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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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증권맨이지만 여성 편력이 심한 마모루는 우연히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첫사랑 쇼코와 꼭 닮은 외설 사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었지만 자의식이 강해 정상적인 이성관계를 갖지 못했던 마모루와, 매력적인 외모에 밝고 총명한 소녀였던 쇼코.
아련한 첫사랑이 끝난 후 마모루는 쇼코에 대한 막연한 복수심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쇼코는 유독 남자관계에서만 심각한 실패를 거듭한다. 인생에 대한 지나친 변화를 시도하면서 서서히 붕괴해 가는 마모루와, 인생에 대한 별다른 자각 없이 주변에 휩쓸리는 쇼코. 막다른 곳에 몰린 두 사람은 10여 년 만에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의식하지 못한 지점에서부터 비틀어진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서로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특유의 실재감 넘치는 필치로 묵직하게 풀어낸다. 흔한 잘못과 오류를 범하지만, 명왕성과 같은 세상의 끝에서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물들을 통해 거창한 의미의 성장이 아닌, 실수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성장을 보여준다.
작가정보
1968년 도쿄 출생으로 릿쿄대학 사회학부를 졸업.
샐러리맨 생활 중인 1993년부터 10여년에 걸쳐 틈틈이 집필한 데뷔작 〈라스 만차스 통신〉이 2004년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에서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작품 집필을 시작하여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달콤한 나〉〈명왕성 파티〉〈주식회사 해피니스 계획〉 등의 주요 작품을 발표하는 동시에 다종다양한 잡지에 작품을 기고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 형식을 넘나드는 개성적인 창작 세계로 현재 일본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러 유명 출판사들과 향후 2년간의 집필 계약이 이미 완료되어 있다.
학창시절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하여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한‧일 양국의 활발한 문화교류를 애정 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번역 김동희
1957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이화여자고등학교, 아오야마컴퓨터스쿨을 졸업하고 일본의 (주)이치마루컴퍼니 등에서 근무하였다.
일본의 4개국어 잡지 〈We're〉에서 한국어 담당 번역자를, 그리고 고단샤 발행 월간지 〈With〉 본사에서 한국어판 담당 코디네이터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번역가로써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작가 히라야마 미즈호가 잡지사에서 초창기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교분을 쌓아 온 인연으로 〈라스 만차스 통신〉〈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달콤한 나〉의 번역을 맡았다.
목차
- from the earth
제1장 여름 벚꽃
In Pluto X월 X일
제2장 이지러진 달
In Pluto X월 X일
제3장 초대
책 속으로
“나는 여기가 도쿄의 일부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려. 도쿄는커녕 일본, 아니, 지구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훨씬 더, 끝도 없이 먼 곳. 그래… 마치 명왕성에라도 와 있는 것 같은 기분.”
쇼코는 창문을 등지고 스러져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명왕성….”
“응, 명왕성. 얼마 전에 행성에서 퇴출되어 더욱 허무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 명왕성.”
너무나 먼, 내버려진 별. 태양빛이 닿는다고 해도 그것은 지상을 두루 비추는 밝기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어둠과 얼음에 매인 영원한 불모의 세계. 마모루는 순간, 얼음의 황야로 덮인 그 먼 별의 오직 한 채만 있는 작은 집에 쇼코와 함께 갇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여기는 추워. 여름에도 추워. 태양이 이글이글 내리쬐어서 땀도 나는데, 그래도 춥다고 느껴져.”
쇼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여기에 온 지 이제 2년 가까이 되지만 그동안 나는 계속 그런 기분으로 살았어. 세상과 분리되어 혼자 남겨져서 내버려진 것 같은 기분.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와버렸을까 하고 계속 생각했었어. …그런 기분, 알겠어?”
“알아.”
마모루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곧바로 그렇게 답하고 있었다.
“나도 크게 다를 게 없어. 어딘가에서 아무래도 길을 틀려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이미 너무나 멀리까지 걸어와 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어. 되돌아간다고 해도 도대체 어디까지?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
쇼코는 문득 고개를 들면서 정색을 하고 말했다.
“자기가 남겨온 발자국을 지울 수는 없어. 그때그때 자기가 선택한 모든 것이 서로 겹쳐서 지금의 장소에 자신을 서 있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실제로는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던 그 다음을 마모루는 머릿속에서 들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새로이 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_〈명왕성 파티〉 3장 ‘초대’ 중에서
출판사 서평
2004년 〈라스 만차스 통신〉으로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히라야마 미즈호는 이후로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작품들을 계속 발표해오고 있다.
판타지, 러브스토리, 생활건강 등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어가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한 가지의 일관된 주제 의식-‘인간의 성장’이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방식과 목적에 회의를 느끼지만 그 해답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가슴 속을, 히라야마 미즈호의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통하여 직설적으로 꿰뚫는다.
〈명왕성 파티〉는 다양한 재능과 색채를 뽐내오던 작가가 데뷔작 〈라스 만차스 통신〉에 보다 가까운 분위기로 집필한 작품으로, 무겁게 마음을 짓눌러오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한 가닥의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리얼하게 묘사해가고 있다. 또한 그 전개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의 그것처럼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명왕성.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이어지며 태양계 9행성 중 막내로 친숙한 이름이었던 그것은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결정에 의해 76년간의 짧았던 영예를 박탈당하고 ‘소행성134340’이라는 초라한 이름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태양계의 끝’을 해왕성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명왕성은 그 크기나 존재 이상의 어떤 이미지를, 상상력을 인류에게 주어 왔기 때문이다.
히라야마 미즈호는 자신의 네 번째 장편 소설에 세간에서 이미 잊혀가고 있는 명왕성을 제목에 올렸다. 지금에 와서 명왕성이라니, 그것도 남녀관계를 주축으로 하는 성장소설의 제목에.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두께를 가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누구나 자신의 현 위치를 한번쯤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마치 세상의 끝과 같은, 명왕성과 같은 곳은 아닐지 하고 말이다.
이번 〈명왕성 파티〉는 〈라스 만차스 통신〉처럼 불가해하고 어두운 세계관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그에 못지않을 만큼 농밀하다. 한 인간의 인생에서 겪게 되는 타인들과의 만남, 그 만남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또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그리고 그 각각의 변화는 성장인가 퇴보인가. 이런 심오한 주제를 히라야마 미즈호는 특유의 실재감(實在感) 가득한 필치로 묵직하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 마모루와 쇼코는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의 다카시와 아즈사처럼 애절한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10여 년에 걸쳐 있는 스토리상에서의 시간 동안, 이들은 그 어떤 픽션의 주인공들보다도 더 리얼하게 그들만의 독특하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것은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계’의 선상에 있지 않고, 오히려 세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영향’의 선상에 존재한다. 수없이 경험하는 ‘타인으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유난히 강렬했던 하나(the one)-서로와의 만남을 통하여 그들은 이후로 10여 년 동안 서로의 인생의 향방을 바꿔놓고, 나아가 서로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이끌어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은 다르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제나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오늘의 나의 모습은 결국 과거의 나의 모습들이 모여 형성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결국 앞으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수많았던 과거의 선택들 중 어떤 것이 나를 지금의 이 자리로 이끌어 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혹여 지금의 위치가 세상의 막다른 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현재가 비참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더라도 지금 선택하는, 앞으로 선택해 갈 분기(分岐)는 옳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확실하게 돌아보고 앞으로 한 걸음을 당차게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히라야마 미즈호가 천착하는 ‘성장’에는 거창한 의미 같은 것은 부여되어 있지 않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열등감을 갖고 있고, 평범하게 고뇌하며, 흔한 잘못과 오류를 범하면서 삶의 그림자 속으로 함몰되어 간다. 그 속에서 몸부림치다 얻게 되는 ‘깨달음’ 또한 장황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그가 전하는 ‘성장’의 의미는 어느 작품에서보다 따스하고 절절한 감동으로 독자의 가슴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909144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6월 09일 |
쪽수 | 406쪽 |
크기 |
128 * 188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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