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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노동자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다가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낙관과 해학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리고 이들의 경험과 우리 사회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이랜드 사태의 여러 가지 의미를 짚어 보고 있다.
'프레시안'의 여정민 기자는 이랜드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충격과 그 의미를 짚어보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삶을 파괴하는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다루었다. 여기에 한국 여성 노동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 온 김원의 글과 자본주의의 확장과 서비스 유통업의 관계를 예리하게 지적한 홍기빈의 글이 더해졌다.
목차
- 책을 내며 _ 진재연
나를 이끌어 준 힘 _ 황선영
1부 따사로운 봄날, 투쟁이 만개했다
인터뷰1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건 모멸감이에요”_ 김순천
사진에세이 이마트 노동자의 하루 _ 김순천 이재각
인터뷰2 골뱅이와 맥주 한잔, 오늘의 투쟁 암호(강곤)
인터뷰3 이기든 지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거 같아요(진재연)
인터뷰4 정규직이라고 비정규직 싸움에 안 나온다는 게 말이 안돼요 _ 연정
미니인터뷰:정현정 월드컵점에 분회를 만들자, 노조를 만들자 _ 박병학
미니인터뷰:안성민 설 재정 사업 '홈에러 쇼핑' _ 진재연
연대글 당신 인생의 이야기 _ 류한승
2부 우리의 틈새를 보았지만
인터뷰5 나한테, 어떤 희망적인 말을, 그런 답을 원하지 말아요 _ 권성현
인터뷰6 노동해방 세상 말로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_ 진재연
인터뷰7 파업을 일으키기는 하겠지만 오래는 못 가겠구나 _ 권성현
미니인터뷰:윤성일 그 누구보다 조합원들이 축하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_ 진재연
미니인터뷰:오석순 비정규직, 모든 사람들이 함께 풀어 가야 할 문제 _ 진재연
연대글 삶 자체를 다르게 구성하는 운동을 꿈꾸다 _ 양미
3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거 같아요
인터뷰8 그때 생각하면 진짜로 따사로운 봄날 같아요 _ 진재연
인터뷰9 그때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하게 됐어요 _ 김은경
미니인터뷰:오주영.이장주 월드컵분회 율동패 '신화'를 만들다 _ 진재연
연대글 이 발걸음이라도 힘이 된다면 _ 지지 시민들
4부 나와 이랜드
그들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_ 여정민
이랜드 투쟁과 21세기 자본주의의 속살 _ 홍기빈
손해배상 청구, '법'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폭력 _ 권두섭
민주노조 패러다임의 극복과 지역, 여성 그리고 연대 _ 김원
부록
이랜드 조합원들의 편지
이랜드일반노조 투쟁 일지
출판사 서평
1. 노동자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문법
우리 사회가 노동운동 혹은 노동자를 바라보는 가장 흔한 시선으로는 온정주의인 시각이 한편에, 노동운동론으로 이야기되는 계몽적인 시각이 다른 한편에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도와줘야 할 아줌마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선 노동자들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의 노동자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과 심정에 대해 때로는 자기 모순적이기도 하고(“막말로, 빚 갚아 준다고 하면 최저임금을 받아도 그러겠다고 하고픈 심정이예요”), 비관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낙관과 해학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다가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 여기에 연대했던 활동가들의 육성이 더해져 그동안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법으로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의 꿈은 소박했다. 단지 ‘일하고 싶어요’였다. 그렇지만 그들의 투쟁은 애초 의도하지 않았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투쟁으로까지, 혹은 비정규직이 넘쳐 나는 암울한 미래를 비추는 한 가닥 희망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대감까지 떠안게 되었다. 뿐만 아니다. 생계를 책임지던 여성들(혹은 아줌마)의 용감한 노동운동, 불매운동을 통한 시민과의 연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등, 새로운 노동운동의 경향이라는 의미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위의 언설처럼 이랜드 투쟁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들의 느낌은 서로 다른 결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회가 부여한 의미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원동력으로 삼기도 했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강한 모습을 보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의 행간에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수많은 갈등과 섬세하고 복잡한 결들이 혼재해 있어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이랜드 사태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들을 뒤집으며, 그동안의 여러 시선이 얼마나 경직되고 표층적인 것이었는지 실감하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그들이 뚫고 지나온 1년의 시간 동안 경험한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노동조합의 ‘노’자도 몰랐던 그들이 때로는 욱해서, 때로는 얼떨결에 가입하게 된 일, 노동조합티를 입고 일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법조문을 외우고 또 외웠던 일, 목동점을 재점거할 때는 아이 낳을 때보다 무서워 청심환 먹지 않을 걸 후회했다는 조합원, 공권력이 투입될 때는 힘들었지만 막상 털리고 나니 오히려 후련해서 “어디 경찰서로 가는”지 바로 물었다는 조합원, 상암점을 점거한 첫날에는 해방감과 후련함을 느껴서 오히려 설레기까지 해 잠을 못 이뤘다는 조합원, 민주노총의 생계비 지원을 둘러싼 실망감과 기대감 그리고 이해, 서로 힘든 상황인 걸 너무도 잘 알기에 힘들다는 말조차 할 수 없어진 긴 싸움, 이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다른 삶을 살 거 같다는 조합원까지.
이러한 생생할 현실 앞에서 우리는 굳이 페미니즘을 말하지 않고도,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고, 기존의 노동운동이 가지는 한계를 인지할 수 있으며, 서비스?유통업계 여성 노동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 책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 인터뷰
이 책의 출발은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지원대책위원회’의 기획에서 시작되었고, ‘삶이보이는창 르포문학모임’이 참여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원대책위는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노조를 만들 때부터 함께한 서울 서부 지역의 진보정당 당원들과 사회운동단체들이 결성했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르포문학모임은 낮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언어를 복원하는 일을 해 왔다. 청계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인 ??마지막 공간??,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의 이야기 ??부서진 미래??는 대표적인 성과였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모인 필자들은, 그/녀들의 투쟁과 삶이 보여 준 감동의 울림을 널리 전하고 싶었다. 필자들 중에는 투쟁 초기부터 함께한 이들도 있었고,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이들도 있었다. 각자 다른 조건 속에서 우리는 공동 작업을 시작했고, 이랜드 투쟁이 그/녀들의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려 했다. 우리 스스로 외부자나 제3자로 머물지 않으려 노력했다. …… 우리는 그/녀들의 싸움과 그/녀들의 이야기가 힘든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빽’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서문에서
② 여러 분야 활동가들의 글
이 책은 생생한 현실과 우리 사회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의 글을 모아 이랜드 사태의 여러 가지 의미를 짚어 보려 했다. 〈프레시안〉의 여정민 기자는 이랜드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충격과 그 의미를 짚어 보았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삶을 파괴하는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다뤘다. 오랫동안 한국 여성 노동 문제에 천착해 온 김원의 글과 자본주의의 확장과 서비스 유통업의 관계를 예리하게 지적한 홍기빈의 글이 더해졌다.
③ 현실감을 더하는 이미지 제공
이랜드 파업 투쟁이 시작되면서부터 많은 시민들이 다녀가며 기록을 남겼고, 각계에서 자신의 언어로 연대를 표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투쟁의 현장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상까지도 포괄하는 사진과, 때로는 예리하게 이랜드 파업 투쟁을 전하는 카툰을 실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미디어오늘〉의 이용호 화백, 〈레디앙〉의 이창우 화백, 민중언론 참세상의 김용욱님, 노동자의힘의 강우근 화백, 조혜원 님이 제공했으며, 이미지를 제공해 주신 분들의 동의에 따라 이 책의 인세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랜드 투쟁 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3. 이랜드 파업 투쟁, 1년을 담다(6월 23일, 이랜드 투쟁 1주년)
“끝난 거 아니었나요? 아직도 하고 있어요?”
얼마 전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이제 ‘이랜드 투쟁’은 언론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어느덧 잊혀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2007년 6월 점거 농성으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용감한 여성 노동자들. 스무날을 버티다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연행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금도 여전히 이랜드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어느새 그/녀들의 파업투쟁은 1년이 되었다. 이 책은 그 1년의 시간을 담으려 했다. - 서문에서
친구야!
우리 홈에버 식구들은 요즈음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 문제로 월드컵 상암점에서 전면 파업 중이야. 요즘 뉴스 많이 보았니? 밖에서 우리 좀 응원해 주지 않을래? 많이 응원 좀 부탁해.
그리고 네가 아는 사람들한테도 비정규 악법에 대해 설명 좀 부탁한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있는지.
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 여기 상암점에서 숙식을 하고 있어. 우리가 여기서 지면 모든 비정규 직원들이 정말 힘들어질 거야.
이길 때까지 열심히 싸울 거야.
친구야!
많이 보고 싶다.
싸워 이기고 나가서 만나자.
웃으면서 말이야.
그때까지 우리에게 많은 힘을 불어넣어 줄 거지?
승리를 위해 파이팅!!!
표지에 쓰인 이미지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인천민족미술인협회 소속 김재석 작가와 이랜드 노동자들이 함께 완성한 걸게 그림으로,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 당시 2주에 걸쳐 작업했다. 노조원들은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은 화폭 위에 눕고 한 명은 누운 몸을 그대로 본 따 그린 다음, 작가와 상의하여 구도와 표현하고 싶은 인물의 특징을 잡아 색칠해 완성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106650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6월 23일 | ||
쪽수 | 312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우리시대의 논리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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