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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남재희
저자 남재희는 1952년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수석으로 입학해 2년 수료 후, 1954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에 다시 입학, 1958년 졸업했다.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에는 1962∼72년에 조선일보 기자ㆍ문화부장ㆍ정치부장ㆍ편집부국장ㆍ논설위원을, 1972~1977년에 서울신문 편집국장ㆍ이사ㆍ주필을 역임하는 등, 20년간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1979년 서울 강서구에서 1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 13대까지 4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와 당내의 주요 요직을 맡으면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하였다. 1993~1994년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였고, 1997년부터 5년간 호남대 객원교수로 있었다.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다시 언론인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서 왕성한 집필 및 저작,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취미는 독서이고 고서 수집이고 책방 순례다. 그의 집에는 책이 꽂혀있는 게 아니라 책이 쌓여 있다. 7만여 권, 2.5톤 트럭 20대 정도 분량의 책이 그의 집을 메우고 있다. 그의 집엔 공간이 없다. 쌓여 있는 책과 책 사이의 통로가 있을 뿐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가 어떻게 과거 여당 내 최고의 논객으로 불렸고 역대 국회의원 가운데 최고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는지를 웅변하는 그림이다.
저서로는 [김두관의 발견(공저)](2012년, 사회평론), [문제는 리더다 ? 정관용이 묻고 남재희, 김종인, 윤여준, 이해찬이 답하다(공저)](2010년, 메디치미디어],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2006년, 민음사), [언론·정치 풍속사 ? 나의 문주(文酒)40년](2004년 민음사), [정치 평론집 - 양파와 연꽃](1992년, 민음사), [정치인을 위한 변명 ? 한 낙관적 정치 평론가의 기록](1984년, 행림출판사) 등이 있다.
목차
- 소개의 글 _ 인물로 본 한국 정치의 이면사
책을 내면서 _ 그 저돌적인 용기와 낭만을 기리며…
1. “그때 JP가 최규하 밀었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어?”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8인 대통령의 초상
윤보선, “‘아니오!’라는 부정도 대안(代案)이다.”
박통, 서울출마 권하며 일방적 낙하산 공천
화끈한 전두환, 내 한마디에 김지하 석방 지시
노태우, 낮은 목소리로 “너 한번 맞아 볼래?”
YS에게 “대권은 싸워서 쟁취하는 것!”
DJ에게 “한국의 빌리 브란트가 되십시요!”
‘시종(侍從)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
이제는 평균적 인간이 바람직한 대통령 상
2. “나폴레옹 앞엔 알프스, 내 앞엔 발자크가 있다”
작가 이병주 44
[르 몽드]와 미셸 푸코로 압도당하다
“세느강에 오줌을 갈기고 싶다”
술친구 박정희 대통령과의 애증 51
“보았노라, 만났노라, 끝났노라”… 부인만 넷 53
낭비벽 심해 말년까지 돈 위한 글쓰기에 몰두 58
3. “저는 양아치올시다. 저는 천민이고, 상민이고, 서민이올시다.”
정치인 김상현
박정희 대통령 청와대 빈소에 나타난 후농
거의 모든 면을 겸비한 ‘작은 DJ’
출중한 유머 감각, 남도 창에 곁들인 재담도 일품
[다리]지 필화사건과 목요상 판사의 용기
김형욱 정보부장 만나 “용돈 좀 나눠 씁시다”
‘손자병법’ ‘6도3략’ 통달한 것 같은 전략 마인드
“밥그릇 싸움 조정이 정치인의 구실”
4. “이렇게 만났으니 우리 오늘 ‘YS 대통령 만들기 모임’으로 할까?”
한국 사교계의 ‘뮤즈’ 전옥숙 여사 86
월북 중 투항, 헌병 대장과 결혼 89
일본에서 ‘시베리아 유키코’로 알려져 91
한국 언론 최초로 훈센 총리 인터뷰 95
섬광처럼 자극을 주는 한국의 ‘루 살로메’ 99
5. “사나이 의로 모여 의기를 느꼈으니 거칠 것이 있을소냐!”
언론인·국사학자 천관우 104
엄청난 주량 과시했던 거대한 체구의 천재 105
이병도가 ‘군계일학’으로 칭찬한 유형원 연구 논문 108
명문장 속필로 썼던 천관우의 文才 110
고려대 우익 좌장 이철승과의 라이벌 의식 112
[민국일보] 쟁쟁한 언론인의 면면 114
불광동 국민주택이 민주화운동의 메카로 118
전두환, 박봉환 전 장관 내세워 천관우 회유 120
6. “김대중 납치 괴청년들은 누구인가, 당당히 신분 밝히고 납치 이유 밝혀라!”
작가·언론인 선우휘 124
[한국일보] 주필 오종식 씨 발탁으로 언론계 입문 126
청탁불문 술 실력에 허름한 옷차림이 트레이드마크 128
“남재희 씨, 곧 서울신문 편집국장으로 가겠군” 130
우파 자유주의자 선우휘, 회색빛 리버럴리스트 이병주 132
내면세계보다 일상성과 역사 흐름에 천착한 휴머니스트 135
사표 써놓고 감행한 김대중 납치 비판 논설 137
박정희 정권에 속으로는 크게 저항 139
7. “나는 말하자면 ‘털난 보수지!’”
정치인 윤길중 144
일필휘지 ‘서두현령’ 글씨에 숨은 뜻은? 145
해공 신익희, 죽산 조봉암과의 인연 150
죽산 조봉암 사형 언도의 충격 152
옥중에서 귀휴 받아 딸 결혼식에 참석 154
10·26 후 혁신정당 재건 시도 실패 158
법살당한 죽산, 성쇠 거듭한 청곡 160
8. “7·4 공동성명 3원칙 중 왜 민주통일 항목 빠졌는가”
재일 [통일일보] 발행인 이영근 164
엄격한 도덕률 지닌 진보적 망명객의 초상 166
이영근 씨 자금과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죽음 168
독보적 통일론과 통 큰 처세로 큰 족적 남겨 170
해방 직후 좌우합작 운동에 진력한 이유 173
이데올로기, 이념 둘러싼 분쟁에 강한 거부감 178
청곡 윤길중, 이영근 영결식에 감동적인 추모사 남겨 181
9. “핵개발 했다면 그 무기는 베이징이나 도쿄 향할 거요!”
육군대장 민기식 184
“소생 민기식 술에 만취하여…” 186
미국 유학 중 도박, 주색에 빠지기도 188
“세 사람 천재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나” 190
보복부대 격려한 민 장군만의 비법 193
미 대사관 파티서 카터에게 퍼부은 욕설 195
“동창회는 명단이나 만들면 충분해요” 197
10. “굶주린 북녘 사람 가운데 예수의 모습을 본다”
종교·사회운동가 강원룡 목사 202
민주화의 근간 ‘중간집단’ 육성에 심혈 기울여 204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대화 모임 ‘타궁’의 추억 206
강 목사와 죽산 조봉암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 세 가지 208
다이내믹한 성품, 대단한 웅변과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파 211
국제적 연대, 범종교적 활동으로 국가원로 반열에 올라 213
“기독교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많이 했다” 215
강 목사와 약간 떨어진 자리에 앉았던 이유 217
11. 친화·행동력 걸출한 인문출판계의 거목
출판인 박맹호 222
박맹호의 ‘양산박’에 식객으로 머물다 226
삼각지 ‘양산박’ 미모의 여인은 어디에? 227
부친은 영부인 오빠 육인수 씨와 맞붙어 번번이 낙선 231
박맹호와 고은의 ‘지독한 우정’ 232
장원빌딩 ‘사슴’에서 꽃피운 민음사의 문학출판 235
하루키 신간에 거액 투자하며 여전한 경영 의욕 과시 237
12. “나, 국민학교밖에 안 나왔어!”
정계 ‘통 큰 누님’ 김정례 여사 240
어린 시절 한학 공부, 이희호 여사와는 언니·동생 사이 242
여군 소위 김정례, 재야 운동의 큰 인물로 성장 247
신군부와의 인연… 지나친 의리로 빈축받기도 251
13. “‘차지철 대통령’ 치하에서 살 뻔했다!”
명멸했던 정치인이 연출한 무대 뒤 파노라마 260
사쿠라 소리를 듣던 ‘스핑크스’ 유진산 263
가인(街人) 김병노 옹과 그 손자 김종인 266
항상 어렵다는 김성곤, 잘된다는 장기영 268
정치 출세학의 정석 따른 신범식 269
김종필·박준규 두 거물의 대화 271
JP 대통령 후보추대 연설 맡은 남재희 273
삼국지 장수 같은 정래혁의 눈물 275
깐깐하게 경우 밝은 경화(京華) 양반 이재형 276
일본의 파벌정치 모방한 김윤환 278
‘고시노 간바이’와 강철계의 박태준 280
원칙 내세워 풍파 일으킨 ‘대쪽’ 이회창 282
궁중광대’로 희생된 심상우(沈相宇) 284
책 속으로
청와대 안에는 상춘재라는 별채 건물이 있는데 정원을 앞에 두고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거기서 가끔 회식이 베풀어진다. 한 번은 전 대통령이 당 간부 몇 사람을 초청하여 술 마시는 자리를 마련했다. 나도 정책위 의장이라 끼일 수 있었다. 술이 어지간히 들어간 전 대통령은 예의 다변이 됐다.
그러다가 자기가 감행한 쿠데타 이야기를 슬쩍 비쳤다. 쿠데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
“그때 말이야, 김종필 씨의 공화당과 유정회가 최규하 대통령을 일치하여 밀어주었더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어?”
“할 수 있었겠어?”라고 기억하는데 “일어날 수 있었겠어”라고 말한 것도 같고 그 부분은 기억이 불분명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난 게 있었다. 전 대통령이 2단계 쿠데타를 구상해 시도할 무렵 김종필 씨는 김영삼·김대중 씨와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대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규하 대통령을 뒷받침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야당의 양김씨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오히려 최 대통령을 적대시했다. 최 대통령 쪽에서도 신현학 총리가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며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냄새를 계속 풍겨 3김 쪽의 의심을 샀다. 여하간 그렇게 되어 최 대통령은 아무런 정치력의 뒷받침 없이 공중에 붕 뜬 꼴이 된 것이다.
나는 그때나 그 뒤로나 당시 상황을 이야기할 때 “그 막중한 대통령 감투가 광화문통에 굴러다니고 있었으니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농담을 했다. 전 대통령은 취중에 내 농담 그대로의 상황을 말한 것 같다.
(31~32쪽, 1장 이승만에서 노무현 까지… 8인 대통령의 초상)
한국의 발자크를 꿈꾼 나림, 여성편력은 손색 없다. 작품의 수준도 어지간하다. 그러나 그 수준이 ‘진실이 머무는 세계’엔 못 미친 것만 같다. 대단한 현학 취미는 과시했으나 마지막 ‘진실’은 못 건드린 게 아닌가. 국민 거의 모두가 읽고 감동을 느끼는 황순원 씨의 [소나기]와 같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아쉽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평론가로는 일급이다. 소설은 정치에세이로 탁월하다. 사실 평생 대단히 많은 시사평론도 썼다.
그토록 탁월한 글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책을 읽은 다음 반드시 독후감을 자세히 적어놓는 데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 독후감에서 자주 인용하니 수준이 매우 높고, 서양 명저의 지식을 듬뿍 담은 현학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히 체화(體化)되었느냐는 것과는 별개이다. 하기는 명문구를 계속 되풀이하다 보면 그것이 체질화도 될 수 있고, 발자크를 계속 모방하려 하다 보면 발자크처럼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일 이 글을 읽는다면 그는 “뽄도 없이 썼군”이라 말했을 것이다. “뽄도 없이…”가 그의 말투다.
나림의 서울대학 병원 영안실에서의 영결식엔 문인들이 거의 안보였다. 그는 ‘윈스턴’ 양담배를 계속 피워 폐암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학병 동지인 전직 경찰간부 문학동 씨가 조사를 하고, 나도 현장에서 징발이 되어 원고도 없이 영정을 향하여 추모의 말을 했다.
(65~66쪽, 2장 작가 이병주)
나는 김상현 전 의원을 아주 좋아한다. 정치인 가운데 내가 갖지 못한, 모자란 부분을 가장 풍성하게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 건조하고, 격정적이지 못하다면 그는 발랄한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대의(大義)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닐 수 있는 열정을 가졌다. 그렇게 정열적으로 활동할 수가 없고, 고생스러운 가운데도 그렇게 유머러스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를 조금이라도 닮아보려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런 지 벌써 40여 년. 그러면서 “후농(後農·그의 아호) 같은 사람이 다섯 사람쯤 있으면 정권을 도모할 수 있겠다”고 일찍부터 말해왔었다. 나는 아직도 뜨뜻미지근하고, 그는 지금도 유쾌하고 활발하다. “저는 양아치올시다. 저는 천민이고, 상민이고, 서민이올시다.” 상대방을 무장해제하는 화법이다.
(68~69쪽, 3장 정치인 김상현)
전 여사는 [지리산]의 소설가 이병주 씨하고도 오랜 교분이 있었고, 이 씨의 둘째 부인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이병주 씨는 [남로당]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거기에 전 여사를 등장시키는데 이름을 ‘김옥숙’이라 했다. 이 씨는 나에게 빙긋이 웃으며 “전 여사, 여장부 아닌가베. 그래서 이름에 불알 두 개를 집어넣어 ‘전(全)’을 ‘김(金)’이라고 바꾸었지.” 괜찮은 익살이다. 소설가에게는 그런 특권도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전 여사는 재야 소장파 인사들의 대모(갓 파더에 대비되는 갓 마더)다. 와카미야도 책에서 ‘갓 마더’라고 썼다.
우선 그때 당시 한참 재야 작가들의 중심 격이었던 [오적]의 김지하 시인과 아주 친했다. 보통 친한 게 아니었다. 김 시인은 천재적이었다. 그 후 너무 성급하게 샤머니즘의 세
출판사 서평
‘통 큰 사람들’의 그 저돌적인 용기와 낭만을 기리며…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언론인으로서 20년, 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를 살아온 필자 남재희 전 장관이 털어놓는 ‘걸물 열전(列傳)’이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 인류학(Political Anthropology)이다.
‘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투신한 이후 조선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과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필자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취재하고 교유했다. 폭넓은 독서와 그들과의 친교, 특히 수많은 술자리를 통해 인간과 역사를 아무르는 안목을 얻었다.
이후 4선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에도 그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그치지 않았다. 그 인간애를 바탕으로 필자는 자신이 교유했던 ’한국 현대사의 가장 걸출한 인물‘들의 인간적 풍모, 삶의 뒤안, 고비 때마다의 마음의 풍경, 당시 역사의 흐름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필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역사학자도, 언론인도 또 정치인도 경험할 수 없었던 현대사의 이면을 그려낸 인간 드라마다.
필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용기와 낭만을 기리며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다.
“앞선 세대는 다음 세대를 대체로 흡족하지 않게 여긴다. 어쩐지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후배 세대를 통이 작다고 여긴다. 너무 가볍게 합리적으로 따진다. 저돌적인 용기가 부족하다. … 신문기자 20년, 정치생활 20년 가까이하며 내가 가깝게 사귀었던 인물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걸물들은 꿈도 있고 술도 잘하고 여성들과 잘 사귀었으며 통도 매우 컸다. 한마디로 간덩이가 컸다고 표현해야 실감이 난다. …
마지막 원고를 넘기고 나니 가까웠던 사람들과 술을 마셔가며 산 세월이 매우 소중했던 것으로 회상되며, 그 서술을 통해 20세기 후반부 우리 정치·사회의 풍속도를 나름대로 그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말하자면 한국 현대사를 옆에서 본 것이다.”
그는 역동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삶의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낭만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 역사의 고비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 교유했다. 그들이 필자의 표현으로 ‘걸물’들이고 ‘통 큰 사람’들이다. 때로는 같은 신문사에서 동료 기자로 낮에는 사무실과 취재 현장에서 밤에는 선술집에서 그들과 삶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했으며 때로는 취재 대상으로 또 정치 현장에 몸을 던지고 나서는 같은 정치인으로서 그들과 어울렸다. 그렇게 현대사의 중심에서 그들과 함께 경험한 당시 역사의 미세를 생동감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것이다. 그의 놀라운 기억력과 해박한 지식이 아니고는 담아낼 수 없는 한국 현대사의 이면이다.
또한 그의 글은 한 치의 더함이 없는 진실이기에 힘이 있고 또 역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 또 역사적, 정치적 의미로 새로이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 이 책이 지닌 역사적 가치이다.
‘인물로 본 한국 정치의 이면사’ 또는 ‘남재희의 체험적 정치론’
책의 첫 장은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역대 대통령 8인을, 마지막 13장에는 유진산에서 이회창까지 대권에 근접했거나 2인자의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그리고 그 중간에 자신이 직접 교유했던 인물 11명에 대한 작은 평전을 배치했다. 민기식·김상현·윤길중 등의 정치인, 선우휘·천관우·이영근 등 언론인이 있는가 하면 종교계의 강원룡, 소설가 이병주, 출판계의 박맹호, 그리고 여류 인사 전옥숙·김정례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중 박맹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 간접적으로 한국 정치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물로 본 한국 정치의 이면사’ 또는 ‘남재희의 체험적 정치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傳記) 문학이 취약한 우리 문단 현실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체험적 기록이 더없이 소중한 자료로 남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재일 <통일일보> 발행인 이영근 씨와 한국 사교계의 ‘뮤즈’ 전옥숙 여사‘에 대한 부분은 이 책 외에서는 그 행적을 찾기 어려운 사적(史的) 기록이다.
창정 이영근(1919∼1990년)은 1958년 진보당사건 때 일본으로 망명, 일본어 일간지 <통일일보>를 발간한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진보계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정치에 대한 그의 실사구시적, 현실주의적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조봉암이 굳이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할 필요가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 대목이다.
“진보를 한다는 사람들이 사회민주주의 운운하는데, 그거 서양 이야기가 아니오.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자립경제를 이루고, 남북이 통일하고, 오순도순 균등사회를 이루어 나가야지요. 죽산(조봉암)이 사회민주주의자였다고 들 하는데 그 노선은 두산(斗山·이동화) 같은 동경제대 출신 학자가 만든 정책이지 죽산은 달라요. 그는 민족자립경제와 수탈 없는 경제, 평화통일을 주장한 민족주의자였어요.”
자립경제, 평화통일, 균등사회라는 실질적 목표를 지향하면 됐지, 굳이 사회민주주의라는 레테르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레테르를 표방하지 않았다면 이승만에 의한 사법살인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1972년 남북간에 합의된 7·4성명 통일 3원칙에 자주·평화·민족단결만 있고 민주통일의 원칙이 빠졌음을 지적하고 비판한 것 역시 탁견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그에 따르면 민주원칙을 뺀 3원칙만으로 하면, 북의 남조선혁명도 가능하고, 남북 당국 간 야합에 의한 통합도 가능하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일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까지 흘러들어온 에피소드에 따르면, 평양을 찾아간 이후락 밀사가 통일 3원칙을 수락했다는 보고를 들은 김일성이 “그 사람 술에 취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영근의 우국충정에 끌려 점차 그를 자신의 정치적 멘토로 삼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하는 정책은 허황될 수가 있다. 또 잘된다 하더라도 현실에 바탕을 두고 출발한 정책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데올로기에 따른 좌우익 간의, 서로가 서로를 부인하는 싸움은 무익하고 무모하다. 서로가 민족의 바탕에서 실사구시로 우리 민족이 잘살아나갈 길을 모색하면 된다.”
전옥숙 여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공식적으로는 영화사와 TV프로그램 제작회사를 운영하고 간혹 회사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방송 기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허나 이는 전 여사의 일면일 뿐, 그의 전모는 한국 현대사 사교계에서의 활약상으로 드러난다. 필자 스스로 한국 사교계의 ‘여왕봉’이라 명명한 전옥숙 여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남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을 희랍 신화에서 용어를 빌려와 ‘뮤즈(詩神)’라 한다. 마침 <20세기 뮤즈>라는 영역된 프랑스 책이 있어 살펴보니 루이스 살로메(루 살로메)가 첫 번에 나온다. 러시아 태생으로 나치시대 독일에서 사망한 루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신분석학과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과 사귀며 그들에게 ‘섬광처럼 자극을 주는 뮤즈’가 되었다 한다. 요즘 같으면 존 레논의 부인이었던 오노 요코가 떠오르는데, 굳이 한국에서 찾는다면, 내가 아는 한정된 범위에서는, 전옥숙 여사가 그럴듯하게 부각된다. 그 주변에는 김지하 시인, 이병주 소설가, 조용필 가수, 장일순 민주화 운동 대부 등이 맴돈다. 열거하자면 각계각층 부지기수다. 전 여사는 그들의 ‘뮤즈’가 아닐까.”
전옥숙 여사는 한국 정치·문화계, 재계 인사들과 깊숙이 교유하며 일본통으로서 일본 문화 정치계 인사들과의 다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남 전 장관은 “전 여사는 정치적 감각이 탁월하다. 그리고 문화현상 전반에 관한 관찰도 정확한 것 같다. 그러니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다. 미인이기에 상류층의 교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정치인, 언론인, 작가, 사업가… 모든 분야의 일급 인사들과의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교류가 또한 사람의 수준을 높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본통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비교적 상류사회와 교류했다. 일본말도 아주 썩 잘한다. 일본에 오래 머물기도 하였다.”라고 전옥숙 여사를 회고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사교계의 ‘뮤즈’였던 전옥숙 여사가 처음으로 소개되고 부활하는 셈이다.
후농 김상현의 ‘최규하 정권 강화론’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김상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최 정권의 힘을 강화시켜줘야 됩니다. 최 정권을 강화해서 최 정권 스스로 민주헌법으로 개정하도록 시간을 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민주세력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강경하게만 나가면 결과적으로 군부에게 명분을 줍니다.”
필자는 “참, 무릎을 탁 치고 싶은 탁견”이라면서 5.18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이 민정당 간부 몇 사람을 청와대 상춘재에 부른 술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한다.
“그때 김종필 씨의 공화당과 또 유정회가 최규하 씨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밀었더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혼란기일수록 민주정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파악한다.
가방 끈이 짧다고 알려진 김상현은 “…밥그릇 싸움을 조정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정치인의 구실이다. 각자 능력에 따라서 일한 만큼 밥을 먹자는 것이 민주주의다.”라고도 말했다. 어떤 유능한 정치학자보다도 정치의 요체를 간명하게 요약한 것 같다.
이번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에 이른다. 현재로부터 한두 세대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적 과제들은 아직도 태반이 미완이다. 예컨대 이영근이 말한 자립경제, 남북통일, 균등사회 중 후자의 둘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후배 세대들의 과제로 물려받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014년 이후의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던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이 책 ‘소개의 글’에서)
추천사
“정치 인류학(Political Anthropology)이다. 걸물들의 미세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욕심 같아서는 확대하여 한국 정치의 ‘수호지’나 ‘삼국지’로 썼으면 좋겠다.”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놀라운 기억력으로 정치 이면사를 재미있게 썼다. 한국 정치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 손으로 냈으면 싶었다.”
박맹호(민음사 회장)
“이번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에 이른다. 현재로부터 한두 세대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적 과제들은 아직도 태반이 미완이다. 예컨대 이영근이 말한 자립경제, 남북통일, 균등사회 중 후자의 둘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후배 세대들의 과제로 물려받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014년 이후의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던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기본정보
ISBN | 9788991760387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2월 24일 |
쪽수 | 287쪽 |
크기 |
152 * 224
* 31
mm
/ 52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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