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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임지현
저자 임지현은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 및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주요 저서로는 《세계사편지》《적대적 공범자들》《민족주의는 반역이다》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는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우리안의 파시즘》《대중독재 1, 2, 3》《대중독재와 여성》등이 있다. 현재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 박노자 Vladimir Tikhonov.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인문학부 동방언어 및 문화연구학과 교수. 주요 저서로는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당신들의 대한민국 1, 2》《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우승열패의 신화》《나를 배반한 역사》《하얀 가면의 제국》《씩씩한 남자 만들기》《박노자의 만감일기》《거꾸로 보는 고대사》등이 있다.
저자(글) 이진경
저자 이진경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문학부 부교수. 주요 저서로는 Service Economies: Militarism, Sex Work, and Migrant Labor in South Korea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가 있다.
저자(글) 정다함
저자 정다함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주요 논저로는 〈조선 초기 野人과 對馬島에 대한 藩籬?藩屛 인식의 형성과 敬差官의 파견〉(《동방학지》141), 〈麗末鮮初의 동아시아 질서와 朝鮮에서의 漢語, 漢吏文, 訓民正音〉(《한국사학보》36), 〈‘事大’와 ‘交隣’과 ‘小中華’라는 틀의 초시간적인 그리고 초공간적인 맥락〉(《한국사학보》42) 등이 있다.
목차
- ‘반(反)기념’의 역사학을 위해
1부 제국을 욕망하는 역사적 상상
근대계몽기 ‘국민’ 담론과 ‘문명국가’의 상상: 《태극학보》를 중심으로 _정선태
민족의 위대성과 타민족의 정복: 안확의 민족담론 _박노자
황군의 사랑, 왜 병사가 아니라 그녀가 죽는가: 〈조선해협〉, 기다림의 멜로드라마 _이영재
근대 한국의 역사 서술과 타자화된 여진족 _정다함
2부 반식민과 탈식민의 경계에서
식민지 시기 ‘현모양처’론과 ‘신여성’ _홍양희
식민지 조선의 ‘만주’ 담론과 정치적 무의식: 문학평론가 임화의 1940년대 전반의 논의를 중심으로 _와타나베 나오키
해방공간과 전석담의 역사 인식: 근대 국민국가로의 이행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_오웬 밀러
박정희 체제 근대화 담론의 식민성 _황병주
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의 기지촌 ‘여성’ 읽기 _이나영
3부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이주노동자 운동과 트랜스내셔널 코리아 _이진경
누가 민족문학을 두려워하랴: 트랜스내셔널리즘 시대의 민족문학론 _윤성호
해외동포를 겨냥한 초국가적 정책: 문화 정체성 형성, 세계화,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포’라는 개념 _손희주
찾아보기
책 속으로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라는 이 책의 제목은 식민지 지배의 경험이 식민자와 피식민자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또 어떻게 상호 영향을 주었는가를 모색한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제국이 식민지를 만들고 지배한 측면도 있지만, 제국 자체가 식민지 지배라는 제국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제국과 민족, 식민자와 피식민자는 상호적이다. 제국으로부터 식민지로의 문화적 전이, 제국과 식민지의 공모성, 피식민지인들에 의한 ‘공모의 전유’, 주변부 민족주의와 서구중심주의의 인식론적 공모관계 등 제국과 식민지가 주고받는 상호 관계는 근대의 세계사적 전개라는 큰 맥락에서 고찰할 수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식민지 희생자 의식에서 비롯된 궁정 역사학
궁정 역사학의 국가주의적 코드는 기실 새로울 것도 없다. 국가적 정통성을 뒷받침해온 근대 역사학 주류의 부끄러운 역사에서 그것은 별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이 국가주의적 역사 해석이 위로부터 강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헤게모니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경우, 우리 모두 식민주의의 희생자였다는 널리 퍼져 있는 역사(무)의식과 접목되면서 국가주의적 역사 해석의 헤게모니적 효과는 더욱 증폭되어 왔다. 남이나 북이나 또다시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권력의 논리가 해방 직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호소력과 설득력을 행사해왔다.〈‘반(反)기념’의 역사학을 위해〉중에서, 6쪽.
전 국가적 차원에서의 ‘국민 만들기’
국가권력의 온존을 위해서 국가 안보를 과장하다 보면 개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소지가 높다는 점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를 초월적 정당성을 지닌 조직으로 상정하고, 여기에서 이탈하는 개인들을 ‘비국민’으로 가차 없이 배제하는 지적 메커니즘만이 작동하고 있을 따름이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자연스럽게’ 동일시되는 지점에서 근대사상의 굴절 또는 왜곡을 목격할 수 있거니와, 이는《태극학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응진을 비롯한 많은 필자들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기독교도 예외 없이 ‘국민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원된다. 기독교 사상의 한국적 변용의 일례라 할 수 있다.
〈근대계몽기 ‘국민’ 담론과 ‘문명국가’의 상상〉중에서, 37쪽.
조선인 민족성에 대한 논의
안확은 ‘조선인 민족성’의 일곱 가지 “근본적 특성” 가운데 하나로 “평화 낙천”을 언급했다. 조선인을 멸시하는 일본인들이 들먹이는 ‘겁나(怯懦)’를 그는 “평화”라는 긍정적 측면으로 대체, 승화시킨 것이다. 그에게는 “술과 웃음, 농담, 호탕함”을 수반했던 농민들의 “낙천적 평화로움”은 ‘싸움’이나 ‘흥정’ 등 자기 의사 관철의 적극적인 방편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가 본 조선인들은 “쾌활하고 활동적이고 매우 간섭적”이었다. 즉 타인의 일을 소극적으로 방관하지 않고 늘 만류, 조언 등의 형태로 “쾌활하게” 말려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활발하고, 호탕하고, 만사에 적극적인 조선인들이 죽음에 대해서도 특별한 공포가 없고 죽은 자와 산 자가 같은 세상에서 공생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안확이 본 조선인의 “평화적 낙천 정신”이었다.〈민족의 위대성과 타민족의 정복〉중에서, 57쪽.
‘교린’이라는 틀 속에 숨겨진 민족주의의 욕망
근대 한국사학의 ‘교린’이라는 틀은, 여진에 대해 ‘가해자’일 수 있는 조선을 선의의 ‘피해자’로 묘사함으로써 조선이 근대화 과정 속에서 피해자였다는 입장을 계속 주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였고, 동시에 문화적으로는 조선이 훨씬 앞선 문화를 전파해줌으로써 이들이 선진문명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한 점에서 ‘교린’이라는 학문적 틀은, 근대 한국사학이 고구려, 고려를 ‘제국’으로 파악하면서 여진을 타자화했던 시각과 겉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조선-여진 관계를 ‘교린’이라는 틀로 이해하려는 시각은, 겉으로는 조선을 외침의 ‘피해자’로 묘사해오면서도 그 불투명한 내부에 조선이 15세기에 여진에 대해 추구했던 정책들의 침략적 속성을 은폐하려는, 민족주의의 위선과 욕망을 숨기고 있는 학문적 틀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근대 한국의 역사 서술과 타자화된 여진족〉중에서, 143~144쪽.
출판사 서평
‘반(反)기념’의 역사학을 위해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 60주년을 ‘반(反)기념’하기 위해 2008년 8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제학술회의 ‘Modern Korea at the Crossroads between Empire and Nation’을 개최하였다. 이 책은 국제학술회의의 성과물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임지현을 비롯해 박노자, 황병주 등 12명의 전문학자들이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근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분석한 것이다. ‘반기념’이라는 것은 ‘과거를 잊어버리자’, 혹은 ‘기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 권력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데에만 치중했던 궁정역사학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해방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국가를 강화하려는 논리가 팽배했다. 식민지의 기억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면서 동시에 해방 이후 한반도에 탈식민적 권력의 자산으로 작동해왔다. 임지현은 이런 식민주의의 희생자 의식에는 제국에 대한 동경이 무의식적으로 감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제국의 힘에 대한 동경과 힘이 없어 제국이 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회환이 희생자 의식의 밑바닥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제국을 욕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시선에 대한 일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 새로이 고찰 시도
한국의 근대를 성찰할 때에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은 국가권력의 장으로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다. 이 책 《근대 한국, ‘제국’과 ‘민족’의 교차로》에서는 한국의 근대 담론을 읽는 두 가지 키워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라는 틀 안에서 그동안 제국주의의 피해자로만 인식해왔던 시각에서 벗어나 민족주의에 내재된 제국주의의 속성을 밝히고 제국과 식민지가 주고받는 상호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다만 임지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전히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전이된 문화적 작용이 누락된 채 제국에서 식민지로의 일방적 문화 전이가 주요 분석 대상이고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을 지향하면서도 대체로 한반도에 집중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생산기지로 꼽히는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근대 한국을 바라보고 식민지의 과거와 탈식민의 현재에 대해 고찰하려고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학술서라 할 것이다.
주요 내용
문화적으로 전이된 제국을 향한 욕망
이 책은 12편의 개별 글들을 묶어 총 3부로 구성하고 있다. 1부 ‘제국을 욕망하는 역사적 상상’에서는 제국을 욕망하는 식민지인들의 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정하게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정선태는《태극학보》를 중심으로 근대계몽기 국가와 국민이 상상되는 방식을 추적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한반도로의 문화적 전이뿐만 아니라 개발독재 시대의 국민교육헌장으로 이어지는 식민과 탈식민을 잇는 문화적 전이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박노자는 청일전쟁의 승리에 도취한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고안한 ‘무사도’가 양계초의《음빙실문집》을 거쳐 안확의 고구려 ‘무사정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영재는 징병재 선전영화〈조선해협〉에서 남성의 출정이 애인과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일로 묘사되고 있는 등 국가의 부름이 남녀 모두에게 국민에의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정다함은 식민지기 제국에 대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타국의 침략을 받았으나 정작 자신들은 침략을 모르는 평화로운 민족’이라는 역사 서사와 결합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며 조선-여진 관계를 중심으로 이를 고찰한다.
식민과 탈식민의 연속성에 문제제기
2부 ‘반식민과 탈식민의 경계에서’는 식민과 탈식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담은 5편의 글을 묶었다. 홍양희는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에서 현모양처 여성상이 전통적 여성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과 원인에 대해 분석한다. 와타나베 나오키는 문학평론가 임화의 이식문화론을 통해 한국 문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해왔다기보다 외국 문학의 모방과 의식의 제작 주체로서의 조선의 이중성을 분석한다. 오웬 밀러는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조차도 민족주의와 서구 중심주의의 인식론적 공모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적 관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황병주는 박정희 개발독재 체제의 근대화 담론에 내재된 선진성에 대한 열망과 후진국 콤플렉스에 대해 고찰한다. 이나영은 해방 이후 남한에서의 기지촌 여성의 호명 방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젠더를 매개로 한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암묵적 동조관계가 해방 이후 기지촌 여성을 재구성하는 데 작동했는가에 대해 추적한다.
탈식민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시
3부 ‘트랜스내셔널 코리아’는 미국과 한국의 비교를 통해 탈식민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고 있다. 이진경은 미국과 한국이 모두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에 따라 차등화되고 불평등한 노동력 수급 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불평등의 구조를 문화적 영역에 한정해서 해결하려는 ‘인종차별적 국가의 다문화주의’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성호는 한국 민족문학, 특히 백낙청의 민족문학론을 미국의 트랜스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손희주는 점차 인종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학계 담론이나 언론 등에서는 민족국가의 단일성과 민족문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이 세계화를 지향하는 초국가적인 맥락 속에서 동포라는 개념이 민족국가라는 이데올로기하에서 국가적 개발과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책속으로 추가
현모양처론의 전통적 재현
현모양처 논리가 전개되는 보다 중요한 방식은 조선 민족의 발전이라는 민족주의적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는 민족개량론자인 이광수의 처, 허영숙의 글에 가장 잘 드러난다. 직업이 의사인 그녀는 조선의 대표적 신여성이자 현모양처론자였다. 허영숙은 민족의 개량, 발전,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현모양처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의 논리 구조는 다음과 같다. 조선을 다시 세우고 그 조선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민족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 민족을 구성하는 분자인 각개의 여성과 남성, 그 국민이 힘이 있게 되어야한다. 민족의 힘은 그 민족의 육체적 건강과 지능과 덕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이를 향상시키는 것이 민족의 힘을 기르는 첩경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아동기에 그 기초가 만들어진다. 바로 여기에서 자녀 양육자이자 교육자인 어머니의 중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식민지 시기 ‘현모양처’론과 ‘신여성’〉중에서, 199쪽.
‘모방’과 ‘이식’의 제작 주체로서의 조선의 이중성
한편에서 임화는 영화의 역사를 영화 작품의 이야기 내용의 역사로서만 파악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근대기의 ‘모방’이나 ‘이식’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결코 그 대상이 아니라 ‘모방’이나 ‘이식’을 하는, 요컨대 ‘제작’하는 주체로서의 ‘조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를 테크놀로지로 보는 태도(그리고 거기에 기술 전파의 문제가 개재되고 자본 이전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논의)와 상당히 거리를 둔 견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임화는 문학사를 구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선 영화의 역사를 구상하는 데도 조선인이 제작하는, 조선의 현실을 반영한, 조선인이 등장하는 영화 작품에 집착한 것이다.〈식민지 조선의 ‘만주’ 담론과 정치적 무의식〉중에서, 213쪽.
박정희 개발독재 체제의 적극적 민족 담론
박정희 체제는 쿠데타 초기 민족 내부의 후진성을 타자로 상정한 자기부정적 민족주의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는데 1970년대 초에 이르면 긍정적, 적극적 민족담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핵심적으로 매개한 것은 민족 주체성 개념이었다. 이전까지 주체성 개념은 주로 사대주의라는 민족 내부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대립개념으로 사용되었지만, 이 시기에 이르면 그 강조점이 민족의 긍정적 측면을 집약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박정희는 이것을 세계체제의 객체의 위치에서 주체의 위치로의 배치 구도 변화로 설명했다. 그것은 곧 민족주의의 타자가 내부에서 외부로 전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박정희는 마지막까지 내부의 사대주의와 ‘국적 없는 방랑아’에 대한 비판을 늦추지 않았고, 또 외부 ‘자유 진영’에 대한 배타적 부정을 표하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무조건 따라 배워야만 할 모범이나 대안으로 파악하지도 않았다.〈박정희 체제 근대화 담론의 식민성〉중에서, 273~274쪽.
근대적 질서 확립과 신여성상 구축
전후 한국 사회는 전쟁의 참화와 극도의 사회적 혼란 상태에서 봉건적 질서와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미국 문화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시점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형식적으로나마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선택하고 불안정한 국가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국민통합을 모색하게 된다. ‘적대적인 반공국가’라는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이를 방해하는 이데올로기적 요소들은 철저하게 제거했다. 공/사 이분법에 근거한 가족제도와 근대적 질서를 확립하는 일은 국가건설 과정 속에서 국민통합과 민족 정체성 재구성을 위한 필수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구축하는 일은 이항대립적이며 위계적인 젠더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공사 분리와 불가피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 공적 영역인 사회로 진출한 1950년대의 ‘신여성’은 가부장적인 질서와 통념에 도전하면서 남성의 영역인 사회에서 남성을 무력화한다고 여겨졌다.〈탈식민주의 페미니스트의 기지촌 ‘여성’ 읽기〉중에서, 302~303쪽.
이주노동자들의 저항 전략
이주노동자들의 또 하나의 저항 전략은 노동자로서, 거주자로서, 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저항 자체를 이민국가의 틀 안의 한가운데 놓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동화와 융화에 대한 바람과 필요는 한국 국가 또는 정부가 그들의 삶과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통제를 하는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공동체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목표의 하나는 한국인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노동 3권, 파업, 조직, 단체교섭의 권리를 얻는 것이다. 최근에 이주노동자 또는 이민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함으로써소 이주노동자 운동권은 정치 참여의 영역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탈영토화(de-territorialized)되고, 두 국가 사이의 틈새에 끼어 있는(interstial)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이주 또는 귀화한 국민국가의 일원으로 재영토화(re-territorialize)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이주노동자 운동과 트랜스내셔널 코리아〉중에서, 334쪽.
트랜스내셔널 전환에 비춰본 민족문학론
‘트랜스내셔널 전환’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는 새로운 ‘미국 문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트랜스내셔널 전환’ 논의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것은 트랜스내셔널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특정 문학 양식의 존재라기보다, 그러한 시각을 통해 기존의 문학을 재평가하거나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작품을 재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트랜스내셔널리즘 논의를 의식하고 디아스포라와 같은 특정 경험에 초점을 맞춘 몇몇 작품을 거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으나, 트랜스내셔널리즘의 관점에서 기존의 문학 작품을 재평가, 재발굴하는 작업이 보다 풍성한 연구 결실을 맺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누가 민족문학을 두려워하랴〉중에서, 355쪽.
해방 후 한국적 문화 정체성 구축이 대한민국 문화 정책의 가장 큰 핵심
‘같은 민족’을 강조하는 전략은 해외 한인을 동포라는 개념에 포함시켜 국제적인 연대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해방과 분단 후 남한의 문화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문화 정책의 주요한 일부분이었다. 한국적 문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 정책의 핵심적인 요소였다. 문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식민지화, 분단체제의 고착, 그리고 세계화 과정 등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추구되었다. 사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남한의 문화 정책에서 가장 큰 과제는 뚜렷한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1948년부터 20세기 말까지 남한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정의하며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정책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해외동포를 겨냥한 초국가적 정책〉중에서, 369쪽.
기본정보
ISBN | 9788991221840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6월 30일 |
쪽수 | 398쪽 |
크기 |
153 * 224
* 30
mm
/ 58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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