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행복공동체
인간은 어차피 상호 의존적인 존재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서로에게 베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장애아동들의 교육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모든 이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캠프힐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 치료사, 코워커, 학부모, 혈연관계에 의한 부모가 아닌 정신으로 연결된 가정공동체 부모, 학생, 의사들이 경험한 캠프힐 공동체의 생생한 삶의 체험들을 쉬운 문체로 전한다.

최근 들어 사회복지 분야의 패러다임이 '생애주기별 복지체계'에 대한 철학과 실천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캠프힐 공동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학령기 이후 캠프힐 성인 공동체나 청,장년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체계의 접근을 실천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캠프힐이다.

캠프힐은 어떤 곳인가?
캠프힐 학교는 교육과 일상의 경계가 없다. 교육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교육이다. 스물네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면서 일상 전체가 학교이고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70년 넘도록 일하는 사람들이 월급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곳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캠프힐에서는 가능하다. 그래서 캠프힐이 특별하다. 더구나 새로운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어 찾아오는 곳이 바로 '캠프힐 공동체'다.

캠프힐 사람들은 매우 특별하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차이가 아예 없다. 서로를 인정하고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갈 뿐이다. 그곳에는 장애나 비 장애의 구별은 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가족으로 살아간다. 바깥 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는 곳이기에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살지 않는다. 그들에게 펼쳐질 미래는 우리처럼 보험금에 의지하는 미래가 아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온전히 누려 축적된 행복을 바탕으로 살아갈 절대 행복의 미래이다.
캠프힐 학교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자연 속에서 치료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균형을 잃은 아이들에게 질서를 제공해주고 자연의 리듬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은 캠프힐 학교의 중요한 원칙이다. 이 책을 통해 자연 환경, 건축 환경, 건물 구석구석의 공간, 농장, 정원 등이 특수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캠프힐 학교에서 실시하는 발도르프 특수교육
이 책에서는 특히 많은 부분을 캠프힐에서 실시하는 장애아동 교육에 할애하여 지적장애나 정서장애, 신체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고 성장해가는지 서술한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바탕을 둔 캠프힐의 특수교육은 아동들을 전인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 일반학교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캠프힐 학교의 기숙사(가정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캠프힐 학교에서 제시하는 특수교육 접근은 발도르프 교육의 이론과 원칙, 실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과정은 학습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아동에게도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책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년별 교육과정을 통해 캠프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발달 단계별 특수교육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서 개별적으로 다가가는 동시에 ‘주기 집중수업’에서는 전체 아이들에게 일반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지만 수학, 역사, 공예 등의 수업에 참여한다. 아이가 정교한 수작업을 할 수 없어 컴퍼스로 원을 정확하게 그리지 못한다면 교사는 대신 도형의 개념을 춤으로 표현해준다.

책의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치료 사례를 듦으로써 실제 적용에 도움을 준다. 수면장애를 겪는 아이가 어떻게 캠프힐에 와서 수면문제를 극복했는지(‘잠자는 집’을 만들어서 그 안에 아이가 마치 숨듯이 편안함을 느끼게 했고, 또래 친구와 방을 같이 쓰게 하였다), 섭식에 문제가 있어 장 문제에 시달리던 아이를 어떻게 야채와 물을 섭취하도록 유도했는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에게 음악치료를 실시하기 위해 어떻게 음악실 안으로 끌어들였는지(음악실의 한 구석에 ‘둥지’를 마련해주었다) 등이 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