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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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한자가 놓여있던 사회의 밑바탕까지 파고들어가 살피고, 한자의 연원과 역사·문화사적 배경, 그리고 글자 자체의 조형미를 연결하여 조망한다. 심오한 한자의 세계에 뛰어든 호기심 많은 동양학자인 저자 윤성훈은 역사와 미술사, 서예사, 문화사 등 인접학문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한자 한 글자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딱딱하게만 보이던 한자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작가정보
저자 윤성훈은 심원한 한자의 세계에 뛰어든 호기심 많은 동양학자. 고문서 원자료를 접근하기 쉽도록 가공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필사본을 모으고 연구하여 텍스트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정본’을 만드는 작업, 행?초서로 쓰인 자료를 판독하여 정자체인 해서로 옮기고 번역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번역과 연구를 위한 ‘1차 자료’를 구축하는 고전 연구의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이다. 말하자면 지식의 ‘B2B’ 공급자, 전문가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전문가다. 그의 일은 무척이나 딱딱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한자의 점 하나, 획 하나의 변화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문명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수록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 이 즐거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를 상대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저자는 한자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서양 고전과 세계사, 웹툰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자가 가진 풍성한 문화적 맥락을 친절하게 짚어준다. 책에 소개된 한 글자, 한 글자는 수천 년 전부터 쌓인 문화의 지층을 담고 있다. 그와 함께 한자의 모험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자에 담긴 찬란한 우주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한자의 모험은 계속된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동양미학 전공)을 수료했다. 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에서 3년간 사서삼경 등 한문 고전을 공부하고 수료했다. 현재 태동고전연구소 연구원으로 성호 이익 정본화사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가회고문서연구소(소장 : 하영휘)에서 한문으로 쓰인 조선시대 편지와 일기 자료를 연구하고 번역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저서로 《옛편지 낱말사전》(공저)이 있다.
목차
- 제1장 한자의 탄생, 동아시아 문명의 여명
春 봄, 시작의 어려움
神 청동 그릇의 무늬, 신을 말하다
殺 옛날 옛적 마지막 가시 하나
達 한자, 어렵고 또 어렵도다
제2장 한자, 세상 밖으로 나가 불어나다
鼎 세발솥, 문명을 담은 그릇
字 글자, 불어나다
夷 분열의 시대, 다양성의 폭발
帝 황제의 문자 통일-그림에서 추상으로
제3장 한자는 한나라 글자다
漢 한, 중국을 대표하는 이름
經 생각의 기준
今 옛 기준을 오늘로 불러오다
碑 돌 위에 새긴 영원의 소망, 한나라 예서
제4장 한자, 엄격함에서 벗어나 춤을 추다
三 셋, 많음, 분열
簡 생략과 단순의 위대함
玄 물의 사상, 도가
龍 용과 뱀이 붓끝을 다투다-초서의 세계
제5장 한자의 완성, 문화의 융성
石 돌의 문자, 북조 석각
唐 제2의 거대 제국, 한자의 완성
제6장 한중일 한자 삼국지
東 동쪽으로 온 한자
和 일본의 한자 사정
羲 왕희지의 글씨, 바다를 건너다
제7장 한자, 한 자에서 단어로
譯 동과 서, 한자로 만나다
끝없는 길, 한자의 미래
책 속으로
“한식산 복용자는 항상 따뜻한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 철칙이었다. 그리고 이 약을 먹으면 피부가 극도로 약해지기 때문에 옷도 품이 넉넉한 것을 입어야 했다. 이렇게 보면 위진 시대 죽립칠현의 풍모와 음주 습관 아래 깔린 ‘물리적 이유’가 이해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약물중독자였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문자메시지, 이메일, 댓글, SNS 등에서 격의 없는 표현으로 흔히 ‘ㅋㅋ’ 혹은 ‘ㅎㅎ’ 등의 표현을 쓴다. 조선시대 편지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가가(呵呵)나 호소(好笑)를 지금의 말로 옮기면 ‘ㅋㅋ’나 ‘ㅎㅎ’쯤 될 것이다. 결국 조선시대 식자층들이 일상에서도 대부분 한문을 사용하는 불편함을 감내한 덕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중국에도 없는 풍부한 한자어를 소유하게 되었다.”
“조일이 초서를 비난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자와 같은 성인의 학문을 배우기도 모자란 판에 사람들이 쓸데없는 말기(末技)에 시간과 공력을 낭비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래디컬리스트 조일이 보기에 초서 유행은 뭘 모르는 이들의 ‘잉여 짓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숙주의자 아저씨가 목소리를 높이건 말건, 사람들은 이 ‘쓸데없는 기예’에 열광했다. 팔분체가 후한의 멸망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진 데 비해, 초서는 왕조의 멸망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이 새로운 예술형식은 돌에 새겨 과시한 ‘권력의 문자’가 아니라 성인의 업적으로부터 멀리멀리 떨어진 ‘파생된 잉여’였기 때문이다.”
“진감선사비의 글씨는 글을 꼭 빼닮아, 꽉 짜인 엄정한 형식 속에 담긴 화려하고도 유려한 수식이 돋보인다. 그러나 모든 고전적 예술작품이 그러하듯이, 부조화의 파격은 전체를 지배하는 원칙과 조화를 결코 훼손하지 않으며, 설핏 보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잘 통제된 채 곁들여져 있다. 각 글자의 범위는 세로가 긴 직사각형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배세(背勢, 획이 안쪽으로 휘는 느낌)를 위주로 하고 있어, 선승을 기리는 비문다운 팽팽한 긴장감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획도 가늘고 단단하여 붓끝을 쉽사리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각은 날카롭고 끝은 뾰족하여 꼿꼿한 강건함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기예를 펼쳐 보이는 서예가와 그를 관람하는 관객이 있음은, 이들에게 모두 ‘글씨란 감상의 가치가 있는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이라는 전제가 공유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서로 글씨를 돌려보거나 몇몇 친우들만이 모여 감상을 나누던 단계를 넘어, 이제 서예는 공공의 관객 앞에서 펼치는 퍼포먼스로까지 발전했다. 그만큼 이 시대에 이르러 그 장르적 지위는 공고해졌다.”
출판사 서평
■ 한자, 동양적 우주의 축소판
봄 춘(春)자는 본래 ‘?’ 이런 모양이었다.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다. 이제 막 순을 틔우는 초목의 잎망울을 닮은 글자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새순을 틔워내는 어려움, 그것이 ‘봄’이다. 봄 춘 자에는 이러한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렇듯 한자의 구조와 디자인 안에는 동양의 세계관과 미학이 농축되어 들어있다. 한 글자 안에도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한자는 동아시아 문명의 미니어처요, 대용량 USB 메모리다. 의미의 굴절을 겪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가 만나는 한자들은 대부분 수천 년 전에 태어나 지금껏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글자들이다. 그렇기에 한자를 조금만 살펴보면 머나먼 옛날, 수천 년 전 고대 사회에까지도 가 닿을 수 있다. 물론 접속이 쉽지는 않다. 진입 장벽이 꽤 높으니 어느 정도의 수고는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두껍고 무거운 첫 관문만 열어젖히면 눈앞에 광대한 우주가 펼쳐진다. 저자는 동아시아를 움직인 22자의 한자를 소개하며 독자들을 매혹적인 한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 4천 년 획의 역사, 동아시아 문명의 역사
기이한 모양의 갑골문부터 날카로운 석각의 글씨, 물 흐르는 듯 유려한 행초서까지. 서체 디자인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언제나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전환기였다. 한자의 역사는 그대로 동아시아의 문명의 역사다. 한자의 연원을 찾아가는 모험은 동아시아의 문명사를 관통하는 방대한 지적 모험이다.
신성문자 갑골문에서 출발한 한자는 금문의 시대를 거치며 점차 획의 멋에 눈을 떠가기 시작한다. ‘왕과 신’ 양자 간의 매개였던 문자가 ‘왕과 신하들’이라는 다자간의 소통채널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어난 변화다. 왕이 ‘하늘의 뜻’을 무기로 삼았던 시대에서, 제사와 의례를 통해 끊임없이 왕권을 설명하고 지배를 확인받아야 하는 시대로 넘어간 문명사의 중차대한 변곡점이다. 통일 제국 진나라에 이르면 한자의 기호화가 완성된다. 공식서체가 된 소전체의 균질한 획, 통일적인 글씨 크기는 통일 제국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거북이 배 껍질 위에서 점괘로 기능하거나, 청동 그릇 안쪽에 새겨져 지배층에게만 전승되던 글자는 진시황의 위업을 자랑하는 비석과 함께 비로소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한나라 때는 한자가 ‘붓’글씨로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팔분체라는 극단적 정형화로 나아가기도 하고, 초서라는 운동성 극대화의 방향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초서의 탄생은 글씨가 지배자의 위업을 기리는 도구에서 벗어나 개인의 예술작품으로 가능성을 확장한 혁명적 사건이다. 남북조라는 극단의 시대는 상이한 서풍을 각기 발전시켜 후대에 풍부한 유산을 남겼고, 당나라라는 거대 통일 제국은 그간 모든 획의 역사를 집대성한 해서를 탄생시킨다. 해서 이후 거대 서체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수많은 서예가들이 문자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우리의 지식과 사고체계, 제도와 문화는 모두 이 한자의 영향 아래 건설된 것이다. 저자는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이 구조물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역사, 미술사, 서예사, 문화사를 꿰뚫는 단 하나의 저작
한자의 연원을 설명한 책은 많지만, 그 한자가 놓여있던 사회의 밑바탕까지 파고들어가 살피는 책은 전무하다. 《한자의 모험》은 한자의 연원과 그 역사·문화사적 배경, 그리고 글자 자체의 조형미를 연결하며 조망한 최초의 책이다. 명화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 그림이 가진 이야기를 알아야 하듯, 한자를 깊이 읽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폭을 함께 봐야 한다. 저자는 역사, 미술사, 서예사, 문화사 등 인접학문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한자 한 글자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횡무진 경계를 넘나들며 글자가 놓여있던 본래 세계를 재현해놓은 저자의 수고 덕택에, 독자들은 수월하게 당시의 문화적 환경에서 한자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딱딱하게만 보이던 한자는 어느새 본래의 맥락을 되찾고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 독특한 ‘한자의 도상학’은 한자 연구에 새 장을 열어젖혔다. 자형 변천사 이상의 접근이 전무한 한문 연구 풍토에서 단연 눈에 띄는 크로스오버다.
■ 오래된 미래, 한자의 전성기
스마트폰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힘을 주어 획을 내리긋는 기쁨을 사랑한다. 일견 점점 설자리가 좁아져가는 듯 보여도,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의 위상이 높아져가는 지금 한자는 오히려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한자에는 감각과 사유를 깨우는 힘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쌓인 문명의 역사를 담고 있는 한자. 한자 안에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철학과 미학이 함께 뛰놀고 있다. 한자가 가진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의 모험담은 앞으로 펼쳐질 한자의 모험을 위한 전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한자의 모험은 계속된다.
■ 저자 인터뷰
Q. 3년간 사서삼경을 배우고 암송하는 시험까지 치르는 지곡서당, 고문서를 번역하고 필사본을 모아 텍스트의 정본을 만드는 가회고문서연구소까지. ‘한자 덕후’로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한자의 매력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는 몇 천 년 전에 사용되던 바로 그 한자다. 몇 천 년의 세월을 거쳐 왔으니 그 안에 쌓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겠는가. 그런 점이 한자의 매력이다. 순 우리말로 쓰인 글일지라도 100년 전에 쓰인 글이라면 읽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자는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어렵긴 하지만 글자 자체는 수천 년 전 그 한자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약간만 알면 수천 년 전 갑골문에 쓰인 한자도 어느 정도는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삼국지연의’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지연의는 완벽한 구어가 아닌 쉬운 문어로 쓰였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역에서 생산된 텍스트를 다른 지역에서는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북경지방에서 쓰인 텍스트는 광동지방 사람들은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문어로 쓰인 텍스트는, 문어만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다면 사투리가 약간씩 달라져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한자가 가진 힘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한자를 배우는 데에는 분명히 문턱이 존재하지만, 그 문턱만 일단 넘어선다면 오히려 다른 언어에 비해 자잘한 장벽들은 쉽게 없앨 수 있는 힘이 있다.
Q. 팝송부터 웹툰까지 넘나들며 한자가 가진 풍성한 문화적 맥락을 짚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도 있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려 한 시도로 보이는데.
-한자에 부담감을 느끼는 독자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사이사이 가지를 쳐가며, 딴짓에 열중하면서, 한자에 관해 이렇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사극이나 역사물 같은 콘텐츠를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간단한 한자로 간편하게 과거를 여행할 수 있고 그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는 점을 전해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한자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확실한 고대의 자취가 아닌가. 두터운 박물관 유리벽 안에 갇혀있는 유물을 부러 찾아다닐 필요 없이, 우리 곁에 있는 이 간단한 한자들이 바로 살아있는 고대의 사료들이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좋다. 한자를 정색하고 들여다 볼 필요도 없으니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해석의 짐을 짊어진 전문가가 아닌 독자들은, 고대 동아시아로 모험을 떠난다는 기분이면 충분하다. 모험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다. 저 세계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가서 돌아다녀보자는 마음이면 족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한자의 기원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한자의 연원 뿐 아니라 그 역사적 배경과 글자의 조형미까지 살피는 최초의 책이 아닐까 싶다.
-한자는 ‘소리, 뜻, 모양’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음운학이나 한자의 뜻에 관한 연구는 많지만 한자의 모양 측면에 주목한 연구는 사실 공백지나 다름없다. 서예사적으로 자체(字體)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한자의 모양이 모양 변천사를 넘어서는 ‘다른 영역’과 어떻게 관련이 되어있는지의 문제는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런 문제를 지적하며 한자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고자 했다.
미술사에 도상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어떤 주제나 도상이 사회적 배경이나 전후의 역사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로, 20세기 이후 서양에서 발달한 영역이다. 동양에서도 미술사는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자 모양 자체의 도상학’은 연구되고 있지 않다. 지금은 미술사, 서예사, 문화사와 한자연구가 전부 따로 가고 있다. 그러나 본래 이것들은 모두 한 덩어리 안에 녹아있던 것들이다. 한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총체적인 구체적 배경 위에서 솟아난 문자다. 어떤 캐릭터 하나가 존재하려면 그 캐릭터를 만든 배경설정이 필요하듯, 한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따로 떨어져있는 제 학문들을 연결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한자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말한 것 같지만 사실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주변 얘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Q. 한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자는 인포그래픽이며 아이콘 문자다. 한자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 문자 체계들 중에서 이런 기능을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문자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 이외의 나라들, 동아시아나 서양 나라들에서 한자에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겨울, 시(市)에서 진행한 한자쓰기 교육의 강사로 몇 번의 수업을 진행했다.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자를 써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연필을 쥐고 한자 쓰는 수업을 하다 보니 다시 한 번 한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손에 힘을 주고 글씨를 천천히 글씨를 쓰다보면 글자 자체가 주는 힘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 힘은 글자의 ‘모양’에서 나온다. 모양으로 된 한자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강한 정서적인 울림을 받을 수가 있다. 독자여러분이 어쩌다 마주친 한자의 모양, 그 이미지가 주는 느낌을 따라서 자유롭게 상상력과 사유를 펼쳐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다 언뜻 그 역사가 궁금해질 때, 이 책이 적절한 가이드북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642544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2월 09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3 * 224
* 30
mm
/ 53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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