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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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년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샌프란시스코 마운트시온병원과 UCLA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콜롬비아대학 메디컬센터 임상신경학?임상정신의학 교수로 있다.
『뉴욕타임스』가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의사로서뿐 아니라 문필가로도 유명한 그는 2002년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받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극단적인 신경질환을 겪는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정신의 이면을 탐구한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비롯해, 뇌염후증후군으로 수십 년 동안 신경이 마비된 환자들의 극적인 치료 과정을 다루어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깨어남》,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를 연구한 《나는 한 목소리를 보네》, 과학의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 《엉클 텅스텐》, 멕시코 식물 탐사 여행기 《오악사카 저널》 등이 있다.
옮긴이 |이민아
이화여대 중문과를 졸업했고, 영문?중문 책을 기획하고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손의 신비》 《꼬마 너구리 라스칼》 《폴 써루의 유라시아 횡단기행》 《세계사백과》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중문학을 공부했고, 영문 책과 중문 책을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올리버 색스의 《온 더 무브》 《깨어남》 《색맹의 섬》, 빌 헤이스의 《인섬니악 시티》,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이언 매큐언의 《토요일》,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 피터 브룩의 《빈 공간》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머리말 - 어느 자연주의자의 우연한 여행
1부 색맹의 섬
- 섬 돌이
섬에 매혹되다
색깔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
장님의 골짜기, 귀머거리의 섬
색맹의 섬을 향하여
크누트, 색맹의 동행자
독가스 가득한 해골섬
마주로에서의 짧은 휴식
콰잘레인에서 감금당하다
자연주의자의 낙원, 폰페이
- 핀지랩
아이들의 섬
산호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마스쿤의 유래
핀지랩에서의 첫날밤
‘한쪽 눈’을 선물한 크누트
돌아온 고향에서 외톨이 되다
색맹 여인이 짠 아름다운 무늬
색맹검사 소동
스팸에 중독된 사람들
토란밭에서 만난 노인
이틀 만에 만들어진 신화
마지막 날의 밤낚시
- 폰페이
폰페이를 발견한 남자
난마돌 유적을 찾아서
만드, 섬 안의 섬
색맹 아이들의 공부법
삼남매가 걸어간 서로 다른 길
소년의 작별인사
토박이 의사들에게 강연하다
폰페이, 어느 식민지의 역사
식물학자가 된 선교사
토종 식물 탐험
사카우에 취하다
폰페이에서의 마지막 밤
사이버 공간으로 간 색맹의 섬
2부 소철 섬
- 괌
괌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소철 섬에 도착하다
고갱을 닮은 신경학자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병
천천히 타는 도화선
파킨슨병 걸린 리어왕
악마의 코코넛
후안의 떨리는 손
알마와 함께한 바다 속 탐험
괌, 그 슬픈 기억들
서양 의사는 믿을 수 없어!
환자를 품는 차모로 가족들
로케 이야기
점령당한 낙원 수메이
기계장치의 삶 앞에서
세상이 층계로 이루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 질병의 공통점
무너진 소철 가설
일본 식당에서의 생선독 강의
괌에는 새가 없다
괌의 국가대표 고사리
헤수스의 공놀이
그리고 증상은 아주 뒤늦게 찾아온다
가이두섹의 쾌거
스펜서, 새로운 독소를 발견하다
또 다른 가능성 - 유전자 가설
40년 동안의 숨바꼭질
기억하지 못할 테니 만나면 또 반가울 겁니다
우마탁의 묘비 사이를 거닐며
- 로타
고대 식물과의 첫 만남
쥐라기 수풀 속으로
뭍으로 올라온 최초의 식물
야자열매를 따먹는 게
방울열매가 뜨거운 이유
소철의 신기한 번식 방법
5억 년을 살아남은 생명력
단단한 소철 씨의 비밀
더 다양하게, 더 복잡하게
원시림은 숭고하다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지구의 벗이 되다
소철 씨, 바다를 건너다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첫번째 여행 - ‘색맹의 섬’을 찾아서
어린 시절 올리버 색스는 종종 편두통으로 인한 색각 이상에 시달리곤 했다. 일시적으로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험은 그에게 두려움과 함께 평생 색깔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곧 색맹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적록색맹처럼 흔한 부분색맹이나 사고 등에 의한 후천적 색맹이 아니라 선천적인 완전 색맹,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색깔에 대한 관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일 그런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섬이 있다면, 그러니까 “자기만 완전히 색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색맹 부모와 조부모, 색맹 이웃, 선생님까지도 색맹인 곳, 색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신 다른 형태의 지각 능력, 다른 형태의 관찰력이 증폭돼 발달한 문화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느 날 우연히 그런 섬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올리버 색스는 안과전문의 로버트 와서먼, 색맹전문가(이자 본인이 선천적 완전 색맹이기도 한) 크누트 노르드뷔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의 조그만 섬 핀지랩으로 향한다. 그는 색맹이기에 겪어야 하는 이곳 원주민들의 아픔과 제약에 안타까워하는 한편, 그것을 보완하는 풍부한 명암과 질감의 세계의 이점에 감탄하기도 한다. 또한 파라다이스와도 같은 이국의 풍광과 동식물에 매혹되면서도 그곳이 겪은 식민 수난의 역사와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에 함께 아파하는데…….
그러나 핀지랩이 정말로 색맹의 섬, 내가 꿈꾸고 혹은 바랐던, 웰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그런 섬이었을까? 온전한 의미에서 그런 곳이라면 오랜 세월에 걸쳐 나머지 세계와는 고립된 채 색맹만 모여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핀지랩 섬이나 만드의 핀지랩인 거주 지역은 분명히 그런 곳이 아니라 소수의 색맹 인구가 다수인 정상 색각 인구 안에 섞여 사는 사회였다.
그러나 우리가 핀지랩과 폰페이에서 만났던 색맹 주민들 간에는 (혈통적으로만이 아니라 직관적으로도, 인식상으로도) 뚜렷한 하나의 친족 관계가 있었다. 그들은 보자마자 곧바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했고 언어와 지각 능력에 공통점이 있었으며, 그것은 크누트에게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핀지랩의 모든 사람이 색맹이 되었건 정상 색각이 되었건 간에 마스쿤(핀지랩 주민들이 색맹을 부르는 말)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마스쿤으로 태어난 이들은 색을 보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밝은 빛을 견디지 못하며 사물의 세세한 부분을 볼 수 없는 장애까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핀지랩의 아기가 눈을 찌푸리고 빛을 보면 고개를 돌리기 시작할 때면 적어도 그 아기가 지각하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그 아기에게 특별히 필요한 환경, 그 아기의 특별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사회 전체가 이해하며, 심지어는 그것을 설명하는 신화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핀지랩은 하나의 색맹의 섬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색맹으로 태어나는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철저히 고립되거나 오해받으며 살아가지만, 여기에서는 마스쿤으로 태어난 그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
두번째 여행 - 괌, 리티코-보딕 그리고 소철
어느 날 올리버 색스는 괌의 백인 의사 존 스틸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괌의 풍토병인 ‘리티코-보딕’이 색스가 연구한 뇌염후파킨슨증과 증세가 비슷하니 한번 와서 환자들을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리티코-보딕은 신경마비 증세를 보이는 ‘리티코’와 파킨증병이나 치매와 유사한 ‘보딕’의 합성어로, 지난 40여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규명하려 했으나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불치병이다. 올리버 색스는 괌을 방문해 존 스틸과 함께 여러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이 병의 수수께끼를 파고든다. 이것은 어떤 유전자 이상 때문일까, 아니면 환경적 요인, 괌의 차모로족이 즐겨 먹는 소철 씨의 독소 때문일까? 원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중증 환자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올리버 색스는 눈물짓는다.
나는 상태가 지독한 말기 리티코와 보딕 환자들을 보고 나니 심신이 고갈되어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 침대에 뻗어버리든지 아니면 저 태고의 산호초로 돌아가 헤엄을 치든지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버거워했는지 모르겠다. 뉴욕에서 보는 환자들도 대부분이 이미 움직일 수 없으며 치료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신경위축성경화증은 드물다. 두세 해에 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중증 리티코-보딕 환자만 40명 넘게 돌보는 존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존이 환자들과 함께 있을 때면 쩌렁쩌렁한 직업적인 목소리와 낙관적이며 유쾌한 태도로 환자들에게 기운을 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 속내는 너무나 섬세하고 여린 사람
출판사 서평
“이 책에서 나는 개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관심을 두었다. 끔직한 신경퇴행성 질환을 겪는 괌의 차모로족을 지켜보면서, 핀지랩이라는 조그만 산호섬의 유전적 완전색맹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의사일 뿐 아니라 인류학자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 두 여행(에 관한 책)은 종종 순수 의학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섬 그 자체에 대한 저널, 열대 섬들의 매혹에 관한 기록이 되었다.” - 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는 1970년 《편두통》을 발표한 이래 올해 《음악애호증》까지 총 10권의 책을 썼습니다. 작품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녀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보통 그의 대표작으로는 특이한 신경질환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문학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수십 년 동안 신경이 마비된 환자들의 극적인 치료 과정을 다루어 연극(해럴드 핀터의 〈알래스카〉)과 영화(로버트 드니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사랑의 기적〉)로도 만들어졌던 《깨어남Awakenings》을 꼽습니다.
1996년 발표된 7번째 작품 《색맹의 섬》은 올리버 색스의 모든 면모를 맛깔스럽게 담은 진귀한 상찬입니다. 기이한 질병에 대한 생생한 의학적 보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의연한 환자들의 감동적인 사연, 과학적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유년의 기억, 고대 식물에 어린아이처럼 열광하는 아마추어 식물학자로서의 왕성한 지적 열정 그리고 미크로네시아 섬들의 풍광과 지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끝없는 천착까지…….
올리버 색스 글의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바로 질병에 대한 인간주의적 접근입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하듯 환자와 떼어내서 질병만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환자를 함께, 질병을 환자의 삶 안에서 이해하려는 태도가 병력(病歷)을 마치 소설처럼 읽히게 만듭니다. 《색맹의 섬》에도 핀지랩의 선천성 완전 색맹, 괌의 풍토병인 리티코-보딕 등 특이한 질환을 앓는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그것은 그저 과학적 호기심을 자아낼 뿐 아니라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색스가 스스로를 ‘신경인류학자’라고 자처하는 것도 그가 뇌뿐 아니라 그것을 담고 있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구식 인본주의자, 멸종할 운명에 처한 마지막 르네상스맨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의사문학’이라 할 법한 장르를 거의 혼자 개척하다시피 한 색스는 《색맹의 섬》에서 여행문학 작가로서도 발군임을 보여줍니다. 핀지랩에서의 마지막 날 밤 달빛 눈부신 바다 위에서 낚시할 때의 그 황홀한 순간, 폰페이에서 사카우에 취해 바라본 별빛 가득한 밤하늘의 그 경이로움, 로타 섬에서 수억 년의 진화의 신비를 간직한 원시 소철 밀림을 헤치고 다닐 때의 그 가슴 떨림에 대한 묘사는 아름답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여, 정말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마구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이 여행의 본령에 서 있는 것은 자연주의자(아니 naturalist의 옛말 ‘박물학자’가 더 어울릴지 모릅니다)로서의 올리버 색스입니다. 그는 섬의 경치를 그저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섬의 모든 것, 그곳의 지질학적 기원, 그곳의 고고학적 유적,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의 갖가지 동물과 식물, 열대우림 깊숙이와 바다 속 암초 밑까지 샅샅이 훑습니다. 《색맹의 섬》은 올리버 색스만이 쓸 수 있는 의사문학일 뿐 아니라 자연주의자의 기행기가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를 보여줍니다. 좀 거창하게 말해 색스판 《비글 호 항해기》랄까요.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얼마간 아련한 서글픔의 정조가 배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섬의 고립감에서 연유합니다. 왜 우리는 섬을 동경할까요? 왜 올리버 색스는 그토록 그 섬에 가고 싶어했을까요? 고립이라는 특수성에 의해 온갖 진화의 실험장이 되었던 저 ‘생명의 섬’은 무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덧없이 소멸해갈 운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립에 의해 확장되었던 그 잠시의 가능성, 유전자 이상의 기이한 소용돌이는 섬이 바깥세상으로 열리는 순간 덧없이 기억 저편으로 스러져갈 것입니다. 모든 섬 문학이 그렇듯, 《색맹의 섬》 역시 사그라져가는 원시 생명들의 순수 보금자리에 대한 만가인 것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429599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11월 10일 | ||
쪽수 | 400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island of the colorblind ; and, Cycad island/Sacks, Oliver 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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