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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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로 30년 넘게 삼엽충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화석: 과거로 가는 열쇠」,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와 1993년 ‘올해의 자연과학 책’에 선정된 「숨겨진 경관」, 론 풀랑상 후보에 오른 「생명: 40억 년의 비밀」이 있다. 삼엽충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이 책은 새뮤얼 존슨상 후보에 올랐다. 2003년에는 과학저술 분야에서 이룬 공로로 루이스 토머스상을 수상했다. 2002년 대중과학 이해라는 학과의 교수가 되었으며,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옮긴이 | 이한음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는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DNA 더블 댄스에 빠지다」가 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갈릴레오의 손가락」, 「생명: 40억 년의 비밀」,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등을 비롯한 많은 과학 책을 우리말로 옮긴 과학 전문 번역가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현재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과학 소설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과 추리 소설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지구 환경과 생태 문제를 다룬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 과학 교양서 『생명의 비밀을 밝힌 기록, 이중 나선』 등을 썼습니다. 옮긴 책으로 ≪생명≫, ≪리처드 도킨스≫, ≪DNA, 더블댄스에 빠지다≫, ≪자연의 빈자리≫, ≪핀치의 부리≫, ≪복제양 돌리≫, ≪인간본성에 대하여≫,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와일드 하모니≫ 등이 있다.
목차
- 본문 그림과 별지화보 소개
들어가는 말
01 발견
02 껍데기
03 다리
04 결정 눈
05 삼엽충의 대번성
06 박물관
07 삶과 죽음
08 가능한 세계들
09 시간
10 눈이 있는 자, 보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더 읽을거리
찾아보기
책 속으로
이윽고 나는 삼엽충을 발견했다. 그 암석은 그 동물을 사이에 두고 쩍 갈라졌다. 마치 일종의 계시인 듯했지만, 사실은 화석 자체가 암석을 약하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마치 폭로되고 싶어하는 양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반으로 갈라진 암석 두 조각을 손에 들고 있었다. 왼손에는 그 동물 자체가 박힌 채 볼록 튀어나온 반쪽이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나머지 절반이 있었던 오목한 주형이 담긴 반쪽이 들려 있었다. 양쪽은 서로 꽉 껴안은 채 변화무쌍한 수억 년의 세월을 묻힌 상태로 살아남았다. 화석에는 갈색 얼룩이 하나 있었지만, 내게는 결코 흠이 아니었다. 내 손에 쥔 것은 살아 있는 교과서였으니까. 그림과 사진은 오로지 혼자만의 것인 양 자기 본위의 충만감을 불러일으키는 소년시절의 발견의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게 된 동물을 처음 발견한 순간이었다. 삼엽충의 길고 가느다란 눈이 나를 응시했고 나도 마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 어떤 푸른 눈동자보다 더 압도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5억 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전율을 느끼게 했다.(35~36쪽)
어떤 생물도 생물권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으며, 삼엽충도 마찬가지다. 삼엽충의 역사도 그들이 목격한 사건들을 통해 형성되었다. 문외한들이 멸종한 ‘벌레’를 연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이 가능하구나라고 놀라움을 드러낼 때, 나는 그들에게 지난 수천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고, 수천만 년을 다루는 역사가는 어떠할지 상상해보라고 한다. 미끼를 끼운 낚싯줄을 몇 번 던지면서 바다 전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낚시꾼들처럼, 우리가 얻을 지식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오래전에 사라져서 아무도 자세히 모를 그런 생물집단을 평생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 할 사람에게 내놓을 확실한 답이 하나 있다. 삼엽충은 무려 3억 년 동안, 거의 고생대 내내 존속했다. 늦깎이로 등장한 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들에게 ‘원시적’이나 ‘성공하지 못한’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단 말인가? 인류가 산 기간은 그들이 산 기간의 0.5퍼센트에 불과한데.(38쪽)
많은 과학자들(아마도 대다수)은 발견의 기쁨을 적어도 목표의 크기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신기한 종족이다. 그들은 타고난 능력을 기꺼이 활용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협력하는 동물이기도 하며, 뜻밖의 유산처럼 중대한 발견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과학탐구 활동의 독특한 점은 아주 많은 정규군 보병들이 승리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키츠의 작품들은 살아남고 엉터리 시인들의 헛소리들은 잊혀지는 것과 달리, 과학에서는 미미한 과학자의 활동도 유명한 전쟁에 영구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름 없는 일병의 죽음도 헛된 것이 아니다.(39쪽)
고생물학은 전적으로 화석 껍데기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껍데기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화석이 되는 것은 거의 언제나 내구성 있는 광물질로 된 단단한 뼈대뿐이기 때문이다.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부드러운 해부구조는 거의 남지 않는다. 체조직은 포식자나 분해자의 먹이가 된다. (중략) 화석 껍데기들은 생명의 버려진 잔해, 단단한 파편, 먹을 수 없는 찌꺼기다. 살아 있는 다른 생물들에게 가장 관심 없는 부위가 세월이 흘러 화석으로 변해 여러 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니 아주 역설적이다. 삼엽충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의 껍데기에 관해 알아야 한다.(43~44쪽)
관절다리를 지닌 동물들을 절지동물이라고 하며, 삼엽충이 절지동물의 일종임은 분명하다(다리 화석이 발견되기 오래전부터 이미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이 살아남았다면 전갈, 게, 나비, 딱정벌레, 빈대와 함께 모든 동물의 몸설계들 중에 가장 다양하고 기발한 축에 속하는 종류가 하나 더 늘었을 것이다. 생물 분류의 아버지인 카를 폰 린네(또는 린네우스)는 18세기가 저물기 이전에 이미 삼엽충의 가계도를 그린 바 있다. 그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해변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지 않았을까? “지미야, 제발 삼엽충 다리 좀 잡아 뜯지 마! 불쌍하잖니.” 지미는 다리들이 다른 쪽으로도 구부러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잡은 동물의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또 그런 것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마저리 이모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기어 다니는 삼엽충을 잡고 흔들어대기도 할 것이다.(67~68쪽)
출판사 서평
삼엽충의 그 독특한 겹눈을 통해 바라본 흥미로운 고생물학의 세계와 진화 이야기!
우주와 지구와 인간의 진화사를 아우르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앞서 나온 「생명 최초의 30억 년」, 「눈의 탄생」, 「대멸종」이 모두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이 시리즈는 고생물학 분야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삼엽충,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은 일찍이 빌 브라이슨(「거의 모든 것의 역사」 지은이)이 최고의 과학저술가라고 상찬한 바 있는 리처드 포티가 30년 넘게 연구해온 대상이자 이제는 화석으로밖에 만나볼 수 없는 삼엽충을 통해 까마득히 머나먼 지구의 옛 모습을 멋지게 재창조해낸 작품이다. 열네 살에 처음 삼엽충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포티는 이 책에서 자신의 철학과 개인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곳곳에 과학계의 숨겨진 일화를 곁들여 자칫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여겨질 법한 고생물학의 세계를 흥미롭고 탁월하게 풀어냈다. 「타임스」의 리처드 엘리스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평한다. “과학은 이런 식으로 써야 한다. 아주 푹 빠진 나머지 자신이 사실상 무언가를 배우고 있으며(사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게끔 말이다. 식견, 과학, 역사, 매력, 재치로 가득한 눈부신 책이라서 도저히 요약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말을 쏟아낸다. 직접 읽어보아야 한다.”
‘고생대의 딱정벌레’ 삼엽충은 최초로 눈을 가진 놀라운 진화의 목격자!
삼엽충이란 말 그대로 몸의 모양이 세 엽, 곧 세 부분으로 나뉜 동물을 일컫는다. 가로로도, 세로로도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가로로는 머리부, 가슴부, 꼬리부로 나뉘며 세로로는 중심인 축(엽)과 그 양쪽에 늑막엽이 있는 구조다.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동물문은 약 30개 정도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절지동물문. 절지동물이란 관절다리를 가진 동물을 뜻한다. 이 가운데서도 그 수가 너무 많아 아직까지도 이름을 붙인 것이 일부에 불과한 동물이 바로 딱정벌레다. 딱정벌레류는 현생생물들 가운데 가장 다양하다. 생물학자들은 딱정벌레류가 몇 종이나 될지 아예 헤아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삼엽충류에는 달걀처럼 매끄러운 것도 있고 수뢰처럼 뾰족뾰족한 것도 있다. 거대한 것도 있고 왜소한 것도 있다. 왕눈이도 있고 눈이 먼 채 기어 다니는 것도 있다. 팬케이크처럼 납작한 것도 있고 작은 슈크림처럼 통통한 것도 있다. 수많은 종들이 있다. 너무나 다양하고 많기에 삼엽충은 ‘고생대의 딱정벌레’라고도 불린다.
삼엽충이 진화사에서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생명의 역사에서 최초로 눈을 가진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지구 생명사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생겨났다는,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주된 요인이 바로 눈을 가진 삼엽충의 출현이었으며, 이때부터 적극적인 포식이 시작되어 모든 동물문들이 생존을 위해 딱딱한 외골격을 비롯하여 제각기 특징적이고 복잡한 겉모습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이 부분에 관해서는 앤드루 파커의 독창적인 ‘빛 스위치 이론’이 소개된 「눈의 탄생」에 상세히 나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포티는 삼엽충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탁월한 ‘지질학적 시계’의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대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 가장 좋은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삼엽충이 이 지구상에서 살다간 3억 년에 비해 고작 0.5퍼센트에 불과한 기간밖에 살지 못한 우리 인간 종에게는 경외심과 겸손을 가르치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고 덧붙인다. 언뜻 징그럽게 보일 수도 있는 이 독특한 생물에 이토록 많은 의미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나아가 포티는 삼엽충을 척도로 삼으면 과학적 과정의 창조적인 부분을 조금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10년도 채 지나기 전에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핵물리학이나 생리학 분야와는 대조적으로 삼엽충 분야에서는 역사 전체를 살펴볼 여유를 누릴 수 있으며, ‘옛 시간의 딸’인 고생물학에는 최종진리라는 것이 없기에 언제든 새로운 발견을 내놓을 기회가 열려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독자들을 유혹한다.
세계 경제나 정치와는 무관한 취미생활거리로 밥벌이까지 하고 있으니 자신은 행운아라고 말하는 리처드 포티. 삼엽충 화석 껍데기를 손에 쥐고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안내를 따라 옛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은 당장 현실에 소용이 닿지는 않으나 그만큼 순수한 앎의 기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잠깐이나마 우리의 시간감각을 최대로 늘여 몇천만 년, 몇억 년 전의 지구로 떠나는 여행에 동참해보자.
기본정보
ISBN | 9788990024763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12월 21일 | ||
쪽수 | 317쪽 | ||
크기 |
152 * 223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오파비니아
|
||
원서명/저자명 | Trilobite! : eyewitness to evolution/Fortey, Richard 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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