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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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자본주의 재현의 담론을 소개하고 ‘해체’의 방법론으로서 알튀세르의 중층결정과 개념, 실천을 2장에서 탐구한다. 이어 3장에선 반본질주의적 ‘계급’ 개념을 소개하는데 8장과 9장에서 비자본주의적 계급관계 및 감수성을 상세히 검토한다. 4장과 6장은 공간과 신체에 대한 여성주의적 재현을 토대로 자본주의, 남근중심이 지배해온 사회공간론을 비판한다. 이는 5장의 경제정책 담론과도 이어져 설명한다. 마지막 11장에선 ‘대문자 자본주의’의 통일성, 단수성 등을 버리고 소문자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한다.
목차
- 2006년판 서문 10년이 지난 뒤 6
1996년판 서문 새로운 경제담론을 향하여 56
1장 전략들 70
로드맵 (책을 읽는 방법) 94
2장 자본주의와 반본질주의, 그 모순적 만남 98
3장 계급과 ‘정체성’ 정치 124
4장 자본주의적 장소 탈출법 156
5장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산업정책 담론과 몸의 경제학 181
6장 지구화 따져보기 214
7장 정치로서의 포스트포디즘 249
8장 새로운 분배의 계급정치를 향하여 280
9장 “케이크를 자르고 차를 따르는 사람들” 316
10장 귀신 들린 자본주의: 흑판 위의 유령 354
11장 혁명을 기다리며 370
역자 후기 분노하라! 그리고 창조하라, 긍정적 언어를! 388
참고문헌 402
찾아보기 424
책 속으로
경제적 대안과 실험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 박차를 가한 것 중 하나는 세계사회포럼과 그 실행 과정 중에 ‘운동들의 운동’4이라고 이름 붙여진 흐름 등에서 출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이런 상상의 원천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멕시코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 봉기일 것이다. 이들은 미셸 오스터웨일(Osterweil, 2004)의 표현처럼 ‘장소 기반 범지구성’place-based globalism의 정치를 촉발했다. 하나의 운동으로서 사파티스타는 자신들의 실천, 자기변모라는 꾸준한 윤리적 프로젝트, 권력 행사 방식에 대한 꾸준한 탐색, 그리고 그들 특유의 행동의 자유 등 아주 창의적인 짜임새를 자랑하는데, 이는 자율과 자결권 실행으로부터 비롯되는 특색이다. (8)
다른 경제를 제도화하는 프로젝트라면 라클라우(Laclau, 1990) 식으로 표현해 “다른 경제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깨닫게 해줄 ‘탈구’dislocation를 생성해내야 한다. 기존 구도를 벗어나는 무언가라면 반드시 새로운 구도를 짜는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 혹은 일부로 이바지해야만 한다. (13)
미국의 주요 영역에서 기독교정신과 이성애가 지배적인 혹은 다수적인 관행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미국을 기독교국가나 이성애국가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그런데 미국을 자본주의 국가라고 말하는 것은 왜 타당하다고, 심지어 “정확하다”고 비춰질까? (71)
자본주의를 어떻게 재현하느냐는 반자본주의의 상상에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자본주의의 재현은 자본주의를 바꾸는 전략/기교/가능성에 대한 암시뿐 아니라 무엇에 저항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이미지 또한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 헤게모니’라는 표현을 특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재현방식에는 비자본주의적 경제를 상상하는 것이 가망 없는, 심지어는 불가능한 짓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72)
자본주의의 폐기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해 ‘사고하는’ 그 방식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을 해체하고 이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고자 한다.(74)
경제적 차이, 계급적 차이의 담론 안에서 경제적 지식을 만들어내는 기획. 계급을 맥락화하고 다양한 비자본주의적 계급관계들을 식별하는 작업을 통해 왜소하던 계급 범주에 살을 붙인다. 앙상하던 뼈대에 ‘구성적 외부’의 살을 붙이는 작업이다. 그렇게 계급 범주에 의미와 생기, 의의와 굴곡이 생겨난다. (93)
경제가 명백히 이론화되지 않을 때 경제가 곧 자본주의를 의미해버린다. 왜냐하면 경제는 그 외의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에 경제를 ‘무시’하는 것은 15세기 초에 신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115)
자본주의 경제를 하나의 독립된 ? 논리들로만 가득할 뿐 외부들과는 절연된 ? 실체로 재현하는 방식들 덕분에 자본주의는 경제와 사회의 장 모두에서 헤게모니를 누려왔다. 이와 달리 중층결정은 경제를 비우고 쪼개며 탈중심화시키고 개방하는 담론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중층결정은 경제와 사회의 담론들을 자본주의의 품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마무리되었거나 본궤도에 오르기는커녕, 거의 시작되지도 못했다. (123)
맑스주의에 대한 비판들은 계급의 종언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맑스주의 이론가들은 노동계급의 동원이 실패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우리가 보기에 종언되었거나 동원에 실패한 것은 노동계급이라는 허구 그리고 산업자본주의 발전의 일부로 생산되었던 노동계급의 사명이라는 허구이다. (153)
정치적 주체를 재창출하거나 재각성시키려면(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이는 20세기 후반 좌파 사회이론들을 하나로 묶는 핵심 과제이다) 경제적 대상에 대해 재사유할 필요가 있다. 근대적 사회 재현뿐만 아니라 좌파의 가능성과 능력을 규정하는 데도 경제가 핵심 역할을 맡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여성주의자들이 육체를 탈자연화denaturalize한 것처럼 경제를 낯설게 만드는defamiliarize 작업이 필요하다. (187)
금융자본(혹은 돈)을 자본주의의 혈액이 아니라 정액이라 상상해 보면 어떨까? 정액의 분출이 주기적으로 끊어지는 것처럼, 통제불능 상태의 자본의 분출은 아무데로나 튀어나가는 것이어서, 가끔은 자기파괴로 치닫기도 한다. 1987년 10월은 그런 지나친 몸의 스펙터클이었으며, 지구 전역의 주식시장을 얼룩지게 만든 몽정夢精이었다. 그날 전 세계 주식시장은 붕괴했고, 숫자로만 존재하던 수백만 달러의 자산이 증발해버렸다(Wark, 1994: 169). 많은 이들에게 1987년의 폭락은 비합리성의 거품이 터진 사건이었다. (234)
동성애에 대한 중증의 문화적 터부는 남성의 육체 혹은 그들이 거주하는 집이 개방되거나 뚫리는 상황에
출판사 서평
이 시대에 자본주의를 무시하는 것은
중세 때 신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중세 사람들이 신에 주눅 들어 살았듯, 우리는 자본주의의 위세 앞에 주눅 들어 사는 건지 모른다? 이 질문 하나를 가지고 새로운 좌파의 경제학을 쓴 여성주의 학자가 있으니, 캐서린 깁슨과 줄리 그레엄 두 사람의 첫 공동필명 작업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가 번역되어 나왔다. 공동체경제 실행연구action research로 유명한 공동체경제 공동연구집단 CEC의 창립자이기도 한 깁슨-그레엄의 역작을 통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동체경제 등에 대한 논의들이 이론적으로 또 현실 속에서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
“세계를 바꾸기 위해 세계를 이해한” 좌파 이론가들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이해방식 탓에 좌파 정치는 오히려 위기에 빠졌다. 잘못된 지식 탓에 정치까지 잘못 되었다며, 책 제목처럼,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고 저자들은 거침없이 주장한다. 그런 해체 작업의 끝에서 깁슨-그레엄은, 이미 지구 곳곳에서 날로 늘어가고 있는 공동체경제들의 담론 및 실제 공간을 더욱 확대하고 그 속에서 보다 풍성한 연계와 관계들이 생성하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대문자 자본주의를 전복할 혁명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그 모든 연계의 지점들에서 지금 당장 혁명과 변혁의 정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헤게모니 담론을 해체하려는 여성주의 경제지리학자들의 색다른 작업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가 아닌 ‘색다른’ 경제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제적 결정에서 여전히 자본주의(혹은 지구화, 혹은 신자유주의)가 전권을 휘두른다. 깁슨-그레엄의 헤게모니 담론 해체 작업은, 그래서, 색다른 경제에 마땅한 이름을 부여하는 일, 색다른 차이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일이 된다. 깁슨-그레엄은 자본주의의 폐기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자본주의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 때문이었으므로, 기존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을 해체함과 동시에 경제를 자본주의와 동일시하지 않고 좀 더 열린 방식으로 정의할 조건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른바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경제 현존 양측 모두에서 나타나는 이질공간을 해방”시키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자본주의 헤게모니 담론은 여러 기원들로부터 비롯된 괴물이자 유령이다. 그 기원들 중 몇몇만 꼽자면, “유기체적 사회 개념(5장), 영웅적인 역사의 서사(2장), 진화론적 사회발전(5장)의 시나리오, 본질주의적(2장) 남근중심적(4장, 6장) 이원적 사고 패턴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산물이라는 것이다. 담론의 ‘수행성’에 대한 저자들의 주장을 염두에 두면, 이런 담론 해체 작업은 대안적 담론 생성의 작업이 된다. 즉 일반적 자본주의 재현의 토대를 뒤흔듦으로써 “경제적 차이의 담론을 생성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인 것이다. 비자본주의적 계급과정 분석의 실례를 살필 수 있는 8장과 9장이 이런 차이의 담론으로서는 대표적인 부분이며, 깁슨-그레엄의 후속작업(<자본주의 이후를 희망하는 정치>Post-capitalist Politics)으로도 이런 노력들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구조주의적 여성주의에서 계발된 차이의 담론에 주목하여, 자본주의가 본질적이거나 일관된 정체성을 이루지 않고, 그 외부의 다향한 경제형식들에 적응해야만 할 하나의 형식이라고 봄으로써, 자본주의의 변화가능성을 무한히 증폭시킨다. 또한 포스트맑스주의자로서 알튀세르의 중층결정이라는 이론적 렌즈를 빌어, 자본주의는 변치 않는 ‘내부’를 갖는 게 아니고, 꾸준히 변화하고 모순되는 ‘외부’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개념화한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의 현장들을 굳이 잉여가치의 전유 혹은 분배와 관련된 것으로만 규정하는 일은, 여자들을 그들이 걸친 드레스와 동일시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속에 혹은 치마 안에 뭐가 있는지 헤아릴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일이 된다.
여러 방식으로 차별화되는 경제공간의 특징 중, 저자는 레스닉과 울프의 선례를 따라, 노동이 수행되는 모든 현장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잉여분배의 계급과정을 주로 살핀다(1장의 전략4 및 3, 8, 9장).
각 장 별 요약
“자본주의의 재현들은 너무나 많고, 이들은 서로를 강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원과 그들 사이의 착종 또한 워낙 다양해서, 저 우뚝 선 자본주의의 위용 앞에서 우리는 종종 기가 꺾여버리곤 한다(95쪽).” 이렇게 자본주의 재현의 담론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책 전체의 주제와 의의를 요약하는 1장은 11장(“왜 자본주의를 적대하는 이론이 그토록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본주의적 대안 건설에 집중하는 정치는 부재하는가”)과 짝패를 이룬다.
‘해체’의 방법론으로서 알튀세르의 중층결정 개념과 실천을 탐색하는 2장은, 데리다가 ‘자본주의’ 개념의 불안정성을 검토한 작업을 통해 비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10장과 한묶음이다.
3장에서는 반본질주의적 ‘계급’ 개념을 소개한다. 이 새로운 비자본주의적 계급관계 및 감수성을 보다 상세히 검토하려면 8장(흔히 ‘자본주의 기업’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사실은 탈중심화되고 차별화된 현장임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기업 BHP의 구조조정 사례를 통해 살핀다), 그리고 9장(탄광촌 교대근무제 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속에서 여성들의 가내 투쟁이 자본주의적 작업장의 투쟁을 어떻게 중층결정했는지를 살핌으로써 경제적 차이, 계급적 차이의 담론을 만들어낸다)을 함께 보아야 한다.
4장과 6장은 공간과 신체에 대한 여성주의적 재현의 영감에 기대어, 기존 자본주의 중심 혹은 남근 중심의 은유들이 지배해온 사회공간론을 뒤집는다. 이를 통해 자본의 흐름에 먹혀버리지 않는 비자본주의적 계급과정의 공간들이 규명되며, 마커스의 대안적 ‘강간 스트립트’ 독해를 통해 강간범의 발기능력을 잠재우는 방법과 “우리를 덮치려고 하는” 지구화의 발기능력을 꺾는 방법이 유사할 수 있음을 비교한다. 지구화 스크립트는 얼마든지 물구나무 세우듯 거꾸로 쓸 수 있으며, 경제적 정체성을 ‘퀴어화’함으로써 지구화를 그 자신에 대한 타자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3404159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1월 15일 | ||
쪽수 | 427쪽 | ||
크기 |
152 * 225
* 30
mm
/ 55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end of capitalism as we knew it : a feminist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Gibson-Graham, J. K.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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