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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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다시 정리한다.
이 책은 시와 노래를 합친 시노래(PoemSong)에 관한 글 묶음이기에 첫 번째 시노래 음반인《노래로 듣는 시》에 실린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일반 가요 음반에 시를 가사로 써서 작곡한 노래가 한두 곡 끼어 있은 적이 있지만 음반 전체가 시노래로 채워진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1994년에 출반된《노래로 듣는 시》는 우리나라 시노래 음반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자꾸만 멀어져가는 시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시도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는데 시에 가락을 붙이면서 거기에 대한 해설도 함께 썼다. 그 해설들을 묶어서 낸 책이《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다 .
《노래로 듣는 시》와 관계가 있는 것들을 2부에 ‘나를 바꾸는 시 읽기’라는 소제목으로 따로 묶었고, 그 후에 쓴 곡이나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은 3부에 두었다. 또 그 당시에 그런 작업을 하면서 썼던 다른 글들을 모아 맨 앞에 배치했다. 모두 다 시에 대한 접근을 위해 쓴 글들이다.
이렇게 나누어서 구성해놓고 보니 어수선했던 책이 제법 단정해졌다. 그래서 ‘정리본’이라는 이름을 붙여 본 것이다. 이제야《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본모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준 독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8년 1월
유 종 화
작가정보
저자(글) 유종화
목차
- 목 차
-나를 바꾸는 시 읽기-
1부. 시는 꼭 아름다운 꽃이어야만 하는가
01. 인생, 그리고 외상값 ? 12
02. 문학, 사람 그리고 만인보 ? 16
03. 시는 꼭 아름다운 꽃이어야만 하는가 ? 21
04. 너 어디 있느냐 ? 27
05. 까만 물이 흘러가는 곳에 맑은 마음 하나 흐르고 ? 35
06. ‘후기(後記)’를 통해서 본 시와 가까워지기 ? 44
07. 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 53
08. 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 63
2부. 나를 바꾸는 시 읽기
09. 남은 두 개 발가락 잘릴 때까지 ? 74
10. 시와 노래의 조화로운 만남 ? 82
11. 단 네 줄로 짚어 낸 한 나라의 민중사 ? 91
12.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 99
13. ‘맑은 사람’의 풀여치 울음 같은 노래 ? 105
14. 정갈하면서도 선명한 그림으로 남는 시 ? 115
15. 내 순정한 어린 날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 ? 121
16. 사랑이여, 제발 한 번만 내 곁에 와서 ? 128
17.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 138
18.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시 ? 146
19.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어떤 노래 ? 153
20. 귀천, 그리고 서울로 가는 전봉준 ? 158
21. 고단한 삶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 167
3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22. 봄날이 오면 까닭도 없이 그리워진다 ? 174
23.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 181
24. 시를 넘어서는 노래의 위력 ? 187
25. ‘시적 호흡’과 ‘대중을 꿈틀하’게 하기 ? 200
26. 스스로 길이 되어 너에게로 가네 ? 209
27. 시보다 먼저 시인의 키를 보는 버릇 ? 214
28. 시를 생활로 끌어내는 것은 시인의 몫 ? 221
29. 그리울 때마다 꺼내 읽는다 ? 231
30. 사람 사는 냄새가 나야 감동이 온다 ? 244
31. 푸른 하늘이 열린 세상 ? 257
32. 내가 몸담은 세상을 깨달아 가는 길 ? 271
[붙임] 책과 음반의 이력 ? 279
책 속으로
[책머리에]
시에 대한 접근을 위하여
그동안 시를 쓰다가 막힐 때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나 하고 남의 시집을 기웃거리다가 노래 같은 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냥 흥얼거리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어설픈 기타 실력으로 입 안에서 맴도는 음 하나하나를 더듬거리면서 적어 두었는데, 그것이 모여서 제법 책 한 권 분량이 되길래 ?개망초꽃?이라는 시가집으로 묶어 보았다. 그리고 그 중 1부에 실린 곡들을 중심으로 ?노래로 듣는 시?라는 음반을 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몇 가지 느낀 게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시를 ‘겉멋’ 정도로 생각하고 거의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래로 듣는 시?에 실린 시 중에 가장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되는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한하운의 ?전라도 길?은 교과서에 실렸었기에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기억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결국은 교과서에 실린 시 말고는 거의 시를 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쩌면 시를 읽는 사람은 결국 서로 다른 사람의 시를 찾아 읽는 시인들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는 읽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에 실린 시를 들으면서는 그나마 약간의 관심을 보여 주었다.
또 하나는 시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몇 번 읽어보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인들의 책임도 크다. 십 년 가까이 시를 읽어 온 나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이러한 시들을 읽다가 사람들이 시에 등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서를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쓴 시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시들을 보면서 “어, 이건 내 얘기인데”하면서 자신을 한번 돌아다보고 자기가 몸담은 세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시를 쓰고 읽는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쓰고 있으려니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문학개론 강의하는 것 같아 머쓱한 느낌이 든다. 사람들에게 필요 없는 것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 사라져갔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장르인 시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시는 분명 우리에게 쓸모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시가 본래 그 옛날 종합예술 시대에 춤과 함께 부르던 노래의 가사였기에 시의 노래화는 결국 시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서사적인 줄거리나 비유로부터 발생되는 이미지 등 시적인 장치들이 다 중요하지만 그것이 운율을 타고 밀려올 때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옴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시의 노래화는 보는 시에서 듣는 시에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그동안 시를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하는 일이라면 결코 ‘쓸데없는 짓거리’만은 아닐 성싶다. 아무리 좋은 시가 있다한들 그것이 책갈피 속에 누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임헌영은 ?시와 노래의 하나됨을 위하여?에서 “이제 우리 시는 노래로 불리기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작곡가는 노랫말을 훌륭한 시에서 찾는 작업이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싶다. 노래와 시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니까”라고 말한다.
어떤 시든지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음악적인 리듬이 숨어 있다. 시의 노래화는 시 속에 숨어 있는 그런 음악적인 리듬을 살려내서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이 자리에서 시의 방법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쁨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다만 시와 독자와의 사이가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시대에 그 사이를 조금이라도 좁혀 보는 일 중에 시의 노래화는 전달 효과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시에 대한 접근 방식의 하나로 음반에 실린 시에 대한 해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일종의 시를 위한 산문인 셈이다. 다분히 평론적인 성격을 띤 글이지만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다. 노래화된 시를 따라 부르면서 뜻이 통하지 않을 때 펼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와 친숙해질 것이다.
인용된 글이나 시의 출전과 출판사를 밝혀 두었다. 이는 여기에서 거론된 시집이나 비평서만 찾아 읽어도 어느 정도 시에 대한 안목이 트이고, 더 나아가 스스로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데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 맞는 말이다. 읽지 않으면 다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실제 읽을 책을 찾으려 해도 그럴 수 없게 된다. 친구도 자주 만나야 할 말이 많은 법이지 어쩌다 만난 친구는 처음에는 반갑지만 실제로 별로 할 말이 없어 서먹서먹해지는
출판사 서평
유종화의 글은 쉽다. 잘 익은 술을 마시듯 술술 익힌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얘기하듯 쓴 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안에 시와 노래가 찰랑거린다. 이제까지 시에 대한 평론이나 노래에 대한 평론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시와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글은 처음인 듯 하다. 또한 그가 스스로 고른 시에 스스로 가락을 붙인 노래들은 그의 됨됨이처럼 착하고 따뜻하다.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다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그와 함께 시마을로, 노래마을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꿈꾼다. 시가 시집 속에서 우리 곁으로 걸어 나오고 노래가 차츰 잃어가고 있는 아름다움과 힘을 되찾게 될 그날을. 누구의 시든 좋은 시를 만나면 그 하루를 즐거워하고, 누구의 노래든 좋은 노래를 만나면 그 하루를 신나 하는 좋은 사람 유종화가 있어 이놈의 세상 아직은 살맛난다.
- 백창우(시인, 작곡가)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에 한 발을 내디디면 벌써부터 눈 앞엔 초가집과 감나무와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저녁밥 짓는 파아란 연기들이 보이고 또한 못다 이룬 우리들의 사랑, 먹고 사는 것의 팍팍함, 힘쎈 것들에 대한 소리없는 분노들이 들리는 듯하다. 이렇듯 유종화의 글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소곤거림으로, 때로는 아주 낮은 흥얼거림으로 어깨동무를 하여다 주고 짐짓 모른 척 겸손하다. 어려운 것에 대하여 더 어렵게 써놓은 요즘의 평론들과는 달리 생활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또 노래가 함께 어우러져 부담없이 읽혀지는 유종화의 수필같은 평론들을 따라 한 발 한 발 징검다리를 건너는 동안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시마을에 도착해 있음을 느낀다.
-박형진(시인)
기본정보
ISBN | 9788993779011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3월 03일 |
쪽수 | 282쪽 |
크기 |
153 * 225
* 18
mm
/ 517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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