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에이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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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엘리자베트 베로르게
1952년 출생.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얀 반 에이크의 삶을 매력적인 글로 되살려낸 《반 에이크의 자화상》을 펴냈다. 첫 번째 소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아비시니아의 계절》, 《건축가의 아홉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현재 출판 번역가 모임인 바른번역 회원으로 있으며, 한불상공회의소 격월간지 <꼬레 아페르>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카를라 브루니-사랑할 자유》,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 《행복을 부르는 기쁨의 힘》, 《NO KID :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 《연애 심리학》,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죽음을 그리다》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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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현재 나는 고독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더욱 고독하다. 고독하다 보니 요란한 색, 예전에 어머니가 맡긴 문장에 쓸 붉은 색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다. 짙은 붉은색을 봤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 붉은색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색깔을 볼 수 없는 지금, 다시는 그림과 색을 통해 얻었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숭배하던 짙은 붉은색을 표현하지도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49p>
이상하게도 나는 기둥서방, 도둑, 술집 단골손님, 창녀, 기생충 같은 사람들 등 이런 거리의 사람들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후베르트 형이 뭐라고 해도 이런 내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거리 사람들의 흥겨움, 반항, 음란함은 나의 감각과 생각을 깨워주었다. <74p>
전쟁은 지루하게도 오래 갔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그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에클뤼즈 해변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운명이 내게 있음을 직감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나는 과연 그림을 그리게 될까? 혼란한 인간 세상을 보며 의심이 들었다. 밤에는 술과 여자를 끼고 방탕하게 보내고, 낮에는 잔인하게 전쟁에서 살육을 일삼는 인간들을 보면서 과연 신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125p>
형이 세상을 떠나자 살고 싶은 욕망,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더욱 불타올랐다. 몸속에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목소리가 이 시대의 그림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사실 요즘 필리프 공작 곁에서 과연 내 역할이 무엇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181p>
내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다. 그 그림은 나의 시대를 잘 보여줄 것 같았다. 내가 화가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붓으로 자신의 손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진전시킬 수가 없었다. 내 자화상으로 세상에 도전장을 던지고 싶었다. <250~251p>
내 안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모래 언덕, 바람, 말, 브뤼헤에서 멀지 않는 해변에 있는 내 청춘의 바다가 느껴졌다. 나의 자화상을 보니 흥분되었다. 자화상은 나의 그림 인생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그림 인생을 살았든 간에...... <260~261p>
출판사 서평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색깔을 보지 못하는 고통을 진정시키고 싶어서였다.”
눈은 아주 잘 보인다. 하지만 색깔을 구분할 수가 없다. 세상은 온통 회색으로 보일 뿐이다. 색깔이 사라져버린 세상이 뭐 그렇게 큰일이냐고? 나는 화가 얀 반 에이크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은 화가가 아니지. 과거에 나는 화가 얀 반 에이크였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색깔을 보지 못하는 고통을 진정시키고 싶어서였다.”
눈은 아주 잘 보인다. 하지만 색깔을 구분할 수가 없다. 세상은 온통 회색으로 보일 뿐이다. 색깔이 사라져버린 세상이 뭐 그렇게 큰일이냐고? 나는 화가 얀 반 에이크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은 화가가 아니지. 과거에 나는 화가 얀 반 에이크였다.
15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창시자 얀 반 에이크,
위대한 화가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에 대한 영원한 기록!
《반 에이크의 자화상》은 자서전 형식의 픽션이다.
반 에이크는 관능적인 대담함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인본주의를 창시한 인물이었다. <어린 양에 대한 경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과 같은 걸작을 탄생시킨 플랑드르의 화가 반 에이크.
미술사에서는 얀 반 에이크를 진정한 유화의 창시자라고 한다. 그러나 기름을 용매로 사용한 것은 얀 반 에이크가 태어나기 전부터 알려져 있던 기법이다. 하지만 더 질 좋은 기름에 대한 지식과 다른 종류의 기름을 섞는 방법은 15세기가 되어서야 플랑드르에 알려졌으니 얀 반 에이크는 이 기술의 대표주자였던 것이다. 그 최상의 기법이 사용된 좋은 예가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조반나가 입고 있는 드레스의 초록색은 그 어느 작품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초록색이다.
그런 반 에이크가 사고로 눈을 다쳐 아름다운 색을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화가로서 치명적이고 인간으로서도 절망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세상은 온통 회색빛 뿐이었다.
그래서 반 에이크는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화가로서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여 그림 대신 글로 쓰려는 것이다. 비록 눈으로는 색깔을 볼 수 없지만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색깔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흰색 종이위에 검은 색 잉크’ 로 글 쓰는 일을 시작한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위대한 화가이자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보낸 어린 시절, 도제 시절에 겪었던 갈등, 네덜란드 전쟁, 예술가로서의 고민, 여성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격동적인 15세기를 배경으로 반 에이크의 치열했던 삶을 뛰어난 솜씨로 그리고 있다. 흑백의 언어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다.
위대한 화가이자 자유로운 인간이었던 얀 반 에이크!
다양한 경험을 안겨준 작품들을 추억하며 ‘인생’이라고 하는 미스테리를 밝히다.
화가였던 아버지가 플랑드르 지역에서 일어났던 폭동을 피해 에이크라는 도시로 삶의 둥지를 옮긴 이후, 플랑드르 화파를 형성하고 그 중심에 서서 후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대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반 에이크의 그림들은 주로 종교적 성스러움을 세부적인 꼼꼼함과 미묘한 빛의 처리로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반 에이크의 인생 자체는 격동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더 없이 자유분방 했고, 그 움직임의 반경 또한 전 유럽을 누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이나믹한 것이었다.
이 책은 반 에이크가 위대한 화가이자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보낸 어린 시절, 도제 시절에 겪었던 갈등, 역사적인 전쟁들, 예술가로서의 고민, 여성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자서전 형식의 픽션이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격동적인 15세기를 배경으로 반 에이크의 치열했던 삶을 뛰어난 솜씨로 그리고 있다.
그림은 테크닉 그 이상이었다.
바로 열정, 신비함, 밤낮으로 내가 마음속에 새기던 윤리였다.
채색 작품으로 인정받던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의 기본을 익힌 후, 반 에이크는 천주교 신부가 되어서도 독립된 아틀리에에서 화가로서의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던 형 후베르트에게 그림을 배우고자 했으나 형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생의 사소한 희로애락을 즐기며 살았던 아버지와는 달리, 늘 성스러워지고 싶어 했던 형과 함께 했던 세월은 지금의 반 에이크를 있게 한 초석이었다. 후베르트가 완전히 종교적인 소재를 작품에 사용하는 것으로 신을 경배하고 싶어했다면, 반 에이크는 신이 창조한 일상의 작은 존재들을 통해 신을 느끼고 싶어했다.
“완벽해지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해. 힘들긴 해도 신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72p>
열여섯 살이 되어 여자들을 알게 되고, 반 에이크는 아무도 못말리는 사춘기 소년이 되었다. 에너지는 넘치는데 발산하지 못하니 우울하고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젠가는 권력자의 비호를 받으며 유명한 화가로 성장하는 날이 올 것을 믿으며 스스로 치열한 삶을 다져가기 시작한다.
“겨울 외투 속에 수첩을 숨기고 다니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메모했다. 혹시 누가 읽을까 봐 뫼즈에서 사용하는 사투리로 적었다” <94p>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도제의 신분이면서도 반 에이크는 하루빨리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한다. 그러던 어느 날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몸이 안 좋은 스승을 대신해서 작품을 납품하러 가게 된 것이다. 준비된 기회에 어엿한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된 에이크는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할 수 있게 되자 드디어 스승 곁을 떠나게 된다.
추한 것들 이면의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타락을 알아야 했다.
반 에이크의 인생을 돌아볼 때, 수많은 여성들과의 사랑과 이별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음란함과 화려함, 추함과 방탕함, 욕망과 의심은 뭐든지 직접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 반 에이크에게 있어 특별히 마음을 끄는 소재들이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에 숨은 뭔가를 그리기 위해, 격렬한 욕정과 방탕한 삶, 자극은 화가의 내면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동시에 위험이었다.
1425년, 반 에이크는 마침내 평생의 은인이자 귀인인 필리프 공작의 궁정화가가 되었다. 그 때부터 반 에이크는 공작의 영지들을 돌면서 다양한 그림들을 그리고, 성의 장식들을 복원하고 새롭게 꾸미는 일을 맡게 된다. 가는 곳마다 격정적인 사랑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리비니아와의 사랑은 반 에이크에게 평생 동안 특별한 상처로 남았다.
자화상을 그리면서 각 개인도 그리스도처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스테리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작이 총애하는 신하였고, 고객들이 인정하는 화가였으며, 도제들이 존경하는 스승이었지만, 반 에이크는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허영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그림이 되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을 그리는 화가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림 속 모델이 되는 것이었다.
성화가 신에게 영광을 바치는 그림이었다면 초상화야말로 개인을 찬미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초상화가 탄생하려면 자신의 모습을 영원토록 남기고자 하는 세속적인 욕구와 작품을 주문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반 에이크는 세상의 모든 화가들에게 범상치 않은 한 인생의 힘을 자화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그림을 완성한 에이크는 제목 옆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 넣었다. “얀 반 에이크가 1433년 10월 21일에 자화상을 그렸다.”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는 기쁨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을까? 절망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필리프 공작의 변함없는 총애를 받으며 안정적인 그림 작업을 하던 반 에이크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베네치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 눈을 다친 것이다. 형태, 멀리 있는 것, 세밀한 것은 볼 수 있지만 색깔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의 미스터리를 그림으로 아직 풀어내지도 못했는데, 세상은 온통 흑백으로만 보였다. 팔레트에 물감을 짜서 색칠하는 행복, 빛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던 즐거움은 이제 남의 것이 되었다.
친구인 질 뱅슈아가 절망에 빠져있던 반 에이크에게 인생을 글로 표현해 볼 것을 권했다. 마흔 여섯의 인생, 화가로서 최고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왔던 인생, 작업하는 그림에 “요하네스 반 에이크가 기뻐하고 완성하다” 라는 문구를 써 넣고 싶어했던 반 에이크의 인생이 드디어 글로 씌여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눈으로는 색깔을 볼 수 없지만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색깔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흰색 종이위에 검은 색 잉크’ 로 글을 쓰는 일을 시작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런저런 추억의 에피소드, 반 에이크에게 여러가지 경험을 안겨준 작품들을 추억하며 ‘인생’이라고 하는 미스테리를 밝히기 시작한다.
에이크가 진정으로 원하는 예술은 세상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을 갖춘 작품이었다. 그 예술이 이제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서 독자들에게 또 다른 공감을 줄 것을 얀 반 에이크는 알고 있었을까.
기본정보
ISBN | 9788994015095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5월 28일 | ||
쪽수 | 267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Autoportrait de Van Eyc/Belorey, Elisabeth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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