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고로모(挙母)시였던 일본의 한 도시 당국은 도요타자동차와 일련탁생(一連托生․다른 사람과 행동과 운명을 같이 하는 일)의 길을 걷겠다며 시명까지 도요타(豊田)시로 개명했다. 그로부터 4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도요타 본사의 소재지인 ‘도요타시 도요타쵸 1번지’는 24만 6700여 도요타그룹 사원과 창업가인 도요다 가문의 성지이자 작은 종교국가와 같은 독특한 기업사회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과연 도요타그룹이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그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메이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지금, 상대의 장점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우리에겐 도요타의 모든 것을 해부할 필요가 있다. 도요타의 성장동력원을 담은 비밀금고나 마찬가지인 이 책의 유용성은 바로 그 점에 있다.

◑ ‘강한 회사’에서 ‘덕이 있는 회사’로…세계인의 마음까지 잡는다
‘도요타 웨이’실현 뒷받침하는 노사협력의 비결이 여기 있다!

막대한 정치자금을 일본 정계에 소리없이 공급,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공기’같은 존재가 된 일본의 국민 기업이 바로 도요타다.
2003년 3월 기준 연결 결산에서 1조 5천억 엔의 경상이익을 창출할 정도의 막강한 자금력, ‘도요타 어(語)’라는 독특한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맺어진 실권자와 충신들, 회사의 역군임을 자부하는 도요타 직업훈련학교 출신 기술자인 ‘양성공’들의 저력을 비롯하여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정신(원래 가문 이름은 ‘도요다’지만 영문 회사명이 외국인으로선 발음하기 어렵자 창업자가 ‘도요타’로 고치도록 지시할 정도) 등이 만들어낸 도요타그룹의 찬란한 영광과 무한 도전의 비밀이 바로 이 책, 『도요타市 1번지』에 있다.
끊임없이 그룹의 일원이자 가족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전략, 혼인을 통해 정계․관계․재계에 인맥을 만드는 치밀함, 자원봉사와 일가 정착 등을 통한 지역사회 일원 되기 등으로 도요타는 일본의 국민 기업이 됐다.
이같은 ‘도요타 웨이(TOYOTA WAY)’는 끊임없는 개선과 도전정신으로 상징된다. 도요타 웨이를 실현하면서 21세기를 맞은 도요타는 단순히 강한 회사가 아니라 세계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회사, 즉 ‘덕이 있는 회사’를 지향함으로써 일반적인 기업들의 목표를 뛰어넘으려는 웅대한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 속에는 바로 도요타의 야망을 가능케 하고 있는 수많은 요인, 그리고 그 조용하지만 힘있게 이어져 온 기업 성장사가 알차게 담겨 있다.
창업자 기이치로, 실권자 이시다. 새로운 실권자 오쿠다 등 도요타의 오늘을 있게 한 기업 패자들의 치밀하고 냉철한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도요타의 신화에 있어 초석이 된 양성공들의 자부심을 비롯, 공장장 오노 다이이치가 만든 획기적인 ‘칸반 방식’(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만큼만 만들어 낭비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돈을 버는 방식), 닛산이라는 라이벌과의 경쟁을 통한 동반 성장, 도요타의 역사로 불리며 양성공들의 우상이 된 ‘공장장’의 전통, 도요타DNA를 심어주는 직원교육이 책의 전반부를 장식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팔리는 대중차를 가진 장점, 그 대중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라이벌 회사의 신차들을 따돌린 긴박감 넘친 여정,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밀한 정보전, 과감하고 도발적인 카피를 활용한 광고의 위력이 도요타의 오늘을 이해하게 해 준다.
뒤이어, ‘기술의 닛산’을 ‘판매의 도요타’로 꺾은 판매력에 기술력까지 보강해 ‘기술의 도요타’로 거듭난 기술자들의 피땀어린 노력, 세계적 카 레이스 참가를 지속하며 얻은 기능 향상의 의미, 다국적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계 시장 침투의 비법, 항상 세계 제일을 꿈꾸는 도전정신, 튀는 인재를 키우는 과감성 등이 생생한 실화와 함께 중반부를 빛낸다.
후반부에서는 도요타 신화의 요체라고 불려도 좋을 노사협력의 비밀을 파헤친다. 양성공 1기 때부터 친목회를 통해 확립해 왔고, ‘노조가 도요타시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노조와 경영진간의 ‘상호신뢰 상호책임’으로 확립된 노사협조 시스템, 시민에게도 개방된 도요타시의 각종 사원복지시설이 소개된다.

그리고, 기업인들에게 크나큰 궁금증을 그동안 안겨 줬던 기업 비밀 수준의 이야기들이 공개된다. 과연 도요타는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도 노사의 상호 만족을 어떻게 끌어냈는가(‘임금협상 제로’의 비밀),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들은 직원의 마음을 어떻게 장악했는지(‘인심 장악술’) 등은 기업인들이 가장 알고 싶으면서도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리라.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들은 더욱 흥미롭다. ‘도요타 어’라 불릴 정도로 도요타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그들만의 언어를 통한 기업정신의 일상화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치밀함에 오싹한 느낌마저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도요타와 소니, 일본 경제 부흥의 두 주역 기업의 극히 다른 문화가 소개되며 이같은 이질적 기업문화를 잘 활용해 부국으로 성장한 일본의 저력을 우리도 배워 활용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요타 신화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 책, 『도요타市 1번지』를 읽고 일본이란 국가의 성공 비결까지 덤으로 얻은 느낌이 들어도 혼자만의 착각이라 생각지 말자. 공감대 형성의 순간, 그 안에 이미 여러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