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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주선
이주선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동국대학교와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시작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으로서 규제 개혁, 민영화 등의 연구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편,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의 관련 기관에서 연구위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제 그는 "그"보다 더 "그"를 사랑했던 아내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지상에 없는 이 스물 세 통의 편지는 모든 남은 자들의 가슴속 고백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이주선 박사(43세). 그는 마흔 셋이라는 이른 나이에 생의 동반인 아내를 잃었다. 그때가 2000년 7월.
그러나 아내를 향한 그의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도, 그는 외국 출장 때마다 아내에게 엽서를 띄우던 사람이었다. 그 추억을 가슴에 안고, 그는 이제 이른 새벽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 홀로 앉아 아내에게 보낼 편지를 쓴다. 돌아오지 않는, 답장 없는 편지를 쓴다.
아이들이 당신에게 "잘 가, 엄마. 천국에서 다시 만나."라고 울면서 작별인사를 마쳤을 때 당신은 내 팔베개 위에서 채 눈을 다 감지 못하고 떠나갔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눌 수 없소. - 본문 10쪽 "당신이 떠나던 날" 중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 밤거리를 이리저리 헤매기도 하고 바람이 몰려가는 밤늦은 공원의 벤치 주위를 서성이기도 하오. 저녁이 늦어져서 적막감이 감돌면 문을 덜컹이며 바람이 찾아오든 귀뚜라미가 그 목청을 다해서 울어제끼든 나는 혹여 당신일까 귀를 세우게 되오.
- 본문 166쪽 "가고 다시 오지 못하는 바람" 중에서
아내이자 애인이자 친구였던 사람,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
그가 가슴속에서 풀어낸 아내에 대한 추억의 실타래에서는 제주도 신혼 여행 초야를 허름한 여관에서 보내게 했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 몇 년을 기다려 겨우 선물한 진주반지의 아픈 기억, 남아 있는 아이들에 관한 보고 등 언뜻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촘촘히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빈자리를 더듬으며 쓴 이 편지들은 망자에게 보낸 것 같지 않고, 잠시 먼 곳에 여행 간 사람에게 보낸 안부편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당신이 떠나고 남겨진 나는, 장님이 자신을 인도하던 지팡이를 잃어버린 것처럼 당황하고 있소. 이 당황스러움은 당신이 떠난 것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오. …당신의 손때가 묻은 모든 물건들 위에서, 당신과 함께 살던 시절에 대한 추억 속에서, 나는 당신이 여전히 내 마음에 살아 있으나 과거처럼 나와 함께 살지 않는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소. …
나는 물리적으로도 여전히 당신을 나로부터 분리하지 못한 채 살고 있음을 절실히 체감하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고 있소. …더 잘 할걸. 더 재미있게 살걸. 더 사랑하며 살걸. 누구나 하는 그러한 회한이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소. 이러다가 못 참게 당신이 그리우면 나는 울어야 하오. 두 팔을 벌려서 허공을 움켜잡더라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에 대한 내 그리움의 고통을 나는 참아낼 수 없소.
- 본문 39쪽 "지팡이를 잃어버린 장님처럼" 중에서
그가 이렇듯 안타까운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자신의 슬픔을 정화시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에 관한 염려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아이들이 훗날 장성했을 때, 어머니를 추억할 보다 확실한 단서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의 지난 21년간의 동행과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들들에게 당신과 나의 지난날을 가감없이 알려주기 위해서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소. 잘 읽어보고 혹시라도 빠진 것이 있으면 내게 가르쳐주오. 당신의 소감이 적힌 독후감이라도 내게 보내주어 당신을 만나보는 기쁨을 맛보면 좋으련만… 이 바람은 그저 헛된 꿈일는지……. 이 일을 통해서 나는 당신을 추억하고 정리하며 아이들에게 당신을 추억할 실마리를 주기를 원했소. 아이들이 좀더 커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무칠 때 엄마가 어떠했는지를 궁금해할 것 아니겠소?
- 본문 163쪽 "당신이 떠난 후 지난 백 일을 돌아보며" 중에서
" 만들어진" 연애소설에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사랑!
바야흐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셔주고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 픽션의 사랑은 "감탄"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진정한 "감동"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우리 평범한 이웃들이 만들어내고 엮어내는 소박하면서도 핍진한 사랑과 대면하게 될 때면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된다. 저자는 드라마틱한 로맨스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유일한 동반자였던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으며,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들을 썼다.
편지를 쓰면서 아내의 추억을 더듬어가면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내였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받았던 자신이 정작 아내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음을 느끼고 안타까워한다. 후회와 안타까움이 배인 그의 편지는 ‘잘 만들어진’ 연애 소설에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묵직하고도 깊은 믿음과 신뢰에 바탕한 진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 속에 담긴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있음을 실감하고 아침에 "여보, 그만 일어나세요." 부르는 그 음성에 잠이 깨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기쁨과 만족함을 느끼는 그것이 행복한 삶의 일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오. 그러나 당신이 떠난 이후, 나는 내 모습을 비쳐주는 당신의 깊고 아름다운 눈을 음미할 수도 없고 그렇게도 낭랑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던 당신의 아침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외로운 길에 홀로 세워졌소.
당신은 떠나기 얼마 전 병상에서 내 손을 어루만지면서 "여보, 당신은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나와 함께 다시 살 생각이 있어?"라고 물었소. 내가 주저하지 않고 “그럼,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다시 만나기를 원해.”라고 대답하자 당신은 덧붙였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그렇게 하자고 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아무리 애원하고 매달려도 절대 나는 당신과 함께 살지 않을 거야." 그 죽음에 가까운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나를 배려하는지를 나는 당신의 그 말 속에서 금방 알 수 있었소.
- 본문 49~51쪽 "소망을 바라보는 상실" 중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던 남편과 아내
인생에서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사랑해본 사람들만의 특권이라 생각하오. 같이 살면서도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서로가 왜 같이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당신과 나는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지난 스물 한 해의 시간을 보냈으니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이자 특권이 아니겠소.
- 본문 34쪽 "그리움이 넘치면" 중에서
저자는 자신이 아내로부터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했음을 고백하며, 생전에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하고, 더 잘 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연애시절, 자신의 월급 주머니를 털던 아내, 남편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홀로 준비를 해서 남편과의 결혼을 자처한 아내, 남편이 어린 두 아들을 놔두고 유학을 간다고 할 때에도 서슴없이 홀로 남아 아이들을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셨던 아내…
그런 아내에 대한 못다 한 사랑을 가슴아파하는 한편으로, 저자는 "아내와 함께함으로"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을 곱씹는다. 테니스를 치며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우던 시절, 신혼시절의 즐겁고 아픈 추억과, 아내와 함께한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유학시절 이야기, 귀국 후 취직을 하고 인생에서 비교적 가장 살 만했다고 생각되는 5년간의 단란한 가족 이야기…
당신과 살던 그 시간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기쁨과 만족의 시간이었소. 심하게 다투고 돌아눕고 나서도, 화가 나고 서운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나서도 “여보!”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듣고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방 알아차려 이내 나를 용서하던 당신은 나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나 자신이었소.
- 본문 73쪽 "장미꽃이 붉고 그 향기가 너무 진해서" 중에서
미국에 유학하던 시간에도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었소. 내가 학교에서 받아오는 얼마 되지 않는 생활비로는 생활이 어려워 당신이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내 뒷바라지를 해야 했소. 기약 없이 내 박사학위 논문이 늦어질 때 당신은 금식기도를 하며 날 위해 기도해주곤 하였소. 변변한 옷 한 가지 마련해 입지 못한 채 "나는 미국에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서 왔다."고 말했던 당신의 희생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소. - 본문 57쪽 ‘해바라기 사랑’ 중에서
처절한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 더 강하게 피어난 사랑
아내는 비교적 안정된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될 시기에 그만 병상에 눕고 말았다. 고생한 아내에게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못했는데, 하다 못해 함께 유람선을 타기로 했던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는데, 아내는 갑작스레 직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2년 여 동안 밧줄에 온몸을 묶인 듯한 고통과 어려움의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고 만다.
두 해 전 당신은 병상에 누웠고, 지난 2년 매 순간순간 정말로 힘겨운 투쟁을 해나가야 했소. 해바라기처럼 나만 바라보며 살던 당신은 끝내 전생애를 내게 내놓은 채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였소.
- 본문 60쪽 "해바라기 사랑" 중에서
아내가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저자는 아내와 똑같이 병을 앓고 있다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는 직장암에 걸린 아내가 병으로 인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자기도 먹지 않았고, 그런 음식을 먹는 자리조차 극구 피했다.
병석에 누운 당신의 식단은 현미, 조, 수수, 검정콩, 율무를 섞은 잡곡밥과 소금, 인공 감미료, 설탕, 볶아 짠 기름을 쓰지 않는 무염식에 가까운 반찬과 날채소로 바뀌었고 그때부터 나도 역시 모든 음식을 당신과 동일하게 먹었었소. 그 시절 밖에서 나 혼자 식사를 할 때도 나는 당신이 먹고 싶어하지만 먹을 수 없었던 고기나 여러 가지 기름진 음식들을 먹지 않았었소.
이렇게 내가 음식을 급작스레 바꾼 것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당신에게 먹일 수 없는데 나만 입에 맞는 것을 먹는다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집에 들어가서 혹시 내 입이나 옷에 그 음식들의 냄새가 배어 당신을 어렵게 할까 봐 그랬던 것이었소.
- 본문 80쪽 "추억의 지평선을 넘나들며" 중에서
이 어려운 시간을 살면서 그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감정적, 육체적 쾌락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포기하는 사랑의 가치와 깊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금, 나는 당신이 병상에서 어려움을 당했던 지난 2년 동안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내가 처음으로 배웠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그 죽음 같은 눈물골짜기를 당신과 함께 지내고 당신을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떠나보내면서 나는 사랑은 주어진 여건이 만족스럽거나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할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이 어려운 환경 아래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 본문 181쪽 "사랑한다는 것은" 중에서
아내가 내게 남겨주고 간 것은 삶이라는 이름의 희망!
절망의 벼랑 끝에서 떠나간 아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저자는, 그러나 편지를 쓰는 과정 속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절망을 그저 버리려 하지 않고 그 절망을 되새겨 그것을 딛고 일어서고, 아내에 대한 추억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추억 위에서 다시 사랑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게도 되었다.
떠나기 직전 당신은 이미 내게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은 산해진미가 아니라 메밀국수 세 가닥과 칼국수 한 가닥이라고 말하지 않았소. 또 공주에 있는 여동생이 당신 쓰라고 가져다준 돈봉투에 담겨진 빳빳한 새 돈을 다른 봉투에 있는 돈들보다 애지중지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새 돈과 헌 돈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내게 그 돈을 하나님께 드릴 것을 부탁하였던 기억도 있소.
이 모든, 당신의 마지막 말들 속에서 나는 '내가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는 이 진리들을, 당신은 떠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마음으로 신변을 정리했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오. 나는 당신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들을 반추하며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내가 스쿠루지 영감처럼 주렁주렁 잡동사니들을 달고 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하오.
- 본문 31쪽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적은데" 중에서
눈물이 지나가면 소망이 깃듭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이제 더는 울지 않겠습니다. 슬픔에만 갇혀 있지 않겠습니다"
하루를 한 달같이 아니 몇 년같이 지내왔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세상을 당신보다 먼저 떠나서 하늘나라로 갔다면 나는 지금 당신이 어떻게 살기를 바랄까 생각하게 되었소. 아마 당신이 나처럼 그렇게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홀로 사는 삶을 이끌어간다면 마음이 무너져내리리라는 생각을 하였소. 그래서 이제는 밝게 살아가리라 생각했소. 모든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맑고 밝게 앞으로의 삶을 정리해나갈 것이오.
- 본문 205쪽 "홀로 가야만 하는 이 길 위에 서서" 중에서
저자 소개
이주선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동국대학교와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시작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으로서 규제 개혁, 민영화 등의 연구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편,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의 관련 기관에서 연구위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8964118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07월 16일 |
쪽수 | 212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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