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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북한의 역사와 현실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북한의 현대사를 비교적 사실 그대로 재현하고 김일성 부자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을 실명으로 등장시켜, 역사적 사실 위에 허구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한 남자들을 매혹시키는 몸매를 타고난 여인이 걸어 갈 수밖에 없는 생존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해방 전 기생이었던 장영순과 동양극장의 배우였던 황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유설희. 해방 후 월북한 장영순은 평양극장장이 된 황철이 개성에 오자, 그를 찾아가 딸의 출세를 부탁한다. 황철은 설희를 평양연극영화대학에 입학시켜 배우의 길을 걷게 도와주고, 장영순은 딸의 캐스팅을 위해 당 관료들에게 몸을 던진다. 이후 설희는 영화를 찍으면서 남자를 끄는 이상한 매력 때문에 여러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는데….
작가정보
이청(李淸)은 1945년 울산에서 태어나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고등학교 국어교사, 신문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창작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옆에 왔던 부처’, ‘사바행’, ‘회색의 봄’, ‘부처님 동네’, ‘우리들의 초상’, ‘무덤 속의 축제’, ‘사리’, ‘이 뭣고’, ‘화두의 향기’, ‘소설 김삿갓-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등이 있다.
저술의 대부분이 불교의 정신세계에 천착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저자가 문학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가 지닌 궁극적 가능성을 끝없이 모색해 온 과정의 산물이다.
목차
- 머리말_ 역사에 대한 무한 책임
1955년 여름 - 개성
1958년 가을 - 프라하
1958년 가을 - 모스코바
1958년 겨울 - 평양
1958년 겨울 - 평양
1959년 봄 - 개성
1961년 10월 - 시베리아 황단철도
1961년 10월 - 모스코바
1961년 11월 - 평양
1961년 11월 - 평양
1962년 1월 - 평양
1962년 1월 - 평양
1962년 1월 - 평양
1962년 2월 - 아오지
1962년 2월 - 아오지
1964년 9월 - 무산
1965년 여름 - 아오지
1965년 여름 - 평양
1965년 여름 - 아오지
1966년 여름 - 평양
1966년 여름 - 청진
1970년 가을 - 원산
1970년 겨울 - 평양
1970년 겨울 - 평양
1970년 겨울 - 평양
1971년 봄 - 평양
1973년 여름 - 평양
1975년 여름 - 오사카
1976년 가을 - 평양
1980년 봄 - 평양
1981년 2월 - 삿포로
1981년 2월 - 평양
1981년 2월 - 삿포로
1981년 2월 - 모스크바
1981년 2월 - 평양
출판사 서평
1. 이 소설은
이 소설은 인민을 길들이기 위하여 전설과 신화를 조작하다가 마침내 신(神)이 되어버린 김일성, 김정일의 시대착오적인 신정국가(神政國家)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이고 정공법적인 문학적 보고서이다.
주인공인 인민배우 설희(雪姬)는 실제로 북한에서 1980년대 초에 공개처형된 인민배우 우인희를 모델로 그렸다. 따라서 이 소설은 현대 북한판 ‘어을우동’ 사건을 소재로 하여 북한 체제와 권력을 통절하게 풍자한 일종의 문명비평서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서문에서 ‘1930년대에 앙드레 지드는 스탈린의 초청으로 ’지상의 낙원‘인 모스크바에 가보고 와서 그것을 ’낙원‘이 아닌 ’동토‘로 묘사하여 이후 서방 지식인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하면서 남한 지식인들의 북한에 대한 막연하고도 위험한 동경과 무비판적인 금기의 벽을 허물고 신정국가 북조선왕국의 존재를 문학적 표현의 장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이 한편의 소설로 남한 지식인들의 눈에 낀 허위의 장막이 찢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빼더라도 남자들을 자극하는 몸매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배우가 걸어 갈 수밖에 없는 생존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어, ‘왜 사는가’ 하는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던져주는 소설이다.
2. 창작 동기와 취지
①북한의 김일성 왕조는 시대착오적인 신정국가(神政國家)이나 남한의 작가들은 지금까지 이 상황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고의적으로 기피해 왔다. 이제 이 신정국가의 역사와 현실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첫 시도로서 이 작품을 쓴다.
②이를 계기로 북한의 역사와 현실을 소재로 한 진지한 성찰과 문학적인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단추를 끼운다.
3. 소재
1980년대 초 공개 처형당한 인민배우 우인희(작품 속의 인민배우 설희)를 모델로 했다. 해방 후 조선인민공화국의 실제 역사 속에서 김일성 부자가 혁명투사에서 전제군주로, 이어서 신(神)으로 대책없이 격상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한 여배우의 삶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짓밟히는 모습을 그렸다.
조선인민공화국의 현대사를 비교적 사실 그대로 재현하고 김일성 부자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은 실명으로 등장시켰으며, 소설 전개를 위한 필요에 따라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인물과 이야기를 덧입혔다. 장르상으로는 엄연히 세미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이다.
4. 줄거리
해방 전 동양극장의 배우였던 황철은 해방 후 월북하여 평양극장장으로 일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만월대〉를 촬영하러 개성으로 간다. 해방 전 요정 〈신성〉의 기생이었던 장영순은 황철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 유설희를 데리고 6.25 전란 중 월북, 개성에 살고 있다가 황철이 〈만월대〉를 찍으러 개성에 오자 그를 찾아가 딸의 출세를 부탁한다. 황철은 설희를 평양연극영화대학에 입학시켜 배우의 길을 걷게 도와준다.
체코 프라하대학에서 영화예술을 전공하던 박준상은 소련 출신 애인 안나 카트리나가 먼저 조국으로 돌아가자 의욕을 잃고 있다가 자신에 대해서도 평양정부의 소환령이 내리자 귀국한다. 56년의 8월 종파사건으로 숙청당한 박창익의 조카인 준상은 당으로부터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위하여 목숨 던져 일할 것”을 명령 받고 2.8영화제작소에서 감독으로 일하다가 그곳에서 지난날 황철이 찍다가 도중에 그만둔 〈만월대〉의 감독을 맡는다. 여배우로 지목된 설희와 처음 만난다.
설희의 어머니 장영순은 딸의 캐스팅을 위하여 당 관료들에게 몸을 던진다. 선전선동부 부부장 장학림은 장영순의 몸을 받고 이어서 그의 딸 설희를 현장지도한다고 유린한다. 설희의 최초 남성이다.
이후 설희는 영화를 찍으면서 남자를 끄는 이상한 매력 때문에 여러 남자들의 노리개가 된다. 그리고 영화를 찍은 후에는 수령의 눈에 띄어 수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깔개’로 동행한다. 이를 알게 된 수령의 부인 김성애가 동생 김성갑을 시켜 설희의 여자를 능욕케 하고 젊은 감독 박준상과 함께 ‘미제의 첩자’라는 누명을 씌워 축출한다. 보위대에 체포되어 변방으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차가운 지하에 감금된 상태에서 설희와 준상은 한몸이 되고 ‘결혼’을 한다.
이후 준상은 ‘6월 13일 탄전(아오지 탄전)’으로 배치되고 설희는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2.8영화제작소로 복귀하나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자 쫓겨나 무산의 병기공장으로 배속된다. 거기서 아들을 낳는다.
준상은 탄광 사고로 막장에 갇혀 죽음에 직면하였으나 ‘노동영웅’이 필요했던 당의 결정에 따라 구출되었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김정일의 저서 〈영화예술론〉의 대필을 맡으며 연명한다. 설희와 준상 두 사람은 부부로 함께 살았으나 이미 여러 남자의 소유가 돼버린 설희와는 남남이나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부부가 되어있을 뿐, 서로 연민하며 살아간다.
연상의 여배우들을 좋아했던 정일은 설희와도 몸을 섞었으나 남편 준상의 존재 때문에 성혜림을 안방에 들여놓고 그녀를 공훈배우로 올려세운다. 그 때문에 절망한 설희가 15호 관저 앞에서 퇴근하는 김정일의 자동차를 세우고 앞을 막았으나 스스로 혼절하여 봉화 진료소에 입원한다. 성혜림의 다그침을 받은 김정일은 호위총국장에게 설희를 제거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눈치 챈 김정일의 운전수 군관 김동환이 설희를 병원에서 빼돌렸으나 그는 공개 처형된다. 이 사건으로 설희의 목숨을 저당 잡은 당은 그녀를 본격적으로 깔개로 활용한다. 아프리카의 대통령 에탕은 그녀 때문에 자주 조선인민공화국을 방문할 정도이다.
한편 김정일은 후계자로 정식 지명되고 수령에 대한 신격화 작업을 가속화 한다. 북조선은 신(神)의 나라, 신이 다스리는 나라로 변해간다. 신의 나라는 조총련의 조공으로 그 비용을 충당하는데 이런 기운을 타고 조총련 오사카 지부의 이노우에 준스케는 그의 딸 고영희를 김정일에게 바치고, 그의 아들 고영식을 평영방송국에 넣는 조건으로 엄청난 물질적인 지원을 한다.
벤츠 승용차를 타고 자본주의 냄새를 풍기고 다니던 고영식은 설희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설희도 자본주의 세상에서 온 연하의 남자 고영식에게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을 느낀다. 두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나누다가 마침내 일본 홋카이도로 밀월을 떠난다. 그러나 북조선에서 파견한 요원에 의해 강제로 송환된다.
평양에 끌려와 불안했던 두 남녀는 추운 겨울 밤 설희와 준상이 사는 집 앞에서 자동차 안에서 정을 나누고 시동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다가 고영식은 죽고 설희는 병원에서 깨어난다.
당은 그녀를 부화죄와 살인 방조죄로 몰아간다. 설희의 입에서는 그동안 부화했던 남자들이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그 명단은 지도자동지에게 보고된다. 마침내 위기를 느낀 설희가 지도자동지와 수령의 이름을 올리자 지도자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릴 것을 지시한다. 그녀는 군용 비행장 한구석에서 남편과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로 총살당한다.
5. 이 소설의 머리말
역사에 대한 무한 책임
작가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빚어내는 역사에 대하여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왜냐고 따질 것 없다. 그 자신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원소들 중의 하나이고 ‘상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 쉬고 먹고 자면서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존재다.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인 이 나라는 견고한 이론과 폭력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 보수하면서 지도자는 어느덧 신(神)이 되어 ‘세기를 넘어’ 군림하고 있고, 인민들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들판의 ‘양’들처럼 길들여져, 밖에서 보기에는 기적 같은 생존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이 나라에 가 본 일이 없다. 1930년대에 앙드레 지드는 스탈린의 초청으로 ‘지상의 낙원’인 모스크바에 가보고 와서 그것을 ‘낙원’ 아닌 ‘동토’로 묘사하여 이후 서방 지식인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나라 지식인, 이를테면 작가, 기자, 학자,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요란하게 평양에 갔다 왔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쪽 권력의 상대편에 서 있는 인민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보고 온 사람도, 보고 온 일을 제대로 전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평양 구경도 못한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평양과 조선인민공화국에 가서 보고 온 분들이 제대로 된 글을 쓰도록 자극을 주고자 함이다. 즉 소설이든 시이든 견문기이든 조선인민공화국의 존재 자체를 역사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그 물꼬를 틀 수만 있다면 이 작품은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책임의 일단을 다하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197541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8월 25일 |
쪽수 | 311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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