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스터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패키지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작가정보
로저 조셉 크리스토퍼 젤라즈니(1937-1995)는 1937년 5월 13일에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신화, 전설, 동화 등을 탐독했고, SF에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학교 도서실에 있던 SF를 모두 독파한 다음에는 1930년대와 1940년대의 헌 SF 잡지들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년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작가는 스탠리 와인버움, 로버트 A. 하인라인, 시오도어 스터전, 레이 브래드버리였으며, 고등학교 재학시에는 학교 신문의 편집자로 활약하며 삼백 편이 넘는 환상적인 단편과 시를 썼다. 1955년 오하이오 주의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 진학, 프로이트와 융에 흥미를 가지고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1957년에 핀리 포스터 시인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영문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학부 시절 그는 셰익스피어, 휘트먼, 만, 릴케 및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들에 관해 연구하는 한편, 취미였던 펜싱과 유도 연습에도 열중했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59년에 컬럼비아 대학의 비교 영문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그는 맨해튼의 박물관, 미술관, 연극, 재즈 클럽, 포크 뮤직 카페 등을 탐방하며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즐겼다. 1960년에는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뉴욕을 떠났고, 오하이오 주의 주 방위군에 입대, 6개월의 복무 기간 대부분을 텍사스 주 소재 나이키 대공미사일 대대의 조작 요원으로 복무했다. 1962년에는 엘리자베스/제임스 1세 시대의 연극을 주제로 한 논문 『두 개의 전통과 시릴 터너: <복수자(復讐者)의 비극>에서 볼 수 있는 윤리성과 유머 코미디의 인습에 관한 고찰』 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볼티모어의 사회 보장국에 취직한 다음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수많은 습작들이 완성되어 있었지만, 그의 실질적인 데뷔작은 취직 3개월 후인 『어메이징 스토리즈』 8월호에 게재된 단편 「수난극」이다. 『어메이징 스토리즈』와 『판타스틱』지의 편집을 맡고 있었던 실 골드스미스는 유망한 신인 발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여성 편집자였다.
젤라즈니는 자신을 발탁해 준 골드스미스의 격려에 힘입어 1963년 한 해 동안 무려 17편이나 되는 중단편을 발표했고, 다음 해인 1963년 11월, 『판타지 & 사이언스 픽션(F&SF)』 지에 중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게재하는 것을 계기로 일약 SF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젤라즈니의 특색으로 간주되는 여러 요소들-명석하고 유려한 스타일, 동시대의 슬랭을 다용(多用)한 쿨하고 시적인 문체, 미시적인 개인의 관점에서 거시적인 테마를 즐겨 다루는 독특한 기법, 현학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문학적 인유(引喩), 강렬한 신화적 상징성-은 이 시기에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바다 건너 영국의 SF잡지인 『뉴월즈』 에 중단편들이 게재되면서 그는 영국 평단에서도 주목의 대상이 되었고, 좋은 라이벌이었던 새뮤얼 딜레이니와 함께 아메리칸 뉴웨이브의 중심인물로 부각되었다. 시인 바이런의 “하룻밤 자고 나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말을 빌려 젤라즈니의 등장을 표현한 평론가가 있었을 정도니 그가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구습의 완전한 해체를 통한 혁명을 주장했던 영국 작가들과는 대조적으로 어릴 적부터 SF를 읽어왔던 젤라즈니와 딜레이니는 전통적인 SF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참신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헌 부대에 새 술을 담는’ 식의 길을 택했다. 특히 젤라즈니의 경우는 대다수의 신인들과는 달리 이미 문학적으로 성숙해 있었기 때문에 평론가들과 독자들 양쪽의 각광을 받았다.
중편「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는 휴고상 후보에 오르는 것에 그쳤지만, 1965년 1월에서 2월에 걸쳐 『어메이징』지에 연재된 「형성하는 자」가 1965년 네뷸러상 최우수 노벨라[長中篇]상, 그리고 F&SF지의 10월과 11월호에 게재된 처녀 장편 『내 이름은 콘라드』가 프랭크 허버트의 『듄 Dune』 과 함께 다음 해의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공동 수상했다. 특히 훗날 약간의 가필을 거쳐 장편인 『드림 마스터』(1966)로 개작되기도 했던 「형성하는 자」는 지금도 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젤라즈니의 최고 걸작으로 간주되며, 젤라즈니의 학문적인 연구가 활발해진 21세기 들어서도 자주 거론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1965년 한 해에 무려 세 편의 중단편이 네뷸러상 후보에 올랐으며, 결국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이 노벨레트[短中篇] 부문의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뒤이어 1967년에 발표한 장편 『신들의 사회』(행복한책읽기, 2003, 2006)는 인도 신화와 SF의 결합을 시도했던 야심적인 작품으로, 다음 해의 휴고상을 수상했다.
젤라즈니는 30여년의 작품 생활을 통해 휴고상 6회, 네뷸러상 3회, 로커스상 2회, 아폴로상 1회, 세이운상 2회, 발로그상을 2회 수상했다. 이들 수상작의 반수 이상이 함께 후보에 오른 자기 자신의 작품들과 경합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장편 창작에 주력하며 『그림자 잭』(1976, 페이퍼하우스, 2009), 『내 이름은 레기온』(1976), 『별을 쫓는 자』(1982; 북스피어, 2008) 등의 걸작을 남겼고, 판타지인 『앰버 연대기』(1970-1978) 등으로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국내에 소개된 그밖의 대표작으로는 『신들의 사회』와 『앰버 연대기』,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등이 있다.
번역 김상훈
목차
- 서문
수난극
기사가 왔다!
스테인리스 스틸 흡혈귀
끔찍한 아름다움
형성하는 자
지금 힘이 오느니
이단차
지옥의 질주
보르크를 사랑한 여자
복수의 여신
피와 흙의 게임
상은 없다
혹시 악마를 사랑하시는 분?
마음은 차가운 무덤
가만히 있어, 루비 스톤
하프잭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그림자 잭
영구동토
해설/ 드림 마스터의 궤적
작가 연보
책 속으로
자기 작품을 해설하는 일은 평소 습관에 어긋나지만 이 중단편집에 한해서 책 앞부분과 각 작품 앞에 짧은 소개글을 덧붙이기로 했다. 내가 소설을 써 온 18년이라는 기간에서 초기와 중기와 최근의 대표작들을 선정해서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가 변한 것처럼 나 자신도 변화했고, 과거에는 나름대로 괜찮게 본 작품들도 지금 와서 읽으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하얘지곤 한다. 그런 연유로, 요란스러운 잡지 표지 아래 누렇게 변색된 책장 속에 그대로 묻어 두고 싶은 작품도 상당히 많다. 내가 그것들을 자발적으로 재판하는 일은 결코 없겠지만, 여기 모아 놓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목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술회할 생각이다.
내가 쓴 글들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는 않고, 정당화 내지는 변명을 시도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각 작품 앞에 딸린 소개글은 오로지 해당 작품을 내 자신의 경험적 성장이라는 맥락 안에서 자리매김할 목적으로 쓴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자전적 작품이다.
-10~11쪽, 「서문」 중에서
어딘가에서 경외심이 솟구쳤다. 그러나 히스테리를 일으킬 기색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계속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그럭저럭 지평선을 만들어내자 어둠은 그 너머로 빨려들어갔다. 하늘이 푸르스름해질 무렵 그는 과감하게 한 떼의 검은 구름을 만들어냈다. 거리와 깊이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에 저항이 느껴졌기 때문에, 극히 희미한 파도 소리로 이 정경을 보강했다. 구름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 청각적 거리감으로부터의 전이(轉移)가 천천히 다가온다. 노도처럼 밀려오는 아크로포비아[高所恐怖症]에 대항하기 위해 서둘러 높은 숲을 만들었다.
패닉이 사라졌다.
렌더는 높은 나무에 주의를 집중했다----참나무와 소나무, 포플러와 플라타너스. 그것들을 창처럼 여기저기에 던져놓고, 초록색과 갈색과 노란색을 거칠게 배열했다. 아침 이슬에 젖은 풀로 만든 두터운 융단을 펼쳤고, 그 위에 잿빛 바위와 초록빛을 띤 통나무들을 불규칙한 간격으로 떨어뜨렸다. 머리 위에서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얽히게 만들었고, 계곡 전체에 균일한 그림자를 떨어뜨렸다.
그 효과는 경이로웠다. 마치 전 세계가 몸을 떨며 한 번 훌쩍인 듯한 느낌. 그리고 침묵.
-105~106쪽,「형성하는자」 중에서
더 이상 그를 방해하는 검은 박쥐들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크레이터 몇 개와 조우했다. 방사능 수치가 또 올라갔고, 한 번은 엄청나게 큰 들개 무리의 추적을 받았다. 들개들은 포효하며 장갑차 곁을 달렸고, 타이어를 물어뜯으며 미친 듯이 짖고 낑낑거리다가 뒤로 쳐졌다. 산을 또 하나 지나치려고 하자 봉우리가 그의 좌측을 향해 밝은 증기를 토해내며 천둥 비슷한 굉음을 발했고, 바퀴 아래의 지면이 진동했다. 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 사이로 돌진했다. 갑작스런 홍수 사태로 물세례를 받은 엔진이 쿨럭거리다가 두 번이나 멈췄지만, 그때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이윽고 더 높고 건조한 지대로 오르자 소총을 든 사내들이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기총소사를 하고 유탄 한 발을 선사한 후 계속 달렸다. 어둠이 사라지며 흐릿한 달이 떠오를 무렵에는 상공을 선회하던 검은 새들이 그를 향해 달겨들었지만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잠시 뒤에는 새들도 사라졌다.
녹초가 될 때까지 운전을 계속했다. 그런 다음 조금 더 음식을 먹고 알약을 하나 더 삼켰다. 그 무렵에는 펜실베이니아까지 와 있었다.
-281~282쪽, 「지옥의 질주」 중에서
출판사 서평
20세기 환상문학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로저 젤라즈니의 화려한 재능을 집대성한 궁극의 걸작선!
재기 넘치는 데뷔작 「수난극」을 필두로, 신의 영역을 건드린 천재 정신과 의사의 기이한 운명을 그린 네뷸러상 수상작 「형성하는 자」, 전면 핵 전쟁 후 역병으로 전멸할 위기에 처한 도시를 구하기 위해 끔찍한 괴물들이 활보하는 북미 대륙을 강행 돌파하는 고독한 사내의 여정을 묘사한 「지옥의 질주」, 냉동 수면을 소재로 한 우아하고 서정적인 연애소설 「마음은 차가운 무덤」, 가이아 이론을 소재로 한 휴고상 수상작 「영구동토」 등, 강렬한 신화적 상징성과 명석한 과학적 사유를 담은 걸작들로 일세를 풍미한 상상력의 시인 젤라즈니의 대표 중단편들을 망라한 궁극의 작품집.
로저 젤라즈니는 196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30여년에 걸쳐 영어권의 환상문학계에 찬란한 궤적을 남긴 불세출의 작가이다. 우리나라의 SF 독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과학적 사유를 시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독창적인 재능을 가졌으며, 문학성을 바탕으로 신화와 환상, SF를 융합시킨 지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여 평론가와 독자 양쪽으로부터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뛰어난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매끄럽게 잘 짜인 구성, 현학과 아이러니를 오가는 강렬한 신화적 상징을 사용하여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비견되는 역사적인 작품집!
2002년에 출간되어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제1중단편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젤라즈니의 화려함과 재기발랄함을 전면에 내세운 현란한 쇼케이스였다면, 제2중단편집인 『드림 마스터』는 거장으로서의 자신감에서 우러러 나온 지적인 쿨함과 다재다능함이 돋보이는 걸작선이라고 할 수 있다.
『드림 마스터』는 1962년의 충격적 데뷔작 「수난극」과 「기사가 왔다!」로 시작해서, 네뷸러상을 받은 심리 SF「형성하는 자」, 스페이스 오페라 「복수의 여신」, 연애소설 「마음은 차가운 무덤」, 1977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 모험 SF「지옥의 질주」, 휴고상 수상작인 「영구동토」(1986) 등 총 19편에 달하는 다채로운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며, 초기 작품뿐만 아니라 휴고상과 네뷸러상, 발로그상을 수상한 중기와 후기의 걸작들까지 망라한 젤라즈니 문학의 결정판이다.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각 수록 작품에 젤라즈니 본인의 짤막한 해설이 딸려 있다는 점인데,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작가의 속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젤라즈니 전문 번역가 김상훈의 탁월한 번역과 해설
젤라즈니가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다양한 평론의 대상이 된 데는 팬들에게서 ‘젤라즈니 전문 번역가’라는 애칭을 듣는 SF 평론가 김상훈 씨의 정교한 번역과 애정어린 해설이 큰 몫을 담당했다. 1993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처음으로 발간되어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젤라즈니의 존재를 알린 장편 『신들의 사회』, 1994년에 시공사의 SF 시리즈 그리폰북스의 첫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던 『내 이름은 콘라드』, 1999년에 예문에서 출간되어 명작 해외 판타지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클래식 앰버』 5부작, 2002년에 출판사 열린책들을 통해 발간된 뒤 무려 10쇄를 찍은 첫번째 중단편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이르기까지, 김상훈 씨가 <개인적인 젤라즈니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열정적이고 꾸준한 번역 소개 활동은 현재의 높은 젤라즈니 인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드림 마스터』는 출간되기 전부터 이 책이 번역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SF와 판타지 팬들 사이에서 “젤라즈니 본인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테드 창의 걸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중량급 작품집”이라는 소문이 돌며 화제에 올랐다.
■ 추천사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적 상징성, 네러티브의 강렬함, 서로 반발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을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로 통합하는 놀랄 만한 능력…… 로저 젤라즈니는 여러 면에서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작가이다. -Best Sellers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 로저 젤라즈니가 펼쳐놓는 이야기는 엄밀한 과학적 외삽과 화려한 시적 비전의 독창적인 혼합물이며, 박력 있는 모험담과 생기발랄한 이미지의 보고이다.
-Fantasy and Science Fiction
SF계에서 최고로 밝게 빛나는 별!
-Library Journal
로저 젤라즈니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윌리엄 깁슨이나 닐 스티븐슨은 존재할 수 없었고, 테리 프래쳇이나 더글러스 애덤스도 아마 안 나왔을 것이다.
-Greg Bear, 『Blood Music』의 작가
■ 책속으로
왈라비 호가 타우 세티 항성계에 도착하자마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완전 편제의 승무원을 태운, 왈라비 호와 동급의 우주전함 세 척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ICI는 항성계 전체를 사흘 동안 격리했다. 따라서 스크린에 칠흑의 버섯이 나타났을 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우주선의 선적을 확인하는 절차는 불필요했다.
그러나 견인 광선의 첫번째 일격은 빗나갔고, 왈라비 호의 신임 일등 항해사는 경보가 울리자마자 탑재된 모든 무기를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발사했다. 이것은 코고가 자신의 작전 규모를 감안해서 사격 통제장치에 가한 작은 개수(改修) 중 하나였다. 안전회로 따위는 없고, 필요하다면 자살공격함으로 변신한다. 이것은 그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는 외톨이 늑대의 전술이었다. 중앙 제어 버튼이 단 한 개----이것을 누르면, 왈라비 호는 레이저 가시를 갖춘 고슴도치가 되어 모든 방향에 있는 모든 것들을 찌른다.
코고는 위상 항행으로 재돌입할 준비를 했지만, 그러기까지는 43초가 걸렸다.
-405~406쪽, 「복수의 여신」 중에서
두 사람은 춤추고 있었다. 바다는 돔 위를 덮은 상록(常綠)의 금빛. 불가사의할 정도로 젊은 날이었다.
열여섯 시간 계속된 <파티>의 생존자들은 지친 몸으로 서로 껴안고 있었다. 아픈 발을 끌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댄스플로어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여덟 커플뿐이었고, 역시 피로에 지친 악사들은 이들에게 최대한 느린 곡을 제공하고 있었다. 초록색 사발 같은 하늘이 대지의 파란 타일과 합류하는 세계의 가장자리. 다른 500여명은 바닥에 퍼질러진 채로, 옷깃을 느슨하게 하고, 입을 멍하게 열고, 탁자에 올려놓은 금붕어처럼 벽 건너편의 물을 응시하고 있다.
"비가 올 것 같아?"
그가 물었다.
"응."
그녀가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날씨 얘긴 그만하고. 자, 달에 일주일 휴가를 얻는 얘기 말인데...."
"어머니 지구에 머무르는 게 뭐 어때서?"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비명을 올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멈췄다.
"달에는 한 번도 못 가봤거든."
그녀는 조금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난 가 봤는데, 맘에 안 들었어."
"왜?"
"돔 밖에 나가면 차갑고 미친 별빛뿐이고, 돔 주위에는 온통 거무스름한 죽은 바위들이 널려있을 뿐이니까."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시간>의 끝에 서 있는 무덤처럼 보였고...."
-477~478쪽, 「마음은 차가운 무덤」 중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소.”
랜슬롯이 대답했다.
“자넨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그것들을 모두 경험했어. 말해 주게. 세계는 그 당시보다 더 좋아졌나, 아니면 더 나빠졌나?”
“어떤 면에선 좋아졌고, 어떤 면에서는 나빠졌소. 예전과는 달라졌소.”
“어떤 식으로 좋아졌나?”
“생활을 편하게 하는 방법들이 많이 생겨났고, 인류의 지식의 총합도 대폭 증가했소.”
“나빠진 점은?”
“세계에 사는 사람들 수가 훨씬 더 늘었소. 그 결과,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사람들 수도 훨씬 더 많아졌소. 세계 자체도, 환경 오염이나 자연 질서에 대한 갖가지 파괴 행위로 인해 큰 손상을 입었소.”
“전쟁은?”
“어딘가에서, 언제나 누군가가 싸우고 있소.”
“도움을 필요로 하겠군.”
“그럴지도 모르오. 아닐 수도 있지만.”
멀린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인간은 변하지 않았소. 인간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동시에―불합리한 존재이기도 하오. 도덕적이고 준법 정신을 가졌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인 경우도 있소―옛날과 마찬가지로 말이오. 온갖 종류의 새로운 지식을 터득했고, 온갖 종류의 새로운 상황이 생겨났소. 그렇지만 당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크게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그 사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거요. 시대의 특색 몇 가지를 바꿀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세상사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긴밀한 상호의존 관계로 묶여 있기 때문에, 당신조차도 자기 행동이 가져올 결말을 모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요. 이익보다도 해가 더 클 수도 있소. 그리고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인간성은 결코 바뀌지 않을 거요.”
“자네답지 않은 말이군, 랜스. 옛날의 자네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거나 하는 사내가 아니었는데.”
“생각할 시간은 듬뿍 있었소.”
“그리고 나는 꿈을 꿀 시간이 듬뿍 있었지. 전쟁이야말로 자네의 본령이야. 거기서 떠나면 안 돼.”
“이미 오래 전에 그 일에서는 손을 뗐소.”
“그럼 지금은 뭘 하고 있나?”
“감정가요.”
멀린은 고개를 돌리고 영약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온몸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렇다면 자네의 맹세는 어떻게 됐나? 불의를 바로잡고, 악인을 응징한다는…….”
“오래 살면 살수록 무엇이 불의이고, 누가 악인인지 판단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소. 그걸 확실하게 설명해 준다면 다시 그 일에 복귀할 용의도 있소.”
“갤러해드라면 결코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을 거야.”
“갤러해드는 젊고, 순진하고, 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소. 내 아들 얘기는 하지 말아 주시오.”
“랜슬롯! 랜슬롯!” 멀린은 손을 들어 상대방의 팔 위에 올려놓았다.
-586~587쪽,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중에서
바라는 양손을 들어올렸다.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몸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파도처럼 그녀의 전신을 휩쓸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양손 주위로 가서 뭉쳤다. 그 빛에 반쯤 눈이 멀 지경이 된 나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려고 했다.
내 몸통을 눈부시게 밝은 띠들이 에워싸면서 내가 그림자와 접촉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바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빛의 사슬에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어. 그럼 여기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있어. 아듀."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말하면 나는 그 인물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바라는 자기 침실의 어둑어둑한 일각에 앉아 수정구 속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남자란 못 믿을 생물이니 어쩌고 하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내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도플갱어를 쓰면 돼!" 그녀는 손뼉을 딱 마주치며 말했다. "생령(生靈)을 보내는 거야----그자의 모든 기술을 가졌지만 딴 생각을 하지 않는!"
그녀는 곧 새로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즉시 나는 가슴에 지독한 통증을 느꼈다. 이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마법이다----복제당하는 당사자에게는 말이다. 도플갱어가 존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리지널 쪽은 더 약해지고, 급기야는....
-610쪽, 「그림자 잭」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89571629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1월 25일 | ||
쪽수 | 684쪽 | ||
크기 |
160 * 218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
||
원서명/저자명 | (The)last defender of Camelot/Zelazny, Roger |
Klover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리뷰 종류별로 구매한 아이디당 한 상품에 최초 1회 작성 건들에 대해서만 제공됩니다.
판매가 1,000원 미만 도서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리뷰는 1인이 중복으로 작성하실 수는 있지만, 평점계산은 가장 최근에 남긴 1건의 리뷰만 반영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