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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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아마존 선정 인생책 100 > 100 Mysteries & Thrillers to read in a Lifetime
작가정보
저자(글) 루스 렌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미스터리 애독자인 그는 고전부터 현대, 본격 추리부터 코지까지 폭넓은 미스터리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번역가의 길을 선택했다. 옮긴 책으로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 루이즈 페니의 『치명적인 은총』,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등이 있다.
목차
- 활자 잔혹극
역자 후기_이동윤
발문_장정일
책 속으로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여파로 그녀의 무능력은 한 가족과 몇 안 되는 마을 주민에게는 물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그녀의 뒤틀린 마음 한구석에서도, 어떤 이득도 없으리라는 생각은 줄곧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이자 공범이었던 이와는 달리,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20세기 여성으로 가장한 이 유인원의 기준에서 그녀는 극도로 정상이었다.”
- p. 5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그는 많은 점에서 골칫거리이긴 했지만 한 가지만큼은 좋았다. 집세나 세금, 각종 청구서를 맡아 처리했고, 서류를 읽고 공란에 기입하는 일 또한 그의 몫이었다. 유니스는 의회 사무실에 들러 현금으로 세금을 냈고, 가스 요금이나 전기 요금 역시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빌리거나 할부로 살 수는 없었다. 편지나 광고지가 와도 읽을 수 없었다. 로필드 홀에서 지내면 문제는 해결된다. 로필드 홀은 자신을 받아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영원히 살도록 돌보아 주리라.”
- p. 45
“그러나 유니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이 하는 상상과 그들이 이끌어내는 결론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다룰 수가 없었다. 자신의 결점이 탄로 나기 직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그러한 생각에 지배되어,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오해하고 말았다. 멜린다가 이미 눈치챘는데도 자신을 놀리느라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추측한 바를 확인하기 위해 퀴즈를 풀자고 한다고 생각했다.”
- p. 177
출판사 서평
『활자 잔혹극』이 뛰어난 이유를 요약해서 말하면, 먼저 문맹이 결과하는 사회생활의 기술적 곤란만 아니라, 문맹이 인격 형성에 미치는 피해를 보여준 점이다. 그리고 거기 머물지 않고 글을 읽는 독자들이 활자와 책에 대한 턱없는 신뢰와 교만을 피할 수 있도록, ‘독서광’의 비인격적인 실례마저 함께 보여준 데에 있다. 작가는 문맹만 아니라, 책에 코를 박은 채 타자나 현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탐서가의 병폐도 함께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 장정일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활자 잔혹극〉은 예전에 국내에 한번 〈유니스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그때 이 작품은 사회적 통찰과 범죄극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작가의 구성력에 힘입어 물밑에서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북스피어에서 선보이는 건 새롭게 번역한 판본이다.
이 책의 중심인물인 유니스 파치먼은 문맹이지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니스는 살인을 한 번 저질렀고, 지속적인 공갈도 여러 차례 행했지만 아무에게도 탄로 나지 않고 자신만의 조그마한 세계에서 안온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왜 굳이 커버데일 가족의 입주 가정부로 들어갔을까? 그건 그녀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살아가면서 글로 쓰인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때가 수두룩하다. 유니스는 문맹이었고 그 사실을 혼자만의 비밀로 감추려 했기 때문에, 하다못해 공공서류를 읽고 처리하거나, 신청서를 작성하여 TV를 빌리거나 사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연유로, 커버데일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살게 되면 자연스레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자신은 활자의 세력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커버데일 가족은 유별나게 독서를 많이 하며, 뛰어난 학력과 그들만의 특권 의식을 가진 중산계급이었다. 처음에 유니스는 그들과 잘 지내는 듯했다. 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의 완벽한 일솜씨와 아랫사람다운 묵묵한 태도에 감탄하고, 유니스는 이 가족을 공기처럼 생각하며 자신의 일과 텔레비전 시청에 몰두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도 곧 깨지게 된다. 유니스가 문맹자로서 어찌할 수 없는 허점을 드러낼 때, 부와 학식에 기댄 우월 의식을 지닌 커버데일 가족이 그녀의 삶에 이리저리 참견할 때, 이들의 운명은 단 하나의 파멸을 향해 치달을 수밖에 없는 듯 보이고 결국 각자가 그 예정된 비극을 맞이한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피처럼 우리의 혈관 속을 흐른다. 모든 말에 두 번에 한 번 꼴로 스며든다. 지시나 묵인을 공유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쇄된 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거나 읽은 내용에 대한 암시를 담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작가 루스 렌들은 작품 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커버데일 저택에 혼자 남은 유니스가 그토록 좋아하던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도 전화번호부의 글을 못 읽기에 수리공을 부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그녀가 겪은 일은 문맹이 아닌 사람에게는 정말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렴풋이 유니스의 막막한 처지를 상상해 볼 수는 있지만 누가 따로 지적해주기 전까진 그 상상의 불씨조차 피우기 힘들다. 왜냐하면 작가가 말한 것처럼 글에 관한 능력은 피처럼 우리의 혈관 속을 흐르고 있고, 문맹자가 아닌 한 그것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의 비밀을 알고, 유니스는 큰 수치를 느낀다. 가장인 조지 커버데일은 유니스가 문맹임을 알고 한순간 동정심을 느끼지만, 이윽고‘글을 못 읽는다는 걸 알고 있소’라는 의미의 발언을 던짐으로써 “곱사등이의 혹을 놀려댄 셈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저지른다. 과거에 여러 범죄를 행한데다 작중 내내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로 비치는 유니스. 책으로 둘러싸인 저택에서 오페라와 같은, 고급 지식을 향유하는 커버데일 일가. 이들의 만남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게 되는지는 소설의 첫 문장에서 바로 드러나지만 그러한 파국으로 치닫기까지의 여정은 훨씬 미묘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문맹자의 심리 묘사를 다룬 소설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유니스가 공범인 조앤과 함께 커버데일 일가를 몰살한 후, 그녀는 어찌 되는지, 어떻게 범죄가 발각되는지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도 뛰어난 구성력을 엿볼 수 있다. 작품 끝까지 긴장감과 읽는 묘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활자 잔혹극〉은 루스 렌들이 왜 영국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거장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931848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1월 25일 | ||
쪽수 | 262쪽 | ||
크기 |
152 * 210
* 20
mm
/ 38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221B
|
||
원서명/저자명 | (A)Judgement In Stone/Rendell, Ruth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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