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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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 우석균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페루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스페인의 마드리드 콜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라틴아메리카를 찾아서』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마술적 사실주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있다. 이 밖에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의 현대 문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목차
- 1부 내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01 내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02 부에노스아이레스 1982
03 바다로 간 알폰시나 스토르니
04 한 세기를 뛰어넘은 시선
05 귀족적 오만함을 뿜어내는 춤 탱고
06 탱고 앞에 멈춰 선 버스
07 팜파의 현신 아타왈파 유팡키
08 마지만 음유시인의 무덤
09 코스킨, 민속음악과 록의 메카
10 투쿠만의 달
2부 안데스 맹인악사의 하프
01 슬픈 구름
02 짝을 잃은 시쿠
03 광부들의 카니발
04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사는 땅
05 인어의 악기
06 하늘에 걸린 야경
07 안데스 맹인악사의 하프
08 콘도르의 비상
3부 생에 감사해
01 순교자들의 광장
02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는 것은
03 침묵하지 않는 노래꾼
04 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
05 너를 기억해 아만다
06 나 그 거리를 다시 밟으리
07 자그마한 불꽃들이 물결치던 밤
08 강력한 죽음
09 나는 살리라
후기 - 긴 여행을 마치며
책 속으로
그렇지만 사실 람바다니 살사니 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열을 한껏 발산하는 춤들에 비해 탱고는 남녀사이의 노골적인 신체 접촉은 거의 없는 편이다. 탱고는 상체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추는 춤이다. 팔동작도 기본적으로는 각 진 자세, 곧추세운 자세를 유지한다. 얼굴에서도 전혀 환희의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차가운 무표정, 고정된 시선은 마네킹을 떠올리게 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탱고의 에로티시즘은 어디에서 발산된 것일까? 바로 상대방과 춤을 즐기면서도 오만한 거리, 냉랭한 시선을 유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귀족적 거리라고나 할까. 그 귀족적 거리가 자아내는 에로티시즘을 가장 명확히 표현하는 동작이 다리 동작이다.--- p.68 '05 귀족적 오만함을 뿜어내는 춤 탱고' 하지만 이 책에 소개하는 상당수 노래들은 그저 한대의 개인적인 고독을 달래준 벗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어야겠다. 나는 그 노래들을 되풀이해 들으면서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살아온 험난한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페루로 유학 갔을 때를 기점으로 잡으면 실로 5년 만에 눈을 뜬 셈이니 미련 곰탱이가 따로 없다.--- p.338 '후기 긴 여행을 마치며' 중에서
출판사 서평
끝나지 않은 불멸의 노래를 찾아 떠나는 라틴아메리카 기행! 언제부터인가 우리 귀에 들려온 노래들, 메르세데스 소사, 아타왈파 유팡키, 빅토르 하라, 그리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안데스의 유장한 선율들은 하나 둘씩 마니아층을 형성하더니 이제는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언어라는 만만치 않은 장벽, 이질적인 시공간, 다양한 주제와 경향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들에는 애틋하게 호소하는 그 무엇이 있다. 새로운 생을 찾아 대양을 건너온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린 탱고, 침략자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뿌리가 잘린 인디오의 슬픔이 녹아든 안데스의 민요, 폭력에 항거하는 민초들의 피맺힌 분노가 날을 세운 저항가요들은 지구 반대쪽 먼 곳에 사는 우리와 무관한 사람들의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 역시 제국주의의 침탈과 빈곤의 기억, 숨 막히는 군사독재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탱고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구에서 시작해 끝없이 광막한 팜파와 인디오의 한이 구석구석 숨 죽여 흐느끼는 마추피추, 혁명의 함성이 드높았던 거리들을 순례한다. 악마를 섬기는 안데스 고원의 광부들, 인어의 악기, 하늘 바로 밑 별들의 오케스트라, 형용할 수 없이 적요한 팜파… 이러한 삶의 터전에서 태어난 노래들은 구슬프고 애잔하며 바람처럼 덧없기도 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철새는 지나가고’에는 인디오 혁명가 투팍 아마루의 좌절된 열망이 배어 있고 구슬픈 케나의 멜로디에는 식민 지배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죽은 지 이미 3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체 게바라와 빅토르 하라는 아직도 미완의 과업으로 남아 있는 인간 해방의 길을 생각하게 한다. 이렇듯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노래에는 침략과 지배, 억압과 상실, 슬픔과 분노의 흔적인 역력하다. 페루와 스페인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공부한 필자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의 고난의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그 가슴 아픈 삶을 응축시킨 노래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준다. 비올레타 파라, 빅토르 하라를 위시한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의 주인공들은 몸은 죽었지만 노래를 통해 되살아나 여전히 ‘끝나지 않는 노래’를 거듭 거듭 부르고 있다. 왜냐하면 “노래꾼이 침묵하면 삶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황금에 눈이 먼 백인들이 건설한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19세기 들어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자고 일어나면 도시경관이 바뀔 정도로 번영을 누렸지만 그것은 허상이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틀어쥐었고 신기루를 좇아 대서양을 건넌 이민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탱고는 이러한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하구 도시에서 피어난 싸늘한 꽃이었다. 초창기 탱고의 거장들인 카를로스 가르델을 비롯, 아니발 트로일로,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모두 하층민 출신이었고 탱고는 상류층 고급문화가 아니라 싸구려 대중문화였다. 리우의 카니발이 잠시나마 지상의 열락을 경험하는 한바탕 꿈이듯 탱고는 그처럼 고단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었던 민초들의 동반자였다. 길거리를 가로지르며 탱고를 추는 댄서들이 춤을 추며 거리를 지나는 동안 기다려주는 버스, 이 작은 삽화는 탱고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나 만나는 팜파는 녹색의 사막이다. 그 광대한 넓이와 불모에 가까운 원시적인 생태는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러한 팜파의 길과 바람, 광대함과 적막함을 노래로 승화시킨 사람이 바로 아타왈파 유팡키이다. 그의 단조롭기 이를 데 없는 기타의 선율과 목소리에는 무한한 공간에 섰을 때 느끼는 아스라함이 배어 있다. 팜파로도 모자라 안데스 전역을 방랑했던 그는 방랑을 종교적 순례로 승화시켰다. 화려한 기타가 고요를 베어버린다고 혐오하고 적은 말로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선호하고 자신이 딴 학위는 박사학위라고 말하는 유팡키. 그는 안데스의 이름 없는 오지에 둥지를 틀고 생을 마쳤다. 유팡키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흔적이 배인 투쿠만에는 그 유명한 ‘투쿠만의 달’이 떠오른다. 해맑은 슬픔이 인상 깊게 녹아든 기타의 간주는 안데스의 고지에서 땅 한 뙈기 없이 가혹한 노동으로 겨우 일용할 양식을 버는 민초들의 한이 담겨 있다. 그들은 아내와 자식들을 남기고 깊고 어두운 계곡을 지나 날품을 팔러 투쿠만으로 가는 것이다. 이 애절한 노랫가락은 빼어난 서정으로 인상 깊지만 거기에는 역사의 상흔이 뚜렷하다. 스페인인들의 지배와 학살, 가난의 기억이 수백 년이 지나도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은 것이다. 잉카의 비애, 안데스의 한은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노래운동에 이르러 꽃을 피운다.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의 선구자 비올레타 파라는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한 채 칠레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민중들의 노래, 육성을 채집해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에 비로소 음반 한 장을 취입했다. 주체할 수 없던 자신의 정열의 희생자인 그녀는 비극적인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해버렸다. 이후 모든 노래운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1970년 칠레 민중연합의 영광과 좌절을 함께한 빅토르 하라 역시 비올레타 파라의 격려를 받으며 음악적 이력을 시작했던 것이다. 칠레 민중연합은 러시아와 중국과는 다른 방식의, 사회주의적 질서와 기독교적 휴머니즘의 결합을 통해 점전적으로 혁명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민중연합의 역사적 실험은 1973년,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가 쿠데타군에게 살해당함으로써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민중연합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빅토르 하라는 살해당했고 이후 수만 명이 투옥, 납치, 고문에 시달리고 조국을 등져야 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역시 민중연합의 승리와 패배를 함께했다. 1973년 선거에서 공산당의 후보로 지명받기도 했던 그는 군대의 도발로 민중연합의 위기가 깊어질 때 중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병든 몸을 이끌고 국립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칠레의 모든 노동자 예술가들의 대동단결을 호소했다. 민중연합 정권이 붕괴한 며칠 후 네루다는 숨을 거두었다. 시인은 자신이 사랑했던 이슬라네그라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그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군부 정권을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동묘지로 향하는 그의 행렬은 삼엄한 감시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름 같은 인파가 모여들었고 그들은 소리 높여 인터내셔널 가를 부르고, 빅토르 하라와 파블로 네루다의 이름을 외쳤다. 이들의 외침과 노래는 시대의 아픔을 통곡하는 것이었다. 시인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는 시로 되살아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을 새로운 희망과 꿈으로 채운다. 시인의 죽음은 무기력한 죽음이 아니라 강력한 죽음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먼 대륙이다. 잠시 쿠바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막연한 동경과 부르주아적 이미지의 허상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구체적인 삶의 현장, 역사적 경험을 배제한 라틴아메리카의 ‘이국적 풍물’은 라틴아메리카를 더욱더 멀고먼 대륙으로 만들 뿐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책상머리에서 한아름의 참고문헌으로 써내려간 피상적인 ‘관찰기’가 아니다. 유학 생활을 통해, 거듭된 현지 방문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과 그 내면을 들여다보려 노력한 ‘발로 쓴’ 라틴아메리카 기행서이다. 지은이는 직접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고 높고 깊은 안데스의 골짜기에 자리잡은 마을들을 찾아 노래와 문학 역사에 남은 민초들의 한 서린 사연들을 증언한다. 그리하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가슴 아픈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땅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고백하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랭보를 인용해 “여명이 밝아오면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진군하리라”고 선언한 바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민중들이 수백 년 동안 그토록 고대했던 그 찬란한 도시가, 서정적인 민요로, 격정적인 투쟁가로, 바람 같은 한 편의 시로 여기에 살아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9799504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9월 09일 |
쪽수 | 341쪽 |
크기 |
170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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