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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2년 7월 2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이지훈
저자 이지훈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 기자, 잡지 편집장, 방송 작가로 자기 주견이 뚜렷하던 멀티 플레이어 글쟁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총장 표창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사회학도로서 인문학적 관심이 영화로 넓어져 영화연구회 ‘광랑’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동서고금의 온갖 영화들을 주워 삼키며 영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대학 3학년 때 당대 유력 영화지 《스크린》의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지훈의 커리어는 모든 게 빨랐다. 내친김에 《스크린》 기자가 된 이지훈은 뜻한 바 있어 1997년 나이 스물여덟에 월간지 《NeGA》를 창간하고 편집장이 됐다. 영화 잡지의 정형화된 형식과 패턴에 대한 부정과 쇄신을 기치로 내건 《NeGA》는 무성한 영화 담론의 숲에서 무모한 도전을 했다. 그러나 발상과 형식의 파격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문제들 때문에 1999년 《NeGA》에서 퇴사했다. 《NeGA》 시절부터 TV 영화 정보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활동하기도 한 이지훈은, 2000년 창간한 영화 주간지 《FILM2.0》에 입사한 뒤 취재팀장을 거쳐 2003년 편집장으로 취임, 자신의 이름을 건 두 번째 잡지를 만들게 된다. TV 영화 정보 프로그램부터 본격 영화 전문지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글감으로 한 가벼운 에세이부터 우주적 사고로 점핑하는 비평적 글쓰기까지, 정력적인 생산량을 자랑하던 이지훈의 글들은 잡식성 문화 취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 번 ‘꽂힌’ 영화는 쇠심줄 같은 고집으로 지지했고, 아니다 싶은 영화에는 가차 없이 비수를 꽂는 취향의 글쓰기를 장기로 삼았다.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다가, 2011년 6월 뇌종양으로 마흔두 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노래방 애창곡은 이브의 <아스피린>,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운전, 반바지, 음주, 영화 <나쁜 피>, 김희선을 좋아했고, 아이스크림, 화장실 휴지, 공용 슬리퍼, 버스 손잡이, <포레스트 검프>를 싫어했다. 편집장 타이틀이 붙은 29권의 《NeGA》와 158권의 《FILM2.0》을 남겼다. 슬하에 1녀(이신형)를 두었다.
목차
- 책을 펴내며
이지훈을 기억하며
1부 DIRECTOR
영화에 대한 두 가지 시선, 가족 그리고 인간관계 ― <스모크>의 웨인 왕 감독
영화에 대한 반성, 리얼리티, 체험주의자 ― <러브스토리>의 배창호 감독
안티 내러티브, 순수를 말하는 이미지의 여정에서 ― <씨클로>의 트란 안 훙 감독
회상하는 동시에 응시하다. 시대의 결에 인성의 거울을 세우다 ―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감독
“이 영화에선 분명히 장진 냄새가 나” ― <간첩 리철진>의 장진 감독
“내 영화는 엉터리일망정 관념적이진 않다” ―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
“인간 대 인간의 연대의식이 중요하다” ― 서울여성영화제에서 특별회고전 연 아녜스 바르다 감독
“와이키키 말고, 우리의 수안보 같은 곳 얘기다” ―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
홀가분하게 털어놓는 <파이란>의 속 이야기 ―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
“당신들도 결코 여기서 멀리 있지 않다” ― 윤종찬 감독이 말하는 <소름>
야만의 시대에서 충동과 일탈의 꿈을 꾸다 ― <무사>의 김성수 감독
“내 일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 <아멜리에>의 장 피에르 주네 감독
“난 죽을 때까지 현역이야, 그게 내 행복이야”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 여는 신상옥 감독
“내 영화? 한가하다” ―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
“떠돌이와 집에 대한 얘기다” ―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
시네마 콤플렉스 환자의 공포 ― 김지운, 공포의 반칙왕
음흉한 성냥팔이 감독, 해탈을 꿈꾸다 ― 장선우 감독에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물었다
공무원 감독, 집에 안 들어가다 ―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우여곡절 집필기
‘뒷다마’ 까던 시대의 이상한 활기 ― <품행제로>의 조근식 감독
“내가 뭐라고 주제넘게 지구를 지켜라 마라 하는 건지……” ― 이상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더 이상한 감독 장준환
“너는 비 없으면 영화 못 만들겠다” ―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과 나눈 한담
잊혀진 거장의 심기일전! ― <아리랑>의 이두용 감독
“아름답고 슬픈 공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김지운 감독이 말하는 <장화, 홍련>
불타는 수컷들의 연대기 ― <말죽거리 잔혹사> 만드는 유하 감독
“충무로는 없다. 중요한 건 나다” ―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
이야기꾼 배창호의 가벼운 발걸음 ― 저예산 영화 <길>로 돌아온 배창호 감독
비우면 비울수록 채워지는 ― 이지훈, 장선우를 만나다
“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 <참 작은 세계>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2부 ACTOR/ACTRESS
20세기 영화의 카리스마적인 아이콘 ― <애나 앤드 킹>의 조디 포스터
“그것은 앤드류의, 그리고 나의 고민이었다” ― <바이센테니얼 맨>의 로빈 윌리엄스
“큐 그러면 하고, 땡 그러면 안 하고 그러는 게 좋아” ― <행복한 장의사>의 김창완
찰리의 진실, 박중훈의 진실 ― 할리우드 진출하는 박중훈
“그림자 넘어왔어 야, 하는 장면에서 독일 관객들도 웃더라구!” ―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
“제일 좋은 말은 그냥 영화배우지, 국민배우 말고” ― <무사>, <흑수선>의 안성기
“실패한다는 것, 늙는다는 것, 예전엔 모두 두려웠다” ― <파이란>, <취화선>의 최민식
“나 아직 예쁘지 않나?” ― <패밀리> 출연하는 황신혜
“사랑도 성공도 인생의 모자이크일 뿐. 이젠 내 식대로 산다” ― <조폭마누라>의 신은경
“난 여전히 불꽃처럼 살고 싶다” ―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이혜영
“나는 현재를 사는 예술가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잔 모로
“연애도 작살, 연기도 작살” ― <재밌는 영화>의 임원희
우리 시대의 살아 꿈틀거리는 발광체 ― 최민식 연기론
“평생의 목표는 해외 영화제 남우주연상” ― 명품 조연 김일우
“난 드라마로 ‘생활’하고 영화로 ‘작품’한다” ― <질투는 나의 힘>의 배종옥
“싸움 구경은 어떤 놈이 이길지 몰라야 재미있다” ― <라이터를 켜라>의 이문식
“결코 운명의 노리개가 되지 말자! 나를 이기지는 못할 터!”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공형진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내 대표작” ― <쓰리>의 정보석
미스터 팍, 할리우드에 출사표 던지다 ― <찰리의 진실> 로스앤젤레스 시사회에서 만난 박중훈
유쾌한 권해효 씨의 세상을 향해 껌 씹는 소리 ― 스크린 밖에서 만난 권해효
포커페이스 미술 선생님에서 영화 또박이로 ― <지구를 지켜라!>의 백윤식
소비되지 않는 배우, 생산하는 배우, 질투조차 할 수 없는 배우 송강호 ― 송강호 연기론
“염정아의 재발견? 그동안 내가 그렇게 별로였나?” ― <장화, 홍련>의 염정아
대한민국 대표 조연 배우의 비포장 인생길 ― <거울속으로>의 기주봉
인권이 라이프! ― <플라스틱 트리>, <쉬브스키>의 김인권
3부 STAFF
“이코노미 클래스면 어때? 영화 보러 가는데” ―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새로운 것 같지만 낡았다, 과감하지만 얌전하다, 그것이 내 영화다” ― 명필름 심재명 대표
“행복은 바이러스 같은 것. 내 곁에 있어 봐!” ― <신라의 달밤>의 제작자 김미희
“소통의 본질은 종이에 편지 쓰는 마음” ― <접속>, <후아유>의 프로듀서 심보경
“실패를 논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 <질투는 나의 힘> 제작자,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행복해, 너무 행복해” ― 제작사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
책 속으로
1965년에 만들어진 <행복>은 잔잔한 화면 속에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어떤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나?
그때 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 사랑에 관한 그 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깨고 싶었다. 목수인 그는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우연히 우체국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것은 불륜이 아니라 단지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자연인이 기존의 행복에 다른 행복을 첨가하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나는 색깔이 현란한 여름 과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과일 속에 벌레 하나가 들어가 균열이 일어난다. 아마도 충격을 받은 것은 그 벌레 때문일 것이다. (웃음) 행복의 문제는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의 관심사라고 생각한다. 막스 오퓔스가 만든 <쾌락>(1992)의 마지막 장면에 “행복은 즐겁지 않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행복>에도 어느 정도 그런 정서가 포함돼 있다.
― 본문 65쪽(서울여성영화제에서 특별회고전 연 아녜스 바르다 감독)
외적인 이미지는 바깥으로 넓게 벌어져 나가는데, 정작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안으로 점점 깊게 끌어당겨진다.
극단적 클로즈업을 사용한 것도 그것 때문인데, 아직 공력이 부족해서인지 그런 쇼트들과 서술의 형태가 행복하게 만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가장 힘든 건 역시 인물들을 묘사하는 거였다. <매그놀리아>(1999)를 봤는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나 살아 있더라. 일상성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그 인물이 가진 성격과 역할이 하나로 합쳐지는 절묘함이 있는 영화였다. 나 역시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인물에게 시선을 고루 배분해야 하는데 그만 분산됐다. 많이 배웠다. 찍으면서 앞으로 절대 다섯 명 이상 나오는 영화는 찍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웃음)
― 본문 87쪽(<무사>의 김성수 감독)
기억을 되찾은 김혜수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특별해 보인다. 전작들은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외적인 상황을 더듬고 관찰을 해왔다. 그래서 쇼트들도 깊게 들어가지 않고. 그런데 흔들리는 김혜수를 포착하는 그 장면은 갑자기 인물의 내면으로 쑤욱 들어간다. 김지운 영화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가 코미디고 뭐고 간에 원체 드라이하다. 그런데 나도 그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계속해서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 맛이고 색감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시네마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이건 내가 만든 용어지만(웃음), 대상에 부딪치지 않고 관찰의 처지에서만 보는 답답함. 어떤 건 아프게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안을 못 들여다본다. 그건 내내 고민하는 문제다. 살아온 게 그렇고 생김새가 이래서 그런지(웃음), 그동안 까뒤집어보지 못하고 밖으로 보이는 건조한 풍경만 담아왔다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이나 이창동 감독은 계속 안으로 집요하게 들어간다. 홍상수 감독은 건조한 듯 보이다가도 그것까지는 보고 싶지 않은데 하는 것까지 표현한다. 김혜수가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그것에 대한 새로운 시도일 수 있다. 그전까진 계속 담담하고 건조하다 너무나 이질적으로 튀어나오는 장면이다. <장화, 홍련>은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영화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겉에서 드라이하게 보는 것의 극단과 안으로 깊게 파고드는 건 결국 소통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드라이를 살려야 될지, 안으로 들어가야 될지. (웃음)
― 본문 108~109쪽(김지운, 공포의 반칙왕)
“연극이든 영화든 코미디를 하겠다 작정하고 연기하는 사람은 좋은 배우가 아니지. 그 작품이 요구하는 연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배어나오는 것이 진짜 코미디다. 장르적 특성보다는 캐릭터가 형성되는 과정, 캐릭터가 사건과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웃기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개그맨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건 다른 웃음이잖아. 개그맨의 목적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것이지만 배우의 목적은 웃음이 아니라 그 이야기 자체니까. 웃음은 절대 소비돼서는 안 돼. 웃음은 나쁜 소비가 아니라 올바른 생산이어야 한다. 소비되는 웃음이 아니라 생산하는 웃음. 야, 이 말 멋지네. 우히히히. 그냥 그 장면에서 웃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생산하며 그 웃음 자체에도 활력을 입히는 웃음, 그것이 진짜 웃음이지. 내가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한 번 더 써먹자면,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닌 생산하는 이야기. 매번 그런 기준으로 영화에 출연해온 셈이다.”
― 본문 327쪽(송강호 연기론)
홍상수 감독 영화는 연기자들에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능숙한 연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판사 서평
‘잘생긴 천재’ 이지훈의 엉뚱하게 영화 보고 삐딱하게 영화 쓰기
대학생 시절 당대 유력 영화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스물여덟 살에 영화 월간지를 창간하고, 그 당시 영화 주간지 편집장으로서 최장기 집권을 하고, 오랫동안 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를 하며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함께했지만, 2011년 6월, 짧은 생을 마치고 떠난 영화평론가가 있다. 《스크린》과 《NeGA》를 거쳐 영화 주간지 《FILM2.0》의 창간 때부터 종간 때까지 함께한 이지훈이다.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글을 정력적으로 쓰던 이지훈은, 2007년 1월 19일, <아버지의 깃발> 시사회장에서 쓰러졌다. 뇌종양이었다. 대수술 끝에 다시 현장에 복귀해 발병 이전처럼 열심히 영화를 보고 읽었지만, 2011년 6월 30일, 결국 이지훈의 글은 영원히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1년 뒤,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영화평론가, 영화 프로그램 작가, 영화 잡지 기자, 영화 강의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모여 이지훈이 쓴 원고를 모아서 《내가 쓴 것》과 《해피-엔드》라는 두 권의 유고집으로 만들었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스크린》, 《NeGA》, 《FILM2.0》에 쓴 글을 해당 잡지의 코너별로 나누고, 또 주제별로 구분해 연대기순으로 모은 유고집에는,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가벼운 글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순간보다도 깊은 울림을 주는 에세이, “영화와 감독, 배우에 대한 다기한 수사들이 넘쳐나던”, 새롭고 날카롭지만 엉뚱하기 그지없는 비평, “영화와 문화, 삶의 구석구석을 탐문하며 한 인간의 진상을 드러내려 한 인터뷰”까지 담겨 있다.
오른손으로 쓴 글씨처럼 또박또박 만든 영화보다 왼손으로 쓴 글씨처럼 서툴지만 자유롭게 만든 영화를 좋아하던 영화평론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발견한 수많은 영화는 무엇이며, 영화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영화를 쓰는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묻다 ― 당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해피-엔드》는 이지훈이 《스크린》, 《NeGA》, 《FILM2.0》 시절에 국내외 영화인 53명을 인터뷰한 글을 1부 감독, 2부 배우, 3부 스태프로 나눠 연대기순으로 구성했다.
1부 감독 편에는,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인터뷰가 담겨 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진행한 두 편의 인터뷰를 통해 한 감독의 초지일관과 불가피한 변화를 엿볼 수도 있으며, 꼼꼼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역시 꼼꼼하고 자세한 질문을 던져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진화를 이끌던, 이제는 이미 너무 많이 유명해진 감독들의 초기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도 있다. 노장 감독들의 예우를 통해 그 감독들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도 하고, 해외 감독들의 영화에도 진지한 질문과 충만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배창호, 이광모, 장진, 박찬욱, 임순례, 송해성, 윤종찬, 김성수, 신상옥, 허진호, 정재은, 김지운, 장선우, 봉준호, 조근식, 장준환, 곽재용, 이두용, 유하, 봉만대, 웨인 왕, 트란 안 훙, 아녜스 바르다, 장 피에르 주네, 야마시타 노부히로 등이 이지훈의 엉뚱하고 진지한 질문에 답한 감독들이다.
2부 배우 편에도 많은 국내외 영화인이 등장한다. 미국까지 날아가서 조디 포스터와 로빈 윌리엄스를 인터뷰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잔 모로 등 여러 해외 영화인을 만났다. 따뜻하고 솔직한 친분을 나누던 김창완과 유쾌한 인터뷰를 했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박중훈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국민배우 말고 그냥 영화배우로 불리길 바라는 안성기와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혜영과 배종옥, 염정아와 신은경처럼 당차고 자기 색깔 확실한 여배우들하고도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일우와 기주봉, 이문식과 임원희처럼 한국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명품 배우들, 백윤식과 정보석처럼 방송과 영화에서 확실한 자기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도 만나 진지한 연기 이야기를 이어갔다. 강단 있게 열심히 사는 공형진과 권해효, 김인권의 영화와 삶에도 속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송강호와 최민식은 인터뷰뿐 아니라 깊이 있는 연기론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심재명, 김미희, 심보경, 김조광수, 차승재 등의 제작자 인터뷰가 담긴 3부 스태프 편에서는 2000년대 한국 영화의 성공과 고민, 반성과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끝, 삶의 시작 - 엔드 크레디트 속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들
“혈기를 주체 못 하던 배우의 이야기에 처음 귀를 기울여주고”, “감독과 영화관이 달랐을지라도 그 작품을 평상심으로 보고 깊이 있게 느껴주었으며”, “감독도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영화에 대한 단어들을 발견해주고,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의미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문장으로 만들어주던” 사람. 이지훈은 한국 영화의 황금기 한복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삐딱하게 질문하며, 영화를 만들고 보고 읽는 것에 관한 답을 찾아갔다. 이지훈의 《해피-엔드》에는 이제는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나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는 사람,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 초보 티를 벗고 완숙한 경지에 오른 사람,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영화의 끝, 엔드 크레디트에 올라간 이름에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성도 하고 미래도 계획하는 많은 영화인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한국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끝나지 않을 미래가 여기 담겨 있다. “잘생긴 천재” 이지훈의 삐딱하지만 애정 어린 질문과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985801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7월 03일 | ||
쪽수 | 384쪽 | ||
크기 |
152 * 223
* 30
mm
/ 54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영화평론가 이지훈 유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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