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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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60년 경남 함양 마천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전북대 국문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 단편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장편소설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 '길 없는 산', '푸른 방', '누망' 등이 있다. 2003년 '누망'으로 단재상(문학부문)을, 2008년 '찔레꽃'으로 요산문학상과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그림/만화 이정규
목차
- 오줌싸개
똥을 먹는 돼지
부스럼과 풍선껌
통쾌한 복수
맹호가 간다
예쁜 아가의 탄생
촌스러운 아기 이름은 싫어
장터에서
솔방울 줍기
대보름
열심히 일하는 우리 아빠
첫사랑
꽃상여 타고
자장면 한 그릇
고추잠자리
채변 봉투
지은이의 말
책 속으로
이발사 아저씨가 만수의 머리에 기계를 댔다. 만수는 기계가 머리에 닿자마자 다시 진저리를 치며 울었다.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되어 내가 보기에도 참 지저분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만수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액자 속의 시를 읽었다. 거울 바로 위에 걸려 있으니 읽기 싫어도 저절로 읽게 되는 시였다. 맨 아래에 적힌 ‘푸쉬킨’이라는 단어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수의 머리에는 여기저기 부스럼이 나 있었다. 머리를 빡빡 깎으니 부스럼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었다. 괜히 간지러웠다.
만수가 머리를 다 깎고 아빠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자,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나는 나무로 만든 이발 의자에 앉았다. 키가 작아 푹 들어가자 이발사 아저씨가 빨래판을 가져와 팔걸이에 걸쳐놓고 앉으라고 했다.
채칵채칵, 드디어 기계가 내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깎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쥐어뜯는 것이었다. 기계가 머리카락을 물고 놓아주지 않으면 이발사 아저씨는 힘으로 머리를 뽑았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삶이란 머리를 깎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이상한 글을 이발소에 걸어 놓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삶이 나를 속이자 슬퍼하거나 노하진 않았지만 많이 울기는 했다. 너무 아파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문 29~30P 중에서
출판사 서평
만천하에 드러난 아빠의 비밀
▷아빠의 비밀 하나!
너희들은 아빠를 아주 힘세고 키 큰 거인으로 생각하겠지만, 또 너희들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겠지만, 아빠도 예전엔 아주 쬐그만 어린이였단다. 누런 코를 징징 흘리는 코흘리개였단 말이다.
▷아빠의 비밀 둘!
이 비밀은 지금 아빠 입으로 말하기가 영 쑥스럽지만, 아빠는 오줌싸개였단다. 초등학교 사학년 때까지 오줌을 지렸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놀리지 말거라. 너희들의 비밀을 이 아빠가 샅샅이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니.
▷아빠의 비밀 셋!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아빠는 끝순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기억날 수 있겠니?
정말 그 친구는 한 인물 했다. 너희들에게도 이런 비슷한 친구는 분명 있을 게다. 남자 애들을 주먹으로 을러대는 여자는 이 친구뿐이었단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까치살무사도 한 손으로 잡아 남자 애들의 기를 팍 꺾어 놓지를 않나, 무당개구리를 분필통 속에 집어넣어 여 선생님을 울리지를 않나! 그 친구의 활약상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안 날 것 같구나. 하여튼 이런 천방지축이었지만 쌀이 없어 밥을 못 먹는 아빠를 위해 자기 집의 닭을 서리해서 먹이기도 하고, 엄마 없는 아빠 집에서 반찬 솜씨를 부리던, 한 편으로는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고운 친구였다. 보고 싶다! 끝순아!
▷아빠의 비밀 넷!
너희들도 시대를 잘못 타고 나 하루에 네댓 군데의 학원 뺑뺑이를 다니느라 고생이 많지만, 이 아빠들도 그리 좋은 시대를 타고 난 것은 아니었단다. 학교에 갈 때 군인들처럼 줄지어 가며 군가를 목청껏 부르며 갔고,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승복 어린이 이야기는 아직도 사실인지 거짓인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앞에서 말도 안 되는 훈시를 듣거나, 국민교육헌장을 억지로 외워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하여튼 정말 싫었다.
▷아빠의 비밀 다섯!
이 아빠가 이런 비밀을 너희들에게 털어놓는 것은 재미로 한 것이 아니라 비밀을 나누면 친근감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너희들과 가까이 있고 싶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813212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5월 01일 |
쪽수 | 160쪽 |
크기 |
154 * 21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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