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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경희대, 한국학중앙연구원을 거쳐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있다. 역사 민속학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민중 생활사와 관련된 연구를 해 왔으며, 도시 민속학, 근대의 일상 문화, 풍속 사진과 이미지 등으로 관심 분야를 넓혀 가고 있다. 쉬운 문장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는 글 솜씨를 자유로이 구사하며,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우리 나라 제염업과 소금 민속』(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 여러 책을 펴냈다.
목차
- □ 겨울(冬)
날카로움에 현혹되다 - 매사냥
죽음의 바닥에서 한바탕 왁자하게 - 죽음과 의례
천지를 횡행하는 밤 하늘의 불꽃이여 - 불놀이
온 마을이 신명내며 평안을 점치니 - 대동놀이
□ 봄(春)
굴려라, 던져라, 운명의 한판 승부! - 주사위와 판 놀이
해학이 살아 있는 진짜 서커스 - 기예와 묘기
우직한 생명이 태동하는 희망의 시간 - 입춘 놀이
명산을 편답遍踏함이 일생의 소계素計로다 - 여행과 놀이
□ 여름(夏)
무예에서 민속 스포츠로 - 씨름
창랑滄浪의 물에 발을 담그리니 - 물놀이
일과 놀이가 하나 된 마을 공동체의 기억 - 백중 놀이
□ 가을(秋)
격렬한 힘의 향연이 펼쳐지다 - 동물 싸움
덩실덩실 돌아가는 생명의 고리여! - 대동춤
끗수가 높아야 장땡이지 - 투전과 골패
그때는 격구 회동이 있었소 - 격구
책 속으로
봄눈 녹듯 내리는 사랑의 노래 - 대동춤 (204쪽)
강강술래는 속된 말로 하자면 당대의??부킹 문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춤은 심리적, 육체적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춤을 추다 보면 서로 간에 신체적 접촉이 생기며, 애정의 교감이 일어난다. 이성에 대해 품었던 심리적 경계가 봄눈 녹듯이 풀리게 되는 것을 어찌하랴.
여기가 참으로 불경(佛境)이로구나! - 여행과 놀이 (122, 125쪽)
사대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 여행지는 금강산이었다. 생육신 중 한 명인 남효온이 중국 사신 일행과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벽하담에 이르렀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그만 투신을 한다. 그가 남긴 말은??여기가 참으로 불경이로다. 원컨대 이곳에서 죽어 조선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의 세계를 보련다.??였다.
고대부터 금강산의 아름다운 자태는 만방에 알려져 있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고려국에 태어나 한 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이라 했다. 또 몰려든 관광객들이 금강산 동쪽에 있는 호수, 삼일포의 암벽에 새겨진 글자의 탁본을 자꾸 요청하자 이를 귀찮게 여긴 마을 주민들이 글씨를 훼손하고만 일화도 있다.
자식이 아비에게, 아우가 형에게 던지는 돌팔매질 - 석전 (71쪽)
16세기 문신 홍성민이 계림부(경주)에 내려가 우연히 보름날 밤 석전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미친 듯 헐떡이며 땀에 젖은 채, 이리저리 돌을 던지고 있었다. 그는??자식으로서 아비에게 돌질을 하고, 아우가 형에 돌질을 하며, 친척이 그 친척에게 돌질하고, 이웃 마을로서 이웃 마을에 돌은 던진다.??고 개탄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이렇게 항변하였다.??나는 아비에게 돌질한 것이 아니라 싸움에 돌질한 것이다.?? 편싸움에서는 종래의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오직 싸움 자체에 몰입한다. 이는 이긴 편은 길하고 진 편은 흉한, 매우 성스러운 제의다. 거친 싸움을 통해 자아의 에너지 혹은 마을 구성원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 대동을 구현하는 것이다. 대동놀이가 신년 대보름에 몰려 있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새해는 격정의 흥분, 피맺힌 아픔의 편싸움으로 잉태된다.
웃음을 연발하는 초상집 - 죽음과 놀이 (39쪽)
죽음과 주검은 가장 꺼림칙한 대상이며 이를 치르는 상례는 부정적 의례였다. 상갓집에 들어가기 전에 입에 솔가지를 물었다 뱉거나, 장례식을 다녀온 뒤 신문지를 불태우고 이를 넘어가는 액땜 행위가 발달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를 떨치거나 주검의 부정을 없애는 문화적 행위가 바로 놀이다. 장례식에서 벌이는 놀이는 상주와 문상객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순화시킨다. 문상객들이 상갓집에서 밤을 지새우며 떠들썩하게 고스톱을 치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상주의 곁을 함께 지키고 슬픔을 나누면서 개인이 당한 죽음의 공포를 무리지어 풀어 주는 것이다. 개인은 공포 앞에 무기력하지만 사회적 공동체가 형성되면 그 두려움을 너끈히 이겨낼 수 있다. 이때 놀이는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한다.
농사일 중 가장 힘든 노동인 김매기가 끝나는 음력 7월경의 호미씻이는 고생한 농민들을 위한 놀이이자, 벼를 베고 탈곡하는 수확기를 맞이하기 전에 중간 휴식을 통해 힘을 재충전한다는 의미다. 이때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머슴들을 위해 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호미씻이를 머슴의 설, 머슴의 명절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머슴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소와 함께 주인집으로 들어가면, 주인은 한상을 푸지게 차려 냈다. 이날만큼은 머슴은 상석으로 주인은 말석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1936년『조선중앙일보』에서는“15일부터 오늘가지 논산군 내 15면 180리에서 두레 술로 먹은 것이 무려 2,715말에 달한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세속적 휴양의 공간이 되다 - 물놀이 (165쪽)
조선총독부는 인천 월미도에 바닷물을 데워 이용하는 조탕(潮湯)과 해수 풀을 만들었다. 1920년대에는 해수욕을 즐기러 가는 인파가 늘자 철도국은 수욕(水浴) 열차를 특별 운행하기에 이른다. 한편 벌거벗은 근대의 해수욕장은 체면과 갖춤에 젖어 있던 조선인들에게는 발칙한 공간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따로 헤엄을 치도록 경계를 엄격히 지어 구별했지만 모래사장은 구획될지언정 바닷물은 칼로도 베어낼 수 없었다. 해안가에서 조금 벗어나면 그 경계가 무너지기 일쑤였다. 남자들은 규칙을 어기고 여자들의 헤엄 장소로 넘어가 유혹했으며, 여성들도 은밀한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태평성대에 부국강병한 나라, 조선 - 불놀이 (47~48쪽)
정종(조선 제2대 왕) 때 조선을 방문한 일본국 사신에게 불꽃놀이를 구경시켰다. 이를 본 왜인이??이것은 인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천신(天神)이 시켜서 그런 것이다.??라며 크게 놀랐다. 이런 화려한 불꽃놀이는 태평성대의 조선을 구가(謳歌)한 것이다. 또한 조선을 굉장한
출판사 서평
슬픔이 기쁨 되고 고통이 신명 되고 죽음이 삶으로 탈바꿈하는 우리 놀이의 모든 것
신명나는 삶, 살판나는 놀이판!
현대인에게 전통 놀이는 매우 중요한 인문학적 대상이다. 왜냐하면 여가 생활이 늘어가는 현재의 시류에서 현대인은 무엇보다도 삶의 질을 놀이, 관광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자에게 놀이의 문화적 원리와 변천 과정 등을 탐구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이다. 필자 유승훈은 이 같은 사명감을 갖고 서양 일색이 되어 버린 놀이 대신 우리의 전통 놀이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미 전통 놀이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이의 멀어져 버린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학술적 탐색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떼어 생각할 수 없고, 전 세계적 흐름을 벗어나 이해할 수 없기에 결국 전체를 아우르는 통사가 필요하듯, 우리 전통 놀이에 대한 이해 역시 그렇다. 더군다나 전통 놀이와 현대의 간격이 멀수록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층 쉽고 흥미롭게, 다양한 장면을 곁들여 전통 놀이의 의미와 원리를 담아내야 했다. 이 책은 대표적인 우리 놀이 15개를 엄선해 전통 놀이의 생성부터 발전, 약화와 소멸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먼 과거의 것만이 아닌 개항기, 일제 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통 놀이를 우리네 삶과 연관지어 생생하게 담아냈다. 때로는 현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때로는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을 오가며 놀이의 형성 및 변천 과정과 놀이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속속들이 캐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우리 삶과 밀접한 영향을 맺어 가며 흥망성쇠를 거듭한 놀이 문화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기를, 진정한 놀이 문화를 확립하는 데 길잡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책의 특징 및 구성
전통 놀이에 대한 책은 많다. 그러나 놀이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한 기존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전통 놀이를 총체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놀이는 여러 사회?경제적 조건과 어울려 창조된 문화적 요소이기에, 놀이 그 자체뿐만 아니라 보다 종합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 책은 놀이가 발생하고 변천하는 사회?역사적 배경, 놀이를 둘러싸고 관계하며 엮어지는 다양한 풍속, 놀이 속에 내재한 의미와 이를 즐기는 인간의 에피소드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해당 놀이와 관련된 주요 상식과 뒷이야기를 담은 팁은 그 자체만 모아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읽을거리이다. 이 책은??겨울-봄-여름-가을??의 계절적 순환 구조 속에서 대표적 전통 놀이를 기술했다. 다른 책들과 달리 계절의 출발을 겨울에서 시작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 관계 속에서 발생한 전통 놀이 문화의 특징을 강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농업에 기반을 둔 전통 사회에서 수확기가 지난 겨울은 놀이의 출발선이자 절정기였다. 전통 시대에 일과 놀이는 분리된 개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놀이에 관한 풍부한 시각적 자료 역시 이 책이 자랑하는 특징이다. 젊은 층에게 전통 문화를 알려주고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배려한 시도이다. 즉 일정한 품격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교양 도서이기에 그림, 사진을 통해 한층 효과적으로 다가서고자 했다. 직접 취재를 통해 얻어진 사진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우리 옛 놀이의 순간순간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엄밀한 고증을 통해 선정된 옛 그림 역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해 온 우리 전통 놀이를 한층 가깝고 긴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위하여 비주얼(visual)한 꾸미기를 시도했다. 글의 분량이 부담되지 않도록 손에 쥐어지는 작은 판형과 다소 특이한 본문 글의 레이아웃은, 글이 많은 지면을 독자에게 리듬감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려한 디자인이다. 또한 다소 고루하고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전통을 세련되게 전달하여 전통의 현대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8588123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1월 27일 |
쪽수 | 248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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