몰고 왔다. 저널리스트의 논픽션 저술로 최대의 베스트셀러 기록을 가진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은 2012년의 시점에서 대폭 가필 손질하고 170여 명이 넘는 주요 인사들의 프로필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저자는 1993년에 평기자로서, 30대에 최연소 논설위원으로 발탁되었다. 한국기자상을 두 번 수상(1984년, 1993년)했다. 문화부장, 사회부장을 거쳐 2002년부터 3년간 도쿄특파원 겸 지사장으로 주재하며 〈아사히신문〉 등에 칼럼을 썼다. 2004년 도쿄대 대학원(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정치와 보도' 과목을 1년간 강의했다. 저서로 《슬픈 열도》(2006), 《법에 사는 사람들》(공저,1984)가 있고, 번역서 《화해와 내셔널리즘》(2007)이 있다. 현재는 대학을 휴직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차관)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 화보ㆍ004 개정 증보판 서문ㆍ017 이 책의 의미ㆍ022 추천하는 글ㆍ026
1부
들어가며
제1장 - 김종필, 남산에 양산박 세우다
5·16 아침 전두환 나타나다 ㆍ042
이후락의 핀치, 그리고 찬스 ㆍ051
정보부법은 헌법보다 세다ㆍ061
혁명의 액션그룹-암행어사들 ㆍ065
제2장 -전-노 11기의 63년 쿠데타 음모
‘45일 천하’ 장도영과 노태우 대위ㆍ073
JP-오히라 메모의 한일 회담 진상ㆍ079
남산 ‘정치사령부’ 공화당 만들다ㆍ083
2대 부장 김용순, 겨우 45일 재임에 끝나다ㆍ086
김재춘 3대 부장과 8기생 수난ㆍ089
육사 11기, “JP계 40명 잡아 가둔다”ㆍ093
제3장 -대통령의 칼, 김형욱 정보부
뚝심의 ‘돈까스’, 남산공화국 재편 ㆍ105
김형욱·이후락의 김재춘 자민당 분쇄작전ㆍ108
한일협정 반대 6·3사태와 비극의 인혁당ㆍ111
윤보선 후보 당선되면 사살하라ㆍ114
윤필용 방첩부대의 ‘테러 충성’ㆍ118
피스톨 박의 완력과 도청 솜씨ㆍ122
김대중, 정보정치 폭로-남산과 맞서다ㆍ127
김형욱, 반JP 칼을 뽑다ㆍ131
김재규와 손잡고 JP 밀어내다ㆍ134
“국회 똥 뿌린 김두한 배후는 JP” 모함ㆍ138
정보요원은 부장의 관심사 써 올린다ㆍ143
제4장 - 피 묻은 3선 개헌, 대가는 해임
가자! 헌법 고쳐 3선 고지로!ㆍ148
후계 물망 JP 철저히 짓밟으라-복지회 사건ㆍ153
권총 들고 관리한 군납이권의 행방ㆍ159
김영삼, 개헌 반대하다 초산 테러 당해ㆍ163
세 야당의원 매수, 개헌대열 세우다ㆍ167
김형욱·이후락, 개헌의 희생양 되다ㆍ172
“오세응 죽여!” 명패 들고 설친 김형욱ㆍ178
자리도 돈도 총도 뺏긴 불귀의 망명길ㆍ183
제5장 - 남산골 샌님 김계원과 요화 정인숙
“김형욱처럼 안 패도 돼. 남산 맡아!”ㆍ188
진산 공략은 김계원도 김성곤도 떠맡아ㆍ192
3공의 요화 정인숙의 치맛자락ㆍ196
정인숙 수첩은 3공 요인 백서였다ㆍ200
‘대사(大蛇)’ 유진산 당수의 절묘한 폭로술ㆍ205
김상현 “정 여인, 대통령이 관계…” 대파란ㆍ209
애욕의 여인이 명시 〈오적(五賊)〉을 낳다ㆍ214
배꼽 아래 인격 있나? ‘궁정야화(宮井夜花)’
정 여인 사건, 끝없는 파문-겸직 파동까지ㆍ220
정인숙, 한일 간 2천억 소송 유발했다ㆍ224
궁정동 드나든 여인 백 명도 넘는다ㆍ234
1974년 육 여사 사후 ‘채홍 충성’ 불붙어ㆍ239
죽은 정인숙이 김대중 신변 지켰다ㆍ243
제6장 - 정치공작 사령부와 선거판 여우
공작특명 “진산을 대권후보로 세우라”ㆍ247
DJ 돌연 후보로 ‘진산 후보’ 공작 물거품ㆍ252
김형욱, 권토중래 노려 DJ 밀었다 ㆍ257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을 포획하라”ㆍ261
정보부, ‘엄창록 선거전략’ 책 펴내ㆍ266
‘DJ의 제갈공명’ 엄창록, 투표 직전 사라져ㆍ271
‘반혁명’ 추방당한 강영훈·박정희의 화해ㆍ276
4성 장군의 추락엔 날개도 없었다ㆍ280
제7장 - 이후락·김재규·윤필용의 충성경쟁
청와대로 초밥 진상한 이후락 주일대사ㆍ287
HR 정보부의 3김 운명 감정과 역학 점괘ㆍ292
1971년 대선자금 국가 예산의 1할 600억 썼다ㆍ296
DJ ‘예비군 폐지’ 공약에 ‘안보 위기’ 맞불ㆍ301
박정희의 승부수 ‘마지막 출마’ 카드ㆍ306
김재규 보안사, 간첩 발표로 대선 거들어ㆍ311
윤필용과 김재규, 철천지 원수 된 사연ㆍ314
정보부와 지역감정 딛고 3선 고지에ㆍ318
제8장 - HR의 괴력과 스위스 비밀계좌
야당 공천 주무른 HR 정보부의 괴력ㆍ324
“8대 국회, 이거 시끄러워 오래 갈까”ㆍ329
스위스 비밀은행 맡긴 정치자금은 얼마?ㆍ334
HR이 챙긴 ‘떡고물’ 194억 원ㆍ338
제9장 - “이 부장 선생, 영웅이십니다”
HR 평양 밀행의 내막 ㆍ343
청산가리 움켜쥐고 평양 3박 4일 ㆍ347
“청와대 습격 뒤 정찰국장 철직시켰다”ㆍ352
김일성은 지금도 폭격 노이로제ㆍ356
4인 체제, HR 덫에 걸려들다ㆍ360
박정희-김성곤의 진검 승부, 4·8항명ㆍ365
공화당 의원 23명, 벌거벗고 매맞다ㆍ368
제11장 - 암호 ‘풍년사업’ 밀실의 유신공작
궁정동 유신공작과 유기천의 폭로 ㆍ374
8·3 사채동결과 김형욱의 손재(損財)ㆍ379
최형우의 폭로와 보안사의 고문ㆍ384
박정희 “유신헌법, 뼈 없는 어묵됐다” 불평ㆍ389
유신 지지 각서 쓴 야당 의원들ㆍ394
‘99.99% 찬성’한 유신 대통령ㆍ399
너무 높이 오른 용 HR의 후회ㆍ406
윤필용의 나락과 하나회의 시련ㆍ412
하나회 장교들의 반격과 강창성 함몰ㆍ419
2부
화보
제12장 - “김대중을 납치하라” 극비지령
도쿄 팔레스 호텔의 6인조 납치범ㆍ441
납치 요원과 용금호의 비밀ㆍ447
그레그 대사 “나는 DJ를 두 번 살렸다”ㆍ453
은폐 본부가 된 납치사건 수사본부ㆍ459
김동운의 지문과 한일외교 분쟁ㆍ464
하비브 대사 ‘HR 정보부의 납치’ 단정ㆍ470
DJ 납치가 육 여사 피격 불렀다ㆍ475
제13장 - HR의 삼십육계 줄행랑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의 미스터리 ㆍ482
HR 목조른 가짜 요원 구타사건ㆍ488
육 여사가 보낸 암행어사의 진상규명ㆍ495
바하마 휴양지에서 박정희와 귀국 협상ㆍ501
제14장 - 신직수 정보부, 유신 수호 칼 뽑다
박정희 “난 경제, 안보는 정보부가 맡아”ㆍ508
긴급조치라는 이름의 미친 법ㆍ514
현상 붙은 사나이 이철·유인태의 도주ㆍ520
파출소장 이마에 권총 겨눈 중정 국장ㆍ527
검사 앞의 전기고문-인혁 8명 형장 이슬로ㆍ532
살인법정 ‘사형 14명, 무기 15명’ 구형ㆍ538
강신옥 변호인, 피고석에 서다ㆍ545
제15장 - “일본과 외교 끊고 도쿄 폭격하라”
육영수 피격사건, ‘도쿄 폭격론’ 대두ㆍ553
경호실장 피스톨 박, 14년 세도 끝ㆍ561
박정희 사로잡은 정주영 그리고 차지철ㆍ566
김영삼, 차지철 실장 공작 이겨 총재 되다ㆍ572
기밀 누설로 지하실 끌려간 노신영ㆍ578
야당의원 10여 명의 고문폭로대회ㆍ586
제16장 - 김영삼, 함정에 빠지다
광고주 목 졸라 저항 신문 못내게 해라ㆍ594
공산주의자로 ‘개조’된 시인 김지하ㆍ601
남산의 박선호 감찰팀 도청하다 파면ㆍ608
김옥선 파동과 함정 빠진 YS 위기ㆍ615
사설 정보대장 이규광, 정보부장 노렸다ㆍ621
제17장 - “개성 뺏고 연백평야까지 민다”
포항석유 시추 맡은 정보부와 산유국 꿈ㆍ628
두 4성 장군, 박희도 준장 찾아가 특공 밀명ㆍ634
공수단 특공대 도박과 미8군 사령관의 분노ㆍ641
김형욱 피해자 임선하 장군의 한 많은 사연ㆍ648
김형욱 골프 스승 김성윤 프로의 역경ㆍ654
제18장 - 코리아게이트와 ‘시한폭탄 김형욱’
이후락 업고 박종규 뒤엎은 장사꾼 박동선ㆍ661
꼬리 잡힌 박동선과 로비스트 김한조ㆍ667
요원 김상근 망명과 8대 부장 김재규 취임ㆍ673
내분, 배신, 밀고, 흔들리는 중정ㆍ681
김재규와 김형욱의 회고록 협상ㆍ687
제19장 - 혁명도 유신도 총성에 쓰러지다
김재규의 청구동 JP 가택수색ㆍ694
차지철 하기식 제병 지휘한 전두환 차장보ㆍ701
국회 요직은 차 경호실장이 배치했다ㆍ708
차 실장이 남산 3국장 일을 다 하고 있다ㆍ715
롯데호텔 낮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ㆍ723
한·미 정상회담 중간에 보따리 싼 카터ㆍ730
김재규 태운 차 멎고 뒤집힌 괴변 ㆍ737
제20장 - 전두환 인사과장, 부장되어 돌아오다
풍비박산 남산간부 서빙고 갇히다 ㆍ745
권위지 ‘노랑 신문’ 끊기다ㆍ752
전두환 소장의 김상현 위협박ㆍ760
정승화가 잡으면 10년이나 기다려야…ㆍ765
이희성 “군이 정권 잡으면 역적”ㆍ771
전두환 ‘대권각본’ 밀어붙이다ㆍ777
10대 사건ㆍ788 정치 파워엘리트 인맥사전ㆍ795 후기ㆍ874
출판사 서평
중앙정보부 18년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조명하다
전두환 대위가 중정 인사과장에서 부장, 대통령되기까지
1992년 출간 즉시 52만 부 판매, 2012년 개정 증보판 [화보 30페이지 삽입]
작가 이병주(작고)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을 파헤친 정사(正史)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12월의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그리고 인혁당 8명의 비극적인 죽음과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그 씨를 뿌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 삶의 구조와 그 내력을 밝히고 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박정희와 김종필은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본떠 한국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아이디어와 권유에 힘입은 것이긴 했지만, 운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의 중앙정보부는 북한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의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차단, 탄압, 단속하는 것을 주요 업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 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심지어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도맡아서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한 저널리스의 목숨 건, 집요한 추적기다.
책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의 첫날 전두환 대위가 육군본부에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울대 ROTC 교관으로 있던 전두환은 군사쿠데타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뚜막에 오르는 고양이처럼 홀연히 사태의 한복판에 등장한다. 전두환은 육사생도를 이끌고 5.16쿠데타 지지의 선봉에 선 이후, 18년 동안 박정희의 돈독한 신임을 바탕으로 대위에서 소장으로 승진하고 군부의 최대사조직인 하나회의 회장으로 군림했다. 선배 별들로부터 예우를 받고, 심지어 사단장시절에는 여당 국회의원조차 그의 승용차에 굽실거리며 경례 하기도 했다.
전두환 장군은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사망하던 1979년에는 국군 보안사령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리고 시해범 김재규를 처단하고, 중앙정보부장을 스스로 꿰어 차고, 박정희의 후계 대통령으로 나아간다. 박정희는 총으로 집권했고, 전두환은 그의 ‘양아들’로 통했다. 박정희가 1979년 10.26 총으로 암살당하고, 전두환은 유신정권의 ‘양아들 정권’인 5공을 열게 되는 역사의 수미상응(首尾相應)을 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친親박 박근혜 vs(對) 반독재투사 과거사의 뜨거운 충돌과 반목
박정희 18년의 정치와 사회가 어떤 운동법칙으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움직였는지를 증언하는 이 책은 흘러간 현대사의 그림자가 아니다.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는 숱한 간첩단 사건, 반국가단체 사건을 발표했는데 실상 그 중 상당수는 정권 도전 세력, 민주주의 회복 세력을 탄압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주역들, 가해자와 피해자는 지금도 이 땅에 충혈된 눈으로 갈등하며, 반목하고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예로 들자면, 이해찬(전 국무총리)은 민주화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문재인은 1975년 경희대 법대학생(총학생회 총무부장)으로 유신반대 데모를 주동하다 제적당하고, 공수부대에 복무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노무현(전 대통령)의 친구가 되고, 오늘날 정치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민청사건으로, 정동영(전 대통령후보, 통일부장관역임)은 두 달간 구속영장도 없이 수감돼 있다가 기소유예, 김근태(전 보건복지부장관)는 배후조종 혐의로 수배됐다. 손학규(전 경기지사) 역시 마찬가지. 장영달(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7년 선고에 7년 복역, 유인태(전 정무수석)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4년 복역 후 출소했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저자인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은 7년 선고에 1년 복역, 이강철(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가장 무거웠다. 15년 선고에 8년을 복역했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 초기부터 정보부와 격돌하며 선거에서 승리해나가더니 결국은 중앙정보부의 오판 속에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었다. 결국 그는 이후락 정보부장의 지시에 따라 일본 도쿄에서 납치된다. 김영삼도 마찬가지. 정보부는 일찌감치 대찬 야당의원 김영삼의 승용차에 초산을 끼얹는 테러를 했다. 1979년에는 야당 총재 김영삼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김재규의 정보부와 차지철의 경호실이 치열하게 다투더니, 마침내 10.26박정희 암살로 폭발하고 말았다.
지금도 흔적이 뚜렷한 공작정치,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권력자라 해도 정보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정보부는 이 기관의 설계사이고 건축가였던 김종필에게도 가혹했다. 김종필은 박정희 임기 중 세 번이나 가택수색을 당했다. 미행과 도청도 당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은 퇴임 후 1979년 파리에서 중정에 의해 살해되었다. 2012년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인 박근혜도,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시절에는, 중앙정보부와 사정권에 놓여 있었다. 박근혜는 어머니 육영수여사가 피격된 이후 목사를 자처하는 최태민 문제로 중정의 보고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 박정희는 이 스캔들의 조사를 중앙정보부에 지시했고 나중에는 조사 담당자, 최태민 등 관계자들을 '친히' 대질신문했다. 정보부가 강압으로 빼앗아 만든 것이 정수장학회 뿌리이며, 정보부가 인혁당 8명의 사법적 살해를 주도했지만, 2012년 오늘날 대통령 후보 박근혜에게 따라다니는, 결코 과거가 아닌 현재적 명제들이다.
정보부의 파워는 경제계 재계에도 절대적이었다. 미8군 군납이권은 정보부가 관리했고, 차관업체 선정에도 힘을 발휘했다. 박정희의 경제계 프리토리언(친위대)인, 현대그룹의 창시자 정주영은 권력 실세나 장군들에게 ‘집 한 채 지어주겠다’며 접근해 요인들을 함락시키고 말았다. 정경유착의 인연은 훗날 경제인 정주영의 대통령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쌍용그룹의 창업주인 김성곤은 박정희에게 대들었다가 정보부에 끌려가 콧수염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한화그룹의 창시자인 김종희와 동생 김종철 또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앙정보부는 외교ㆍ안보도 주물렀다. 김종필 1대 부장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회담을 주도했다. 일본 외상 오히라와의 비밀메모로 한일협정을 타결해 냈던 것이다. 이후락은 현역 중정부장으로서, 1953년 휴전이후 최초로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고 김일성과 회담했다. 남북 양측의 국력이 팽팽하던 시절에 시작된 남북대화는 인도차이나가 공산화되면서 내부 체제 강화 경쟁으로 이어지다가 파탄이 났다. 70년대 중반의 적화위협에 맞서 주한미군 철수를 막아보자고 나선 대미 로비스트 박동선과 김한조의 배후도 중앙정보부였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여색 행각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 경호실장 등과 갖던 ‘밤의 연회’에 그 당시 달력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던 중앙정보부 과장은 가정 분란이 생겼고, 또 한 사람은 결국 10ㆍ26과 함께 총살당했다. 이 책은 저자의 3년여 취재결과이기도 하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 동아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록해놓은 미공개 취재노트에도 힘입은 바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동아일보는 양심적 비판 언론으로 인정받았다. 저자는 말미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H 카의 말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밝힌다.
176명에 이르는 정치파워엘리트 인명사전, 주요 사건일지 신규 수록
이 책은 과거(역사)가 결코 죽어 사라지지 않음을,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오늘과 미래까지 지배함을 웅변한다. 1992년 출간 당시 52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강담사(講談社)에서 1994년에 번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주한대사 및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0년 만의 개정 증보판을 위해 등장인물 176명에 대한 2012년 현재의 시점에서 인맥사전으로 정리해 권말부록으로 담았다. 박정희시대 18년의 10대 사건과 쟁점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정리된 시각을 본문과 권말 부록에 정리했다.
◆ 개정 증보판 서문
우리에게 박정희는 진정 무엇인가?
스마트 미디어, SNS시대에 박정희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반세기도 지나버린 1961년의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그의 18년 통치는 1979년에 끝났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3년이 흐른 오늘날, 박정희 시대라는 거대한 쓰나미의 여진(餘震)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기도 하고, 한편으로 과거사에서는 ‘최악의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듣는다.
그러한 박정희의 ‘빛과 그림자’는 다시금 반세기가 가버린 오늘 201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좌우하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삶을 이끌어갈 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여러 권위 있는 언론들이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박정희의 장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여권의 대선주자로 질주하고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의 후광(後光)이 가장 크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친박연합’이라는 정치결사는 박정희의 사진을 내걸고 분전했다. 새누리당에서 한사코 무관하다고 손사래 치는데도, 옛 추억의 정치자산을 놓고 적손과 서얼이 갈려서 다툰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의 그림자가 넓고 두텁다는 증거일 터이다.
나는 정확히 20년 전, 이 《남산의 부장들》 서문 첫 줄에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그늘에 갇혀 있다”고 적었다. 앞 부분만 다시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좋든 궂든 그것은 1990년대를 살며 다음 21세기를 내다보는 우리의 숙명이요, 제약일 것이다. 박정희의 경호실을 거친 전두환ㆍ노태우 장군은 12년째 후계 대통령이다. 5ㆍ16 동지인 김종필 씨는 지금 집권 민주자유당의 대표 최고위원이다. 박이 배척했던 김영삼, 박이 미워한 김대중은 모진 박해를 뚫고 살아남아 1990년대까지 여야를 이끌고 대권을 겨룬다. 그가 키운 사업가 정주영은 대통령후보로 나서 ‘정권창업’을 노리고 있다.
그 박정희 시대는 중앙정보부가 열었다. 3선 개헌, 유신개헌의 견인차도 정보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10ㆍ26암살로 그 시대를 닫아버린 것도 정보부였다. 안보파수꾼·외교주역에서부터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징수, 미행, 도청(盜聽), 고문 납치, 문학·예술의 사상평가, 심지어 여색(女色)관리, 밀수, 암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올마이티(almighty)의 권력중추였다.
그래서 중앙정보부의 역할에 눈감은 채 박정희 시대를 말하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또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3金정치, 군벌과 재벌의 정치적 영향력의 본질을 설명할 길도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는 2년 2개월 동안 매주 나 자신과 싸우며 《남산의 부장들》을 써왔다.
(1992년 11월11일)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둔 그 시절에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이 겨루었다. 두 김씨는 박정희의 라이벌, 그리고 정주영은 박이 키워낸 재벌 대표. 1992년에 김영삼이 먼저 이겼고, 뒤이어 김대중도 천신만고 끝에 1997년 대통령이 되었다. 정주영은 뜻을 펴지 못하고 운명했다. 두 김씨 휘하에서 자란 노무현이 2002년 대권을 차지했고, 그리고 정주영 문하의 이명박이, 박정희 시대에 청와대 구내 토목공사를 진두지휘하던 건설업자 이명박이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이제 다시 박정희의 딸이 맨 앞줄 번호표를 움켜쥐고 2013년 청와대 입성을 벼르고 있고, 노무현의 운명적 친구 문재인이 안철수와 손잡고 거기에 맞서고 있다.
우리 정치는 실로 박정희로부터 몇 발자국이나 전진한 것인가?
개정 증보판 서문을 적는 이 순간, 나는 기이한 역사의 인과와 섬뜩한 데자부(旣視感)에 전율한다. 2012년에 명멸한 파워엘리트들도 이 책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에 대항했던 이재오, 김문수는 ‘박정희 정권 타도’를 외치던 재야투사들이었다. 역시 박근혜에 예선 도전장을 던졌던 정몽준은 정주영의 아들, 그리고 임태희는 박정권, 군사정권시대의 ‘양아들’이자 총아인 하나회 출신 권익현의 사위이다.
민주당 후보 문재인도 유신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제적당했던 경희대 학생, 그리고 ‘반항 정객’ 노무현의 막역지우(莫逆之友)로 정치에 데뷔했다. 민주당 대표인 이해찬은 박정희 유신정권에 반기를 들고, 박정권의 계승자인 전두환 정권 때는 육군교도소에 갇혔던 열혈투사였다. 손학규도 반(反)유신의 기수로 도피생활을 했던 대권주자이다.
나의 《남산의 부장들》기획을 1990년에 채택한 분은 동아일보의 김중배 편집국장(1991년 동아일보를 떠나 한겨레신문 사장, 문화방송(MBC) 사장 역임)이다. 엄혹한 환경에서도, KCIA를 파헤친 이 책이 빛을 보게 된 것은 한마디로 그 분의 결단 덕분이다. 그 김중배 선배는 얼마 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문명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박정희의 딸, 새누리당 후보가 앞장서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단한 역사의 아이러니다”고 하셨다. 나는 피맺힌 과거사 논쟁이 뜨거운 대선 국면, 이 서문을 적는 이 순간에, 다시금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던 E. H. 카(영국 역사가)의 말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 대부분은 내가 햇수로 30년을 몸담았던 일터, 동아일보사의 김재호 사장이 흔쾌히 게재를 도와 준 것이다. 지면을 빌어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이 개정 증보판은 교보문고 김성룡 사장(현 이사회의장)이 지난 5월, “《남산의 부장들》은 언론사적인 자산인 만큼, 전자책으로 되살려보자”고 권유한 데 힘을 얻어 내게 되었다. 그리고 “전자책만으로는 부족하니, 페이퍼북을 내겠다”고 선뜻 나선 폴리티쿠스의 김현종 사장, 그리고 정소연 팀장을 비롯한 편집진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소설가 장정일 선생은 1993년에 그분의 역저 《독서일기》에 쓴 독후감을 기꺼이 이 책의 개정증보판 추천의 글로 쓰도록 허락해 주셨다.
2012년 11월11일 광화문에서
김 충 식
◆ 이 책의 의미
아팠던 청춘 ‘정치 7080’의 추억
김 주 언
(KBS 이사, 한국기자협회 32~33대 회장, 전 한국일보 기자)
나는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책의 애독자다. 일역판을 포함해 52만 부가 팔린 이 책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대표적 저작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김충식 기자(가천대학교 신방과 교수)와는 1970년대 유신 말기부터 알고 지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서 우리는 동료 언론인으로서 전두환 독재정권의 가혹한 검열을 마주했고,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에 시달렸던 특이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아팠던 청춘 ‘정치 7080’의 쓰라린 추억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나는 몇 번인가 이 책의 개정판을 내도록 권유해 왔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새롭게 고치고 추가하여 한 권으로 묶어 낸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
첫째, 이 책은 사실과 증언을 토대로 드라마 이상의 감동을 안긴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작품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독자를 가진 고전 《삼국지》에는 픽션과 전설이 스며 있다. 그러나 《삼국지》는 《남산의 부장들》처럼 법과 힘과 돈으로 중무장한 현존 영걸(중앙정보부장)들에 저자가 맞서면서, 그 조직(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에 대항하여 목숨 걸고 파헤친 글이 아니다. 저자 김충식이 사실의 나열만으로 이처럼 재미있고 유장한 역사 드라마를 엮었다는 것은 실로 경이롭기조차 하다. 협박과 회유에 굴하지 않는 기자정신과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둘째, 이 책은 박정희 정권 18년을, 1961년 5ㆍ16쿠데타의 아침에 전두환 대위의 등장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종국에 1979년 박정희가 살해되어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전두환 장군이 10번째 정보부장으로, 박정희의 후계자로 등극하는 팡파르로 끝을 맺는다. 전두환을 주역으로 내세운 수미일관(首尾一貫)의 구성은 눈곱만큼도 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예리한 기자 김충식의 눈에 포착되어, 역사적 우연과 필연을 정교하게 짜 맞춘, 기막힌 드라마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 현대정치사의 핵심을 꿰뚫은 고전(古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수많은 논객들의 저작과 교수들의 학술 논문에 인용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존재가치와 생명력을 증명한다.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 산책》 1, 2, 3권, 김만흠 교수의 논문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최상철 교수의 《벌거벗은 박정희》, 주진우 기자의 팟캐스트 〈주진우의 현대사〉 등에 수없이 인용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관통하는 박정희 무단(武斷)통치시대 연구의 ‘포털’이 바로 이 책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달아오르는 ‘정수장학회’, ‘인혁당’ 같은 과거사 논쟁의 뿌리와 전말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후예들의 궤적을 추적한, 170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색인은 한국 정치인맥의 검색사전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이 책은 서울에 주재하는 일본대사를 비롯한 일본 외교관, 서울 특파원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1993년 야마시타 신타로(山下新太郞) 대사는 부임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 공부를 위해 읽은 책 중에서 《남산의 부장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유력지와 방송사의 특파원들은 이 책의 일본어판을 ‘서울 입문서’로,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텍스트로 여긴다고 들었다.
다섯째,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가 번역ㆍ출간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김충식이 쓴 KCIA 폭로 저술을 읽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비롯해 한국서 뭔가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하면 남산의 짓 아닌가 소근거려 왔지만 진상은 모두 깜깜한 채 묻혀왔다. 새정권이 들어서면서 구 정권시대의 정치부패가 차례로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남산까지도 그 대상이 되어 역사의 어두운 부분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얘기가 너무 많다. 권력의 뒤안이라는 게 그리도 무시무시한 걸까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 보건데 지금의 일본을 생각해 보면, 권력중추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 일본의 저널리즘도 분기해서 더욱 권력의 이면을 파헤쳤으면 좋겠다. 일역서는 원저서의 일부를 생략했으나 아무데나 잘라 버린건 아닐까, 원서 전부를 읽고 싶다.”
주요 신문의 서평 게재 순위로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서평 랭킹’에도 상위서열에 자리했다.
역사는 진보한다고도 하고 반복된다고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진보하는 역사를 갖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경제에 이어 정치도 압축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치적 민주화가 얼마나 허약한지는 지난 몇 년간의 세월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돌이켜보게 하는, 지금 우리가 번듯한 민주화를 가진 것 같지만,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어떤 독재적 현실들이 있었는지 일깨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옆에 있음을 웅변하는 과거사 백과, 정치 파워 엘리트사전이기도 하다.
◆ 추천하는 글
역사 기록하는 자의 시린 운명
장 정 일
(소설가, 《독서일기》 중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김충식 기자의 동아일보 연재물이었던 《남산의 부장들》(동아일보사, 1992)을 읽다.
역사책을 읽을 때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된 ‘일화’와 맞닥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코뮌군을 진압하려고 할 때 군사들이 그를 따르려고 하지 않자 나폴레옹의 동생이 칼을 빼서 ‘나의 형이 황제가 되려고 한다면 내가 직접 죽이겠다’고 해서 겨우 군사를 움직였다는 일화 등등. 이런 일화들은 역사라는 커다란 물줄기 속에서는 한낱 만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화들을 모조리 빼놓고 역사를 기술하고자 하는 순간 인간은 형해화되고 없다. 일화 중심의 역사는 역사의 법칙이 어떤 것이든 결국 인간은 하찮은 것들 속에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 수립부터 전두환의 등장까지의 숨겨진 정치 일화를 다룬다. 그러나 그것이 사소한 농담 이상의 가치를 니지게 되는 것은, 이 책이 중앙정보부라는 막강한 권력기관의 비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근대사 특히 18년간의 박정희 독재는 중앙정보부라는 초법적인 권력기관에 대한 해부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앙정보부는 “천하무적이었다. 내각도 국회도 사법부도 ‘남산’의 실력에 비추어보면 실로 껍데기일 뿐이었다. 중정 부장들은 최고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꿀릴 데가 없었다”(1부 p.276). 그러나 정보만능으로 유지되던 박정희 정권은 결국 “정보 중독증상”(2부 p.696)으로 인한 정치 기피에 빠져들면서 과잉충성과 절대복종자들(praetorian)로 이루어진 ‘친위대 국가’를 만들었다. 박정희라는 장님은 인의 장막 속에 갇힌 채 자신을 둘러싼 친위대들 간의 경쟁(차지철과 김재규) 속에 죽었다.
강한 주장은 아니지만, 저자는 이 책의 말미 부분에서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세 가지 이유에서 찾는다. 먼저 박정희와 미국 간의 관계 악화(대외관계), 차지철과 김재규의 불화(내부사정), 김영삼과 김대중의 공조(외부사정), 그렇다면 ‘80년 서울의 봄’을 제압하고 전두환 장군이 급부상, 정권을 탈취한 까닭도 쉽게 찾아진다. 먼저 한국에 박정희를 대신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면 하는 미국의 희망이 전두환 군벌을 묵시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는 점, 육사 11기생들과 하나회 인맥의 철통 같은 단합(그들의 정권욕과 자만심은 1부 pp.96~97와 p.416~419에), 마지막으로 야권의 분열이다. (“물정에 어두운 두 김씨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경쟁이 썩 뜨거웠다. 80년 4월4일 신민당과 재야의 통합협상을 벌이더니 사흘 뒤엔 아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p.779.)
숱한 실제 인물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인간 백태를 보여주는 이 책에는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 김형욱의 골프 스승 김성윤, ‘왕 사쿠라’ 유진산, ‘장군의 아들’ 김두환 등에 대한 짧은 일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정주영에 대한 대목도 재미있다. 그는 91년 총선 때 ‘아파트 값 반값 분양’으로 국민당 돌풍을 몰고 왔는데 원래 그 발상은 정주영이 권력자들을 녹이던 절호의 방법. 그는 5?16 직후 박 소장의 경호실 팀에게 사무실을 제공한 것을 시발로 박정희의 진해 저도 별장, 삼청터널 뒤의 차지철 사택 등을 지어주었다. 그는 “집 한 채 지어드릴까요”라는 속삭임으로 권력자들에게 접근했고, 그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끝에 “글 파헤치는 기자의 시린 운명”이라는 짧은 후기를 쓰는데, 그것은 기자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자의 운명이란 “해석보다는 군더더기 없는 사실 기록을, 미사여구보다는 증언과 자료의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것. 그러므로 자의성은 거부된다. 바로 그것이 기자의 ‘시린 운명’
기본정보
ISBN | 9788994612393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1월 30일 | ||
쪽수 | 880쪽 | ||
크기 |
153 * 224
* 40
mm
/ 1200 g
|
||
총권수 | 1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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