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성리학개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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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성리학을 구분하고 대표적인 인물을 앞세운 다음, 그 안에서 주제별로 다시 배열하여 살펴보고 있다. 저자의 주관적인 해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제마다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였으며, 성리학 고전에 실린 실제 원문과 번역을 함께 제시하며 성리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깊이 새겨져 있는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한국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데 단초를 제공한다.
상권에서는 신유학이 태동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유학과의 차이를 중심으로 신유학의 특성을 설명하였다. 주희 이전의 기학파와 이학파의 학문을 살펴보고, 주희가 어떻게 이를 집대성했는지 알아본다. 이어서 육구연을 비롯한 주희의 논적들의 주장을 검토한 뒤, 왕수인 및 이지의 심학과 나흠순 및 유종주의 기학이 주희의 이학을 어떻게 비판하였는지 살펴본다. 또한 이학이 청대의 기철학에 의해 해체되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양장본]
작가정보
“성리학을 모르면 한민족이 아니다!”
이는 『성리학개론』의 지은이 기세춘 선생의 단호한 일갈이다. 그는 우리의 지식인들이 외국 학자들을 표절하고 어설픈 흉내만 낼 뿐, 정작 자신의 조상과 뿌리에 대해선 아는 바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이들은 “외래 사상에 물든 이 땅의 ‘식민’ 지식인”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우리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겪고 해방 이후에는 남북이 서양 점령 세력의 사상 전쟁터로 변하면서 우리의 ‘정신적 국적’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그 잃어버린 정신을 되찾고 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지금은 단절돼 버린 선조들의 성리학 전통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을 대하는 그의 생각은 이렇다.
“나는 전통에 안주하는 안일도 싫지만 전통을 무시하는 만용도 싫다. 그 만용이야말로 얼마나 알량한 것인가? 지금까지도 서구 사대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맹목이라면 이 땅의 내일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성일 수 없다. 그러므로 수천 년 선조들의 지혜는 분명 오늘의 우리보다 현명하다는 존경의 마음이 앞섬에도, 나는 당돌하게 전통을 묵수하는 맹목보다는 감히 비판하는 교만을 자청한다.”
기세춘 선생이 바라보는 오늘날의 세계는 “자본주의를 국교로 삼고, 시장이 익명의 신이 된” 세계다. 그는 물질적 시장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이러한 세속문화는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던 우리의 고귀한 전통문화를 되새김으로써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과거 성리학의 단절과 함께 사라져 버린 ‘선비정신’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그에게 선비정신이란 고단한 삶에 자족하며 정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강고한 의지다. 성공에 도취하지도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사私를 존중하면서도 공公을 우선시하는 정신이다. 이는 선생 스스로가 오랫동안 ‘새선비운동’에 몸담아 직접 실천에 옮겨 오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묵점 기세춘奇世春 선생은 칠십 노인으로 통혁당 사건에도 연루된 바 있는 재야 운동가이며 한학자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묵자』를 완역 출간했으며, 옥중에서 그 『묵자』를 읽은 문익환 목사가 그와 편지로 논쟁한 것이 『예수와 묵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신영복 교수와 공역으로 출간한 『중국역대시가선집』 4권은 중국의 시사詩史 3천 년을 총망라한 우리나라 유일본이다. 또 현대철학 해설서인 『주체철학 노트』(1997),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인 『유가』, 『묵가』, 『도가』, 『주역』(2002),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동양 사상 바로 알기’를 주제로 한 『동양고전 산책』 1·2권(2005)을 펴냈다. 우리나라에 나온 동양고전 번역서들이 왜곡과 변질·오역이 심함을 지적하고 재번역 운동에 앞장서 2006년 『장자』의 재번역서를 내놓았다.앞으로 『노자』, 『논어』 등의 고전 재번역서와 『실학개론』을 탈고하여 금명간 출간 예정이며, 『주체철학 노트』, 『묵자』 『주역』 등 기존에 내놓은 책들의 개정판 작업도 진행 중이다.
목차
- 우리 정체성에 대한 반성
제1부. 신유학의 태동
1장. 종교개혁
개혁과 전통 | 유학의 변천 | 보수파와 개혁파
2장. 우주론
종교에서 철학으로 | 음양오행설 | 유교와 음양오행설 | 이학파의 우주론 | 기학파의 우주론
3장. 인간론
인성론 | 인식론 | 도덕론
4장. 정치론
원시유교의 정치사상 | 이학파의 정치론 | 기학파의 정치론
제2부. 주희의 성리학
1장. 이학파·기학파 종합
주희의 인품과 사명감
2장. 주희의 우주론
천제天帝에서 태극으로 | 주리적 이기이원론 | 태극 논쟁과 보편 논쟁
3장. 주희의 인간론
인간의 정신은 우주의 본체 | 주희의 심론心論 | 인식론 | 심성론의 의의
4장. 주희의 도덕·정치론
공맹의 도와 노장의 도 | 인예와 천리 | 극기를 멸인욕滅人欲으로 |
복례를 존천리로 | 성리론과 성선설 | 주희의 계몽적 정치론
제3부. 정주리학 비판
1장. 주희의 논적들
육구연의 심즉리 | 진량의 공리주의 | 섭적의 변증법적 유물론
2장. 명대 심학의 이학 비판
왕수인의 치양지설致良知說 | 이지의 동심설
3장. 명대 기학의 이학 비판
나흠순의 기학 | 유종주의 심기학
제4부. 정주리학 해체
1장. 기학의 이학 해체
청대 기학의 개요 | 천명론 부정 | 주리론 부정 | 성리설 부정 |
극기론 재해석 | 복례론 부정 | 정치사회론
2장. 인식론 비판
인성론과 인식론 | 육왕의 관념론과 정주 비판 | 성기학의 경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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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 이미 2001년 3월에 탈고했으나, 미흡한 감이 있어 출간을 보류했었다. 그리고 2003년 3월부터 노촌 이구영 선생님이 주관하셨던 이문학회에서 고전강좌를 하면서 수정·보완했고, 2004년부터 한남대학교 인돈학술원에서 강의하면서 다시 보완했다. 아직도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으나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나머지는 후학들에게 미루기로 했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더욱 좋은 참고서가 나오기까지 징검다리 역할로 만족할 것이다. 후학들의 분발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성리학개론』이란 책은 아마도 우리에게는 처음인 것 같다. 범위와 깊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인물별로 할 것이냐 주제별로 할 것이냐의 문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인물 위주로 하면 주제의 중첩을 피할 수 없어 산만해지고, 주제별로 하면 시대적·인적 상황이 제거되어 건조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학문의 완성도보다는 독자들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구분하고 독자들에게 낯익은 인물을 앞세운 다음 그 안에서 주제별로 다시 배열했다. 다소 중첩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비교하면서 읽으면 선현들의 면모와 고민을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 저자 서문 '우리 정체성에 대한 변명' 중에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라고 생각하던 시대에는 동양의 전통이란 버려야 할 쓰레기였다. 전통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입장에 서고자 하는 것은 창조적인 태도다.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서구적이든 동양적이든 전통의 한낱 모방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새로운 사상에도 그것을 탄생시킨 전통이라는 모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창조의 시작은 전통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잘 이해하는 데 있다.
- 제1부 '신유학의 태동' 1장 '종교개혁' 중에서(20쪽)
일반적으로 경학을 대성한 사람은 한나라의 유사인 정현鄭玄(127~200)이요, 도학을 대성한 사람은 남송의 유사인 주희라고 말한다. 다 같이 공자의 유학이지만 경학은 경세치학 즉 정치학이요, 도학은 성리학 즉 형이상학이다. 경학과 도학의 다른 점은 경학은 본래 공자학이지만 도학은 공자학을 기본으로 노장과 불교의 선종禪宗을 흡수하여 유儒·불佛·선仙을 통합한 신유학이라는 점이다.
노장의 객관주의적인 도道 개념은 신유학의 우주론의 이론적 기초가 됐고, 불교의 주관주의적인 심론心論은 신유학의 인성론의 토대가 됐다.
불교는 2세기 동한東漢(後漢)대에 들어와 남북조를 지나 수隋·당에 이르러 크게 성행했으며 천태종天台宗, 유식종唯識宗, 화엄종華嚴宗, 선종 등 종파가 생기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화엄종과 선종은 맹자의 유심주의唯心主義와 결합하여 중국화된 토착 불교였으며 그 내재적 불심佛心 이론이 신유학의 심론에 이론적 연원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유학 또는 성리학은 11세기에서 19세기까지 송宋·원元·명明·청淸 등 네 왕조에 걸쳐 약 1천 년간 중국의 지배사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과 일본의 통치이념이었다. 이처럼 성리학은 동양사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17~18세기에는 서양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 계몽주의시대를 열게 했다.
- 제1부 '신유학의 태동' 1장 '종교개혁' 중에서(31쪽)
성리학은 11세기 중세시대에 발흥했는데 성리학자들은 신神을 어떻게 보았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신의 인격성을 부인하고 그 대신 태극太極이라는 시원적인 하나의 이理를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서양에서도 성리학의 영향으로 17~18세기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즉 이理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른바 이신론理神論(deism)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신론은 신이 세계를 창조한 이후에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그 대신 세계는 자연법칙에 따라 운동한다는 자연신론自然神論일 뿐이다. 즉 성리학에서 창조주로서의 신을 부정하고 대신 이理를 세계의 창조자로 보고 그 이理가 인성人性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7일 동안 만물을 지었다는 「창세기」의 천지창조론과 이신론은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하나의 이理가 만상을 지어냈을까? 신神과 이理는 어떻게 다르고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태극도설』이요, 이기론理氣論이다.
- 제1부 '신유학의 태동' 2장 '우주론' 중에서(61쪽)
출판사 서평
성리학! 우리에게 늘 숙제로 남아 있는 그 이름!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성리학’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로,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혹자는 충효 사상을 강조하고 사군자를 노래하는 선비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또 현대와 같은 물질문명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하고 비현실적인’ 학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조선의 성리학을 사대주의와 당쟁의 원흉으로 생각하거나, 근대화를 늦어지게 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성리학의 이미지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각자의 사고방식이나 학문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성리학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거치며 피상적으로나마 성리학에 대해 배운다. 지폐에 등장하는 퇴계와 율곡이 조선 성리학의 양대 거목인 것도 누구나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성리학이란 어떤 학문인지, 퇴계와 율곡의 사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500년 넘게 지속된 조선의 정신은 ‘성리학’이었지만, 후손인 우리는 성리학의 실체를 대강으로라도 알지 못한다. 성리학은 이제 박물관에 보관된 ‘신비로운 유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성리학은 어떻게 그토록 오래 조선을, 나아가 동아시아를 지배했을까? 성리학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까? 퇴계와 율곡을 훌륭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조선의 성리학이 사대주의와 당쟁을 불러와 조선을 멸망의 길로 이끈 것일까?
이 모든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리학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전통에 대한 맹목적인 묵수나, 또는 반대로 무조건적인 배타의 태도가 아닌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돼야 한다.
묵점 기세춘 선생의 『성리학개론』은 이를 위해 ‘성리학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기치를 내걸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성리학은 불교·도교철학을 흡수해 유학을 개혁한 ‘신유학’
오늘날 한국은 유교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아 있는 사회로 꼽힌다. 우리는 흔히 ‘전통 문화는 곧 유교 문화’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보통 ‘유교’ 내지 ‘유학’이라 하면 ‘공자’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유교 문화’라고 한데 뭉뚱그려 이해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에는 관혼상제와 같은 유교 문화뿐 아니라 불교적인 요소와 각종 민간신앙이 골고루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리학 사회였던 조선이 건국 초에 강력한 배불 정책을 시행하고 왕실 차원에서 도교적인 요소가 깃든 의식들을 점차 없애 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양상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성리학을 유학의 테두리에만 한정 지어 생각하는 데서 범하게 되는 오류다. 즉 이는 성리학의 정체성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문제다. 성리학을 ‘신유학’이라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자 이래 1,500년을 이어 온 ‘유학’과는 다른 것이다. 중국에서는 왕조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유교·불교·도교도 그 세勢를 달리했다. 한漢에서는 유교가, 위진남북조에서는 도교와 불교가 융성했고, 당唐에 이르러서는 도교가 국교 자리에까지 오르고 유교는 도교의 보조 역할에만 머물렀다. 외세에 지배당한 남송南宋대에 이르러서는 외세의 배격과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따라서 불교와 불교화한 도학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이때 주희가 나타나 전통적인 이학理學과 개혁적인 기학氣學 등 신유학 운동을 집대성하여 유학을 중심으로 불교와 도교를 흡수한 ‘성리학’을 체계화한 것이다.
비록 주희를 비롯한 성리학자들은 여러 글을 통해 도교와 불교 사상을 비판한 바 있지만, 주희가 체계화한 성리학은 본래의 공자학을 기본으로 노장老莊과 불교를 결합시킨 것이었다. 유교의 천天 사상과 불교의 심성心性, 노장의 도道와 기氣 개념이 한데 어우러진, 유儒·불佛·선仙 통합의 학문이 바로 성리학인 것이다. 따라서 성리학은 오랜 세월 동아시아의 정신 세계를 지배해 왔던 유교·불교·도교의 사상이 모두 녹아 있는 가장 동아시아적인 학문이다.
성리학은 동아시아의 사상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
오늘날 한·중·일 3국은 역사 문제와 외교 및 실리 문제로 서로 교류·경쟁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동아시아의 세 나라를 정서적으로 융합하는 뭔가가 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인종적으로 가깝다거나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은 아니다. 중동에서는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가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종교전쟁이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동아시아에는 종교전쟁이 없다. 그것은 바로 공통된 사상적·문화적 배경인 유교 내지 ‘성리학’의 조화사회 지향성에 있지 않을까?
성리학은 11~19세기 동안 중국의 송·원·명·청의 네 왕조에 걸쳐 약 1천 년간 중국의 지배 사상이었고, 조선과 일본의 통치 이념이었다. 물론 한·중·일 3국이 역사적으로 성리학을 수용하는 정도도 달랐고, 격동의 현대사를 경험하면서 오늘날 성리학의 유산들이 존재하는 양상은 서로 달라지게 됐지만, 그 기본적인 사상적 유사성은 여전히 세계의 다른 문화권에는 없는 공동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리학은 오늘날 우리가 일컫는 ‘동양 사상’의 특징들을 만들어냈다. 천명天命, 천리天理, 태극太極, 이기理氣 음양陰陽, 천인합일天人合一, 천하일가天下一家, 민포물여民胞物與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과 자연, 천지와 우주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라보았고, 이것이 사회 속에서는 자연과의 조화 및 공동체정신의 강조로 이어졌다. 정신과 물질을 엄격히 분리하고, 개인주의적인 가치를 중시해 온 서양과는 달리, 동양 사상에서는 공동체적인 도리와 덕성, 개인 내면의 호연한 기상과 학예일치學藝一致의 수신修身을 중요시했다. 오늘날 세계의 어느 지역보다도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아직도 대의명분과 충효 사상, 고향과 가족이 중시되고 있는 핵심에는 바로 성리학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성리학 ‘개론서’
성리학은 조선왕조 500년의 통치 이념이었고 한민족의 사상과 생활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놀랍게도 국내에 ‘성리학개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은 여태껏 없었다. 특정 학자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논문이나, 성리학의 전체적인 성격을 조명한 연구서들은 있었으나, 성리학의 각 주제와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두루 설명한 ‘개론서’는 일찍이 시도된 바가 없었다. 성리학의 세계 자체가 장구한 세월과 역사를 아우르고 있으며, 중국에서 태동해 조선의 통치 이념으로 수명을 다할 때까지 방대한 범위를 다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재야 한학자로서 동양고전의 왜곡과 오역을 바로잡는 데 힘써 온 묵점 기세춘奇世春 선생이 10년간의 각고 끝에 탄생한 역작이다. 이미 선생은 동양고전들을 ‘재번역’한 책들을 많이 펴냈지만, 이 책만큼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 개론서’라는 부담감에, 이미 6년 전에 탈고를 하고도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듭했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이 책의 범위와 체계와 깊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한문을 없애고 주제별로 정리했으나 개념 풀이에 지면을 다 소비해 버리고 깊이가 없어져 폐기하기도 했다. 인물 위주로 하면 주제의 중첩을 피할 수 없어 산만해질 테고, 주제별로 하면 시대적·인적 상황이 제거되어 건조해질 것이 염려됐다. 그래서 우선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구분하고 독자들에게 낯익을 인물을 앞세운 다음, 그 안에서 주제별로 다시 배열하는 방법을 택했다.
상권과 하권은 각각 ‘중국의 성리학’과 ‘조선의 성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상권에서는 신유학이 태동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유학과의 차이를 중심으로 신유학의 특성을 설명한다. 주희 이전의 기학氣學파와 이학理學파의 학문을 살피고, 주희가 어떻게 이를 집대성했는지 그 학문적 특성을 알아본다. 이어서 육구연을 비롯한 주희의 논적들의 주장을 검토한 뒤, 왕수인·이지의 심학心學과 나흠순·유종주의 기학氣學이 주희의 이학을 비판한 것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이학이 청대 기철학氣哲學에 의해 해체되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하권에서는 조선에 성리학이 수용되던 상황을 알아보고 고려 말 삼은三隱과 정도전, 서경덕 등의 선구적인 조선 성리학자들의 사상을 살펴본다. 이어서 조선 성리학의 두 거목인 퇴계와 율곡의 사상을 고찰해 본다. 조선 성리학의 논쟁 편에서는 퇴계와 고봉 기대승에서 시작하여 율곡과 우계 성혼, 그리고 실학자들에게까지 이어진 ‘사단칠정 논쟁’, 퇴계와 고봉의 인식론 논쟁인 ‘격물 논쟁’에 이어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혜강 최한기 등의 인식론, 인성과 물성이 같은지 다른지를 규명하는 ‘낙호 논쟁’ 등을 다룬다. 그다음으로 박세당, 김만중, 임성주, 다산, 혜강 등에 의해 성리학이 비판·부정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마지막 제8부에서는 성리학과 서양철학 및 현대과학 등을 비교·분석해 성리학 고유의 가치를 고찰해 보고, 한민족이 계승해야 할 성리학적 인간상인 ‘선비’의 정신을 살펴본다.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인 해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제마다 수많은 자료를 제시한다. 성리학 고전에 실린 실제 원문과 번역을 제시해 성리학자들 원래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수많은 고전 속에서 주제와 상황에 맞는 원문을 골라 배치하는 일이란 성리학 및 동양 철학, 나아가 철학 일반에 대한 방대하고 철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랫동안 한학과 철학에 정진해 온 깊은 학문과 진지한 열정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성리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기세춘 선생의 『성리학개론』은 성리학에 대한 일부 편향적인 시각이 바로잡히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성리학의 가풍 속에서 ‘서당집’ 아이로 성장했지만 유생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그람시, 베블런에 심취했고 지금도 촘스키를 좋아하는 좌파적 지성임을 공언하고 있다. 도리어 반유가적인 묵자와 노장의 책을 내고 강의해왔다. 그러나 훌륭한 선조들을 존경하기에 성리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다만 수백 년간 빛나는 전과를 올렸으나 명예롭게 스스로 퇴역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침몰한 거대한 함정에 비유하며 애석해한다.
우선, 서양의 형이상학에 대해서는 세계의 궁극적인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기론理氣論으로 대표되는 성리학의 형이상학은 공리공담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견해를 매판적 지식인의 자학적 사대주의로 질타한다. 저자는 동양의 성리학이 서양에 영향을 주어 17~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를 꽃피게 한 하나의 선진 사상이라고 평가한다. 이와 함께 성리학의 이기론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형이상학, 성리학의 인성론과 데카르트의 관념론, 칸트의 ‘이성’과 성리학의 ‘격물’·‘물격’ 등을 비교·분석하면서, 동양의 지적 유산인 성리학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이는 조선의 성리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성리학은 퇴계·율곡 당시인 16세기까지만 해도 명明의 사상계를 압도하고 지도할 정도였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책은 ‘성리학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위한 개론서’라는 부제답게 성리학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자 노력한다. 예컨대, 퇴계는 천심은 곧 인심이라는 인성평등론을 주장했지만, 이것이 정치적인 인권의 평등으로 진전되지는 못했고 오히려 사람마다 타고난 성性에 편차가 있음을 시인하여 공자의 성삼품설性三品說을 옹호했다는 점에서 봉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개혁적인 주기론자였던 율곡에 대해서도 사대·모화 사상을 극복하지 못한 것을 그의 경장론更張論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태생적 한계이자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한다.
성리학에 대해 가장 많이 가해지는 비판 중에 대표적인 것이 ‘당쟁’과 관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쟁의 원인을 성리학의 공리공론에서 찾는 것은 일본 식민사학의 영향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퇴계와 고봉의 사칠 논쟁이나 노론 당내에서 벌어진 낙호 논쟁(인성·물성 동이 논쟁)과 같이 순수한 학문 논쟁을 정치적 의미의 당쟁으로 보는 것은 오류임을 지적해낸다.
그러나 조선 후기 도탄에 빠진 민생과 쇠약한 국력에는 무심한 채 공리공론과 이념적 독재에 빠진 지배 계급의 안일에 대해서는 강력한 질타를 가한다. 또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들이 퇴계와 율곡이라는 거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변에만 몰두하고 존명尊明 소중화小中華의 반자주적인 노선을 고수했던 폐단도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조선은 성리학으로 나라를 발전시켰지만 그것을 비판하고 지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를 잃었다”는 냉철하고도 단호한 평가를 내린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성리학에 대한 비판이 부재했던 것이 조선 왕조의 쇠락을 재촉하였다고 본 것이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 성리학은 여전히 유효한가?
오늘날 자본주의와 세계화, 정보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며,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급속한 근대화와 서구 사상 및 외래 문물의 유입을 겪으면서 마치 동양의 전통을 ‘버려야 할 쓰레기’로 여기고 외면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그것은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뿌리를 부정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삼국시대 이래 1,500년 동안 유교를 생활 규범으로 삼아왔고 성리학은 조선왕조 500년의 통치 이념이었다. 우리의 생활과 문화가 그 사상을 기초로 이루어졌으며 살림살이와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도 그 정신이 배어 있다. 저자는 우리 문화의 저변을 흐르는 정신을 찾으려면 먼저 성리학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외형적인 전통문화의 전수만으로는 껍데기와 허물은 보존될 수 있어도 새로운 우리 문화를 창조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저자는 “성리학이 곧 우리의 정체성이라거나 그것을 부흥하자는 게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비판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지금 성리학을 되새기는 일은 단순히 조선 사회를 되돌아보는 통찰만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우리의 몸에 마치 문신처럼 깊게 새겨져 있는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한국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데 단초를 얻고자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새순은 묵은 그루터기에서 싹트고, 새로운 사상은 오랜 세월의 뿌리 깊은 전통이라는 모태에서만 태어난다. 혼돈의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 줄 창조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전통을 버리고 밖에서 새로운 것을 수입하기에 앞서 전통을 잘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2001년에 이미 이 책의 원고를 탈고했고 지금까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21세기 대한민국의 ‘성리학 담론’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더욱 좋은 참고서가 나오기까지 징검다리 역할로 만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판단의 몫은 후학들과 독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2467049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8월 06일 |
쪽수 | 624쪽 |
크기 |
165 * 22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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