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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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염은열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청주교육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2000년 첫 책을 출간한 이래, 『고전문학의 교육적 발견』(2008), 『공감의 미학 고려속요를 말하다』(2013), 『현대 독자가 고전시가를 만났을 때』(2014) 등 교육적 관점에서 고전문학의 가치와 접근 방법을 탐구한 책을 주로 썼다.
고전문학을 읽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고전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 경험이 국어능력을 향상시키고,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매년 확인하며 살고 있다.
목차
- 책을 내며
제1부 유배, 그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하다
1. 다시, 유배를 말하다
1) 우리는 모두 유배 죄인이다
2) 유배, 그 진짜 이야기가 궁금하다
3) 유배가사 두 편을 고르다
2. 유배, 낯선 장소로 떠남을 명하다
1) 원시적 형벌, 쫓겨남
2. 중세의 독특한 사법 제도, 유배
3. 유배에 대한 특별한 기록, 유배가사
1) 유배가사의 출현 : 왕을 독자로 삼다
2) 유배가사의 전형 : 억울함과 충정을 세상에 알리다
3) 독자층의 확대와 유배가사의 변화
제2부 두 편의 문제작으로 다시 읽는 유배 이야기
1. 득죄_여기 두 명의 죄인이 있다
1) 「만언사」별감 안도환, 비리를 저지르다
2) 「북천가」영남 영반 김진형, 상소를 올리다
2. 여정_죄인의 몸으로 길을 떠나다
1) 기한을 두고 떠나는 먼 길
2) 「만언사」 관인이 재촉하니
3) 「북천가」 본관이 치하하고 대접하니
3. 배소_남쪽 섬과 북쪽 극변에 당도하다
1) 낯선 땅에 당도하여
2) 「만언사」 장기 서린 땅, 추자도
3) 「북천가」 칠보산의 고장, 함경도 명천
4. 유배 경험_두 사람의 유배살이
1) 유배지에서 살아가다
2) 「만언사」 귀양다리의 처절한 생존 이야기
3) 「북천가」 남아 일생의 사업, 유배
5. 해배_해배의 염원과 실현
1) 「만언사」한양 귀향을 꿈꾸다
2) 「북천가」기생을 데리고 귀향길에 오르다
제3부 떠나온 자, 장소와 역사를 만들어라
1. 마냥 ‘손님’일 수 없는 처지
2. 유배지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다
1)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다
2) 낯선 ‘장소’를 관찰하고 기록하다
3) ‘사람’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열다261
출판사 서평
*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 꽃핀자리는 도서출판 우리학교의 인문 ㆍ 예술 브랜드입니다.
■ 책소개
조선 건국의 설계자 정도전, 태종 11년 우리나라 땅을 최초로 밟은 코끼리, 조선 15대 임금 광해군, 『하멜 표류기』를 쓴 하멜, 조선 후기 대실학자 정약용, 구한말 기개를 떨친 최익현. 이 여섯에게는 동일한 체험이 있다. 바로 유배자의 신분이었다는 것이다. 유배는 당쟁의 중심에 있었던 사대부들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코끼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조선 형법의 최고 집행자인 왕도 피해갈 수 없는 형벌이었다.
신분이나 재산, 가족 등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와 돌아갈 기약도 없이 생면부지의 땅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유배라는 형벌. 그러나 그 생면부지의 땅도 시간이 흐르면 유배자의 역사가 새겨지고,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 그래서 유배 이야기는 유배 죄인이 근신하고 벌 받은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익숙한 장소에서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이야기, 여행자나 체류자 혹은 이민자로서의 생생한 적응의 이야기이자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유배의 기록 중 유배가사에 초첨을 맞췄다. 유배가사, 그 중에서도 당대와 후대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문제작 「만언사」의 안도환과 「북천가」의 김진형의 유배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사람살이라는 게 무엇인지, 지금 여기에 뿌리내리고 사는, 혹은 뿌리내리고자 아직도 노력 중인 우리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재미있게, 그러나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다. 『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은 유배의 역사와 유배 문학의 통합적인 접근을 최초로 시도한 ‘진짜 유배 이야기’이다.
■ 출판사 서평
고전문학 연구자 염은열 교수가 쓴 책『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유배를 주제로 한 책이 적지 않게 출간되었고, 유배자가 쓴 문학작품도 활발하게 소개되었지만, 정작 유배에 관한 통합적 접근을 시도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배문학을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유배라는 형법 제도와 당시 지방의 여건 및 조선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유배형이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배에 처한 사람들이 남긴 문학작품 읽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은 유배의 역사와 유배 문학의 통합적인 접근을 최초로 시도한 ‘진짜 유배 이야기’이다.
외국인, 코끼리는 물론이고 왕도 피해갈 수 없었던 형벌, 유배
강요된 떠남,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조선 건국의 설계자 정도전, 태종 11년 우리나라 땅을 최초로 밟은 코끼리, 조선 15대 임금 광해군, 『하멜 표류기』를 쓴 하멜, 조선 후기 대실학자 정약용, 구한말 기개를 떨친 최익현. 이 여섯에게는 동일한 체험이 있다. 바로 유배자의 신분이었다는 것이다. 유배는 당쟁의 중심에 있었던 사대부들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코끼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조선 형법의 최고 집행자인 왕도 피해갈 수 없는 형벌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오형 제도(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를 두어 죄의 무게에 따라 형벌을 부과하였다. 이 중 유형, 즉 유배형은 형기가 정해지지 않은 일종의 무기 구금형으로, 사형에 다음가는 중형이었다. 정치적 상황이 달라지거나 왕의 사면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유배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신분이나 재산, 가족 등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와 돌아갈 기약도 없이 생면부지의 땅에서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유배형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 생면부지의 땅도 시간이 흐르면 유배자의 역사가 새겨지고,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 그래서 유배 이야기는 유배 죄인이 근신하고 벌 받은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익숙한 장소에서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이야기, 여행자나 체류자 혹은 이민자로서의 생생한 적응의 이야기이자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두 편의 문제작, 「만언사」와 「북천가」를 통해 들여다본 유배 이야기
이 책은 다양한 유배의 기록 중 유배가사에 초첨을 맞췄다. 유배가사는 유배자가 직접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가사를 쓰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장이나 생략, 첨가가 불가피하지만 그래서 더 솔직하고 생생하다. 유배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욕망하고 고민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거나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나 생애가 어떤 것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사라는 율문 형식을 따르다 보니 그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일정한 리듬을 타며 듣는 재미까지 경험할 수 있다.
유배가사, 그 중에서도 당대와 후대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문제작 「만언사」와 「북천가」는 오늘날로 치자면 연일 화제가 되는 드라마와 같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두 작품은 독자들이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담아냄으로써 대중문학으로서의 새로운 미학을 성취하였다고 평가된다. 또한 유배행정의 집행은 물론이고 유배자의 이동과 유배지에서의 구체적인 생활 모습에 대한 정보 또한 풍부하게 담고 있어 사료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선 후기 가사문학의 창작 및 유통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다뤄지고 있다. 가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후기 인기 소설과 같은 지위를 누리며 유통되었던 유배가사의 작가이자 이야기꾼인 안도환, 김진형이 전하는 생생한 유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 두 사람의 죄인이 있다
개인 비리로 추자도로 유배를 떠난 안도환과 선비로서의 기개를 떨친 상소가 문제가 되어 함경도로 유배를 떠난 김진형. 저자 염은열은 독자들과 함께「만언사」와 「북천가」를 읽어내려 가며 안도환과 김진형의 득죄, 유배 여정, 유배지 배소, 유배살이, 해배 등 대비되는 두 죄인의 이야기를 병렬하여 보여줌으로써 조선 시대의 형법 제도와 조선 문화, 그리고 유배 생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고군분투 한양별감 _ 「만언사」의 안도환
안도환은 가까운 거리에서 왕을 모시는 별감이었다. 조선판 ‘오렌지족’으로 불리던 한양별감은 한양의 유흥과 놀이 문화를 주도하던 사람들이었다. 안도환은 중인 신분이었지만 양반 부럽지 않은 권세를 누렸다. 하지만 어인(임금의 도장)을 도적질한 죄를 짓고 추자도로 유배되기에 이른다. 중인 신분에, 정치범도 아닌 절도범인 안도환의 유배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남의 집 처마 밑에 띠 자리 한 장을 깔고 시작한 유배살이, 사계절을 옷가지 하나로 나야 하고, 하루에 한 끼도 얻어먹을 수 없어서 동냥에 나서야 했다. 「만언사」는 이런 안도환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만언(萬言)으로도 모자란, 그리움’을 써내려간 것이다.
눈물로 밤을 새워 아침에 조반(朝飯) 주니
덜 쓰른 보리밥에 무장떡이 뿐이로다
한 술을 떠서 보고 그릇조차 내어주니
그도 저도 아주 없어 굶을 제는 없었던가
여름날 긴긴날에 배고파 어려워라
의복(衣服)을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남방염천(南方炎天) 찌는 날에 빨지 못한 누비바지
땀이 배고 때 오르니 굴뚝 막는 덕석인가
덥고 검기 다 버려도 내음새는 어찌하리
어와 내 일이야 가련(可憐)이도 되었구나
손잡고 반기는 집 내 아니 가옵더니
등 밀어 내치는 집 구차하게 빌어 있어
옥식진찬(玉食珍饌) 어디 가고 맥반염장(麥飯鹽藏) 되었으며
금의화식(錦衣華飾) 어디 가고 현순백결(懸?百結) 되었는고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말하니 살았는가 모양은 귀신일세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어이없어
도리어 웃음 나니 미친 사람 되었구나
- 「만언사」중에서
기생놀음 영남양반 _ 「북천가」의 김진형
김진형은 50세에 급제하여 중앙 정치판에 합류한 늦깎이 정치인이다. 철종 5년 상소를 올렸다가 명천으로 유배를 떠났다. 정치범인 유배자, 특히 해배의 가능성이 높은 유배자들은 북관 지역 사람들에게 한양의 문화와 지식을 배우고, 한양과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김진형은 한양에서 유배지까지 이동하는 경유지에서는 물론 유배지인 명천에서도 지방수령과 지역 유지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유배지에 도착한 후에도 칠보산 유산, 군산월과의 사랑 등 ‘남아 천고사업’을 다하고 해배되어 귀향하게 된다. 김진형의 유배 이야기이자, 군산월과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 「북천가」는 안동 지역 부녀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회상대 향하다가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터니 어디서 일성가곡(一聲歌曲)
중천으로 일어나니 놀래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일지(一枝) 단풍 꺾어 쥐고
녹의홍상(綠衣紅裳) 고은 몸이 만장암 구름 위에서
사람을 놀래키네 어와 기절하겠구나
이 몸이 이른 곳이 신선(神仙)의 지경이라
(중략)
매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에
군산월 앉은 거동 아주 분명 꽃이로다
오동 동판 거문고에 금사(金絲)로 줄을 매와
대쪽으로 타는 양이 거동(擧動)도 곱거니와
섬섬(纖纖)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네 거동 보고 나니 군명(君命)이 엄(嚴)하여도
반할 뻔 하겠구나 영웅 절사(英雄節士) 없단 말은
사책(史冊)에 있느니라 내 마음 단단하나
네게야 큰 말하랴 본 것이 큰 병이요
안 본 것이 약이런다
- 「북천가」중에서
낯선 ‘장소’를 기록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세계를 열다
유배는 관료 문인들을 절망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성찰의 시간을 허락했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듣는 경험을 함으로써 생각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한편 스스로를 성찰하고 선비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새로운 문화와 학문을 접하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탐구할 수 있었다.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직접 목격한 고려 백성들의 삶을 보면서 새로운 나라, 조선의 건국을 결심하게 되었고, 정약용은 유배지에서의 정진을 바탕으로 500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유배지에서 남긴 수많은 시와 산문, 편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문화유산은 어떠했을까.
「만언사」의 안도환과 「북천가」의 김진형. 이 두 사람의 유배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사람살이라는 게 무엇인지, 지금 여기에 뿌리내리고 사는, 혹은 뿌리내리고자 아직도 노력 중인 우리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재미있게, 그러나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다.
유배는 분명 엄청난 시련이다. 지엄한 명령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익숙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낯설고 열악한 장소로 떠날 생각이나 했을까. 그러나 떠났기에 새로운 시작이 있었고 새로운 역사가 전개되었다. 두렵지만 낯선 곳으로 과감히 떠날 수 있을 때, 그 낯선 장소에 거주자로서의 족적을 남길 수 있을 때 우리도 새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94103235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14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40 * 210
mm
/ 35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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