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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13억 중국인과 전세계 네티즌의 가슴을 울린 생명 그 100일간의 기록
‘생명에는 길고 짧음이 있게 마련이다.’누구나 이 말에는 동의하지만, 짧은 삶이 내 몫이라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일까. 죽음 역시 인생의 일부일 터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며 산다. 죽음에 직면해서 생명의 소중함과 그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네티즌을 감동시키며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일기를 묶은 책,『사망일기(원저명:生命的留言·死亡日記)』가 롱셀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지난해 중국의 유명 문학웹사이트인 룽수 홈페이지(www.rongshu.com)에 장기 연재된 이 일기의 주인공 루요우칭(陸幼靑1963∼2000)은 3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는 생명의 남은 날이 줄어들수록 예리하고 깊어지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병색에 물들지 않은 쾌활한 웃음으로 13억 중국인의 가슴을 울리며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교사, 기자, 광고인 등으로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던 그에게 위암 선고가 내려진 것은 94년의 일. 외과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통상적인 치료로는 암을 극복할 수 없다고 느낀 그는“나 자신이 죽을 방법을 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죽음과 맞선다. 그리고 자신의 투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한다. 2000년 8월 3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연재된 2개월 20일 동안의 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죽음마저도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삶과 생명에 대해 더없이 투명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 속에는 10살 난 딸과 가족에 대한 사랑, 어린 시절의 추억 등, 개인적인 것과 더블어 역사와 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다. 이런 관심은 우리 모두가 삶에서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투명한 시선과 관심의 한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에 대한 아쉬움, 세상에서 자기의 자리가 지워진다는 데 대한 서러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가식 없이 담담하고 생생하게 쓴 일기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첫 글이 나간 후 3천 명 이상의 네티즌이 접속했고,‘당신은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 ‘절망 속에서 부르는 생명의 노래’라는 격려와 찬사를 받은 이 일기의 내용은『북경청년보』에 기획 시리즈로 연재된 데 이어 책으로 묶여 출판됐다. 일기가 진행되는 과정과 그의 죽음을 앞다투어 보도했던 수많은 국내외 언론의 주목과, "어제 루요우칭의 『사망일기』출시된 첫날 북경도서 시장에서는 15분 동안에 3,000부가 팔렸고 북경도서빌딩에서는 평균 3분에 1부씩 팔려나갔다"는『북경청년보』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중국인의 가슴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육신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과 깨끗한 영혼으로 죽음과 대면함으로써 인간 정신의 고결함을 느끼게 해준 그의 기록은‘생명일기’로 기억될 만하다.
▣ '병색의 기운도, 죽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이 책은‘중국인 암 환자의 병상일지’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하루하루 엄습하는 고통과 점점 흉칙하게 변해가는 몰골의 와중에도 루요우칭은 결코 일기가 병색에 물들거나 죽음의 기운이 스미는 것을 허락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인생에 대한 통찰은 깊어지고 쾌활한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삼십대의 나이에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으며 느낄 수밖에 없는 미련이나 아쉬움도 도처에 숨어 있다. 딸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은 '배우자 고르기’라는 제목의 재기발랄한 당부의 글로, 투병 세계에서 환자만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은 그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간혹 즐거운 일'로 모아진다.
<배우자 고르기>
1. 화목하지 않는 집에는 시집가지 말아라.
2. 친구 사귀는 도를 모르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라.
3. 첫사랑은 안 되고, 재혼인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라.
4. 일반적으로 남자의 키와 지혜는 반비례하고, 남자의 외모와 재능은 반비례하며, 남자의 열정과 재산은 반비례한다. 그 모든 것들을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5. 엄마 말은 진리다. -본문 136쪽
<투병 세계는 괴롭지만 간혹 즐거운 일도 없지 않다>
1. 모든 집안일에서 면제다.
2. 온종일 돈 쓸 생각을 한다(뭘 먹을까 같은). 돈 벌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3. 싸움을 거는 사람이 없다. 나는 파출소의 민간 경찰, 집안 사람들은 시민들 같다.
4.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이 있고 도처에 생화가 놓여 있다.
5. 아무도 욕심이 많다고 탓하지 않는다.
6. 옷을 단정히 입을 필요가 없다.
7. 핸드폰 충전하는 것을 잊어먹어도 상관없다.
8. 우연히 좋은 일이라도 좀 하면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준다. -본문 132쪽
그러면서도 저자의 시선은 일상을 넘어 사회와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시종일관 놓지 않는다. 그것은 한 암환자의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삶에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TV에 대한 중독 정도를 따져봐야 한다. 리모컨이 당신의 주의력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하는 일마다 조급증을 내고 덜렁거리며 마음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두 새롭고 특이한 것만 보려 할 뿐 도무지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의 지식이나 식견이 깊이를 갖지 못하고 겉돌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본문 125쪽
담배, 술, 차, 콜라, 커피, 대마 등등. 어느 것 하나 맛이 뛰어나고 먹기 좋아서 자꾸만 먹게 되는 것들은 아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힘을 들이고, 마음 상하는 일에 신나하지 않았던가? 결국은 그것이 기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쁜 물건에 중독된 후에는 마치 나쁜 며느리를 데려왔을 때처럼, 결국 집을 떠나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지 며느리가 아니다. -본문 98쪽
명절은 고대의 지혜로운 창조물로, 조용히 흐르는 강에 놓인 하나의 제방 같은 것이다. 그 제방은 사람들이 많은 중요한 것들을 강물과 함께 흘려보내지 않도록 해준다. 명절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의식이다. 명절의 가로막음이 없으면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 옆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명절은 사람들에게 그 점을 분명하게 새기도록, 대성통곡을 한 뒤에 분명히 알도록 해준다.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났다는 것을. 산 사람이 지금 살아 있듯이. -본문 177쪽
▣ 생명이 끝이 있기에 찬란하다
저자의 통찰력은 죽음과 맞대면한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 아버지로서 딸과 아내에게 당부하는 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열렬하게 지지를 아끼지 않은 네티즌에 대한 감사의 글 등을 통해, 짧은 생애와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해 일상의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삶과 죽음을 초월해 생명의 의미를 고요하게 성찰하는 그의 모습에서 병색의 모습도 죽음의 기운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사망일기』는 '죽음마저도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삶과 세상에 대해 쓴 ‘생명일기’에 가깝다.
인생이란 마치 거대한 유아원과도 같아서 아침이면 하느님이 장난감과 음식을 주고 저녁이면 다시 모두 거두어간다. 뭔가를 얻었는가 하면, 다시 잃는 고통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다. 얻은 것을 다시 잃는 고통은 뭔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마련이니까. 나는 그저 그 유아원의 조퇴자인 셈이다. -본문 58쪽
자신이 향유한 것들을 갖고 떠날 수는 없는 법. 마치 스케이트를 타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나? 표를 사고, 신발을 빌리고, 실컷 놀다가는 출구에서 신발을 벗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린 그저 추억만 안고 돌아갈 뿐이다. -본문 92쪽
유언이 없는 삶은 즐겁고 정상적인 것이다. 유언이 있는 죽음은 아직도 뭔가 채워지지 않아서 부족하고 괴로운 것이다. 유언이 길수록 고통은 크고, 유언이 복잡할수록 걱정과 근심도 많은 것이다. -본문 302쪽
이 세상에는 정말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나 절대적으로 나쁜 일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길고 복잡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신에 나로 하여금 죽음을 사고하게 하고 이처럼 묏자리도 스스로 찾게 만들어준 여유만큼은 칭찬할 만한 것 같다. 생각해보니 재미있다. 살아 있을 때 명예와 이득이라는 두 글자를 좇아 동분서주하다가, 죽어서는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한가롭고 조용하게 지낸다? 저 아래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이곳에 누우면 어떤 느낌일까?
-본문 310쪽
루요우칭은 일기가 끝날 무렵 "나는 이 투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의 투병은 죽음과 질병과의 대화이고, 오후에 마시는 커피에서 풍기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처럼 그는 생명이 죽음에 다가갈수록 점점 평범한 일상에 다가가며, 고요하고 투명한 눈으로 인간의 삶과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고 표표히 떠나갔다.
기상 예보를 통해 봄의 도래를 알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는 것으로 부모님과의 왕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뽀뽀도 비행기 안에서 쓴 편지봉투에 남겨서는 안 된다.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보내는 사랑의 표현도 바쁜 주말 쇼핑 뒤끝의 자투리 시간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아들과 모형 전시관에 가지 않고 식사 접대에 서둘러 가는 것은 마음속으로 접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누군가 창을 들이대며 대하를 먹으라고 강요해서가 아니다. -본문 288쪽
역자에 대하여
이욱연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역서로는 노신의 산문집을 옮긴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등이 있다.
김혜영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교 중문과 진수(進修)과정을 마쳤다. 이욱연과 김혜영은 부부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9197164 |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09월 05일 | ||
쪽수 | 330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生命的留言-死亡日記/陸幼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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