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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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 하라다 마하(原田マハ)
큐레이터, 작가.
간사이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 와세다대학 제2문학부 미술사과 졸업.
대기업, 도시개발기업 미술관 개설실, 뉴욕 현대미술관 근무를 거쳐 2002년 독립.
프리랜서 큐레이터로서 국내외 전시회, 심포지엄, 아트 코디네이트 업무에 종사.
2003년부터 문화저널리스트로 집필활동 개시.
2005년 6월 <소울잡(soul job)> 발표.
오빠는 작가 하라다 무네노리.
옮긴이 : 오근영
일본어 전문 번역가.
옮긴 책은 <100번 울기><굽이치는 강가에서><이상한 나라의 토토><유리정원><아내의 여자친구><기습><패왕 후히토><소년 H><악의><르네상스의 미인들><여섯 번째 사요코> 등이 있다.
1958년 서울 출생.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개했다. 『하룻밤에 읽는 신약성서』와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등 하룻밤 시리즈를 다수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이상한 나라의 토토』, 『종이의 신 이야기』, 『내가 공부하는 이유』, 『르네상스의 미인들』, 『슈산 보이』, 『어머니』, 『생명의 릴레이』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부드러운 남풍에 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 그녀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거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저녁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도로도 집도 울타리도 모든 윤곽이 저녁 어둠에 가라앉는다. 그 안에서 희미하게 부각되어 오는 기척이 있었다.
마치 빛에 감싸여 있는, 신기한 물체와의 조우와도 같았다.
아키오는 멈춰 서서 눈을 모으고 그 발광체를 바라보았다. 아키오의 조금 앞에서 걷고 있던 카후도 목을 쭉 빼고 앞쪽을 바라본다. 그것이 사람임을 알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을 정도다. 아키오는 경계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긴 머리의 여자다. 환하게 부각되어 보였던 것은 하얀 모자와 원피스 때문이었다. 관광객인가.
눈이 마주칠 정도로 가까워지자 아키오는 시선을 피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뭐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아키오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녁 어둠 속에서 물방울 같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 p 82 ~ 83
“얼마 안 되지만 이달치 월급….”
얼마 안 되기는커녕 그로서는 상당히 무리를 한 액수였다.
사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정말 얼마 안 되지만….”
“필요 없다니까요.”
사양한다기보다는 거부에 가까웠다. 사치는 상 위의 봉투를 아키오 쪽으로 밀어냈다.
“그런 생각으로 있는 거 아니에요. 난 음식도 청소도 빨래도 아무것도 안 했고.”
“하지만 가게 일도 도와주고….”
“점원이 되기 위해서 여기 온 게 아닌걸요.”
순간 공기가 정지했다. 사치의 커다란 눈이 아키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넘칠 것처럼 글썽이고 있었다. 아키오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툇마루에 고개를 얹어놓은 카후의 킁, 하는 콧소리가 들렸다.
사치는 눈을 돌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일어섰다.
“안녕히 주무세요.”
속삭이듯이 한마디 하고는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아키오는 상 위의 봉투를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불단 옆에 밀어놓은 재떨이를 잡아당겼다.
재떨이 안에는 핀으로 집어놓은 담뱃갑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금연’이라고 쓴 메모를 빼내고 그 뒷면에 ‘생활비’라고 써서 나비 모양의 머리핀에 봉투를 꽂아놓았다.
그것을 들고 부엌과 툇마루를 한동안 오락가락하다가 세면대 거울 앞에 살짝 놓았다.
다음날 아침 이를 닦으려고 칫솔과 치약을 집으려는데, 거기에 나비가 앉아 있었다.
‘OK!!’라는 메모가 꽂혀 있다.
아키오는 치약을 쥔 채로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 150 ~ 151
출판사 서평
이제는 국내 출판계에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일본소설의 장점은 쉽게 읽히고, 재미있고, 감각적인 작품이 많아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내 출간작 중 상당수가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신뢰감도 일본소설의 약진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문학상으로는 일본 최고의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과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등이 있는데, 여기에 독자들이 주목해야할 새로운 상이 추가되었으니 바로 ‘일본 최고의 연애소설’을 뽑는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이 그것이다.
일본의 중견 출판사인 타카라지마샤(宝島社)와 BoA, 아무로 나미에, 코다 쿠미 등이 소속되어 있는 일본 최대의 연예기획사 avex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상은 ‘금세기 최고의 연애소설 간행’을 목표로 제정 되었으며, 대상 수상작 상금이 무려 500만 엔(참고적으로 나오키상 상금은 100만 엔)에 달해 규모에 있어서도 메이저 문학상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영화 프로듀서, 가수, 배우, 만화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의 심사위원들은 영예의 제1회 대상 수상작으로 하라다 마하(原田マハ)의 <카후를 기다리며>를 선택했다.
간사이대학 일본문학과와 와세다대학 미술사과를 졸업한 저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아트코디네이터로 활약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예술계 일선에서 활약해 오며 에너지를 발산했던 그녀는, 먼저 작가로 데뷔한 친오빠(하라다 무네노리)의 영향으로 계속 작가 데뷔를 꿈꾸어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천천히 싹트고‥ 천천히 자라는‥ 한류 같은 러브 스토리
세간에서 명작이라 불리는 러브스토리에는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이 인상적인 것들이 많다. <카후를 기다리며>에서 첫 만남의 계기는 신사의 에마(소원판)에 적어둔 아키오의 한 마디 -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래요? 행복하게 해줄게요.”
그리고 아키오는 ‘사치(幸)’라는 이름의 여자로부터 답장을 받게 된다. “에마에 쓰여 있는 기원문이 진심이라면 저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시겠어요?”
‘무심코 표출된 소원에 대한 기적적인 응답’이라는 이 만남의 설정은 실로 탁월하며,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사치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는 독자들에게 달콤한 러브스토리를 읽는 재미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에 대한 흥미를 함께 선사하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카후’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행복’, ‘좋은 소식’이라는 뜻. 저자는 행복을 기다릴 줄밖에 몰랐던 아키오에게 역시 행복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여주인공 사치(幸)를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후(행복)를 기다리며’라는 타이틀과는 반대로 사치(행복)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아키오를 통해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서는 것’이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주입시킨다.
이 같은 주제의식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데도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유형적인 모티브를 순도 높은 러브스토리로 녹여낸 저자의 탁월한 역량 덕분일 것이다. 데뷔작임에도 필력이나 작품성 모두 놀라운 완성도를 선보인 하라다 마하는 실로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신예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카후를 기다리며>는 특이하게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한류 소설’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일본 드라마의 주류인 트렌디함이 아닌 플라토닉한 순수함과 깊은 사랑, 영악하지 않고 우직할 정도로 투박한 남자주인공, 그리고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삼각관계와 그로 인한 잦은 오해 같은 면이 일본 독자들에게 한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고 하는데, 과연 국내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이 쉽게 읽히고 감각적인 여느 일본 소설로 다가갈지, 아니면 짜임새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국내 드라마처럼 느껴질지 기대되는 바이다.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은 여느 문학상처럼 대상에 상금을 수여하고 책으로 출간해주는 것 외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부상을 내걸었다. 그것은 본 상의 공동 주관사인 avex에서 대상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으로서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영화화가 용이한 엔터테인먼트성과 드라마적인 스토리라인도 동시에 요구되게 되는데, <카후를 기다리며>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주·조연 캐릭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인답지 않은 수려한 필체로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맑고 투명한 쪽빛바다의 풍광을 마치 눈에 보이듯 선명하고 푸르게 묘사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키나와 외딴섬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의 흐름과 아름다운 풍광을 선명하게 묘사해낸 순백의 러브스토리 <카후를 기다리며>는 금년 내에 영화로 제작되어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909090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3월 21일 |
쪽수 | 294쪽 |
크기 |
138 * 197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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