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내 마음의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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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차기태
1958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삼미종합특수강과 삼미정공에서 6년 2개월 근무하고,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될 때 공채 1기 기자로 들어갔다. <한겨레신문>에서는 사회부, 체육부, 편집부, 문화부, 경제부, 한겨레21부 등 각부를 두루 거쳤지만, 절반가량은 경제부에서 일했다. 2004년 말 <한겨레신문>을 퇴직한 후 인터넷신문을 거쳐 현제 한경닷컴에서 일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한눈에 보는 지구촌 경제》(1994년, 백산서당)가 있다.
목차
- 머리말_ 내 마음의 엘리시움을 찾아
클리오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_ 호메로스 《오디세이》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인간세계와 가까이 있는 신_ 오비디우스 《변신》/ 헤시오도스 《노동의 나날》《신통기》
에우테르페
영원한 강대국도 영원한 약소국도 없다_ 헤로도토스 《역사》
철학의 여신이 통치하는 나라는 가능할까_ 플라톤 《국가론》
탈리아
‘성스러운’ 전쟁범죄의 기록_ 《구약성서》
위대한 스승의 거룩한 최후와 영혼의 불멸_ 플라톤 《파이돈》 《신약성서》
멜포메네
중용, 행복과 정의의 원리_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플라톤 《필레보스》
오케스트라 같은 공화국을 위한 충언_ 키케로 《의무론》
테르프시코레
도덕미의 극치_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
고결한 맏딸의 희생과 부활_ 괴테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에우리피데스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에라토
난세 돌파를 위한 냉정한 통치전략_ 마키아벨리 《군주론》 《로마사 논고》
위선자들에게 보내는 통렬한 풍자의 화살_ 에라스무스 《광우예찬》
폴림니아
무지의 나라와 학문의 은혜_ 프랜시스 베이컨 《학문의 진보》
이성에 따라 사는 사람은 드물다_ 스피노자 《에티카》
우라니아
자연의 섭리에 따른 교육_ 루소 《에밀》
광신의 병에 이성의 빛을_ 볼테르 《관용론》
칼리오페
베누스 여신처럼 아름다운 어머니의 사랑과 지혜_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생명을 구하는 직업정신의 영웅_ 알베르 카뮈 《페스트》
책 속으로
내가 기자로 일하는 가운데서도 고전에 눈을 돌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내 영혼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로서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데, 나름대로 판단의 중심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상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을 바로 고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지혜로 초대하는 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책은 오히려 영혼의 칼을 무디게 만들 뿐이다. 잡초같이 많은 서적들 중에서 지혜의 샘물이 되고 영혼의 양식이 되는 것은 결국 고전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7쪽)
《오디세이아》와 《아이네이스》를 통해 본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아스의 인생유전을 보면 승자와 패자, 행운과 불운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에 불과함을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사소한 차이는 역사상 많은 인물들이 보여준 바와 같다. 조선을 건국했지만 아들 방원에게 사실상 쫓겨난 태조 이성계나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나폴레옹 등 많은 인물들이 행운과 불운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감상을 낳는다. 정 회장은 평생 자신의 노력과 행운의 후원을 바탕으로 거대 재벌을 일으켰지만, 말년에는 험한 꼴을 당했다. (…) 행운과 불운은 권력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인간을 무차별하게 대한다. 그러니 이제 여기서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불운이 쌓이면 어느덧 행운이 되고, 행운이 쌓이면 다시 불운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40~41쪽)
그리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한동안 번영의 시대를 구가한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시기가 지난 뒤 그리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진영으로 나뉘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른다. 이후 그리스의 힘과 문화도 점차 쇠퇴의 길을 걷더니 끝내 공화국 로마에 복속된다. 그리스 문명을 계승한 로마제국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반면 당시 야만족 취급을 받았던 서부 유럽은 오늘날 문명의 중심지로 우뚝 서있다. 하지만 그들의 위치도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헤로도토스가 오늘날 살아난다면 현재 부강한 나라들도 역시 언젠가는 쇠락하고 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 그렇다면 지금의 약소국도 희망을 버리지 말 것이며, 강대국 역시 좀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겠다. (78쪽)
에라스무스는 당시 교황과 추기경들이 하는 일들을 보면서 깊은 회의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파비아에서는 하얀 대리석으로 건축된 수도원을 보고는 “단지 몇몇의 수도사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낭비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볼로냐에서는 성대한 개선행진이 열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볼노냐 정복전쟁에서 승리하고 입성하는 모습이었다. 기병과 보병, 교황 기장을 든 기수, 황금 마구를 한 백마 열 마리, 마흔 명가량의 성직자와 추기경 등이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행진을 걸었다. (…) 에라스무스는 한숨을 토하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교황 율리우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승자인가, 아니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계승자인가?”(221쪽)
관용은 인간사회의 영원한 과제이지만,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과제라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다. 관용은 종교적 신앙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모든 갈등과 분열에도 적용돼야 할 보편적인 규범이다. 인간에게 만약 이성이란 것이 있다면 그 이성을 가장 올곧게 발휘해야 할 덕목이 바로 관용이다. (…) 인간은 화합과 관용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볼테르는 인간을 향한 자연의 간절한 호소를 우리에게 전한다. “자연은 우리 인간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네 모두는 연약하고 무지한 존재로 태어나서, 이 땅에서 짧은 시간을 살다가 죽어 그 육체로 땅을 비옥하게 할 것이오. 당신들은 연약한 존재이니 그런 만큼 서로를 도우시오. (…)’”
출판사 서평
살아가면서 쉽게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의 벽에 직면했을 때,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아이디어의 충전이 필요할 때, 그리고 치열한 삶의 연속선에서 지치고 고달플 때 우리는 흔히 책을 찾는다. 책은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제시해주고, 삶의 이정표를 마련해주고,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을 선사하고, 피로를 씻고 마음을 정화하는 휴식처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수많은 사람에게 그런 역할을 해준 책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고전’이라 부른다.
저자 역시 비슷한 이유로 고전읽기에 몰두했다.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판단력을 키워줄 교사로 선택한 고전 작품들은 어느새 휴식처 같은 친구요 동반자가 됐다. 뿐만 아니라 고전읽기는 즐기되 탐닉하지 않고, 슬퍼하되 상심하지 않고, 충돌을 피하고 양보할 줄 알게 해주는 정신수양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고전은 내 마음의 엘리시움이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즐거울 때도 괴로울 때도 변함없는 벗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해온 고전읽기를 ‘나’라는 개인의 영역에서 ‘우리’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그동안 읽은 고전 중 몇 권을 선별해서 소개하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목록 선정과 전반적인 서술은 ‘고전과 현실의 접점 찾기’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루소의 《에밀》을 소개한 글에서는 ‘교육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조기 외국어교육은 필요 없다’고 한 루소의 교육론과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및 입시광풍 현상을 대비시켜 이야기한다. 또 IMF 사태와 신용카드 대란을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니오베, 미다스, 에릭시톤, 이카로스의 일화에 빗대어보고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비극적 결과에 대해 말한다. 중용이라는 덕을 논한 고전인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필레보스》를 소개할 때는 중용의 한 덕목 중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깨닫지 못해 실패한 두 인물, 나폴레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든다.
이 책에는 각 고전의 줄거리와 더불어 작품이 씌어질 당시의 시대적 상황 및 집필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각 고전에 나오는 짧지만 강렬한 문구들을 발췌해 소개한 것도 핵심 내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출간된 참고도서의 목록을 정리해둔 것은 독자가 궁금한 부분을 언제든 찾아보며 종합적인 독서를 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고전읽기를 해나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다양한 사유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새로워진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 장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무사이(영어로 ‘뮤즈’) 이름을 붙였다. 이는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의 형식을 똑같이 흉내 낸 것으로, 고전에 대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91071483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9월 10일 |
쪽수 | 327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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