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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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11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이병주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 대학 문예과와 와세다 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다. 1944년 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동원되어 중국 쑤저우에서 지냈다.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현 경남대학)에서 영어, 불어, 철학을 가르쳤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1961년 5?16이 일어난 지 엿새 만에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는 내용의 논설을 쓴 이유로 혁명재판소에서 10년 선고를 받아 2년 7개월을 복역했다. 한국외국어대학, 이화여자대학에서 강의하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1992년 지방으로 타계할 때까지 한 달 평균 200자 원고지 1,000여 매 분량을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로 80여 권의 작품을 남겼다. 진실을 밝히는 기개와 용기를 지닌 사관史官이자 언관言官이고자 했던 언론인 경험은 문학 세계를 이루는 자양분이 되었다. 감옥에서 《사기》를 정독하기도 한 그는 한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체험은 민족의 비극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깊이 고뇌하게 하였고, 이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1965년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소설 남로당》 《그해 5월》로 이어지는 대하 장편은 작가의 문학적 지향을 보여준다. 소설 문학 본연의 서사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애정의 시선으로 깊은 감동으로 자아내는 작품은 세대를 넘어 주목받고 있다. 1977년 장편 《낙엽》과 중편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84년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김윤식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62년 《현대문학》에 〈문학사방법론 서설〉이 추천되어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근대성의 의미를 실증주의 연구 방법으로 밝히는 데 주력했으며 1920~1930년대의 근대문학과 프롤레타리아문학이 가지는 근대성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1973년 김현과 함께 펴낸 《한국문학사》에서는 기존의 문학사와는 달리 근대문학의 기점을 영?정조 시대까지 소급해 상정함으로써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문학사방법론 서설》, 《한국문학사 논고》, 《한국 근대문예비평사 연구》, 《황홀경의 사상》, 《우리 소설을 위한 변명》, 《한국 현대문학비평사론》 등이 있다.
역자 김종회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평단에 나왔다. 김환태평론문학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시와시학상, 경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평론집 《문학과 예술혼》, 《디아스포라를 넘어서》로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디아스포라를 넘어서》는 남북한 문학 및 해외 동포 문학의 의미와 범주, 종교와 문학의 경계, 한국 근대문학의 경계 개념을 함께 분석한 평론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소설의 낙원의식 연구》, 《위기의 시대와 문학》, 《문학과 전환기의 시대정신》, 《문학의 숲과 나무》, 《문화 통합의 시대와 문학》 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 《북한 문학의 이해》, 《한민족 문화권의 문학》, 《한국 현대문학 100년 대표 소설 100선 연구》, 《문학과 사회》 등이 있다.
목차
- 1. 마술사 -7
2. 겨울밤 -95
작품 해설
학병 세대의 문학사 공백 메우기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153
작가 연보-163
책 속으로
우리 인도 사람 가운데도 영국의 지휘받는 군인, 관리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 독립 운동하는 사람들에겐 머리 안 올라갑니다. 더더구나 인도 사람 신용 못 한다는 따위 말 안 합니다. 그리고 못 합니다. 저런 자 민족의 적입니다. 머지않아 일본 망하면 저런 자 철저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민족 문제에 발언권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을 철저한 용병 근성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용병은 개나 짐승이나 다름없습니다. - 31p
그 친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마술이란 말이다. 환각의 전달이란 말이다. 마술은 화술이라고 하더라며? 그런 뜻에서 송인규란 자는 틀림없는 마술사란 말이다.” - 93p
기록이 문학으로서 가능하자면 시심 또는 시정이 기록의 밑바닥에 지하수처럼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문학 이론이었다. 그래야만 설득력과 감정 이입이 함께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 141p
출판사 서평
1968년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던 이병주의 단편 <마술사>와 1974년 《문학사상》에 발표되었던 단편 <겨울밤>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명성에 반하지 않게 두 소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기록으로서 가지는 의미뿐만 아니라 한 장 뒤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소설의 미덕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마술사>는 일제 강점기 학병으로 동원되어 미얀마로 간 송인규가 마술을 배운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리며 환각과 사랑에 대해 파헤친다. <겨울밤>은 화자가 관찰자가 되어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 전쟁까지의 아픔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기에 어쩔 수 없는 죄인이 되어 감옥에 오게 된 개개인의 역사로 시대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동시에 문학인으로서 고민을 등장인물의 발화로 직접 표현하고 있다.
공백이 메워져야 새로운 문학이 열린다
1921년생인 이병주는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독재 정권 등 우리나라 역사의 험난한 굴곡을 따라 요동치는 삶을 살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학병으로 강제 징집되어 타국에서 일본을 위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5·16 군사 정변이 일어난 직후에는 ‘조국은 없고 산하만 있다’라는 논설을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되어 10년 선고를 받아 2년 7개월을 복역했다. 급하게 오르고 내리는 역사의 레일 위에 그대로 몸을 싣고 아슬아슬한 질주를 해온 이병주. 자신의 삶 전반부를 돌아볼 수 있는 나이인 44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가 파란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이병주는 일제 강점기에 학병으로 동원되었던 세대로서 문학에서도 놓치고 흘려보낸 부분을 채워 과거 청산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문학이 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일제 강점기 전후를 비워둔 채 흘러가고 있던 우리 문학사의 공백을 채우는 소설로써 자신이 믿는 역할을 다했다. 일제 강점기 학병에 관한 이야기를 <마술사>로, 일제 강점기에서 남북 분단의 초입에 걸쳐 일어난 부조리한 사건들을 <겨울밤>으로 구성하여 우리 문학사의 공간을 채우려 했다.
기록에 마술을 부리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이병주가 생전에 즐겨 쓰던 말이다. 그가 남긴 말처럼 그는 문학으로 역사의 행간과 역사 속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질곡을 기록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문학은 기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가 기록해놓은 골짜기에서 우리는 역사와 삶을 이해하기에 앞서 환상적 이야기에 먼저 매료되고 만다.
<마술사>는 우리 문학에서 자주 다루지 않던 공간인 제3세계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에 학병의 신분으로 미얀마에 갈 수밖에 없었던 송인규는 학병의 처지를 일깨워주는 인도인 사형수 크란파니를 구출하여 그와 함께 머물게 된다. 크란파니는 오랜 기간 수련해온 마술사로서 송인규에게 십 년간 마술을 훈련시켜 송인규가 제대로 마술을 부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를 떠나보낸다. 떠나는 송인규는 크란파니의 아내 인레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와 함께 떠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은 종식되었고, 한국 전쟁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미얀마를 떠나며 크란파니 앞에서 인레에 대한 사랑을 맹세했던 송인규는 그 약속을 저버려 그 후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마술사>에는 일제 강점기 학병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한국 전쟁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했던 폭력성이 담겨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미덕을 발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환각을 전달하는 마술이란 화술이다”라고 말하는 화자가 곧 이병주인 것이고, 또한 바로 이병주가 기록을 문학으로 변신시키는 마술사인 것이다.
‘어느 황제의 회상’이라는 부제를 가진 <겨울밤>은 황제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황제가 사는 공간은 다른 황제들과는 사뭇 다르다. 방은 협소하고 창은 작은데다 심지어 쇠창살까지 있다. 작가는 1974년도에 발표한 이 작품에서 정치범의 감옥살이를 황제 생활로 표현하였다. 쇠창살로 만들어지는 그래프에는 좌표처럼 해가 걸리고, 달이 걸리고, 별이 걸리지만, 쇠창살 안쪽 감옥 안에는 시대의 상흔을 지니고 있는 희생자들이 있다. 그들 한 명 한 명과의 만남과 사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리며 작가는 시대를 통과하는 목격자이며 기록자가 된다. 감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불러일으키는 회상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에는 시대를 향한 연민과 기록과 문학의 중간에 선 번민과 소설적 재기가 흘러넘친다.
당사자를 대신하여 시대를 해설하다
<마술사>와 <겨울밤>은 화자와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소설이다. 두 소설에서 화자는 모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자신이며, <마술사>는 학병으로 동원되었던 송인규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고, <겨울밤>은 화자가 감옥에서 만난 여러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다. 이는 험난한 시대를 지나며 시대를 논하기 꺼렸던 사람들을 대신하여 작가가 그들의 입이 되었다는 방증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직접 보고 겪었던 지옥에 대하여 눈과 귀를 닫고, 침묵하고 있는 동안에 작가는 그들을 대신하여 용기 있게 세상을 향해 입을 연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2467513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4월 15일 |
쪽수 | 168쪽 |
크기 |
130 * 190
* 20
mm
/ 20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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